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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닌텐도의 새로운 게임인 암즈가 닌텐도 스위치로 다음달 16일에 발매된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모션 컨트롤러 기믹을 이용한 테크 데모용 격투 게임처럼 보인 게임이었지만 지속적인 다이렉트와 홍보를 통해서 이 게임이 모션 컨트롤러 기믹을 사용하기만 한 게임이 아니란 점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다. 게임을 먼저 접해본 웹진 기자들은 모션 컨트롤 기능을 십분 활용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게임 자체가 완성되었고 충분히 재밌다는 평가를 내리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발매 전에도 꾸준한 행사(일본 내에서는 닌텐도 주관의 자체 토너먼트가 몇번 열리기도 하였다)와 함께 발매와 E3 인비테이셔널(E3에 참가한 사람들이 토너먼트에 참가할 수 있는)이 동시에 진행되는 등 암즈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보여주고 있다.

모션 컨트롤로 진행되는 권투 격투 게임이란 메카니즘은 이미 위 때도 보여준 부분들(펀치아웃 Wii 버전이나 위 스포츠 같은걸 보라)이긴 하지만, 정작 암즈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은 따로 있다:3D로 이루어진 스테이지에서 공간을 재어가면서 상대방과 거리를 벌리거나 좁히는 형태로 싸우는 게임. 그렇다, 암즈는 오히려 세가가 만든 3D 대전 액션 게임 버추얼 온에 가까운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버추얼 온에서 게이머는 특유의 듀얼 스틱 조작을 사용하여 상대와 거리를 벌리거나 좁히는 등 원거리와 근거리 교전을 자유자재로 수행할 수 있으며, 게임의 핵심은 바로 상대와의 원근을 조절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암즈 역시도 치고받는 것이 중요한 기존의 권투 게임들이 보다도 뻗은 주먹의 원근, 상대와의 위치, 상대의 공격을 정확하게 보고 피하거나 가드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게임이다. 하지만 버추얼 온이 플레이어에게 기민한 반사신경을 요구하였다면, 상대적으로 주먹이 '두 개' 밖에 없는 암즈는 진입장벽이 낮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암즈는 기존의 닌텐도 게임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닌텐도 게임들이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형태의 오프라인 코옵과 싱글플레이 위주의 플레이에 집중되어 있었다. 닌텐도에게 있어서 혁신은 요원한 개념이었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 닌텐도는 이러한 흐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실험을 기울이고 있었고, 이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었던 중이었다. 예를 들어 마리오 카트 8의 경우, 마리오 카트 TV에 기록된 영상을 직접 유튜브에 올리는 것을 제한적인 기능을 가진 위 유 콘솔을 통해 구현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더 훌륭한 사례는 스플래툰이다:스플래툰은 지속적인 무료 업데이트와 이벤트를 통해서 죽은 플랫폼인 위 유를 뛰어 넘어 살아있는 게임을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많은 부분 암즈가 스플래툰을 연상케 하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게임의 분위기, 마케팅의 방법(암즈 협회를 통해 암즈 세계관을 설명하는 방식 / 오징어 연구소에서 게임을 설명하는 방식), 무료 업데이트로 게임을 지속적으로 관심을 끌어들이려는 부분 등등까지. 암즈는 스플래툰의 성공 유전자를 최대한 끌어들이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암즈는 동일하게 스플래툰을 따라하진 않는다:스위치라는 기기 특성에 걸맞게 암즈는 로컬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흥미로운 점은 로비 매칭이 이전의 닌텐도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있다. 오히려 블레이블루의 로비나 모탈컴벳 X / 인저스티스의 채팅 로비 같은 느낌도 물씬 나는 암즈의 로비 개념은 동종 업계의 여타 게임들이 어떻게 멀티플레이 경험을 구현하였는지를 곰곰히 살펴보고 고민한 흔적이 있다. 그러면서도 권투의 링을 닌텐도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플랫포밍의 감각을 심어둔 것도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이다.



