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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기어즈 오브 워 3 리뷰를 참조해서 봐주시길 바랍니다. (http://leviathan.tistory.com/1474)


매스 이펙트 3, 데드 스페이스 3, 헤일로 3 등등...2011년 전후로 수많은 게임들이 3부작으로 사이클을 완성하였다. 이 사이클은 단순하게 한 프랜차이즈의 3부작 종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011년 전후로 수많은 프랜차이즈가 종결되었던 것은 게임에 있어서 흐름(게임 플레이 방식, 개발 방식이나 소비자들의 문화 등)이 완결되었던 것을 의미하였다. 그로 인해 3부작의 종결은 게이머와 제작자 모두에게 많은 생각거리와 숙제를 남겨주었고, 그 후로 4년이 지났다. 수많은 제작사들은 5년간 다양한 실험을 했었고, 그 실험들로부터 성공과 실패를 거두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과거 3부작으로 마무리 지었던 프랜차이즈들의 새롭게 시작하고자 준비하고 있다(몇몇은 이미 시작하기도 하였다:헤일로 계승자 3부작을 보라) 그 의미는 이제 실험은 끝나고 게임 프랜차이즈의 흐름에 새로운 장이 시작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지금은 그런 의미에서 게임 업계에 있어서 흥미로운 시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어즈 오브 워 4는 그러한 흐름에서 아주 벗어난것 처럼 보인다:게임은 이전 3부작과 달라진 것이 없고, 3편의 리뷰를 인용해서 그대로 다시 리뷰를 풀어내도 될 정도다. 물론 호드 모드 등에서 많은 변화가 생기기는 했지만, 기어즈 오브 워 4의 본질은 전적으로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의 좋은 점들을 현세대에 맞게 재해석 해서 배치하는 쪽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기어즈 오브 워 4는 게임의 완급이나 기존 시리즈의 본질을 훌륭하게 재현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만한 작품이고, 호드 모드의 변화는 게임을 오래 즐기게 만들고 있다. 2016년이라는 이 시기에 기어즈 오브 워 4는 다른 프랜차이즈들과 다르게 너무 구태의연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겠지만, 10년 전에 처음 나왔던 1편의 미덕이 여전히 2016년에도 통용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게임이기도 하다. 


엄폐형 3인칭 슈터의 시조라고 불리던 기어즈 오브 워 1편은 지난 10년간 수많은 엄폐형 3인칭 슈터 게임붐을 일으키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기어즈 오브 워가 게임 플레이 시스템적으로 갖는 입지는 점점 더 줄어들게 되었다.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의 본질은 엄페하고 쏘고 죽이고, 다음으로 넘어가서 다시 엄폐하고 쏘고 죽이고를 반복하는 단순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어즈 오브 워 4는 또다시 엄폐하고 쏘고 죽이는 게임을 만들었는데, 이것만 놓고 보았을 때는 전혀 발전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게임 시리즈가 무려 '10년' 동안 장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10년간 수많은 게임들이 흥하고 망하고를 반복하였지만,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는 정말이지 지독하게도 크게 변하지 않는 게임 프랜차이즈였다. 이 부분을 이해해야만 기어즈 오브 워 4가 어째서 변화하지 않는지, 그리고 앞으로 나올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 역시 크게 변하지 않을거란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 리뷰에서도 쓴 적이 있지만, 전기톱 달린 랜서 기관총의 존재는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를 관통하는 핵심이다:게임이 폭력을 다루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처럼 폭력의 과잉과 고어의 미학에 집중하여 게임을 전개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랜서의 전기톱에 갈려서 선혈과 고깃덩어리로 분해되는 적들과 머리가 터져나갈 때 나는 축축하고 불쾌하지만 시원하게 터저나는 소리들, 끈적하고 불쾌한 적들의 디자인들과 그것을 짓밟을 때의 쾌감 등등 게임은 전적으로 B급 영화 특유의 고어나 바보스럽고 과장된 액션묘사를 인용하여 게임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기어즈 오브 워는 B급 영화의 단순함과 쾌감을 거대 자본과 예산을 들여서 포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빠른 재장전이나 단순하지만 개성넘치는 무기들, 맵의 구성 등에서도 이러한 표현 양식이 돋보이게끔 구성을 하고 있다.


