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우리가 주목할만한 에일리언 코버넌트 영상이 있다:코버넌트 호의 승무원들이 콜드 슬립을 하기 전, 마지막으로 하는 만찬과 주인공의 연설, 그리고 에일리언 1편에 대한 작은 오마주(존 허트 옹이 밥먹다가 체스트 버스터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로 그 장면)이 담겨 있는 이 장면은 그 유명한 '마지막 만찬'의 구도를 인용하면서 이것이 코버넌트 승무원들의 마지막 만찬이 될 것을 은연중에(그리고 악의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만찬을 인용하는 것은 단순한 메타포를 넘어서는 부분이 있다.


성경에서 마지막 만찬은 예수와 그 열 두 제자의 마지막 식사이자 신약 성경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기 직전에 있었던 일이다. 즉, 마지막 만찬은 신과 인간의 새로운 약속이 이루어지기 직전에 있었던 성경상의 중요한 사건이란 것이다. 그렇다면 코버넌트 승무원들 13명(주인공 남편은 아프기 때문에 이 마지막 만찬을 거른다. 그리고 합성인간은 이 만찬의 구도에서 빠져 있다)들의 마지막 만찬 시퀸스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본편이 나오기 전에 특별한 내용을 유추하기는 힘들겠지만, 그것은 프로메테우스의 메타포인 창조주와 피조물 사이의 기묘한 관계에 대한 재정립이 이루어질 거라는 일종의 암시라고 할 수 있다.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그런 점에서 구약을 연상케하는 물건이었다:영화 내내 인물들은 창조주를 찾아서 돌아다닌다. 하지만 창조주가 피조물에게 보여준 것은 사랑과 희망이 아닌 피조물을 증오하는 모습, 더 나아가 피조물을 멸망시키려는 모습이 드러난다(사실 이 또한 명확하지 않은 것이, 영화가 이에 대해서 일언반구 설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사도 바울에 의해서 세계 종교가 되기 이전의 기독교가 유대교의 신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처럼 말이다. 초창기 기독교나 유대교에서 야훼는 창조주이자 절대선, 그리고 더 나아가 절대악의 모습을 어느정도 갖고 있었다(욥기에서 사탄과 획책하는 장면 등을 보자) 즉, 구약의 신은 우리가 생각하는 창조주이자 하나님의 모습보다도 자연현상의 일부라는 느낌이 강했던 것이다.


프로메테우스에서는 엔지니어가 어째서 인간을 만들었는가에 대한 동인을 가이 피어스의 입을 빌어 이렇게 표현하기도 한다:그저 만들 수 있었으니까 만들었던게 아닐까. 구약의 세계에서 신이 불가해 하듯, 프로메테우스는 창조주와 인간 사이의 관계는 어떤 의도와 목적성이 있는 것이 아닌 원치않은 탄생과 그로 인한 감정의 소용돌이만이 남는 것이 아닐까, 라는 묘한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다. 패스벤더가 연기한 데이빗 8은 바로 그 부분을 정확하게 캐치해내고 있다:만들어진 친절함과 완벽함 아래 숨어있는 무기질적이고 복잡한 감정들, 인간을 모방하였지만 인간이 아닌 데이빗의 복잡한 모습은 프로메테우스라는 영화에서 외계괴물이나  HR 기거의 디자인보다도 더 가치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프로메테우스가 구약이고, 코버넌트가 신약이 된다면 이 영화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코버넌트는 믿음으로 이루어진 공동채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우리는 이미 영상을 통해 공개된 걸로 알고 있듯이, 쇼 박사와 데이빗 8은 엔지니어의 모성에 도착하였고 코버넌트 탐사대도 바로 '그 엔지니어 행성'에 도착한 것으로 정보가 공개되었다. 즉, 엔지니어 행성은 쇼 박사와 데이빗 8의 도착 이후 파괴되었으며(실제 이를 암시하는 컷이 공개되기도 하였다:검은 액체가 담긴 용기를 엔지니어 행성에 투하하는), 코버넌트 호의 승무원들은 바로 그 사건 이후에 도착하여 '결과물'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창조주를 죽인 피조물들에게 남겨진 세계는 어떤 의미일까. 그것을 목도하고 그 결과물들(네오모프들과 그로 인한 지옥도)을 마주하는 것이 새로운 약속New Testament으로 이어진다는 의미인 것일까.


그런 점에서 에일리언 코버넌트는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일 수 있다:하지만 동시에 그런 점에서 매우 걱정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에일리언 시리즈는 분명 SF 영화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고(기거의 기괴한 디자인, 리플리와 여성 주인공 모델에 대한 새로운 모델 제시 등등) 가치 있는 영화 시리즈임은 분명하나, 프로메테우스처럼 종교적 탄생과 창조주-피조물 사이의 복잡한 감정과 믿음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기거가 성기의 이질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작품을 만들었듯이, 에일리언 시리즈는 충실하게 남성기와 여성기에 기반을 둔 크리처 디자인과 성에 대한 메타포, 이를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리플리라는 케릭터의 재해석(1편 유능한 여자 커리어 우먼, 2편 트러커 맘과 당찬 모성에 대한 재해석 등)을 통해서 쌓아올린 독특한 SF 연작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명성을 쌓아올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프로메테우스는 제노모프(=에일리언)의 기원이 어떻게 되는가라는 팬심과 오덕심이 가득한 망상 위에 리들리 스콧의 과대망상을 끼얹은 괴작이라 할 수 있다. 장르적인 문법 따위는 깡그리 다 무시한 채(제대로 된 괴물 조차 나오지 않고, 그에 대한 설명도 없고, 뭔가 똥싸다 만거 같은 찝찝함까지), 창조주와 피조물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종교적인 SF 영화(?)를 만들겠다는 프로메테우스는 장르적인 영화를 기대하고 보면 벙찔 수 밖에 없고, 돈은 왜저렇게 많이 들여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그야말로 창조주 리들리 스콧의 불가해한 의지와 악의가 느껴지는 괴작이었다. 그렇다면 신약의 위치라 할 수 있는 코버넌트는 좀 더 나은(?) 영화가 될 수 있을까? 그건 개봉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상]바다의 침묵  (0) 2017.11.04
[감상]블레이드 러너 2049  (0) 2017.10.14
[감상]러빙(2016)  (0) 2017.04.08
[감상]로건(2017)  (0) 2017.03.05
[칼럼]벤야민과 브레송에 대한 짧은 이야기  (0) 2017.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