게임 이야기



2006년 출시된 프레이는 당시로써는 혁신적인 시스템들이 기용된 작품이었다:중력 변동이나 서로 다른 공간을 이어주는 포탈의 존재 등등 프레이는 그 당시로써도 신선한 기믹들을 갖고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신선한 기믹들은 어디까지나 게임의 곁다리로만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프레이의 신선한 시도들은 밀려들어오는 작품들에 의해 묻혀서 금방 기억 너머로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11년이 지난 뒤, 아케인 스튜디오가 제작한 프레이 후속작이 등장하였다. 게임 출시에 대한 밑밥은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이렇게 뜬금없는 후속작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게임 자체가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고, 원작에서 스토리가 이어지는 것도 아니며, 심지어 2편 제작 과정 중 불화로 원래 게임을 만들었던 휴먼 헤드 스튜디오가 아닌 아케인 스튜디오가 게임을 완성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대보다는 불안감이 더 높은 작품이기도 하였다.


결론만 놓고 본다면 프레이 2017은 독특한 분위기와 매력, 그리고 안정적인 게임 플레이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아르 누보 양식의 스테이지 디자인과 티폰과 미믹이라는 독특한 적 메카니즘 등은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지만, 게임 플레이 스타일이 시스템 쇼크와 바이오 쇼크의 계열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작품이다. 물론 싱글플레이만으로 플레이타임 20시간에 달하는 분량을 뽑아낸 점, 다양한 사이드 퀘스트 등과 읽을 거리를 제공한 점에서 프레이는 대충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어디선가 본거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프레이의 기본적인 게임 스타일은 시스템 쇼크와 바이오 쇼크를 연상케 한다. 플레이어는 티폰 방역이 실패하여 아비규환이 된 탈로스 1 우주 정거장을 탐험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되찾고, 인류의 위기를 막고자 노력한다. 스테이지들은 많은 양의 읽을 거리와 오디오 로그들, 비밀들을 가지고 있으며 플레이어의 능력이 해금될수록 탐험하고 확인할 수 있는 비밀이 늘어나게 된다. 또한 바이오쇼크에서 확립되었던 오른손은 무기, 왼손은 특수능력을 쓰는 시스템도 프레이에서 건재하며 더 나아가 능력을 이용하여 주변의 사물 및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부분, 심지어는 바이오쇼크에서 사진을 찍어 적을 연구하는 방식을 스코프를 이용해서 적을 연구하는 방식으로 벤치마킹하기 까지 하였다. 좋게 이야기하자면 프레이는 바이오 쇼크의 좋은 점들을 이어받고자 하였지만, 나쁘게 이야기하자면 프레이는 바이오쇼크와 별다를 것이 없는 물건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프레이는 게으르게 바이오쇼크를 모방하는 작품은 아니다. 프레이는 바이오 쇼크의 골격에 자신만의 양념들을 곁들인다. 우선 프레이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티폰과 미믹이라는 적의 메카니즘이다:미믹은 주변 사물로 변화해서 플레이어를 기습하는데, 작은 컵에서부터 섭취할 수 있는 음식, 심지어는 사용가능한 아이템까지 다양한 스팩트럼으로 변신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 초반에는 플레이어들은 신경질적으로 거의 모든 오브젝트들을 떄리면서 돌아다닐 수 밖에 없다. 과거의 게임들에서 작은 오브젝트들의 존재(컵이나 의자 같은)가 그저 물리 엔진을 홍보하기 위한 쓸모없는 기믹에 불과하였다면, 프레이는 이를 영리하게 뒤집어 두었다.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진행할 때, 컵이나 의자, 작은 바나나 같은 물건들이 미믹으로 변해서 자신을 공격하지 않을까 조심해야 하며 이는 게임에 독특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이러한 긴장감은 오래되지 않아 무뎌지게 된다:게임 내에 적들 중 미믹이 차지하는 위치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플레이어가 점점 강해질수록 미믹은 샷건 한방, 사이킥 한방으로 인수분해되는 외계 물질 셔틀이 될 뿐이다. 게임이 후반으로 갈수록 더 많은 수가 나오는건 인간형 적이라 할 수 있는 팬텀이며, 위버나 테크노패스 같은 강력한 적들이 간간이 섞여서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미믹과 같은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진 못한다. 그들은 분명 짜증나게 강한 존재들이지만, 이미 오랫동안 여타 게임을 플레이했을 게이머들에겐 그닥 새로울 것이 없는 몬스터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완전히 모습이 보이지 않는 폴터가이스트나 최종보스 위치를 점하는 나이트메어의 존재는 상당히 신선하다:폴터가이스트는 완전히 보이지 않기 때문에 몇몇 시퀸스에서 인상적인 연출을 보여주며, 나이트메어는 초능력을 얻을때마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접근하는 기믹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둘 역시도 미믹의 '오브젝트로 변한다'라는 충격에 비하면 그 인상이 극히 미미하다. 즉, 게임은 미믹이라는 인상적인 적을 구성해놓고 상위 그레이드의 적에선 그 컨셉을 통일적으로 계승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미믹 이상의 적들은 각기 다른 약점과 특징으로 플레이어에게 적당한 고난을 던져주지만, 미믹이 처음 주었던 충격을 주지는 못한다.