헤일로 시리즈와 비교해보면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는 상당히 흥미로운 대칭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헤일로가 강력한 초인 병사라는 모티브를 구현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뒤트는데 반해서, 기어즈 오브 워는 전적으로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고 몇몇 곁가지만 추가하는 보수적인 방향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본다면 기어즈 오브 워가 기반을 두고 있는 컨셉 자체가 너무 공고하고 강렬하기 때문에, 무언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통용되는 미덕이 있기에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와 4편은 똑같은 내용의 게임을 점점 더 날카롭게 다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기어즈 오브 워 4는 그러한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의 장점을 그대로 들고 온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에픽 게임즈가 피플 캔 플라이와 함께 만들었던 저지먼트가 어중간한 평가를 받는 동안, 신생 제작사인 콜리션이 만든 4편은 그에 비해서 더욱 좋은 평가를 듣는다는 점이다. 이는 기어즈 오브 워 4의 게임 플레이 묘사 자체에서 오는 차이라고 할 수 있다:기어즈 오브 워 4는 게임 중간 중간 이런 과격한 게임을 즐겨온 게이머 조차도 기겁하게 만들정도로 바보스럽고 과격한 싱글 스테이지 연출들이 들어가 있다. 예를 들어 광산에서 탈출하는 시퀸스의 경우, 거대한 채굴 시설에 매달려서 무지막지한 속도로 절벽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여기서 게이머는 엄청난 속도감과 파괴, 떨어지는 적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다. 사실, 이런 식의 롤러코스터식 연출은 이미 과거에도 많이 보아왔던 방식이라 할 수 있는데, 4편의 연출은 언차티드나 여타 게임들의 섬세한 연출 경향을 정면으로 거스르듯이 엄청난 과장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과장이 바로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가 추구해왔던 핵심이라 할 수 있으며, 게임은 최신 언리얼 엔진 4를 이용하여 벼락 폭풍의 기상 효과나 아름다운 자연경관, 스웜의 역겨운 디자인까지 모두 훌륭하게 구현하고 있다.


기어즈 오브 워 4의 싱글플레이는 과격한 파괴의 향연이다. 하늘에서는 적들이 지형을 박살내면서 강하하고, 폭풍은 모든걸 다 때려부수며, 심지어 마지막에는 거대한 헬기 프로펠러로 거대한 보스몹의 머리를 세로로 갈아버린다. 이러한 연출들이 게임 플레이 타임 내내 계속해서 이어진다. 최근의 게임들이 점점 섬세하게 게이머를 컨트롤해서 점점 게임에 빠져들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반해서, 기어즈 오브 워 4는 싱글플레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나 황당하고 압도적인 나머지 게이머가 게임에서 눈을 못때게 만들며 이는 정말로 흥미로운 경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의 스토리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고 할 수 있는데,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있는 것이 아닌 후속작을 대놓고 암시하는 '기기기기'의 이야기 흐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뭔가 이야기가 더 진행될거 같은 시점에서 이야기를 끊어버린다는 점에서 기어즈 오브 워 4의 이야기는 대단히 아쉽다고 할 수 있다.


시리즈 멀티의 핵심이자 꽃이라 할 수 있는 호드 모드는 이전 게임들과 비교해서 많은 발전이 이루어진 부분이다:게이머는 이제 제작물들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으며, 게이머가 스스로 방어하는 거점을 정해서 요새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 작들의 호드 모드에 비해서 전략 전술적인 선택지가 늘어났다. 또한 병과를 선택하거나 거대 보스와 싸우거나 하는 등의 많은 요소들이 추가되었으나, 여전히 호드 모드 특유의 '몰려오는 적들에 맞서서 힘을 합쳐 싸운다'라는 게임 플레이 경험에 머무르면서 게이머의 선택지를 늘리는 방향으로 만들어졌다. 다만 전작(3편)의 호드 모드와 비교해서 아쉬운 부분은 게임에 병과를 추가하고 레벨업 및 카드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게이머가 높은 난이도에 도전하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레벨업과 카드를 모으는 과정을 거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아쉽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기어즈 오브 워 4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구태의연한 게임이지만, 게임의 본질적인 연출 부분을 발전 계승하여 뭔가 미적지근하게 반복된다는 느낌을 떨쳐버린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게임이 너무나 대놓고 후속작을 암시하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호드 모드와 싱글플레이만으로 이 게임은 충분히 값어치를 한다고 할 수 있다.




