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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The Last and The Only"



30년된 게임 프랜차이즈를 찾기는 드물다. 게다가 30년 동안 꾸준하게 변화를 추구하고, 더 나아가 시대와 맥락에 따라서 이야기를 확장해왔던 게임은 더욱 드물다. 그렇기에 게임 역사에 있어서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가 갖는 의미는 매우 각별하다. MSX 시절의 잠입 아케이드 게임에서부터 PS1의 시네마틱 잠입 액션 게임으로, 그리고 휴대용 기기에 걸맞는 잠입 액션 게임까지, 메기솔 시리즈는 항상 시대와 자신의 플랫폼 아래에서 자신을 바꿔왔었고, 그것이 항상 성공적이진 않았더라도 시의적절한 맥락을 갖추고 있었다. 또한 '아직까지도 게임에는 성숙한 주제가 다뤄지지 않았다'는 코지마 히데오의 명제 아래서, 메탈 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이야기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영화, 다양한 대중문화 컨텍스트들과 함께 철학적인 코드를 인용하는 야심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러한 시리즈가 이번작인 팬텀패인을 마지막으로 사라지게 된다:물론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코나미는 지난 몇년 동안 자사 프랜차이즈를 조금씩 셧다운시고 있으며, 팬텀패인을 마지막으로 모든 트리플 A 게임의 개발을 중지시키려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팬텀패인은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이 시리즈에 있어서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작품The Last이 되었다.


코지마 히데오는 게임의 궁극적인 모습을 오픈월드-샌드박스로 보았다:거대한 세계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할지 결정하고 자유롭게 뛰어논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여지껏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오픈월드'였던 적이 없었다. 콜옵식의 롤러코스터형 레일 슈터까지는 아니었지만, 게임은 분절된 스테이지로 나뉘어져있고 그 스테이지와 스테이지 사이를 오가면서 게임을 진행하는 쪽에 가깝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메기솔 시리즈의 핵심은 거대한 풍광을 구현해내고 그 속에 놀거리를 꽉꽉 채워넣는 것이 아니었기에, 이에 대해 사람들이 많은 걱정을 갖고 있었다. 오픈월드-샌드박스는 단순하게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게임이 아니다:오픈월드-샌드박스 게임이 고질적으로 버그 문제로 고생하는 것을 생각해보고 여지껏 실패했었던 샌드 박스 게임이 많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문제는 뚜렷하다 할 수 있다. 심지어 잠입 액션 게임의 경우에는 어크의 문제처럼 '거대한 공간에서 잠입을 한다는 감각을 구현하기 쉽지 않은' 문제도 있다:잠입 액션 게임의 매력은 밀도가 높은 스테이지를 어떻게 클리어하는가라는 밀도라는 측면의 문제가 있으며, 그러한 밀도를 유지하면서 오픈월드라는 거대한 공간을 구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팬텀패인은 메기솔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위치에 있는 동시에 어려운 시도를 한다:이 시리즈 최초의 오픈월드-샌드박스라는 최초이자 유일한 시도The Only를 꾀하고, 잠입 액션 게임과 오픈월드의 결합이라는 쉽지 않은 목표를 달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팬텀패인은 메탈기어 솔리드의 마지막이자 유일한 작품The Last and The Only으로써 이 시리즈에서 갖는 위치는 매우 각별하다 할 수 있다. 그리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게임은 그에 걸맞게 뽑혀나왔다:요즘 트리플 A 게임들 특유의 과대포장된 부분이 아예없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거대하다. 이 게임이 이 시리즈 최초이자 마지막 오픈월드-샌드박스 게임이라는 목표를 훌륭하게 성취하였고, 잠입 게임에 있어서 오픈월드-샌드박스가 훌륭하게 접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팬텀 패인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오픈월드와 샌드박스의 장르적인 특질에 대해서 간략하게 고찰하여야 할 것이다:오픈월드-샌드박스 게임들은 거대한 공간을 만들어내되 그 속을 콘텐츠로 꽉 채워넣어야 한다는 난제를 해결해야 좋은 게임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러한 오픈월드-샌드박스 게임들의 내부 로직을 우리는 공간적인 측면인 '점, 선, 면'과 게임의 방법론적인 측면인 '선택지'로 나누어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폴아웃 시리즈의 변화를 보자. 폴아웃 1과 2편에서 공간은 전적으로 선과 점의 공간이었다. 게이머는 유의미한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동할 때 점에서 점으로,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선의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폴아웃 3에서는 이 모든 것이 바뀌게 되며 정석적인 오픈월드-샌드박스 게임을 정립한다. 엘더스크롤 시리즈의 강점이 결합되어서 게이머는 이제 점이나 이동 경로인 선을 넘어서 거대한 '면'을 마주하게 된다. 물론 일반적인 도로의 개념이나 도시, 마을 등의 점이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중요한 것은 도로 바깥의 황야를 게임에 도입함으로써 게이머는 이제 이동 경로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게 되었고, 거대한 세계를 터벅터벅 걸으면서 독특한 장소를 찾아내는 재미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공간적인 측면을 넘어서 게이머가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지'를 다양하게 부여함으로써 게임을 다각적으로 접근하게 만드는 샌드박스적인 개념도 폴아웃 3에 포함되어 있다. 그렇기에 면적인 공간의 추가로 게임은 더이상 선형적이 아닌 비선형적인 흐름을 띄게 되고(물론 스토리 등의 큰 동선은 선형적으로 봐야 한다), 이는 게이머가 직접 발로 걸어다니면서 게임 속의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접근을 달리하거나 등의 넓은 안목과 선택지를 제공한다. 


팬텀 페인 역시도 오픈월드-샌드박스 특유의 성질들을 지니고 있다. 게임은 아프가니스탄과 중앙 아프리카로 크게 두개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각의 맵은 검문소, 병영, 기지, 마을 등의 점과 이들을 연결하는 선, 그리고 점과 선 바깥의 면 개념으로써 야생의 광야로 나뉘어 진다. 하지만 팬텀 페인의 경우에는 이 광야의 존재감이 매우 미미하다:게임의 대부분은 선과 점에서 이루어지며, 이 광야에서 그 어떤 특별한 이벤트나 놀거리도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팬텀 페인에서 이 텅빈 공허한 공간이자 면적 개념인 광야는 어떻게 본다면 게임 공간 활용의 미숙함을 드러내는 부분이라 주장할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하지만 사실은 이 '빈 공간'의 존재 덕분에 게임은 유의미한 공간인 선과 점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게이머는 이제 기지나 초소에 침투를 할 때, 선형적으로 정해져있는 루트를 따라서 침투하는 것이 아닌 기지와 초소를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침투 경로를 계산하며 목표에 어떻게 접근할지 궁리하게 된다. 텅빈 공허한 공간이 역으로 집중해야 할 공간을 다각적으로 바라보고 접근할 수 있는 큰 시야를 제공하는 장치로써 기능하는 것이다.


