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02'에 해당되는 글 2건

게임 이야기



*스포일러 있습니다.

*시리즈 글은 http://leviathan.tistory.com/1919 입니다.



어드밴스드 워페어의 시작은 엑소수츠를 소개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는 어찌보면 당연하다:엑소수츠야말로 어드밴스드 워페어가 다른 콜옵과 차별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재밌는 점은 엔딩에서 시작된다:엔딩 직전에서 미첼은 엑소수츠를 벗어던진다. 그러고는 미첼은 자신의 의수에 메달린 조나단 아이언스에게 잘라줌으로써 게임을 마무리 짓는다. 엑소 수츠를 벗어던진 것은 연출적인 측면이라 퉁칠 수 있지만, 재밌는 점은 조나단 아이언스에게 받은 의수를 왜 다시 조나단 아이언스에게 돌려주는 그런 연출을 취했는가 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이보그 의수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있는데도 왜 마치 강철의 깁스를 한것처럼 보이는 엑소 수츠를 고집하는가 라는 의문이 생긴다.


기계는 인간의 신체의 연장으로써 존재해왔었다. 그리고 이 기계는 인간의 육체와 밀접한 연관을 지으면서 인간의 사고를 바꾸게 된다:장자의 도르레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 우물에서 불편하게 물을 길던 사람들을 위해서 도르레를 만드는 법을 가르켜 준 공자의 제자는 노옹에게 크게 혼난다. 그러한 편리를 추구하게 된다면 그러한 편리가 자신의 사고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기술은 인간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며, 동시에 '그것이 없으면 삶이 불가능해진다'라는 생각을 심어주게 된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 삶에 밀접하게 침투한 스마트폰이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본인은 색다른 생각으로서 모든 기계는 인간 신체의 연장이며 동시에 인간은 첫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기계와 인간은 결합되어 있는 넓은 의미의 '사이보그'가 아니었나 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외골격 강화복, 통칭 엑소 수츠는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애매한 포지션의 사이보그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항상 자신의 몸에 가깝게, 더욱 휴대하기 쉽게, 그리고 편리한 형식으로 신체의 연장으로써 기계를 발전시켜왔다. 그렇기에 종국에 가서는 인간의 몸에 '내장'하는 기계, 더 나아가서는 기계와 인간의 신체가 구분이 불명확해지는 세계가 올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가 SF 문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이보그'의 형태를 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엑소 수츠는 바로 기계가 몸에 기거하기 직전의 사이보그다:몸에 들어가기에는 기술력이 미묘하지만, 동시에 가장 사이보그가 추구하는 최첨단의 기술력을 쉽게 '몸에 알맞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엑소 수츠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엑소수츠가 SF 문화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엑소 수츠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드밴스드 워페어나 다른 SF 밀리터리 물에서 볼 수 있는 그런 형태인지는 미지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엑소수츠가 사이보그의 과도기로써의 의미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본질적으로 단순하지만, 아주 중요한 차이가 엑소 수츠와 사이보그 사이에 존재한다:사이보그는 그 자신과 기계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지만 엑소 수츠는 벗음으로써 분명한 선을 그을 수 있다. 90년대 초 공각기동대와 그 후속작 이노센스, 매트릭스 같은 대중문화들이 인식론 상의 모호한 경계를 들고 나왔을 때, 즉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서부터는 내가 아닌 기계일까의 문제를 제기하였고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이 이후 사이보그와 기계의수를 부착한 인간이 나왔을 때 크게 이슈화될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엑소 수츠는 힘이 자신의 외부에 있음을 분명히 하여서 '나와 기계는 다르다'라는 분명한 구분을 짓는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 두 구분이 혼합되어 생기는 문제를 단순하게 극복한 사례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찌본다면, 사이보그의 우울증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드밴스드 워페어는 이러한 엑소 수츠의 함의를 제대로 살려내었다. 게임이 추구하는 모토가 힘은 모든 것을 바꾼다Power can change everything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엑소 수츠를 통해서 바뀐 게임 플래이를 보여주는 것은 그것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도 게이머는 엑소 수츠에 의해서 바뀐 게임 플래이에 아주 쉽게 적응한다:혹자는 콜옵 with 더블 점프라고 하지만, 동시에 그 더블점프가 가져다 주는 신기함과 재밌음, 더 나아가 그것이 없어질때의 불편함까지 게임에 도입된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시야와 재미를 제공한다. 멀티플래이에서도 수많은 게이머들은 시도 때도 없이 더블 점프를 쓰면서 경쾌한 움직임을 즐긴다.