프레이가 바이오 쇼크와 다르게 새롭게 양념을 친 부분은 바로 글루 캐논이다. 프레이의 글루 캐논은 하프라이프 2의 중력건이나 포탈의 포탈건 등 같이 게임의 매커니즘을 관통하는 무기로, 끈적한 발포성 수지를 발사하여 적을 굳히거나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거나(불을 끄는 등) 심지어는 벽에 발판을 만들어서 벽을 타고 다닐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하고 유기적인 방식으로 게임과 상호작용하는 무기라 할 수 있다. 특히 탄약이 부족해서 후술할 재활용 매커니즘을 십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프레이에서 글루 캐논의 탄약은 특하면 기어나오며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하라고 장려한다. 


하지만 글루 캐논의 독특한 매커니즘(플랫폼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발포성 수지를 발사하는)은 겉보기에는 훌륭하지만, 실제로는 그 사용폭이 썩 넓지는 못하다. 적을 굳히는 용도로 쓸 수는 있지만 적이 거대해질수록 효율이 뛰어나지 않다. 또한 발판을 만드는 기능으로 활용하기에는 글루 캐논이 만드는 발판은 매우 제한적이다:거의 벽에 딱 붙어 서서 글루캐논으로 발판으로 만들고, 이걸 딛고 올라갔다가 애매한 판정 때문에 떨어지고 하는 과정을 게임 내내 반복한다. 물론 완벽하게 글루 캐논을 업그레이드 한 상태에선 충분한 발판을 만들기도 하지만, 발판을 짚고 올라가는 판정과 미끄러지는 판정이 애매하기 때문에 썩 매끄럽게 사용하기는 힘든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는 게임 전체 스테이지 디자인에 있다:탈로스 1은 수직적으로 거대한 공간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폐쇄되어 있는 우주 정거장을 전제하고 있으며, 게임에서 수직적으로 높이 올라가야할 이유가 거의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아케인 스튜디오의 전작이 수직적이고 유기적인 스테이지 디자인으로 인상적이었던 디스아너드 시리즈였다는 걸 생각하면 이 부분은 조금 실망스럽다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프레이가 바이오 쇼크의 계보와 차별되는 점은 바로 재활용 시스템이다:게임 내의 모든 아이템은 매우 부족하며, 대부분은 쓸모없는 쓰레기들이다. 하지만 분해기를 통해서 아이템들을 분해하면 기본적인 4대 요소(유기물/금속/인조물/외계 물질)로 환원 시킬 수 있으며 플레이어는 이 물질들을 사용해서 다른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항상 자신이 어떤 아이템을 사용하는지, 그리고 어떤 아이템이 필요없는지를 숙지하고 아이템을 분해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만성적인 탄약 부족과 물자 부족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재활용과 크래프팅 시스템 덕에 게임은 생존 게임 분위기를 띄며, 플레이어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주변 오브젝트들을 물질로 환원시키는 재활용 수류탄의 존재는 들고다닐 수 없는 물건을 분해시킬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로를 뚫어주기도 해서 플레이 방식을 다채롭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금속류 자원이 너무 적다는 부분이며, 이 부분은 매우 불합리하게 느껴진다:금속류가 물론 모든 탄약을 만들기 위한 기본 베이스이기에 쉽게 제공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다른 유기물/인조물/외계 물질은 30~40개 모일동안 금속류만 열심히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건 부조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프레이는 바이오 쇼크 계보에 놓여있는 게임 치고는 자신만의 개성보다는 바이오 쇼크의 모습이 더 눈에 띄는 물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프레이는 이런 다소 아쉬운 개성에도 불구하고 분위기 측면에서 자기만의 매력을 갖고 있는 물건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바이오쇼크의 분위기를 재현하였다 보기 힘든 프레이의 아트 스타일에는 인공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어딘가 공허함을 간직하고 있다. 이런 부분은 우주 유영 부분에서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데, 아르 누보 형태의 아름다운 우주정거장 너머로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공허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프레이의 스토리는 정석적이긴 하지만 이러한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든다:기억을 잃은 주인공, 무엇이 진짜 나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맞이하는 괴물들, 도덕적인 갈등, 의문스러운 분위기 등등 게임은 전형적이긴 하지만 SF 호러 장르의 분위기를 훌륭하게 구현하고 있다. 또한 게임에 훌륭한 개성은 없지만, 치명적인 게임 플레이 매커니즘의 결함 역시 없기에 2007년부터 안정적으로 작동해온 바이오쇼크 시리즈의 매커니즘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부분은 높은 평가를 줄만 하다.