오픈월드-샌드박스에서의 잠입은 흔치 않지만, 선례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파크라이 시리즈의 초소 점령전이 그 대표적인 예다. 게이머는 초소를 점령할 때 정글을 이용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탐색하고 제압할 적들을 면밀하게 관찰한 뒤에 능숙한 포식자처럼 한 명 한 명 조심스럽게 처리해야한다. 심지어 팬텀 페인과 파크라이 시리즈는 적들을 인지할 때, 마킹을 사용한다. 그렇기에 이 둘은 전반적인 게임 플래이 자체에서 비슷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팬텀 페인과 파크라이 시리즈의 잠입이 본질적으로 잠입을 할 때의 템포와 게임 내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파크라이 시리즈는 재빠른 재압에 기초하고 있으며 한 타겟을 제거하고 다음 타겟을 빠르게 제압하는 속도전에 초점을 맞춘다. 게임 내에서 상대의 시야에서 숨는 잠입의 기제는 대단히 간략하며, 적들의 반응도 단순하고 게이머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오로지 살상으로만 처리해야 하는 점)도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팬텀 페인은 다르다. 팬텀 페인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적들의 다채로운 반응이다:적들의 시야는 이제 매우 넓어져서 주간에는 60미터 바깥에서 게이머를 인지하고, 야간에는 30미터 바깥에서 게이머를 인지한다. 순찰을 돌다가 자원 박스가 사라진걸 인지하면 침입자가 있다고 판단하여서 곧바로 보고를 하고, 심지어 통신 중인 적을 제압하면 사령부에서 적이 있다고 판단하고 경계 태세로 곧바로 돌입하며, 단순히 한 초소의 경계만 울리는 것이 아닌 전체 초소의 경계가 강화되는 등의 녹록치 않은 모습을 보인다. 그렇기에 게이머는 빠르게 상대를 제압하기 보다는 초소나 기지 외곽에서 상황을 보고 판단하고 신중하게 계획을 세워서 움직여야 하며, 이런 점에서 팬텀 페인의 게임 플레이 밀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그리고 느리지만 밀도가 높은 팬텀 페인의 흐름은 이전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도구들과 방법론에 의해서 해쳐나가게 된다. 이전의 시리즈들이 잠입을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살상 제압이나 전면전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게 구성이 되었다면, 팬텀 페인에서는 게이머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선택지를 존중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팬텀 페인은 전통적인 비살상 무기나 설치형 무기 이외에도 전면전에 활용할 수 있는 지원용 헬리콥터나 차량, 게임 플레이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버디의 존재, 심지어는 기지로부터 폭격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등의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해두었다. 이러한 선택지들은 게이머가 게임을 풀어나가는데 있어 준비단계에서 핵심적인 전략이 되기도 하고, 임기응변식의 해결책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저택에서 코드 토커를 빼내는 미션을 예로 들어보겠다:코드 토커의 저택까지 빠르게 잠입한 이후, 본인은 코드토커를 들고 저택을 다시 빠져나올 때 지원 헬기를 부르고 지원헬기가 적들의 이목을 끌고 있을 동안 D독이 마킹해놓은 적들을 요리조리 달려서 피하면서 빠르게 탈출하는 전략을 사용하였다. 또한 총쏘는 것이 즐겁고 상쾌한 방향으로 변화하여 예전처럼 한발 한발 신중하게 당기는 것이 아닌 3인칭 숄더뷰에선 일반적인 TPS의 느낌으로, 1인칭 시점 조준에선 이전과 같은 신중한 게임 플래이를 할 수 있는 모습을 통해서 게임 자체가 양측 모두를 존중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게임은 궁극의 1인 비살상 잠입에서부터 본부로부터 온갖 화력 지원을 받아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까지 메탈기어 시리즈 뿐만 아니라 다른 오픈월드-샌드박스 게임을 모두 찾아보아도 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면서 밀도높은 선택지를 제공한다.


게임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대신에 게임 내에 자원-경제시스템을 구축해놓는다. 풀톤 회수 시스템을 통해서 물자를 약탈(?)하며 헬기로 중간 물자보급을 받고 GMP 개념을 통해서 물자를 확보하고 사용하며, 게임 플레이에 필요한 장비 연구를 진행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는 시스템을 확립한 피스워커의 경제 시스템을 팬텀 페인은 더 폭넓게 확대 적용한다. 이제 게이머가 출격할 때, 장비들은 피스워커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은 양의 GMP를 소모하며 특정 장비들은 특정 자원(광물이나 약초 자원 같은)을 소비하게 된다. 대신에 그만큼 게임의 경제 규모도 커지게 되었다:GMP를 확보하기 위해서 분쟁지역에 용병을 보내는 전투 배치의 경우 다양한 자원도 함께 확보하게 되며, 실시간으로 마이닝을 통해서 자원이 확보되는 시스템도 확립되었다. 지원 헬기를 부르거나 폭격을 요청하거나 장비를 바꾸거나 하는 등의 자잘한 행동에도 모두 자원이 투입되기는 하지만, 그만큼 벌리는 것도 많아지니 이로 인해서 부담된다는 느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모인 자원을 GMP로 환산하고, 이 GMP를 토대로 폭격 같은 걸 무식하게 때려박아서 어떻게든 클리어하는 전법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전작들에 비해 유저 진입 난이도는 대폭 낮아졌다고 할 수 있다. 


전작과 다르게 게임은 FOB 미션이라는 독특한 경쟁 협동 멀티 모드를 도입한다:이제 게이머는 다양한 해역에 자신의 마더베이스 분점(FOB)을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게이머는 전투 배치를 할 수 있는 병사의 수를 늘리고 자원을 채굴하며 전체적인 기지의 각 부서원들을 늘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FOB는 역으로 온라인 상에 연결되어 있는 다른 게이머에게 공격받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온라인 상에서 게이머는 상대의 기지에 침입해서 자원과 병사를 풀톤으로 회수할 수 있으며, 상대는 이를 막기 위해서 여지껏 연구한 장비들을 경비팀에 보급하여서 상대의 침입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침입 당한 측에서 곧바로 FOB로 귀환해서 상대방과 접전을 벌이거나, 동맹을 맺고 침입한 상대를 동맹 플레이어가 상대하는 등의 다양한 멀티 상황이 등장하기도 한다. 메탈기어 온라인이 아직 서비스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 FOB 멀티 시스템은 메탈기어 시리즈의 전통적인 잠입 플래이를 여지껏 선례를 찾아보기 힘든 상대와의 잠입 경쟁 플레이의 형태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다만 PC판의 경우 핵이 너무 심하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디고 하다.