하지만 힘은 모든 것을 바꾼다는 모토가 엑소 수츠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앞서 시나리오를 다룬 글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여기서 힘은 조나단 아이언스가 휘두르는 힘을 의미하기도 한다. 동시에 미첼에게 있어서는 조나단 아이언스가 준 '두번째 기회'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미첼은 첫 임무에서 한쪽 팔을 잃었고, 제대를 하게 된다. 그리고 조나단 아이언스는 그에게 힘을, 두번째 팔을, 두번째 기회를 준다. 그렇기에 콜옵의 이야기가 성립하게 된다. 하지만 미첼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그 자신의 힘이 아니라 '외부'에서 오는 자본의 힘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렇게도 볼 수 있다:과연 미첼이 엑소 수츠를 움직이는 것일까, 아니면 엑소 수츠가 미첼을 움직이게 하는 것일까?


이렇게 본다면 상당히 재밌는 지점이 있다:엔딩 전 미션에서 미첼은 조나단 아이언스에 의해 팔이 부숴진다. 이로 인해서 미첼은 오른팔만 써서 탈출을 해야하는데, 이 때 게이머는 여지껏 잘 사용해왔던 의수 왼팔의 존재가 대단히 낮설고 껄끄럽게 느껴지게 된다. 여지껏 잘써왔던 자신의 팔을 불현듯 낮설게 만든 게임은 조나단 아이언스의 단 한번의 해킹에 무력해지는 강철 깁스로써의 엑소 수츠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주인공은 마지막에 엑소수트를 벗어던지고 자신의 의수를 스스로 잘라내버린다. 이 두 행위는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엑소 수츠가 기술의 힘인 동시에, 여지껏 국가가 비워왔던 공허함을 채워주는 외부적 힘, 즉 자본이라면 미첼이 이 모든 것을 벗어던지는 행위는 그러한 것에 대한 '거부'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자신의 일부라고 생각했던 왼팔을 조나단 아이언스에게 돌려줌으로써 '나는 내가 준 힘을 거부한다'라고 직접적인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면 국가도 기업도 채워주지 못하는 공백과 공허를 어떻게 채워야 하는 것일까? 게임은 이 부분을 물음표로 남겨둔다(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야) 물론 콜옵이 그정도로 인류에 대한 원대한 포부(?)를 갖고 있을리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드밴스드 워페어는 콜옵 치고는 괜찮은 스토리였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마지막의 엑소 수츠가 갖고 있는 함의를 잘 뒤집었으며, 그것을 벗어던지면서 영리하고 이를 뒤틀줄 알았기에, 차후의 콜옵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전개할 것인가가 기대된다고 할 수 있다.





게임 이야기




*스포일러 있습니다.




콜옵 고스트의 악몽은 다음글을 참조해주시라(http://leviathan.tistory.com/1842)


어드밴스드 워페어의 시작은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에서 출발한다:주인공인 미첼은 북한에 의해서 점령된 서울을 탈환하기 위해 적진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게이머는 친구인 윌 아이언스와 함께 이 미션을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게이머는 윌의 아버지가 세계적인 PMC 회사인 아틀라스의 운영주이자 CEO 조나단 아이언스라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서 윌이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하지 않고 조국을 위해서 자원입대하였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미션의 마지막, 윌은 미첼의 친우의 목숨을 구하고 장렬하게 전사한다.