게임 이야기



조만간 이와 관련해서 글을 써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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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보드 게임입니다. 킥스타트 주소는 여기입니다.


보드게임 자체에 입문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야기에 따르면 보드게임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하나는 수많은 컴포넌트와 카드, 미니어처, 주사위들로 게임을 압도하는 미국식 보드게임(흔히 아메리칸 트레쉬, 아메트레쉬로 불리는)이며, 나머지 하나는 철저한 전략성을 추구하는 유럽식 보드게임이다. 물론 이러한 보드게임의 성향에는 우열이 존재할 수 없다.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 플레이하는가, 그리고 자신의 취향은 어떠한가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자신과 다른 플레이어들이 최대한 만족하는 게임을 구매하는 것이 게임 소비에 있어서 핵심이라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미니어처와 카드, 주사위 등의 다양한 컴포넌트를 쓰는 게임들은 '전략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왜 그런 것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부분은 컴포넌트의 숫자가 늘어날 수록 게임에 경우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고, 이는 게임이 어떤 내적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기 보다는 그저 무작위의 숫자에 의해서 이리 저리 흔들린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는데 있다. 이런 게임들의 대다수는 셔플을 통해 만들어진 카드의 덱과 주사위,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미니어처라는 확률을 통해서 게임에 다양한 변수들을 만들어내어 마치 게임이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잘 셔플된 덱과 주사위가 만들어내는 예측 불가능성은 게이머에게 도저히 납득불가능한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렇기에 주사위 굴림에 대한 보드게이머들의 극단적인 호오는 얼마나 내가 게임을 통제할 수 있는가라는 부분에 대한 취향 차이로도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딥 매드니스는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정말로 전형적인 미국식 보드게임이라 할 수 있다. 문자 의미 그대로 수백개의 잘 만들어진 미니어처와 함께(현재까지 129개의 미니어처가 기본 펀딩에 포함되어 있다), SF와 러브크래프트를 짬뽕시킨 호러 테마, 더 나아가서 몬스터를 조종하는 던전 마스터 없는 완벽한 코옵 게임이라는 점(완전히 게임 내의 로직에 의해서 움직이는 몬스터들)에서 근래 등장하는 보드게임들의 트렌드를 모두 갖고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플레이어블 케릭터들을 '조사자Investigator'라고 칭하는 부분이나 광기 시스템이나 클리어하기 어렵게 게이머를 끝까지 밀어붙인다던가 등등에서 판타지 플라이트 게임즈의 아캄 호러나 엘드리치 호러 계열의 게임으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여진다. 즉, 딥 매드니스에는 전혀 새로운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 리뷰 영상에서 볼 수 있는 딥 매드니스의 핵심은 다른 게임에서 빌려온 플레이에 있지 않다. 딥 매드니스는 단순히 재밌어 보이는 게임들의 룰을 다 합쳐서 그럭저럭하는 게임을 만드는데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요한 점은 딥 매드니스는 자신이 빌려온 모든 시스템들을 합쳐서 다른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을 갖는데 성공했다고 보여진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딥 매드니스가 강한 영향을 받은 아캄 호러 계열의 게임들을 살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호러 테마의 게임으로 분류되는 아캄 호러나 엘드리치 호러, 광기의 저택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소비하는 '공포' 장르의 대중 문화와는 조금 다르다. 공포를 테마로 다루는 장르가 감상자에게 직접적으로 공포를 주는데 집중하고 있다면(VR을 통해서 호러 게임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점을 보자:많은 수의 호러 콘텐츠들은 기본적으로 충격 요법에 근거하고 있다), 아캄 호러 류의 게임에 있어서 공포는 일종의 분위기에 가깝다.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는 으스스한 분위기와 함께, 시시각각으로 플레이어를 옥죄여 오는 다양한 괴물과 상황들이 호러 테마 보드게임을 구성하는 주요한 기제라고 불 수 있다.