결론적으로 프레이는 자신만의 매력과 개성을 반쯤 밖에 발휘하지 못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러한 개성들 외에 기본에 충실한 부분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분위기가 매우 뛰어난 작품이며 분량 부분에서는 합격점을 줄만한 부분이 있다. 다이렉트 게임즈에서 PC 한국어화가 이루어진다면, 한국어로 분위기를 즐기며 플레이할 값어치는 충분히 있다고 보여진다.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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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휴일이 끝나부렸어요...


게임 이야기


크리스 마르케의 방파제는 12 몽키즈의 원작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3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사진과 나레이션으로만 진행되는 독특한 영화다. 여기서 마르케는 사람의 기억을 주요한 소재로 다루는데(태양 없이를 포함해서 마르케 영화의 핵심 소재는 기억이다), 기억을 통해 현재에서 과거와 미래로 시간 여행을 함으로써 과거와 현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미래로의 기억의 개념을 정립한다. 마르케의 작품들에서 기억이란 단순히 있었던 사실을 반추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기억이란 있었던 사실에 이미지를 덧입히는 것이다:태양 없이에서 마르케의 동료는 나리타 공항 설립 투쟁을 두고 언론이 방송한 영상(폭력 투쟁의 프레임에 잡혀있는)의 색상을 변조하여 초현실적인 영상을 만든다. 거기에는 어떤 의도도 프레임도 존재치 않는다. 오로지 이미지만 존재할 뿐이다. 마르케는 방파제와 태양 없이에서 기억의 섬세한 이미지들을 짚어낸다: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기억 속 과거의 여인과의 산책, 연인의 흩날리는 머리카락, 미소, 잊을 수 없는 풍경들, 축제 속에서 카메라를 응시하고 수줍게 미소짓는 여성, 나리타 공항의 투쟁, 존재하지 않는 부락민들 등등. 무심하게 담아낸 듯이 보이면서도 마르케는 인간이 기억하는 포인트와 이미지를 정확하게 이해하여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광경들을 만들어낸다.


영상으로 기억을 재현하는 마르케의 작품들은 지극히 인간적이며 강렬한 행위라 할 수 있다. 모든 시공간에 편재하여있다는 전지전능한 존재(=신)는 절대로 우리가 보는 방식대로 세계를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그가 바라보는 세계는 불연속적이다:신은 모든 시공간에 편재하여야 하기 때문에, 초당 24프레임으로 인지되는 풍경 속에서 각 프레임 단위의 사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하나의 시공간에 존재할 수 있는 필멸의 존재들만이 영상으로 세계를 인지한다. 그리고 기억이란 이미지이자 사멸하는 모든 것들의 가장 강렬하고도 아름다운 저항이라 할 수 있다:인간의 뇌 용량은 한정되어 있으며,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익히고 과거의 것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그러한 흐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힘이 있다. 그것은 망각의 구렁텅이도, 미래로 향하는 시간의 무정한 흐름도 아닌 지금 현재에 감정과 사건들을 잡아두고자 하는 행위다. 그리고 그러한 행위들은 박제되지 않고 이미지의 형태로 생생히 살아있다. 마르케는 방파제에서 이를 훌륭하게 표현한다:모든 것이 사진의 컷으로 표현되는 영화 속에서, 단 한 장면만이 영상으로 남아있다. 병사의 기억속에만 존재하는 여인이 침대에 누워 병사를 바라본다. 단지 눈을 깜빡이며 응시하는 단 몇초는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이자 기억의 강렬함을 훌륭하게 묘사하는 장면이다.