이러한 어드벤스드 워페어의 첫 미션은 정석적이라 평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기존의 콜옵들과는 다른 아주 큰 차이점이 있다:모든 콜옵은 미국 또는 절대적인 선이라 지칭할 수 있는 집단으로부터 시작된다. 그것이 모던워페어 시리즈에서는 태스크 포스 141이었든, 블랙옵스 시리즈에서는 메이슨 부자와 그 동료들이었던, 고스트에서는 전설적인 특수부대 고스트였든 간에 말이다. 하지만 어드밴스드 워페어의 시작은 바로 '소실'이다:'아버지'가 아니라 국가라는 전통적인 가치에 충실하겠다고 한 친구의 죽음과 팔을 잃어버린 미첼이 느끼는 상실감, 공허. 어드밴스드 워페어의 첫 미션은 어떤 의미에서 대단히 파격적인 시작이다(블랙옵스 시리즈 같은 특이한 물건도 있긴 하지만):국가에 충성하는 가치는 죽었다. 그리고 우리(미국)가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벌이는 전쟁으로 얻은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어찌보면 이러한 질문은, 앞서 다루었던 내용(http://leviathan.tistory.com/1859)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조나단 아이언스는 '민주주의'를 비웃는다. 총알과 폭탄으로 이루어진 민주주의, 미국의 헤게모니를 지키기 위해서 이루어진 민주주의. 후술하겠지만 조나단 아이언스는 그 위에 '관리되는 평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세계를 통치하고자 한다. 이러한 야심을 가진 대적자를 선정한 것은 어떤 의미에서 전혀 콜옵스럽지 않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게임들은 이미 시도하고 있지만, 어드밴스드 워페어가 본격적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미국의 전통적인 팍스 아메리카나의 정책이 가져온 피해들(베트남전부터 이라크 전, IS 까지)이 미국인들에게 남긴 상실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공허와 상실감을 채워주는 것이 바로 아틀라스, 사설 군사 기업Private Military Company다. 혹자는 PMC가 이렇게 전면에 중요하게 등장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이후로 PMC는 메인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왔으며, 블랙옵스 2에서는 PMC가 주요한 적으로도 등장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기존의 콜옵 시리즈와 어드밴스드 워페어가 차이가 나는 지점은 어디일까? 그것은 바로 '기업 Company'의 강조이다:국가가 실패한 자리에 기업이 들어선다. 기존의 PMC들은 어떤 음모를 위한 도구나 배경적인 측면이 강했다면, 어드밴스드 워페어 에서 아틀라스는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실제로도 아틀라스는 국가와 법의 경계에 얽메이지 않는다:이는 요즘 사람들이라면 모두 인지하는 다국적 기업의 대표적 특징일 것이다. 타국에서의 군사 작전에 누구의 권한으로 작전을 행하는가?라고 묻는 국방장관에게 내 권한으로! On my Authority!라고 대답하는 조나단 아이언스의 모습처럼, 그는 그 어느 상위 권력에 대답할 필요가 없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조나단 아이언스는 '왕'이자 '군주'이다. 그렇기에 그가 테러 이후의 세계에 자신과 아틀라스가 선택한 인간들을 위한 세계, 그리고 그외 나머지 인간들은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끔찍한 형태의 수용소에 쳐박아서 천천히 잔혹하게 죽여나가는 방식을 선택한 것은 어찌보면 '절대권력을 가진 절대군주'가 꿈꾸는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에 빗대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재밌는 점은 아틀라스가 전세계에 침투해나가는 방식이다. 전세계적인 동시다발 테러가 일어난 이후, 아틀라스는 그 자리에 치안과 함께 전후재건 사업을 통해서 전세계의 물자공급 및 인프라 망을 장악한다. 여기서 아틀라스의 PMC적 측면보다는 '기업'적인 측면이 부각된다:즉, 아틀라스는 국가의 실패(테러의 발생)로 생긴 공백을 비집고, 국가의 역할을 대신한다. 이는 어찌보면 현 상황을 은유한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 전세계적인 금융위기 등으로 개별 국가는 '실패'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 어떠한가? 기업의 이익과 미래는 창창하며, 매년 실제 사람들이 경험하는 경기는 악화됨에도 기업은 천문학적인 이윤을 내고 있다. 아틀라스는 그러한 기업의 가장 창창한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어드밴스드 워페어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몰락과 아틀라스라는 기업으로 표상되는 자본주의의 부상, 그리고 기업이 꿈꾸는 디스토피아적 세상을 다루는 것처럼 보인다:하지만 아니다. 블랙옵스 2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이야기를 '개인'의 문제로 축소시킨다. 첫 미션이 끝난 이후, 게이머는 '버튼을 눌러서 동료에게 경의를 표한 뒤'(이건 좀 심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글로 다룰 수 있을지도?) 자식을 잃은 아버지 조나단 아이언스를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이후 일련의 재활과정 등을 거치면서 조나단과 미첼의 관계는 고용주-피고용자의 관계가 아닌 유사 '가족'처럼 보이는 지점이 생기게 된다. 심지어, 아들의 상실 이후 나는 더 잘할 수 있다는 오만을 토로하는 인텔 파일이나, 시나리오 종반부의 유사 아버지가 유사 아들에게 '아들처럼 대해줬는데...실망했다'라고 이야기하는 모습까지, '가족의 상실과 분노, 복수'라는 전통적인 드라마의 형태를 어드밴스드 워페어는 그대로 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더 재밌는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게이머는 싱글 종반부의 수용소 파트를 진행할 때, 조직적이며 비인간적으로 행해지는 학살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 책임을 게임은 아틀라스와 조나단에게로만 돌려버린다. 조직적 학살을 적극적으로 돕거나 방조한 사람들, 혹은 그것이 가능케 된 환경이나 사고, 문화 등에 대해서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어드밴스드 워페어의 비극은 힘을 갖고 통제불가능해진 미치광이 왕이 만들어낸 비극에 불과하다.


