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자: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많은 게이머들의 넘버원 기대작은 아니었다. 배틀필드 하드라인의 실패와 함께, EA의 배틀필드 시리즈 개발 역량과 프랜차이즈 관리 역량도 시험대에 올랐다. 보병 뿐만 아니라 탱크, 전투기 등의 장비가 동원되는 32:32 대규모 밀리터리 전투라는 매력적인 컨셉을 가진 배틀필드 시리즈는 3편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콜옵이 제공하지 못하는 독특한 경험을 게이머들에게 선사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콜옵이 모던워페어의 성공 이후로 블랙옵스나 어드벤스드 워페어를 통해서 모던 워페어의 반복 재생산이 아닌 새로운 콘텐츠 개발이 성공하였다면(물론 고스트 같은 실패작도 있지만), 배틀필드는 프랜차이즈 다양성 확보에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야심차게 경찰 대 범죄자라는 컨셉으로 준비하였던 하드라인은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두었다. 배틀필드 시리즈의 방계인 2142의 새로운 작품이 나온다는 루머는 끊임없이 돌지만, 정작 그 결과물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 결국 배틀필드 시리즈는 현대 밀리터리라는 틀에 갇혀서 재밌기는 하지만 비슷한 구조를 반복 재생산하는 구태의연한 프랜차이즈가 되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엄밀하게 보자면,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린 작품이었다. 루카스 아츠에서 만든 배틀프론트 시리즈는 우주전에서부터 지상전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스케일과 스타워즈 사가를 아우르는 갤럭틱 컨퀘스트 등의 방대한 싱글 콘텐츠를 제공하는 작품이었고 스타워즈라는 프랜차이즈에 대한 팬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2편 이후 3편의 개발이 오리무중이 되고, 루카스 아츠가 디즈니에 인수되면서 개발중인 게임까지 취소하는(퍼스트 어설트나 스타워즈 1313 같은) 우여곡절 중에 배틀프론트 시리즈마저도 자연스럽게 취소된 것 처럼 보이다가 다이스가 배틀프론트 프랜차이즈를 다시 개발하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다이스가 만들어내고 싶었던 작품은 보병 중심의 배틀프론트이자 싱글보다는 멀티플래이 중심의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EA나 다이스가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라는 작품을 배틀프론트 시리즈 보다는 배틀필드 시리즈의 연장선상에서 보고자 했다 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기존의 배틀프론트 팬들의 반발을 충분히 살만한 언동이었다. 게다가 상술한 하드라인의 문제 등으로 다이스와 EA의 '배틀'필드 프렌차이즈의 관리 역량과 개발 역량은 도마에 오른 상황이었기에 배틀프론트에 대한 반응들은 차갑게 식어갈 뿐이었다.


하지만 베타를 플래이 해본 결과, 다이스가 만든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단순하게 배틀필드 특유의 장비전이나 대규모전을 스타워즈의 스킨을 잘 씌워서 컨버전했다는 의미가 아닌 배틀필드라는 게임의 골격을 뿌리부터 변형시켜서 새로운 형태로 만들었다는 것, 더 나아가 그것이 스타워즈이라는 프랜차이즈에 놀랄만큼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배틀필드 특유의 병과 체계가 없다. 게이머는 자유롭게 자신의 장비(주무기 1종)를 설정할 수 있으며, 퍽 등의 개념이 없는 대신에 EA가 만든 타이탄폴에서 보여준 번카드 시스템과 유사한 형태의 카드 장비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게다가 탄약에 제한이 없어지고 기어즈 오브 워 형식의 재장전 미니게임(버튼 액션으로 재장전을 단축시키는게 가능)의 존재, 더 나아가 필드상에 보급품이나 아이템이 지속적으로 투하되는 등의 시스템을 통해서 기존의 배틀필드 시리즈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기본적으로 배틀필드가 갖고 있는 대규모 보병 중심의 전투가 시스템적 기반으로 깔려있긴 하지만, 배틀프론트의 흐름은 배틀필드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배틀프론트라는 게임을 접근하기 쉬운 형태로 만든다:배틀필드의 병과체계 덕분에 기존의 배틀필드가 정비병이나 저격병, 돌격병, 보급병의 역할 구분이 매우 중요했었고 그 결과 포인트의 공략을 위해 이동 또는 전략이나 작전의 개념이 중요했었다면 배틀프론트에서는 순수하게 보병과 보병이 치고 받는 대규모 전투에 집중되어 있다. 베타플래이에서 공개된 모드는 일종의 지역 장악 모드인 드랍포드 탈환과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 초반에 나온 AT-AT가 저항군 기지를 습격하는 시퀸스를 재현한 모드를 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베타에서 제공된 게임 플래이 모드들은 외적인 모습과 별개로 본질적으로 보병과 보병이 지역거점 점령을 두고 대결을 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또한 게이머의 리스폰은 시간 제한없이 자유롭고 보급이 필요없는데다 장비를 상대하기 위해 병과를 따로 선택해도 되지 않으니 게임은 시종일관 상대방에게 자기가 가진 모든 화력을 퍼붓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즉,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기존의 배틀필드와 다르게 단순해졌지만, 그만큼 직관적이고 빠른 형태가 되었으며 이전의 배틀필드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팀 데스매치 등의 단순한 모드를 스타워즈의 컨텐츠의 형태로 재해석하고 변화시킨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다이스가 만든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의외의 재미를 보장한다. 물론 그것이 갖고 있는 함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게임은 단순해지고 그만큼 유저가 가볍게 즐기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동시에 그것이 게임 자체를 반복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그렇기에 스타워즈 배틀프론트의 문제는 게임의 전반적인 콘셉이 아니라 게임이 얼마나 스타워즈의 콘텐츠를 이용하면서 다양한 모드를 추가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유저를 주로 하는 몇몇 모드가 아닌 다양한 모드를 하게 만들 것인지 라는 콘텐츠의 배분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본다면, 배틀프론트는 처음의 우려와 다르게 놀랍게도 충분히 구매할 가치가 있는 게임처럼 느껴진다. 물론 전반적인 콘텐츠의 질을 보기 위해 발매 이후의 반응을 보고 신중하게 사는 것을 추천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