게이머들이 마르케에 주목해야하는 점은 크리스 마르케가 비디오 게임에 관심이 많았다는 점이다:태양 없이에서는 팩맨이 인간의 삶에 대한 훌륭한 은유라고 보았던 마르케가 게임이라는 매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처사라 할 수 있다. 기억이 경험했던 일들에 이미지를 덧붙여 번역을 하는 것이고, 영화는 그 이미지를 영상의 형태로 재현하는 것이라면 게임은 영상을 넘어서 '행위'로 재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플레이어의 행위에 따라서 역사적 사건을 실제로 하는 것, 행위의 매체로서의 게임은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 행위로 내재화한다면, 기억과 그 이미지는 이제 완전히 달라지지 않을까. 2차세계대전의 참극이 단지 사진과 영상에 잡히는 것이 아닌, 행위로 재현된다면 사람들이 그 고통과 충격을 망각속으로 묻어버리지 못하지 않을까. 액트 오브 킬링에서 학살자가 자신이 했던 행위를 연극의 형태로 재현했었던 것처럼, 그 과정에서 크나큰 충격을 받고 그 행위를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은 기억과 풍경, 그리고 스토리 텔링을 독특하게 결합하여 하나로 엮어낸다. 기본적으로 젤다의 전설:야생의 숨결의 서사는 게임이 시작되는 시점에 완결이 되어 있는 상태다:모든 드라마들은 이미 100년 전 재앙 가논과 함께 끝났으며, 플레이어가 경험하는 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 빛바랜 풍광과 링크의 플래시백 속에서 언뜻언뜻 드러나는 단편적인 기억들이다. 게임 플레이가 진행될 수록 야생의 숨결은 링크의 기억을 되살려주며 어째서 이런 일이 있었고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나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한다. 하지만 게임은 게이머에게 링크의 모든 기억들을 보여주지 않으며, 오로지 파편화된 기억들만을 보여주고 플레이어가 그 사이의 여운을 즐기고 나머지를 상상하고 채워넣게끔 만들어둔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야생의 숨결 핵심 서사는 전혀 '선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야생의 숨결 서사는 링크에게 있어서 중요했던 순간들의 장소를 찍어놓은 사진을 보고, 그 사진을 근거 삼아 기억 속의 장소를 되짚어 올라가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가장 나중의 기억을 먼저 찾아갈 수도 있고, 최초의 기억을 가장 마지막에 찾아갈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야생의 숨결 서사는 철저하게 '기억'과 '장소' 중심적이라는 것이다:서사를 진행하기 위한 핵심 트리거는 게임의 이벤트를 정해진 시간과 순서에 맞게 진행하는 것이 아닌, 모든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기억 속의 장소를 찾고 이야기의 완결을 짓기 위해 세계 곳곳을 구석구석 탐험하는데 있다. 요컨데, 야생의 숨결의 서사는 세계와 그 세계에 남아있는 자신의 기억을 되짚는 과정으로 플레이어가 세계에 애착을 갖게 만드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젤다의 전설은 광활한 하이랄의 풍경이란 이미지 중심적인 게임이며, 기억의 장소를 탐색하고 발견하는 행위로써 기억을 재현한다. 크리스 마르케가 이야기하는 게임 매체와 완벽하게 부합하진 않지만, 야생의 숨결이외의 게임들이 영화의 이미지에 사로잡힌 것들과 비교해본다면 그의 기억에 대한 독특한 철학에 어느정도 부합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한 야생의 숨결에는 기존 젤다의 전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방식의 케릭터 빌딩이 이루어진다:게임은 시리즈 최초로 인간적인 젤다 공주를 다루는데, 이 인간적인 젤다 공주를 다루기 위해서 게임이 이야기에 끌어들이는 것은 인물간의 갈등이 아닌 세계의 분위기와 기억이다. 게임은 하이랄 역사 내내 하이랄을 위협에 빠뜨렸던 전설적인 재앙 가논에 대해서 다룬다. 그리고 그 기나긴 역사 속에서 가논을 항상 무찔렀던 것은 악을 물리칠 힘을 가진 공주와 용자였다. 게임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의 기본 골격을 게임은 역사를 넘어선 전설과 신화로써 게임 내내 반복해서 드러내는데, 이 신화에 대한 무게가 자신의 힘을 개방하지 못해서 그 운명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어하는 젤다 공주라는 케릭터를 만들어낸다. 게임은 여기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더하지도 않고, 케릭터에 대한 설명을 위해 시시콜콜한 읽을 거리를 던져주지도 않는다. 링크의 기억 속에서 젤다 공주는 필요한 만큼 말하고, 게이머는 필요한 만큼 젤다 공주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하이랄의 거대한 풍경들과 그 속을 플레이어가 해매고 기억을 더듬는 과정을 통해서 이 기본적인 뼈대에 충분한 살을 덧붙인다. 단순하지만 거대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같이 이야기도 공주의 실패와 그것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미래로 향하는 엔딩까지 단순하지만 여운있고 묵직한 구조를 띄고 있다.