하지만 더욱 깊숙이 들여다보면 사정은 복잡하게 꼬여있다:그렇다면 왕이 갖고 있는 권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중세시대 절대왕정의 시기에는 왕권은 신이 부여한 절대신성 불가침의 영역이며, 주권의 개념은 왕의 몸에 기거하는 것이었다(보댕의 왕권신수설 및 장례를 두번 지내는 절차 등등) 하지만 조나단 아이언스는 왕처럼 굴지만 '왕'은 아니다:그렇다면 조나단 아이언스가 휘두르는 권력이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바로 '돈'이고 '이윤'이다. 조나단 아이언스는 왕이 아니라 CEO이고 기업 소유자이다. 하지만 게임은 힘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Power can change everything이라 하지, 돈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Money can change everything이라 하지 않는다. 물론 둘은 동치관계가 아니다:하지만 기업이 세계적 권력의 주체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은 돈, 더 나아가서 자본주의와 이윤의 논리가 세계적 권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베이스가 되었다 라고 판단할 수 있다. 심지어 아틀라스는 단순하게 군사력만을 제공한 것이 아닌 전후 복구사업까지 제공하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즉, 이들은 단순하게 '군사력이 강한 용병집단'이 아니라 '군사력을 밑바탕으로 이윤을 내고 지속가능한 형태로 발전하는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은 철저하게 이러한 기업과 이윤의 문제를 '힘'의 문제로 뭉뚱그려버린다. 그리고 그러한 '힘'을 갖고 있는 조나단 아이언스는 최고 경영자Cheif Executive Officer가 아닌 주권을 가진 왕의 모습으로 묘사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만약 게임이 '돈'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면, 게임 시나리오는 더이상 '콜옵'이 아니게 된다:게이머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한때 민주주의의 이식이 불가능했었고 미국의 팍스 아메리카나 정책이 철저하게 실패했었던 이라크의 바그다드라던가(심지어 그들도 이렇게 이야기한다:50년 전이었으면 꿈도 못꿀 세상이었다고), 자신의 파티에 초대된 귀빈들을 드론으로 감시하는 미얀마 미션이라던가, 완전히 망가져버린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신입 사원(?) 채용활동하는 아틀라스라던가...이러한 풍경들은 단순하게 지나가는 '풍경'이 아니다. 국가, 즉 미국이 근원적으로 하지 못했었던 전세계의 평화가 '돈과 자본'에 의해서 가능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시나리오가 근원적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그렇다면 그 막강한 절대권력은 누가 감시하는가?'이다:실제로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조나단 아이언스의 오만이 어드밴스드 워페어의 일련의 비극을 만들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왜 아틀라스사의 직원들이 작중 시점으로 100년도 더 되었던 끔찍한 역사를 되풀이 하는가(대량학살, 전쟁, 집단수용소 등등)는 대답하지 못한다:왕에게는 왕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지만, 그외의 99%의 인원들이 왕의 장단에 맞춰서 놀아줄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더 끔찍한 이야기가 숨어있다:힘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게 아니라, 아틀라스가 기업이라는 것, 그리고 기업이 그들의 피고용인에게 무엇을 주는지를. 어드밴스드 워페어의 세계는 국가가 거의 구시대의 유물에 근접한 세계라고 할 수 있다:왜 디트로이트에서 테러 복구 사업을 국가가 아닌 아틀라스가 지휘하는가? 왜 전세계의 인프라망을 아틀라스가 지배하는 것처럼 묘사하는가? 전세계에 존재하는 인간의 커뮤니티는 파괴되었다:국가, 지역 사회, 학교, 친척, 가족 등등...그리고 어떤 사회 안전망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은 무기력한 개인들을 흡수하고 그들을 기업의 부품으로써 활용한다. 게이머가 디트로이트 미션을 눈여겨 살펴본다면 아틀라스가 지속적으로 인원을 충원하고 확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으며, 심지어 이러한 테러 후 재건사업의 공로로 아틀라스는 역사상 최초로 'UN 안보리 이사회의 일원'으로 발탁되게 된다. 어찌보면 이는 소름끼치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국가는 실패하였다, 이제 인간에게 남은 유일한 커뮤니티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되든 신경 쓰지 않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뿐이다. 그렇기에 돈은 모든 것을 바꾸어 버린다Money can change everything.


그렇기에 개개인으로 쪼개진 인간은 무기력하다:더이상 시스템에 반항하거나 자기 생각을 표출하기에는 너무나 잘개 쪼개지고 자신이 없고 무력하기에 그들은 그런 엄청나게 끔찍한 일들을 행하는데 대해서 어떠한 이의를 제시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이 어드밴스드 워페어가 추구한 이야기라고는 단정지을 수 없다. 하지만 어드밴스드 워페어가 묘사한 세계와 의도적으로 은폐한 이야기, 더 나아가서 그것이 갖고 있는 맥락들을 연결시켜보았을 때,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덧.엑소 수츠와 엔딩의 함의에 대해서는 다른 글로 빼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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