그렇기에 그 호러 테마 보드게임 플레이의 핵심은 플레이어는 유능하기는 하지만 강력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게이머가 얼마나 자신이 받는 데미지나 패널티를 잘 통제하는가라는 데미지 컨트롤 부분에 놓여 있다. 예를 들어 광기의 저택의 경우, 던전 마스터 역할을 하는 어플이 게이머에게 지속적으로 데미지와 난관을 무작위로 부여한다. 어떻게 보자면 코스믹 호러라기 보다는 뜬금포로 터지는 우주적 존재의 변덕에 맞춰서 춤추는 코스믹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깝게 느껴지는 광기의 저택은 그러한 난관 속에서도 게임을 이끌어서 목표에 도달해야하고 미스터리를 해결하여 살아남아야 한다는 점에 게임 플레이의 초점을 맞추었다. 그렇기에 시나리오 자체의 완결성을 갖고 있기에 이야기 전개를 모두 알고 있는 플레이어에게도 광기의 저택은 재플레이의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앱이 던저주는 무작위의 시련들이 플레이버 텍스트들을 통해 으스스한 분위기를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자신이 받는 데미지를 제공함으로써 게이머가 이것을 관리하여 이기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딥 매드니스는 호러 테마 게임 특유의 데미지 관리 측면에서 독특한 모습을 보여준다. 딥 매드니스는 맵이 시나리오 진행에 따라서 괴물들에게 집어 삼켜진다던가(결국은 모든 맵이 삼켜지게 된다), 괴물과 근접전을 하면 정신적 피로가 광기로 변화하거나, 삼켜진 맵 위에선 여러가지 패널티를 받는 등의 시스템들을 한데 모아 게임의 기본 난이도를 두 세단계 정도 올려버린다. 또한 딥 매드니스의 몬스터들은 단순하게 플레이어의 정신과 체력에만 피해를 입히는 평범한 몬스터들이 아니다. 각자가 이전의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매커니즘을 갖고 있다:예를 들어 히스테리아를 보자. 히스테리아는 플레이어 케릭터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히지 않고, 플레이어 케릭터에게 '빙의'되어서 빙의된 상대에게 피해를 입히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또한 에픽 몬스터인 내면의 광기는 진입하는 지역을 집어 삼키는 특수효과를 갖고 있으며, 모든 몬스터들은 각자 고유의 방식으로 플레이어 케릭터를 압박한다. 이런식으로 게임은 기본적으로 클리어하기 어려운 구조를 지향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딥 매드니스는 다이스와 덱 셔플이라는 확률의 변덕에 게임 클리어 여부를 걸어두지 않는다. 우리가 흥미롭게 지켜봐야하는 점은 딥 매드니스에서 괴물들이 움직이는 방식이다:괴물들은 각자 고정되어 있는 행동패턴을 갖고 있으며, 게이머와 몬스터가 고정된 순서에 따라서 번갈아가며 게임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히스테리아는 특수행동 후(빙의된 상대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상대에게 빙의된다. 만약 빙의된 상태면 더이상 움직이지 않고 턴을 중지한다), 움직인다 라는 고정적인 패턴을 갖고 있다. 플레이어는 플레이어 카드와 몬스터 카드를 일렬로 수평하게 놓고 토큰을 플레이어-몬스터-플레이어...순으로 나란히 진행함으로써 어떤 몬스터가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즉, 플레이어는 어떤 몬스터가 어떻게 위협이 되는지를 우선적으로 확인한 후, 그에 따라서 전략을 짜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주사위, 스폰덱 등등)을 도입하고는 있지만, 몬스터나 직접적인 위협에 대처하는데 있어서 예측가능한 정형성을 부여함으로써 게이머들이 주사위 결과에 따라서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닌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게임은 그저 클리어하기 어렵게 만들어놓은 것이 아닌 '완벽하게 플레이하면 클리어 가능한 게임'을 지향한다고 할 수 있다:광기 카드와 대칭되는 의식Consciousness 카드를 보자. 몬스터를 광기 영향을 받지 않고 처리하거나 등의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게이머들은 강력한 버프를 얻을 수 있으며 이 버프를 쌓아서 게임 클리어에 방해가 되는 전역 효과를 방지할 수 있다. 즉, 게임을 클리어 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분업하고 협동하여 완벽하게 플레이를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게임이 의도하고 있는 흐름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딥 매드니스의 지향점은 동시에 모든 시스템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흘러가는가가 관건이라 할 수 있으며, 실제 게임 플레이를 해보기 전까지는 이 게임이 성공한다/실패한다를 속단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딥 매드니스는 어디선가 본 것들을 잔뜩 끌어왔음에도 자신만의 독특한 색체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도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알톤 메이어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다. 알톤의 아버지 로이는 아들을 믿는 종교 극단주의자 집단으로부터 아들을 구하기 위해 한밤 중 아들을 데리고 도망길에 오른다. 같은 시간, 알톤의 능력을 알아챈 미국 정부는 국가 안전국의 폴 세비어를 내세워 조사를 벌인다. 조절되지 않는 능력으로 고통받는 아들, 종교 극단주의자 집단과 정부가 동시에 부자를 쫓는 위험한 상황, 아버지와 아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세상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운명을 향해 다가간다.(네이버 영화 시놉시스)