게임은 60프레임으로 진행되며, 모션의 경우는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하다할 수 있다. 성우의 경우에는 키퍼 서덜랜드를 기용하긴 하였지만, 키퍼 서덜랜드 보다는 카즈나 오셀롯 성우의 목소리를 들을 일이 더 많다. 대신에 전작들의 경우에는 대사에 있어서 각 지역의 방언을 살린 영어 더빙이었지만, 이번 팬텀 페인의 경우에는 각 지역의 고유 언어들이 그대로 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 게임 상의 스토리에 있어서도 이는 매우 중요한 소재이기 때문에 제작진이 이를 신경써서 훌륭하게 잘 살렸다고 칭찬하고 싶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팬텀 페인의 스토리다:기존의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들이 영화적인 연출(이라기 보단 쌈마이 스러운 연출)을 중요시하다 보니 게임을 하는 것보다 영상을 보는 시간이 더 길어졌었고, 그 결과 메기솔 4의 악명높은 2시간짜리 엔딩 같은 참사 아닌 참사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 때문인지 코지마는 이번에 최대한 그러한 것을 억제하고자 노력하는 흔적을 보여주었다:배경 설정은 미션외의 카세트 테이프로 대체하고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흘러가는 대화나 무전의 형식으로 배치함으로써 게이머가 단순히 보기만 하는 영상이 아닌 중요하게 생각하면 그냥 듣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이야기를 최대한 빼버렸다. 하지만 그 결과 메기솔 특유의 쌈마이한 맛은 사라져버리고, 현학적인 동시에 생각할만한 거리들이나 이것이 시리즈의 정체성이다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희석되어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게이머가 접하는 것의 60% 정도는 카즈가 싸이퍼와 스컬페이스 타령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이야기들은 이전 메기솔들과 비슷하게 흥미롭고 중요하며 동시에 장황하다. 단순하게 이야기를 메인 미션에서 제외하는 것이 아닌, 좀 더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게임 미션에 결합시키는 노력이 필요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챕터 1의 구성과 2의 구성이 너무나도 차이가 난다: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챕터 1까지는 이야기하는 바가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한다면 챕터 2는 팬텀 페인과 메탈기어 1편(80년대의 바로 첫번째 작품) 사이의 간극을 채우는 미싱 링크적인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이 미싱 링크가 역으로 더 많은 미싱 링크를 만들어내버렸다. 몇몇 인물들은 중요하게 취급당하면서도 아예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리고, 미싱링크로써 팬텀 페인이 점하는 위치를 분명하게 밝히면서도 미싱 링크와 메탈기어 원년 사이의 행보에 대해서는 무엇하나 분명하게 밝히지 않는다. 팬텀 페인은 게임 자체는 완성되어 있지만, 정작 게임의 스토리가 완성되어 있지 않은 기이한 모양새가 되어버린 것이다.(그리고 이는 2부에서 좀더 자세하게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팬텀 페인의 재미나 게임적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속시원하지 않게 끝났다는 점에서 뭔가 껄끄럽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메탈기어 솔리드 팬텀 페인은 30년 간의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 역사의 최정점인 동시에 최고봉에 섰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스토리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게임은 아쉬운 것 투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잠입 액션과 오픈월드-샌드박스 게임에 있어서 이정도의 성취를 얻어내었다는 점에서 팬텀 페인의 가치는 여전히 높게 평가할만 하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엉망진창이라 할 수 있었던 코지마 히데오 감독과 코나미의 관계 및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작품을 만들어낸 코나미 제외 코지마 및 이하 제작진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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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패인 리뷰 쓰고 있으니 조만간 뵙죠.



추석에 쓸 수 있을때 최대한 많이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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얍얍 땜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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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앞으로 10년간의 게임업계가 데몬즈 소울, 다크소울 시리즈 및 블러드본 시리즈에 진 빚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소울 시리즈와 그 직계와 방계의 작품들은 과거의 게임들의 미덕인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만들고 친절하지 않은, 도전욕과 성취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점점 게임의 대중화를 부르짖으면서 떠먹여주거나 단순히 몬스터의 피통만 늘리고 피해 데미지만 늘려서 난이도를 올렸다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트리플 A 게임이 많은 트렌드 속에서 소울 시리즈는 수많은 게이머들과 제작자들에게 영감을 심어준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많은 게임 제작자들이 소울 시리즈에 경의를 표하며 밴치마킹하였고, 제작사인 프롬소프트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소울 시리즈의 유전자와 사상은 이제 하나의 고유한 게보를 이루었다. 위처 3의 전투 시스템이나 노골적인 파생작을 주창한 로드 오브 폴른 등의 작품들은 이러한 계보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크 소울 시리즈의 문제는 그 게임 자체가 하나의 '완성형'에 가깝다는 데 있다:사실 다크 소울 프랜차이즈나 데몬즈 소울의 경우에는 게임 자체의 절묘한 벨런스를 제외하면 게임의 발상 자체는 간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밀도가 높은 맵에 적들과 함정을 배치하고, 게이머가 시행착오를 통해서 이를 클리어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시행착오를 통해서 최적의 공략루트를 발견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성취감을 주는 것, 화려하게 치고받기 보다는 한 수 한 수를 읽고 그에 따라서 현명하게 대처하고 자원을 관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소울 시리즈의 본질이다. 하지만 역으로 이 단순한 철학은 게임의 완성도를 보장하지만 시리즈가 만들어질 수록 게임의 세밀한 밸런스 조정 이외에는 큰 변화를 만들어내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그렇기에 프롬 소프트는 블러드본이라는 돌연변이를 만들어내었다:죽이지 못하면 죽는다, 뺏지 못하면 빼앗긴다라는 극단적으로 공격적이며 아슬아슬하며 유혈낭자한 게임 플레이 속에서 프롬은 다크소울이라는 게임의 형식이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과 스토리텔링의 완숙함(러브크래프트식의 스토리텔링과 분위기, 고딕 호러의 절묘한 조합)을 갖추는데 성공하였다. 더이상 소울 시리즈라는 하나의 포멧과 철학이 아닌, 다른 변종을 만들어냄으로써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역량을 블러드본을 통해 프롬은 갖춘 것이다.

그렇기에 다크소울 3편은 의미심장하다:소울 시리즈의 변종인 블러드본을 통해서 거둔 프롬의 성과가 역으로 다크소울에게 적용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블러드본의 무기 형태 변화와 유사하게 자세를 통해서 새로운 형태의 조작 체계를 구성한 점이나, 마법을 데몬즈 소울 시절의 마나 체계로 돌린 점 등은 게임은 자신의 선조와 변종을 통해서 새로운 형태의 게임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즉, 다크소울 3편은 일종의 변증법적인 정반합의 테제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기본적인 소울 시리즈의 철학에 자신의 극단적인 변종인 블러드본이나 선조인 데몬즈 소울을 첨가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게임을 만들어낸다. 여전히 시리즈이면서도 시리즈가 아닌, 새롭지만서도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시도가 성공적이라고는 장담할 수는 없다. 블러드본의 극단적인 전투 시스템이 소울 시리즈 특유의 한 수 한 수 읽어내는 전투 시스템과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총을 통해서 상대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막아내고 내장뽑기로 일격에 상대를 처리한다, 그리고 내가 빼앗긴 체력은 상대로부터 다시 빼앗는다 라는 공격성은 방패를 올리고 빙글빙글 돌며 상대방을 공략하는 일이 많았던 소울 시리즈의 흐름에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소울 시리즈도 이도류나 다양한 옵션을 통해서 극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플래이 스타일을 장려하기는 했었지만, 자세로부터 파생되는 필살기 형태로 게임 전투 흐름을 크게 바꾼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소울 시리즈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미야자키 히데타카 디렉터가 지휘봉을 잡고 있기에 그 걱정은 덜한 편이지만, 다크 소울 3편에 대한 기대와 걱정은 반반이라 할 수 있다.

