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몬스터 헌터 팬으로서 크로스에 대해서 반가운 부분이자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게임의 초점이 점점 플래이어 외적인 부분(몬스터, 주변 환경 같은)에서 게이머의 플래이 스타일(모션이나 단차 공격 같은)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3편의 경우에는 2차원적인 움직임에 Z축(수영)의 개념을 추가하였고, 4에서는 이것을 편리하게 오르고 내리는 단차의 형태로 구현하였다. 하지만 크로스에서는 3과 4에서 보여준 움직임의 흐름과 달리 스타일의 선택에 따라 모션이 달라지거나 필살기를 선택할 수 있는 등의 급격한 변화를 주어서 플레이어의 파워 플레이에 방점을 찍는 형태로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 본인은 필살기가 가져다 주는 상쾌함과 전략적인 선택지의 증가는 반길만 하다고 보지만, 기존의 게임 플레이 스타일과 크로스 사이에서 오는 괴리, 게이머에게 많은 수단을 줌으로써 몬스터 헌터라는 게임 시스템의 벨런스가 붕괴할수도 있다고도 걱정하고 있다.


물론 필살기와 게이머의 선택에 따른 게임 스타일의 변화가 몬스터 헌터에 어색하다는 것은 아니다: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기본적인 시스템 모티브는 시스템 자체의 불친절함과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판단, 상황에 따른 장비의 세팅, 그리고 아이템의 조합과 준비다. 오히려, 체험회 등지에서 이야기되는 몬스터 헌터 크로스의 스타일 시스템은 무조건 장점만 주는 것이 아닌 스타일에 따라서 장단점이 뚜렷하게 부각되는 형태이며(태도의 경우 에어리얼 스타일을 선택시 기인베기가 무조건 '공중에서만' 나가게 된다), 4편의 단차를 통해서도 단차와 올라타기 공격이 만능이 되지 않게 조정한 모습도 보였기에 스타일 시스템이 게임에 잘 어울릴 가능성도 높다.


사실 필살기의 개념 자체는 몬스터 헌터 시리즈 자체에서도 꾸준히 발견되는 개념이었다. 대표적으로 대검과 건랜스가 있다:대검의 경우에는 차지 공격, 건랜스의 경우에는 용격포라는 강한 한방이 있다. 물론 이 둘의 운용 방법은 다르지만, 강력한 일격으로 몬스터를 경직을 넣어서 멈추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플레이어들을 매료시킨 무기군이다. 그렇기에 몬스터 헌터는 지속적으로 신무기 군에 '강력한 한방을 갖추되~ '라는 특성을 지닌 무기를 추가해왔다. 3의 슬레시 엑스라던가, 4의 차지 엑스 같은 물건이 이러한 흐름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또한 크로스가 주창하는 '스타일리쉬하게 움직한다'라는 개념은 이미 몬스터 헌터의 시스템 및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일반적인 개념이었다. 몬헌 특유의 장비를 통한 특성의 발현, 단지 패시브 스킬 한두개 추가한 것 뿐인데도 게임 자체가 변화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게임 특유의 시스템은 몇몇 '고도의 정밀한 컨트롤을 위한 세팅'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흔히들 질풍 랜서로 분류되는 회피+2를 띄운 랜서들이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스텝에 무적시간을 붙임으로써 가드하지 않는 랜서, 모든 공격을 오로지 스텝으로만 피하는 랜서들의 존재는 이미 몬스터 헌터 때부터 유명했었다. 그외에도 다양한 패시브 스킬 셋들(보머+수면 한손감=폭탄 살인마, 화사장력+보우건=종이비행기에 엄청난 화력을 가진 거너 등등)을 통해서 게이머의 움직임을 패시브 스킬이 보완하는 형태로 몬헌의 시스템은 구축되어 왔다.


크로스는 여기에 좀더 엑티브하게 움직일 수 있는 요소들을 던져주었다. 크로스는 몬헌 특유의 장비, 호석, 아이템이나 조합 시스템이 아닌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엑티브 스킬의 추가와 새로운 패시브 스킬의 추가로 플레이어가 게임을 통제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추가한다. 이렇게 본다면 크로스는 여전히 몬스터 헌터의 전통에 서있으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과거 츠지모토 료조 프로듀서가 몬헌 1에서 2로 넘어갔을 때의 아쉬움(동어반복적인, 진정한 후속작이 아닌)을 토로한 것이, 결국 3편의 수상전이나(결국 실패했지만, 여기서 몬스터 스테미너나 포식 시스템이 정립된다) 4편의 단차 개념을 통해서 '전통에 기반하지만 과격할 정도의 변화'로 이어졌다. 크로스가 그러한 흐름에 훌륭하게 부합할 수 있는지, 아니면 실패하게 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