젤다의 전설:야생의 숨결은 게임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서사의 완성도도 매우 뛰어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오랫동안 게임의 서사가 영화와 같이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와 선형적인 서사를 보여주는데 주력하였다면,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은 기억을 중심으로 풍경과 이야기를 한데 섞어 플레이어가 직접 재현하고 느끼게끔 게임을 구성하였다. 게임의 서사적은 측면에서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게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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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우리가 주목할만한 에일리언 코버넌트 영상이 있다:코버넌트 호의 승무원들이 콜드 슬립을 하기 전, 마지막으로 하는 만찬과 주인공의 연설, 그리고 에일리언 1편에 대한 작은 오마주(존 허트 옹이 밥먹다가 체스트 버스터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로 그 장면)이 담겨 있는 이 장면은 그 유명한 '마지막 만찬'의 구도를 인용하면서 이것이 코버넌트 승무원들의 마지막 만찬이 될 것을 은연중에(그리고 악의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만찬을 인용하는 것은 단순한 메타포를 넘어서는 부분이 있다.


성경에서 마지막 만찬은 예수와 그 열 두 제자의 마지막 식사이자 신약 성경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기 직전에 있었던 일이다. 즉, 마지막 만찬은 신과 인간의 새로운 약속이 이루어지기 직전에 있었던 성경상의 중요한 사건이란 것이다. 그렇다면 코버넌트 승무원들 13명(주인공 남편은 아프기 때문에 이 마지막 만찬을 거른다. 그리고 합성인간은 이 만찬의 구도에서 빠져 있다)들의 마지막 만찬 시퀸스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본편이 나오기 전에 특별한 내용을 유추하기는 힘들겠지만, 그것은 프로메테우스의 메타포인 창조주와 피조물 사이의 기묘한 관계에 대한 재정립이 이루어질 거라는 일종의 암시라고 할 수 있다.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그런 점에서 구약을 연상케하는 물건이었다:영화 내내 인물들은 창조주를 찾아서 돌아다닌다. 하지만 창조주가 피조물에게 보여준 것은 사랑과 희망이 아닌 피조물을 증오하는 모습, 더 나아가 피조물을 멸망시키려는 모습이 드러난다(사실 이 또한 명확하지 않은 것이, 영화가 이에 대해서 일언반구 설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사도 바울에 의해서 세계 종교가 되기 이전의 기독교가 유대교의 신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처럼 말이다. 초창기 기독교나 유대교에서 야훼는 창조주이자 절대선, 그리고 더 나아가 절대악의 모습을 어느정도 갖고 있었다(욥기에서 사탄과 획책하는 장면 등을 보자) 즉, 구약의 신은 우리가 생각하는 창조주이자 하나님의 모습보다도 자연현상의 일부라는 느낌이 강했던 것이다.