다크소울 3는 2016년 4월에 한국 발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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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래픽과 오픈월드 암살이라는 기믹을 들고나온 어쌔신 크리드 1편은 당시로써는 혁신적인 게임 디자인과 컨셉이었다. 수많은 군중들과 뛰어난 그래픽, 그리고 듣는 것만으로도 놀랍게 느껴지는 컨셉들(넓은 세계를 배경으로 자유롭게 임무를 부여받고, 자유롭게 은신하여 자유롭게 암살한다)은 게이머들이 어쌔신 크리드라는 작품에 대해서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또한 현실과 가상현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복잡하게 섥혀있는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과 기대를 끌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었을 때, 어크 1편은 컨셉과 게임 플레이 사이의 괴리가 심해서 문제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오픈월드라는 거대한 공간은 그 사이를 매꿀 수 있는 콘텐츠의 부족이라는 문제와 함꼐 연결되어 사람들을 지루하게 만들었고, 게임은 오픈월드 암살이라는 기믹보다는 벽을 타는 파쿠르 플랫포밍에 초점에 맞춰졌다. 이야기는 또한 어크 프렌차이즈가 앉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두개의 축을 갖고 있는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위태로운 균형을 맞춰야 하며, 이것이 실패할 경우 어느 한쪽은 다른 한쪽에 종속되거나 존재감이 사라진다는 문제가 있게 된다. 어크 1편은 바로 이 문제가 심각한 게임이었다. 알테어와 데스몬드 사이에서 흔들리는 이야기는 게이머가 실제적으로 플래이하는 알테어 쪽에 무게를 실어주고, 훗날 이 문제는 지속적으로 어크를 괴롭히게 된다.


어크 1편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어크 시리즈가 갖고 있는 문제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상징과도 같은 게임이었다. 하지만 후속편이 나올까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나온 2편은 어크 시리즈가 갖고 있는 강점들과 매력을 부각시키면서 어크 시리즈를 안정적이고 거대한 프랜차이즈로 만드는데 안착시킨다. 어크 2편은 에지오라는 매력적인 주인공을 구심점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화려한 건축물을 타고 오르는 재미를 구현하는데 집중하였다. 암살이나 잠입 같은 기믹보다는 르네상스와 어크 특유의 화려한 그래픽, 그리고 암살검과 다양한 무기를 사용한 전투 시스템 등을 통해서 게임은 1편과 다른 게임을 만드는데 집중한다. 어크 2는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인 '역사적인 장소를 탐험하고 실제로 올라가서 정복하는 것'이라는 게임의 컨셉을 실제적으로 정립하였다. 하지만 유비소프트는 여기서 머무르지 않았다:브라더후드에서는 암살단 육성과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방식의 숨바꼭질 형식의 멀티플래이 등을 가미하는가 하면, 리벨레이션에서는 어크 시리즈가 근원적으로 갖고 있었던 스토리의 문제(시간 축이 분리되어 이입이 힘들다는 점)를 보완하는 이야기를 구성하기도 하였다. 또한 에지오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3편에 걸쳐서 집중 조명하면서 사람들이 케릭터에 이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3편과 4편을 통해서는 해전의 추가와 함께 '이 시대에서 할 수 있는 재밌는 놀거리'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자 애썼다.


어크 2편 에지오 트릴로지를 통해서 유비소프트는 그 자신의 강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기존의 프랜차이즈가 있으면 그로부터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덧붙이고자 하는 혁신의 자세다. 실제로도 이 시기에 유비소프트는 스플린터 셀:컨빅션이나 레인보우 식스 베가스, 파크라이 2와 3 등을 통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단순하게 현재에 안주하는 것이 아닌 개념의 단계적인 확장과 시행착오를 통한 걸러내기를 통한 성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유비소프트는 여기서 각각 프랜차이즈들의 강점을 다른 프랜차이즈에 이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는 훗날 양날의 검의 형태로 유비 소프트 제작 게임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었으며, 어크의 경우에는 유니티의 몰락으로 귀결된다.