네이버 영화의 시놉시스만 본다면, 미드나잇 스페셜은 거대한 음모론과 추적, SF와 관련된 스릴러 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오해하지 마시라:이런 영화들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네이버 영화 시놉시스가 사람을 낚기 위해서 제대로 사기를 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니까. 제프 니콜스의 필모그래피는 다양한 장르 영화로 구성되어 있는듯 하지만, 제임스 그레이의 영화가 그러했듯이 장르 영화의 테마는 그야말로 '기믹'적인 부분에 불과하다. 영화의 겉을 긁어내보면, 제프 니콜스의 영화는 장르 영화의 공식을 뒤틀어서 가족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미국 남부의 풍광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사랑과 가족들이 한데 어우러진다. 제프 니콜스는 논리적으로는 관계가 없는 풍광들을 한데 묶어서 그 사이에서 관객들이 어떤 '경이'에 젖어들게 만든다. 


모든 거장들이 그렇듯이, 제프 니콜스는 가족의 다양한 면모를 바라볼 줄 아는 감독이다. 그에게 있어서 가족이란 혈연으로 구성되어 있는 공동체의 개념을 뛰어넘는다. 머드의 경우를 보자:머드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과 유사 가족 공동체가 등장하며 그 다양성의 스펙트럼 속에서 묶여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년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에게 있어서 가족이란 하나의 '관계'의 형태이다. 그렇다면 그 관계를 구성하는 핵심은 무엇일까? 머드에서는 그 핵심이 등장하지 않았었고, 등장할 필요도 없었다. 머드는 소년이 성장하는 이야기인 만큼, 소년은 다양한 형태의 사랑과 관계를, 그리고 자신의 세계를 회복시키고자 했었던 주술이 실패하고 세상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다루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드나잇 스페셜은 제프 니콜스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집단의 본질에 근접하였다.