프로메테우스에서는 엔지니어가 어째서 인간을 만들었는가에 대한 동인을 가이 피어스의 입을 빌어 이렇게 표현하기도 한다:그저 만들 수 있었으니까 만들었던게 아닐까. 구약의 세계에서 신이 불가해 하듯, 프로메테우스는 창조주와 인간 사이의 관계는 어떤 의도와 목적성이 있는 것이 아닌 원치않은 탄생과 그로 인한 감정의 소용돌이만이 남는 것이 아닐까, 라는 묘한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다. 패스벤더가 연기한 데이빗 8은 바로 그 부분을 정확하게 캐치해내고 있다:만들어진 친절함과 완벽함 아래 숨어있는 무기질적이고 복잡한 감정들, 인간을 모방하였지만 인간이 아닌 데이빗의 복잡한 모습은 프로메테우스라는 영화에서 외계괴물이나  HR 기거의 디자인보다도 더 가치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프로메테우스가 구약이고, 코버넌트가 신약이 된다면 이 영화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코버넌트는 믿음으로 이루어진 공동채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우리는 이미 영상을 통해 공개된 걸로 알고 있듯이, 쇼 박사와 데이빗 8은 엔지니어의 모성에 도착하였고 코버넌트 탐사대도 바로 '그 엔지니어 행성'에 도착한 것으로 정보가 공개되었다. 즉, 엔지니어 행성은 쇼 박사와 데이빗 8의 도착 이후 파괴되었으며(실제 이를 암시하는 컷이 공개되기도 하였다:검은 액체가 담긴 용기를 엔지니어 행성에 투하하는), 코버넌트 호의 승무원들은 바로 그 사건 이후에 도착하여 '결과물'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창조주를 죽인 피조물들에게 남겨진 세계는 어떤 의미일까. 그것을 목도하고 그 결과물들(네오모프들과 그로 인한 지옥도)을 마주하는 것이 새로운 약속New Testament으로 이어진다는 의미인 것일까.


그런 점에서 에일리언 코버넌트는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일 수 있다:하지만 동시에 그런 점에서 매우 걱정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에일리언 시리즈는 분명 SF 영화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고(기거의 기괴한 디자인, 리플리와 여성 주인공 모델에 대한 새로운 모델 제시 등등) 가치 있는 영화 시리즈임은 분명하나, 프로메테우스처럼 종교적 탄생과 창조주-피조물 사이의 복잡한 감정과 믿음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기거가 성기의 이질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작품을 만들었듯이, 에일리언 시리즈는 충실하게 남성기와 여성기에 기반을 둔 크리처 디자인과 성에 대한 메타포, 이를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리플리라는 케릭터의 재해석(1편 유능한 여자 커리어 우먼, 2편 트러커 맘과 당찬 모성에 대한 재해석 등)을 통해서 쌓아올린 독특한 SF 연작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명성을 쌓아올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프로메테우스는 제노모프(=에일리언)의 기원이 어떻게 되는가라는 팬심과 오덕심이 가득한 망상 위에 리들리 스콧의 과대망상을 끼얹은 괴작이라 할 수 있다. 장르적인 문법 따위는 깡그리 다 무시한 채(제대로 된 괴물 조차 나오지 않고, 그에 대한 설명도 없고, 뭔가 똥싸다 만거 같은 찝찝함까지), 창조주와 피조물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종교적인 SF 영화(?)를 만들겠다는 프로메테우스는 장르적인 영화를 기대하고 보면 벙찔 수 밖에 없고, 돈은 왜저렇게 많이 들여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그야말로 창조주 리들리 스콧의 불가해한 의지와 악의가 느껴지는 괴작이었다. 그렇다면 신약의 위치라 할 수 있는 코버넌트는 좀 더 나은(?) 영화가 될 수 있을까? 그건 개봉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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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 마리오 카트 8 리뷰( http://leviathan.tistory.com/1901 ) 에 대한 보론입니다.


마리오 카트의 등장은 수많은 게이머와 제작자들을 매료하였고, 엄청난 양의 카피작들과 개량작을 내놓았다. 예를 들어, 한 때 국내 온라인 게임을 풍미하였던 넥슨의 카트라이더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수많은 모방작들의 홍수 속에서도 마리오 카트 시리즈가 계속해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마리오 카트 시리즈가 이 장르 최초의 게임이기 때문에 얻은 명성 때문일까, 아니면 그 이상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어떻게 본다면 시리즈의 정점에 서있다 할 수 있는 마리오 카트 8과 디럭스는 그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는 것일까?


마리오 카트 8 디럭스는 스위치로 나온 마리오 카트 8의 확장판이자 완전판이다. 게임의 큰 틀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전에 썼던 리뷰의 보론으로써 본 리뷰를 작성하고자 한다. 이전의 리뷰에서는 마리오 카트 8이 아이템을 쓰는 레이싱 게임이자 반중력, 트랙의 다변화 등의 속성을 개괄적으로 분석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개괄론에 좀 더 마리오 카트 시리즈만의 차별성을 다루고자 보론 형식으로 디럭스에 대한 리뷰를 쓰고자 한다. 개괄적인 리뷰는 위 링크를 참조하되, 마리오 카트 8 디럭스에 추가된 내용에 대한 리뷰도 본 글에서 좀 더 자세하게 파고들고자 한다.