사실 어크 유니티의 몰락은 리벨레이션, 3편과 4편에 걸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많은 사람들은 4편 블랙 플래그가 재밌다고 생각할 것이며, 실제로도 어크 유니티보다도 3편이나 블랙 플래그가 더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어크 4편 블랙 플래그의 재미가 어떻게 보면 '어크답지 않은 부분들'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대했던 도시와 유적들을 파쿠르로 타고 오르며, 그 시대에만 할 수 있었던 것들을 즐긴다는 어크 시리즈의 재미와 매력은 3편과 4편에서는 다소 독으로 작용하였다. 식민지 미국 시대의 보스톤은 사실상 고만고만한 건물들이 모여있었던 동네였으며, 블랙 플래그에는 아예 '도시'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마을들이 넓게 산개하였다. 대신에 게임은 배를 몰고 나가는 해전의 추가와 자연풍광의 추가 등을 통해서 게임을 어크답지 않은 방향으로 끌고 나가고자 하였다. 특히 4편의 경우, 해적질이라는 콘텐츠를 통해서 이전의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게임 플래이와 바다라는 세계를 만들어내었지만, 정작 어크라는 게임에서는 점점 멀어지는 형태로 변화하였다. 이는 리벨레이션에서 보여주었던 도시 기반의 콘텐츠들이 가졌던 한계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어크 시리즈의 몸부림이었다. 2편과 브라더후드에 걸쳐서 보여주었던 도시 기반의 콘텐츠들은 리벨레이션에 와서 더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3편과 4편은 그러한 흐름으로부터의 탈출하기 위한 시도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크 시리즈는 프랑스 혁명기의 파리를 택하면서 다시 거대한 도시라는 리벨레이션 이전의 노선을 채택한다. 물론 어크 로그 같은 노선으로 3편과 4편의 흐름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피카레스크 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써 데스몬드 일가의 족적을 따라간다고는 할 수 없었기에 이를 정통적인 흐름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유니티의 경우에는 PR과 실제 게임의 차이, 버그나 최적화 문제도 심각하긴 심각했지만 어크가 갖고 있었던 잠재적인 문제를 여지없이 드러내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도시는 거대해지고 화려해졌지만 정작 게임 자체는 변화하지 않았고, 이야기는 그 시대의 매력적인 부분을 재현하였던 과거의 작품들에 비하면 엉망진창이었다. 또한 유비 소프트 특유의 자사 다양한 프랜차이즈들의 장점과 UI를 지속적으로 서로에게 접목시켰던 것이 어크 유니티에는 독으로 작용하여 '이게 어크인지, 아니면 유비소프트가 만들어낸 또 다른 양산형 게임인지' 구분이 안된다라는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유니티의 문제는 어떻게 보면 어크 시리즈의 문제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게임이기는 했었지만, 단발적인 실패라고도 치부할 수 있다. 실제로도 유비소프트는 유니티의 실패(물론 일련의 게임들의 연속적인 실패도 있었지만)를 기반으로 퀄리티를 보장하는 게임 개발 프로세스나 PR을 실제 구동에 맞추는 등의 다양한 정책적 변화를 약속하고 이것을 시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와 별개로 어크의 매력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십자군 전쟁에서부터 르네상스 시대, 미국독립 혁명, 해적 시대, 프랑스 혁명까지. 어크의 시대는 점차 '현대'로 이행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게임은 점점 자신의 고유의 색깔을 잃어가고 있다:어크 특유의 공중 암살과 근접전투는 총기의 발명과 보급이라는 역사적 트렌드 속에서 점차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으며, 현대로 넘어갈 수록 게임 내의 콘텐츠 역시 다른 여타 오픈월드 게임과 비슷해지고 있다. 즉, 어크의 강점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스토리라는 매력이 있던 부분도 유니티를 통해서 그 약점을 여실히 드러낸 바(민감한 사항을 직접적으로 건드리기 거부하고 통속적으로 풀어내려 한 점), 유니티를 통해 이 어크라는 프랜차이즈 자체가 몰락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빅토리아 시대를 기반으로 한 신디케이트가 올 10월에 발매될 예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신디케이트의 게임 내용 역시 기존의 어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그래플링 훅 같은 오픈월드 파쿠르 게임의 최신 트렌드 아이템을 들고와서 점차 자신만의 고유의 정체성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게임은 아직 발매까지 한달이 남아있지만, 어크:신디케이트에 대한 기대보다는 걱정과 우려가 더 앞선다고 할 수 있다. 유비소프트 자신들은 어크 등의 자신만의 콘텐츠를 이용해서 테마파크를 만들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그때까지 어크 시리즈가 안 망하고 버틸 가능성은 대단히 불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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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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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헌터 팬으로서 크로스에 대해서 반가운 부분이자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게임의 초점이 점점 플래이어 외적인 부분(몬스터, 주변 환경 같은)에서 게이머의 플래이 스타일(모션이나 단차 공격 같은)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3편의 경우에는 2차원적인 움직임에 Z축(수영)의 개념을 추가하였고, 4에서는 이것을 편리하게 오르고 내리는 단차의 형태로 구현하였다. 하지만 크로스에서는 3과 4에서 보여준 움직임의 흐름과 달리 스타일의 선택에 따라 모션이 달라지거나 필살기를 선택할 수 있는 등의 급격한 변화를 주어서 플레이어의 파워 플레이에 방점을 찍는 형태로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 본인은 필살기가 가져다 주는 상쾌함과 전략적인 선택지의 증가는 반길만 하다고 보지만, 기존의 게임 플레이 스타일과 크로스 사이에서 오는 괴리, 게이머에게 많은 수단을 줌으로써 몬스터 헌터라는 게임 시스템의 벨런스가 붕괴할수도 있다고도 걱정하고 있다.


물론 필살기와 게이머의 선택에 따른 게임 스타일의 변화가 몬스터 헌터에 어색하다는 것은 아니다: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기본적인 시스템 모티브는 시스템 자체의 불친절함과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판단, 상황에 따른 장비의 세팅, 그리고 아이템의 조합과 준비다. 오히려, 체험회 등지에서 이야기되는 몬스터 헌터 크로스의 스타일 시스템은 무조건 장점만 주는 것이 아닌 스타일에 따라서 장단점이 뚜렷하게 부각되는 형태이며(태도의 경우 에어리얼 스타일을 선택시 기인베기가 무조건 '공중에서만' 나가게 된다), 4편의 단차를 통해서도 단차와 올라타기 공격이 만능이 되지 않게 조정한 모습도 보였기에 스타일 시스템이 게임에 잘 어울릴 가능성도 높다.


사실 필살기의 개념 자체는 몬스터 헌터 시리즈 자체에서도 꾸준히 발견되는 개념이었다. 대표적으로 대검과 건랜스가 있다:대검의 경우에는 차지 공격, 건랜스의 경우에는 용격포라는 강한 한방이 있다. 물론 이 둘의 운용 방법은 다르지만, 강력한 일격으로 몬스터를 경직을 넣어서 멈추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플레이어들을 매료시킨 무기군이다. 그렇기에 몬스터 헌터는 지속적으로 신무기 군에 '강력한 한방을 갖추되~ '라는 특성을 지닌 무기를 추가해왔다. 3의 슬레시 엑스라던가, 4의 차지 엑스 같은 물건이 이러한 흐름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또한 크로스가 주창하는 '스타일리쉬하게 움직한다'라는 개념은 이미 몬스터 헌터의 시스템 및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일반적인 개념이었다. 몬헌 특유의 장비를 통한 특성의 발현, 단지 패시브 스킬 한두개 추가한 것 뿐인데도 게임 자체가 변화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게임 특유의 시스템은 몇몇 '고도의 정밀한 컨트롤을 위한 세팅'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흔히들 질풍 랜서로 분류되는 회피+2를 띄운 랜서들이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스텝에 무적시간을 붙임으로써 가드하지 않는 랜서, 모든 공격을 오로지 스텝으로만 피하는 랜서들의 존재는 이미 몬스터 헌터 때부터 유명했었다. 그외에도 다양한 패시브 스킬 셋들(보머+수면 한손감=폭탄 살인마, 화사장력+보우건=종이비행기에 엄청난 화력을 가진 거너 등등)을 통해서 게이머의 움직임을 패시브 스킬이 보완하는 형태로 몬헌의 시스템은 구축되어 왔다.


크로스는 여기에 좀더 엑티브하게 움직일 수 있는 요소들을 던져주었다. 크로스는 몬헌 특유의 장비, 호석, 아이템이나 조합 시스템이 아닌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엑티브 스킬의 추가와 새로운 패시브 스킬의 추가로 플레이어가 게임을 통제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추가한다. 이렇게 본다면 크로스는 여전히 몬스터 헌터의 전통에 서있으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과거 츠지모토 료조 프로듀서가 몬헌 1에서 2로 넘어갔을 때의 아쉬움(동어반복적인, 진정한 후속작이 아닌)을 토로한 것이, 결국 3편의 수상전이나(결국 실패했지만, 여기서 몬스터 스테미너나 포식 시스템이 정립된다) 4편의 단차 개념을 통해서 '전통에 기반하지만 과격할 정도의 변화'로 이어졌다. 크로스가 그러한 흐름에 훌륭하게 부합할 수 있는지, 아니면 실패하게 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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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드니까 땜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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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즈온 카테고리는 게임 리뷰 전의 일종의 프리뷰를 다루는 글 카테고리입니다.

*중간에 시리즈 정리한 글은 제가 썼던 글을 인용하여 올리는 글입니다.