미드나잇 스페셜이 묘사하는 가족의 본질은 '신뢰'이다. 하지만 이 신뢰는 우리가 가족관계에서 경험하는 무조건적인 신뢰(너는 더 위대한 존재가 될 것이다 같은)와는 다른 방식이다:아버지인 로이는 아들인 알톤이 더 위대한 계획의 무언가(농장의 사이비 교도들 처럼)라고 생각하거나, 세계에 위협이 될거라고(NSA 같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유일한 동기는 죽어가는 자식을 살리는 것이다:하지만 자식을 살리는 과정은 상식적이라고 볼 수 없다:명백하게도 알톤이 죽어가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도 로이는 결코 그를 병원에 데려가려 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로이는 자식인 알톤을 '믿고 있다' 그것은 자식이 이러한 역경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식에 대한 신념에 근거한다. 그리고 제프 니콜스는 머드에서 그랬었던 것처럼 신념에 의한 공동체를 다각도로 풀어낸다:알톤이라는 아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 마치 빛이 프리즘을 통과해서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분리되는 것 같이, 알톤은 이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이 믿고 싶은대로 믿거나(농장), 그걸 두려워하거나(정부) 하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상대방을 믿는 것, 미드나잇 스페셜은 그것을 '가족'이라고 본다.


흥미로운 점은 미드나잇 스페셜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알톤이 로이와 가족의 품을 떠나는 것에 대해서 드라마틱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마치 원래 있어야 헀었던 곳으로 돌아가듯이 이야기는 건조하게 이별을 다룬다. 이것은 영화가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신념'이라는 측면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묘사이다:보통의 가족이 서로를 소유하는 유사 자아의 개념으로 바라보았기에 가족의 일원이 다른 곳으로 떠나가는 것에 대해 슬픈 눈길로 바라보았다면, 미드나잇 스페셜의 가족은 타인이라는 전제 하에서 서로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무엇보다도 알톤은 '다른' 존재이니까) 서로를 믿는 공동체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알톤이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 공동체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애시당초에 그들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어져있다는 것을 영화는 신비로운 분위기로 풀어낸다.


미드나잇 스페셜의 플룻에는 논리적인 개연성은 거의 존재하지 아니한다:어째서 알톤은 로이의 자식이 되었고, 농장에서는 왜 알톤을 믿는가? 알톤의 눈을 통해서 들여다보는 빛과 알톤이 온 세계 등에 대해서 영화는 일언반구의 설명을 주지 않는다.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그러한 성긴 플롯들이 신비로운 분위기에 잡혀서 마치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확신을 주는 연출들이다:하늘과 땅이 만나는 너머로 펼쳐져 있는 드넓은 자연 풍광을 통해서 영화는 거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집중한다. 머드를 통해서 보여주었던 아칸소의 거대한 자연풍광이 미드나잇 스페셜에선 루이지애나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점은 영화의 구심점이 되는 알톤의 존재이다:알톤은 저멀리의 우주로부터 오지 않았다. 그는 우리와 함께하지만 보이지 않는 '다른 세계'로부터 왔다. 그 다른 세계는 어디란말인가? 미드나잇 스페셜이 바라보는 세계는 하늘 저 너머를 우러러 보는 수직적인 세계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클라이맥스에서 보여지는 세계는 마치 자연 풍광의 일부처럼 보인다. 어째서 알톤의 존재를 저너머의 미지의 세계로부터 온 것이 아닌 우리와 함께 살아있는 자연풍광의 일부처럼, 신비로운 세계처럼 보여주었던 것일까? 이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대비해서 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인류의 탄생과 소멸에 대한 이야기를 거대한 틀로 풀어내고자 하였다면, 미드나잇 스페셜은 우리 곁에 살아 숨쉬는 경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다. 그렇기에 목성을 향해 여정을 떠났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다르게 미드나잇 스페셜은 서로를 믿는 공동체가 루이지애나의 자연풍광을 향해 떠난다. 그렇기에 영화는 모든 인간적인 소소한 것들이 무화되는 미학(저 너머의 창백한 푸른 점처럼)이 아닌 인간의 중력에 잡혀있는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미드나잇 스페셜은 제프 니콜스의 미학의 연장선에 놓여있으면서도, 장르적인 표현 방식을 자신의 미학에 훌륭하게 접합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이제 슬슬 여유가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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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개인적인 이야기




숨만 쉬고 겨우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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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글을 다 쓰기 전에 연휴가 지나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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