마리오 카트 8의 트렉은 다양한 숏컷과 트렉 기믹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기믹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섥혀서 알아보기 힘든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리오 카트 8의 트렉 구조는 직관적이기 때문에 게이머로 하여금 트렉을 해매지 않으며 경치를 즐기고, 레이싱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띄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마리오 카트 8의 트렉이 갖고 있는 독특함을 모두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트렉의 구성에 있어서 마리오 카트 8만이 갖고 있는 특징을 먼저 이야기해야만 한다:마리오 카트 8은 트렉에 따라서 달라지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장애물 레이스'의 구조를 띄고 있으며, 이는 여타 레이싱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부분이다. 또한 몇몇 트렉들은 렙 수가 올라갈 수록 트렉이 변화하는 기믹을 갖고 있기도 하다(무무 농장 같이 젖소가 슬금슬금 기어나오는 트렉이라던가)


이러한 변화들은 대단히 사소하면서도 중요하다:트렉 자체의 변화는 크지 않을지 몰라도, 빠른 속력으로 트렉을 도는 플레이어에게 있어서 이러한 트렉의 변화는 체감상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경쟁자들의 존재나 아이템 사용 등은 게임의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렇기에 마리오 카트 8의 트렉에는 몇몇 승부가 갈리는 지점들이 존재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점에서 마리오 카트 8의 트렉은 마치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플랫포밍 스테이지를 연상케하는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트렉의 구성은 하나의 스테이지며, 다른 플레이어들과 트렉 내의 함정 기믹들은 스테이지를 구성하는 플랫폼과 적의 존재라 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한 발판에서 다른 발판으로 넘어가거나 적을 처치할 때 항상 그 거리를 재면서 그것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를 고민해야 한다. 마리오 카트 8은 그러한 플랫포밍 스테이지의 기본 구조를 레이싱 트렉의 형태로 옮겨놓은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리오 카트 8은 처음부터 레이싱 게임을 연상시킨다기 보다는 플랫포밍 게임을 레이싱 장르와 결합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질적인 장르의 결합처럼 보이지만, 그 뿌리는 크게 이질적이지 않다:과거부터 플랫포밍 게임 장르은 스테이지 타임어택(TAS 같은) 문화가 항상 있어왔었으며, 게임 자체에서도 이러한 타임어택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것이 레이싱과 결합하는 것 자체는 아주 색다른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리오 카트 8은 그것을 기존 마리오 시리즈로부터 모티브를 얻었고 그 결과 여지껏 볼 수 없는 독특한 결과물로 이어지게 되었다:마리오 시리즈 특유의 동전을 모으는 기믹을 최대 속력을 올리는 기믹으로 재해석한 부분, 플랫포밍을 연상케하는 점프 가속으로 이어지는 기믹, 숨겨진 숏컷 기믹 등등 마리오 카트 8은 사소한 기믹들을 화려한 트렉에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이전까지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레이싱 게임이 되었다.


하지만 마리오 카트 8 디럭스는 단순하게 게임의 콘텐츠를 이식 확장한 물건만은 아니다. 마리오 카트 8 디럭스는 여기에 배틀 모드라는 새로운 모드를 도입한다:플레이어는 맵을 돌아다니면서 게임 모드의 목적에 맞게 게임을 플레이하며, 여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플레이 스타일을 보여준다. 이는 기본적으로 게임의 베이스가 레이싱 게임이기 때문이기에 생기는 속도감, 그리고 각각의 모드 자체가 분명한 방향성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스위치의 강점인 들고다니면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 더 나아가 플레이 사이클이 5분을 채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리오 카트 8 디럭스는 스위치의 컨셉에 훌륭하게 부합하는 게임이다.


결론적으로 마리오 카트 8 디럭스는 매우 훌륭한 게임이며, 스위치를 구매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 평할 수 있다. 실제로도 발매 1주만에 전세계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한 것을 보면(여기에 스위치가 발매 3개월도 채 안된 콘솔이라는 걸 감안하자), 마리오 카트 8 디럭스는 시리즈가 가진 저력과 닌텐도의 개발력이 매우 뛰어난 점을 방증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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