*정식 리뷰는 두편으로 나눠서 따로 올라갑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나미와 코지마의 불화는 어떤 의미에서 전설적이었다:요즘같이 모든 정보들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파급력이 강한 세상에서 어떻게 이런 이전투구식의 싸움이 게임이 개발되는 중에, 그것도 모든 게임 팬들과 미디어가 지켜보는 와중에 일어날 수 있을까? 한 때 시대를 이끌었다고 평가받고 지금도 자기만의 독특한 철학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 게임 디자이너를 단지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그렇기에 팬텀패인은 단순하게 게임 그 자체가 아니라 일종의 메타적인 상징을 갖게 되었다:버려진 게임 개발자와 버러진 병사, 그리고 버려진 자들의 복수. 아이러니하게도 팬텀패인의 훌륭한 평가들은 코지마의 코나미를 향한 마지막 복수처럼 보인다. 퇴물로 취급받는 게임 개발자가 어떻게 게임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오픈월드라는 개념에 대해서 코지마가 비상한 관심을 보였던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게이머가 스스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판단하고 정하고, 게임 내의 모든 것이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이 된다는 오픈월드-샌드박스, 사실은 분리하기 힘든 이 두 개념은 거대한 환경을 스크린 상에서 구현해내는 기술적인 부분과 거대한 공간을 채우는 철학이자 게임 디자인적 부분, 양측 모두에서 일정 이상의 성과를 얻어야만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다. 그렇기에 빠르게 사라져버린 많은 게임들이 오픈월드-샌드박스를 만들고 실패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다. 팬텀패인에서 사람들이 우려한 부분은 코지마가 뛰어난 게임 디자이너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커리어가 전적으로 제한된 스테이지 형식의 게임에 집중되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팬텀패인은 그러한 문제를 훌륭하게 극복하였다. 시간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기상 상황, 거대한 사헬란트로푸스가 맵상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점 등등에서 기술적인 쾌거를 볼 수 있다. 또한 피스워커의 뒤틀린 분신이자 완성형태로써 게임은 피스워커의 유전자를 갖고 오면서도 오픈월드-샌드박스의 게임 시스템을 훌륭하게 메탈기어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스토리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미 2년전부터 예견된 반전들을 사용하기에 반전 자체의 충격은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피스워커의 어두운 분신으로써, 세상의 선의를 믿었던 자들의 이야기가 세상의 악의로 뒤틀려버린 이야기를, 그리고 이쪽도 저쪽도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룰 것으로 보여진다. 흥미로운 점은 게임이 '백경'의 모티브를 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합과 이스마엘, 그리고 초반에 등장한 불타는 고래의 이미지까지 등장하면서 백경이 갖고 있었던 모티브, 신에게 도전하는 인간, 어느 한 쪽만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대결구도,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생존자 이스마엘, 어떤 의미에서 이 백경의 모티브는 게임 전체의 이야기 구조를 관통한다. 한쪽은 신으로부터 버림받아 선택받은 자들에게 적대하는 자들을 구성하였고(성경에서의 이스마엘), 다른 한쪽은 신에게 대립한 불경한 자(성경에서의 아합왕)이다. 이 둘은 신(국가)에게서 버림받았다. 그 둘은 하나인 동시에 둘이며, 공통점을 가졌지만 분열되어 있다.


세계를 팔아버린 자들The Men Who Sold the World. 피스워커의 마지막처럼, 더러운 피를 묻혀서라도 자신들의 살 곳을 지키겠다는 빅 보스의 결심은 팬텀패인을 통해서 실현된다, 아니 이미 팬텀패인이 시작되기 전부터 시작된다. 이름조차 주어지지 않은 망령들은 80년대 특유의 퇴폐적인 팝송이 흘러나오는 버려진 땅들(중앙 아프리카와 아프가니스탄, 둘 다 대표적으로 끔찍한 정치상황을 보여주는 공간들이다)을 해매인다. 그리고 이전의 메탈기어 솔리드 게임들이 그랬듯이, 게임은 빅보스라는 인물을 조종하는 것이 아닌 빅보스의 환영을 조작한다. 케릭터이자 밈이자 환영으로서의 빅보스를. 하지만 그러한 자들에게도 고통이 있다. 그렇기에 게임은 논리적인 귀결, 예정된 파국(메탈기어 1, 2)으로 이어지게 된다.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배경과 메탈기어의 존재는 역사적인 맥락을 갖는다. 각각은 다음과 같이 볼 수 있을 것이다.


메탈기어 솔리드의 등장은 냉전의 망령들(핵, 핵을 쏘는 병기, 그리고 구세대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병사들)의 마지막 싸움이었다. 그렇기에 겨울의, 비밀기지를 배경으로 게임이 진행되며, 육중한 핵병기 메탈기어 랙스와 핵은 게임 내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한다. 이제는 시체밖에 남지않은 구세대의 유물, 빅보스의 유체와 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폭스 부대는 이중적인 의미에서 자신의 생존을 걸고 싸우게 되는데 하나는 게놈병의 짧은 수명이며 또 하나는 냉전시대의 종말로 인해 자신의 존재의의가 소멸하지 않게 만들기 위한 구시대의 영광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메탈기어 솔리드의 이야기는 냉전시대와 유산의 패배로 끝이 난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스네이크의 활약 때문이 아닌 폭스다이라는 첨단 생화학 병기에 의해서, 전쟁이 바뀌었음을 은연중에 드러내면서 게임은 마무리가 된다. 


메탈기어 솔리드 2에서는 정보전과 이야기의 변형, 통제, 실험에 초점을 맞춘다. 애시당초에 핵을 쏘는 이족보행 병기가 메탈기어라는 원래의 의미가 변용되어서 '핵병기를 잡는 병기, 그러나 핵은 쏘지 않는'이라는 형태로 기묘하게 변한게 레이다. 이러한 레이의 파생된, 그리고 변이된 정의는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게임의 전체 구조는 메탈기어 솔리드 1편의 인용인 동시에 변용이다. AI 애국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통제된 연극 세트로써의 빅쉘에는 그 무엇도 '자신 그 자체'인 것이 없다. 포춘과 전자기 재머, 스네이크와 플린스키, 리퀴드와 오셀롯, 라이덴과 폭스 부대, 캠밸과 로즈마리 등등 모든 것들은 서로가 아닌 것의 가면을 뒤집어 쓰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메탈기어 솔리드 2의 테마와 이야기는 바로 그러한 정보전, 이야기의 변형에 초점을 맞춘다.


메탈기어 솔리드 3에선 엄밀하게 메탈기어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대신에 메탈 기어 솔리드 3편은 메탈기어가 시작되는 모든 이야기의 시작을 다루고 있으며, 동시에 한 시대의 종말과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서 우리는 왜 샤고호드가 2족 보행 병기가 아닌 캐터필러의 형태를 띈 '전통적'인 탱크의 형태를 띄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탱크의 형태를 띈 샤고호드와 국가에 충성하는 군인 더 보스와 코브라 부대, 여전히 국가와 이념의 충돌에 모든 것을 거는 악역 볼긴 같은 존재들은 전적으로 냉전 이전의 시대, 모든 것이 악과 선으로 뚜렷하게 나뉘어졌던(혹은 그렇게 보였던) 2차 세계 대전의 부산물들이다. 하지만 더이상 국가의 이상과 가치도 존재하지 않는 시대, 병사가 더 위대한 가치나 선악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 아닌 거대한 장기말에 체스에 불과한 시대가 도래함으로써 더 보스와 그 잔재들은 밀려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라닌이 지칭하였듯이, 병기란 시대를 움직이는 톱니바퀴라는 사상이, 더이상 병사와 이상이 시대를 좌우하는 세계가 아닌 얼마나 뛰어난 병기가 세상을 놀라게 만드는가라는 시대로 이행할 것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전통을 깨부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 '이족보행 병기'이다. 그렇기에 메탈기어 솔리드 3는 메탈 기어라는 존재에 하나의 상징을 부여한다. 냉전으로 이행함으로써 테크놀로지에 의한 병기의 발전, 상호확증 파괴와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가치도 저버릴 수 있는 사회와 국가의 상징으로서의 메탈기어를 말이다.


메탈기어 솔리드 4에선 전쟁의 관리, 통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3편이 전통적인 올리브 드랩 군복을 통해서 전통적인 군인들을 보여주었다면, 4편은 90년대 이후의 전쟁, 데저트와 디지털 카모플라주, 중동 배경 등을 통해서 전쟁이 바뀌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여기서 메탈기어는 더이상 핵을 쏘거나 메탈기어를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진 병기가 아니다. 하지만 겟코는 이제 전장을 통제한다. 한때 국가만이 보유했었던 첨단 과학과 파괴력은 이제 작은 형태로 축소되었지만 누구나 접하고 목격할 수 있는 형태가 되었다. 게임 시점에서 이미 전차보다 더 많은 수가 보급된 겟코는 그라닌의 세계를 움직이는 톱니바퀴로써 전쟁도구의 이상을 충실하게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전장이라는 통제되고 극한의 환경에서 최적의 효율을 뽑아낼 수 있는 병기란 개념은 한 시대가 가질 수 있는 기술과 철학, 과학, 시각의 총 집합이다. 기술이 넓고 얕게 퍼지면서 모두를 통제할 수 있는 기제를 갖게 되는 점, 이 점에서 메탈기어 겟코는 새로운 시대의 전쟁을 표상하는 하나의 상징이 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냉전시대를 대표했었던 남자의 후계자인 솔리드 스네이크는 이제 너무 늙어버린 노병이 되고 만다. 단순히 빅 보스의 클론이라서 늙은 것이 아닌, 냉전의 끄트머리에서 냉전 이후 완벽하게 바뀌어버린 전쟁을 경험하는, 시대를 관통한다는 의미에서 그는 너무 늙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노병의 끝으로 시리즈의 대미를 맞이한다:하지만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스네이크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맥아더가 이야기했듯이 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잊혀질 뿐이다. 모든 것이 통제되고 관리되는 시대의 집약으로써의 전쟁과 쉽게 병사가 장기말로 쓰여지는 시대의 전쟁을 모두 경험했었던, 모든 것을 경험하고 너무나 짧은 시간 내에 늙어버린 한 병사가 그런 세상이 아닌 더 나은 세상이 오기를 바라며 사라져가는 이야기가 바로 메기솔 4였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메탈기어 솔리드 피스워커는 꼬여있고 왜곡되어 있는 형태의 이야기다:국가가 군대를 갖지 않는 것, 현대의 일본 우익들이 간절하게 바라는 군대를 가진 국가,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게임의 배경이 되는 군대를 갖지 못하는 나라인 코스타리카는 '비정상' 국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비정상'이 바로 세계 평화라는 '이상'에 근접한 형태이라는 기묘하고도 왜곡된 결론도 함께 도출된다. 피스워커의 도식은 현실은 정상적이지만 이상적이지 않으며, 비정상적인 것이 이상적인 것이라는 기묘한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렇기에 핫 콜드맨이 제시하는 억지력에 의한 평화, 핵의 핑퐁이 아닌 전면적 핵전쟁으로 곧바로 돌입하여 완벽한 핵의 억지력, 그 누구도 핵을 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미치광이적 평화론은 피스워커를 통해서 극대화된다. 국가와 신념, 가치에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더 보스가 이 미치광이 평화론의 중심에 서게 된다는 점을, 그것이 더 보스가 믿었던 총을 내려놓은 세상이라는 인류의 평화를 실현한다는(왜곡된 형태라도) 점에서 악의를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피스워커의 이야기와 테마는 밝은 것 같지만서도 그 내부에서는 악의가 꿈틀거리는 일종의 블랙유머이자 비극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국경없는 군대는 군인이되 군인이 아니며, 용병이지만 동시에 용병이 아니다. 이 조국을 등진 망명자들이 마더베이스에서 유유자적 하면서 전혀 전장의 개들 같지 않은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점은 게임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들이 모두 역사에 길이 남을 개새끼들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아우터헤븐, 잔지바랜드 봉기) 어딘가 모를 악의와 함께 씁쓸함이 느껴진다고 할 수 있다. 


피스워커를 지배하는 모순의 테제는 피스워커와 핫콜드맨의 평화론, 국가에 매여있지 않은 국경없는 군대와 군대 없는 국가 코스타리카 등등을 통해 구체화되며, 더 나아가 다시 더 보스,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 스스로 파괴하여 총을 내려놓는 위대한 가치의 수호자를 통해 결말에 도달한다. 하지만 이 결과는 역설적이게도 더 보스라는 인물의 한계를 여지없이 드러낸다:더 보스의 모범생적이고 이상적인 모습은 대부분의 인간은 쉽게 도달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더 보스의 가르침에는 두가지 선택지 밖에 없다:복종하거나(사이퍼=제로), 아니면 거부하거나. 스승과의 결투에서 자신은 무엇을 위해 싸우냐는 질문을 받았던 빅보스는 바로 그 모순을,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발견하게 된다. 세계와 가치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였지만 세상은 변화하지 않는다. 이상을 위해서 싸우고 희생하였지만, 시대는 바뀌었고 남겨지는 자들은 상처만을 입은체 버려진다. 그렇기에 빅보스는 선언한다:더 보스는 자신을 배신하였다고. 전통적인 가치는 이제 변화하는 시대에서 자신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그렇기에 빅보스는 장기말로 버려진 자들을 위한 공간, 남겨진 자들을 위한 세계, 국가와 제도 바깥의 세계 아우터헤븐을 꿈꾸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비극은 시작된다.


-그리고 이제, 모든 것이 부서지는 시대가 왔다. 국가와 언어, 그리고 신에게 대항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이제 세상은 이미 예정된 결과로 도달한다. 그 어떤 프랜차이즈도 이런식의 이야기(악마가 어떻게 악마가 되었는가, 그리고 어떻게 그 악마는 파멸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는가)를 구성한 적이 없었다:물론 메탈기어 솔리드가 이러한 모양새가 되는데 있어서는 많은 우여곡절과 우연이 개입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코지마는 거의 30년간 이어져왔던 이야기를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를 여기서 만들었다. 과거와 현재는 V를 통해 최첨단 기술과 트랜드로, 그리고 80년대라는 시대적 맥락으로 연결되었다. 스포일러와 현재 플래이하고 있는 느낌을 통해서 조심스럽게 추측하자면 메탈기어 솔리드:팬텀패인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으로 보여진다. 



게임 이야기




게임이 영화라는 대중매체의 문법을 벤치마킹했었던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산업화된 문화양식으로서의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꿈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문화적 매게체였으며, 영화라는 영역 바깥에서도 다양한 산업 및 문화를 논할 때 빠질 수 없었던 중요한 축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게임과 영화가 공유하는 중요한 공통점은 바로 관객과 극의 '유리'일 것이다:흔히들 연극에서 이야기 되는 '제 4의 벽'의 존재, 관객과 무대 사이에 놓여있는 이 가상의 벽은 극과 관객, 가상과 현실, 실제와 허구 등을 나누는 중요한 경계였다. 영화에서는 이것이 은막이라는 형태로 물리적으로 구현되어 있으며, 관객들에게 은연중에 영화가 허구임을 강조하는 장치로도 기능하였다. 그리고 연극과 영화들 사이에서 이러한 제 4의 벽이라는 전제를 무시하려는 시도들이 끊임 없이 있어왔다. 관객 모독은 의자에 엄숙하게 앉아있는 관객들에게 물을 뿌리고 조롱하였다. 영화 하녀 같은 경우에는 마지막 극부분에서 관객에게 말을 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4의 벽의 존재, 이 가상선의 존재가 영화라는 장르 상에선 근원적으로 무너질 수 없었다. 관객이 바라보는 시선은 전적으로 '카메라'라는 물리적인 한계에 사로잡혀 있다:관객은 카메라 너머를 바라볼 수 없는데, 왜냐하면 영화 속에서 카메라 바깥의 세계는 실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의 시선은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곳으로 옮겨가며 다양한 곳을 보게 된다. 그렇기에 영화의 세계, 카메라 내부의 세계는 엄밀하게 보자면 우리가 보는 세계와 다른 부자연스러운 세계이다. 하지만 영화는 의도적으로 이를 숨기기 위해, 혹은 드러내기 위해서 다양한 기법을 이용한다. 그렇기에 관객은 영화를 자연스럽게 영화를 받아들이게 된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도 영화와 비슷한 물리적인 환경을 공유하고 있다:게이머는 스크린 앞에서 게임을 플래이하며, 게임 속의 케릭터와 게이머는 컨트롤러라는 정해진 문법 양식 형태로 게임 내의 케릭터와 상호작용한다. 게임 산업이 영화 산업을 밴치마킹한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비슷한 고객층, 산업화된 대중문화라는 공통점 등) 게임과 영화가 같는 공통점 중에 그러한 소비자와 콘텐츠 사이에 물리적으로 유리가 존재하고, 영화는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였는지에 대한 훌륭한 선례였기 때문이었다. 


북미쪽 콘솔 게이밍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하면서(대충 모던 워페어 같은 롤러코스터 형식의 밀리터리 FPS가 나오는 2007년쯤을 기점으로 볼 수 있겠다), 게임들이 헐리웃의 영화 연출을 게임에 도입하고 실험하기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QTE나 콜옵식의 롤러코스터 연출, 언차티드 같이 게이머의 시선을 따라서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영상 연출 등의 다양한 기법들이 개발되었다. 하지만 영화의 기법들과 게임의 기법들이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그것은 바로 게임은 게이머의 행위에 의해서 진행되는 매체라는 점이고, 게임이 어떤 발악을 하더라도 게이머의 모든 행위를 통제할 수 없고, 게이머는 끊임없이 게임 내의 세계에 대해서 이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것이 '버튼을 눌러서 애도를 표하세요'라는 콜옵 어드밴스드 워페어의 밈일 것이다.(이와 관련된 내용은 이 글을 참조하시라:http://leviathan.tistory.com/1922


물론 모든 게임이 이런 것은 아니다. 스펙옵스, 스탠리 페러블이나 너티독의 라오어, 그리고 다양한 게임들이 그들의 벤치마킹 대상이자 선배 매체인 영화와 같이 다양한 형태로 카메라와 연출을 이용하여 실험을 하였다. 하지만 이들 역시도 영화가 가졌던 근원적인 전제이자 한계, 물리적인 장벽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가상현실 VR, HMD(Head Mount Display,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 형태)라는 새로운 형태의 디스플레이는 이러한 장벽을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스크린이라는 유리된 막의 형태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게이머의 눈높이에서 게이머의 머리와 시선과 함께 자연스럽게 카메라가 연동되는 형태의 VR의 발상과 개념은 고정된 카메라를 가진 기존의 게임매체와 다르게 유동적으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써머레슨을 보자(링크는 여기로):써머레슨의 개발 일지에는 흥미로운 것들이 많이 있다. VR이라는 기기가 갖고 있는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 써머레슨은 데모의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장르인 액션이나 FPS가 아닌 어드벤처의 형식(여름날의 과외 같은)을 사용하였고, 동시에 우리가 게임에서 접하는 것과 다른 형태의 세계를 구축하였다. 이러한 새로운 문법과 형식은 게임에 있어서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 게이머와 컨트롤러, 그리고 스크린과 게이머 사이의 유리라는 장르적 문법에 새로운 변주곡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깊게 볼만하다.


사실 VR이나 HMD의 개념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닌텐도의 대표적 삽질로 유명한 버추얼 보이가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어째서 지금에 와서 VR이 다시 하나의 미래로 각광받고 있는 것일까? 거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좀더 명쾌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러한 기기들이 싸게 보급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적으로 뒷받침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오큘러스 리프트나 프로젝트 모피어스 같은 제품들이 30만원 전후의 파격적인 가격에 보급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에 맞춰서 많은 게임들이, 특히 제한된 시야와 사람의 머리에 연동되어 움직이는 스크린이라는 개념과 결합한 1인칭 인디 호러 게임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추세이다.


물론 VR은 만능이 아니다:사람과 스크린 사이에는 여전히 물리적이며 절대적인 막이 존재한다. 이 막은 디스플레이 자체가 스크린이 아닌 정보화되어 인간과 결합하는 형태(메트릭스 같이 신경과 다이렉트로 연결되는)가 되지 않는다면 넘을 수 없는 과제일 것이다. FPS나 3D 카메라에 멀미를 느끼는 사람이 있듯이, VR에 멀미를 느낄 사람들도 있을 것이며 그 수는 3D 멀미를 느끼는 사람들보다 더 많을 것이다. VR은 여전히 검증을 받아야 하는 기술이자 표현방식이며, 이것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도 전에 콘텐츠 부족으로 소멸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VR이 갖고 있는 가능성은 주의깊게 눈여겨 볼만하다. VR을 통해서 우리는 게임이 여지껏 보아왔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 새로운 형태의 세계, 더 나아가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게 될 것이며, 이것이 실패하든 성공하든 간에 뒷세대의 게임이나 게이밍 환경에 있어서 큰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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