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스위치 판을 기준으로 쓰여진 리뷰입니다.


로컬 멀티플레이는 첫 비디오 게임기에 두 번째 컨트롤러가 달릴 때부터 존재해왔었다. 그리고 로컬 멀티플레이의 등장에는 핵가족이라는 가족 구성과 TV를 중심으로 한 거실 공간이 강한 영향을 미쳤다:아이들은 자신의 친구를 거실로 초대해서 두 개 이상의 컨트롤러를 이용해 비디오 게임을 같이했다. 하지만 핵가족의 축소와 인터넷의 발달은 더는 거실이라는 공간에서 같은 스크린을 바라보며 플레이하는 로컬 멀티플레이의 존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인프라의 발달과 환경의 변화로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처럼 보였던 로컬 멀티플레이가 시간이 흘러도 질기게 살아남았다. 많은 것들이 논의되어야 하겠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아무리 시대가 변하더라도 사람들과 웃고 떠들면서 같은 것을 즐기는 게임은 꾸준히 명맥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오버쿡드 2는 오버쿡드 1편의 후속작이다. 오버쿡드의 게임 플레이는 단순하고 명확하다:최대 4명의 요리사가 말도 안 되는 부엌에 서서 요리 재료를 다듬고 요리하여 음식을 내보낸다. 단순하지만 명확한 게임 플레이 덕분에 오버쿡드는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지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오버쿡드 1편은 스위치로 2017년에 이식되었으며, 2018년 4월까지 약 50만 장을 판매하여 오프라인 협동이라는 장르가 스위치에 어울린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하였으며, 오버쿡드 2가 E3 콘퍼런스 당시 닌텐도를 통해서 처음 공개된 것은 놀라운 것도 아니었다.


오버쿡드 2의 게임플레이는 매우 간단하다:플레이어들은 재료를 집어서 다듬고 조리한 뒤에 내보내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여기에 약간의 설거지는 덤이다.) 이것은 오버쿡드 2의 강점이자 매우 특이한 점이다:게임의 모든 것들은 직관적이고 단순하기 때문에 그 누구라도 쉽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다. 그리고 게임은 진행에 따라 강해지는 요소나 꼬아놓는 요소들을 전적으로 배제하고 오로지 요리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처음 오버쿡드 2에 대한 설명을 들은 플레이어라면 이 단순함 때문에 '게임에 깊이가 없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재밌는 점은 오버쿡드 2의 게임 플레이가 극도로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다고 하여서 게임의 난이도 자체가 쉬운 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함정이 숨어 있다.


오버쿡드 2 게임플레이의 핵심은 요리를 만드는 것 그 자체가 아니라 요리를 '효율적으로'(최대한 많이/빨리) 생산하는 데 있다. 각각의 부엌에는 클리어에 필요한 점수를 책정되었으며, 플레이어는 많은 점수를 얻어 부엌을 클리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게임의 부엌은 극한의 비효율적인 동선을 자랑한다:예를 들어 재료를 다듬기 위한 도마와 재료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예삿일이고, 움직이는 발판이나 장애물들이 배치되어 있어서 플레이어가 이들을 피해서 요리를 해야 하는 등의 온갖 장애물들이 놓여있다. 물론 모든 게임 내의 장애물과 동선은 직관적이기에 고도의 눈썰미나 반사신경을 요구하진 않는다. 플레이어는 몇 번 조리를 하다 시간을 넘겨 재료를 태우거나 요리를 망치다 보면 '아 이것은 이렇게 플레이해서는 안 되는구나'를 쉽게 깨달을 수 있으며, 모든 것은 적절한 학습과 동선의 수정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즉, 게임의 재미는 반복되는 실패와 학습을 통해 극도로 비효율적인 공간에서 효율을 올리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게임은 다른 플레이어와의 협업이라는 주요한 변수를 도입한다. 물론 오버쿡드는 기본적으로 혼자서도 플레이하고 클리어할 수 있게끔 게임을 조절하여 두었다. 그러나 혼자 플레이할 때도 플레이어가 두 명의 요리사를 번갈아서 조작하게끔 만들었다는 점은 기본적으로 이 게임이 두 명 이상의 플레이어를 전제하고 게임을 설계하였다는 것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두 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요리 과정을 분담해서 게임을 진행할 때, 게임은 그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한다:플레이어들은 비효율적인 부엌에서 효율적인 동선을 짜내고, 서로가 필요한 부분들을 능동적으로 채워나가야 한다. 가령, 한 사람은 한쪽에서 재료를 주어서 도마 쪽으로 집어 던진다면, 다른 한 사람은 도마에서 재료를 다듬고 조리를 하는 쪽에 재료를 넘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분업을 하더라도 필연적으로 게임은 여러 장애물이나 비효율적인 동선 때문에 꼬일 수밖에 없다. 이때 게임은 얼마나 상대방이 실수하거나 빈칸이 발생한 부분을 메꾸는가가 중요하다.


오버쿡드 2가 구현한 것은 협동 게임의 기본이자 핵심이다:서로를 부족한 부분은 메꾸고, 잘하는 부분을 채워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 그러나 상당수의 협동 게임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위해서 다양한 기믹들을 추가하는 쪽이었다면, 오버쿡드 2는 오히려 협동에 필요한 장애물과 목표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극단적으로 쳐내버리는 독특한 구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협동에 필요한 직관적인 요소들만 남겨놓은 덕분에 게임의 입문 장벽이 낮아지면서 도전적인 콘텐츠를 구성하는 다소 모순적인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였다.


하지만 오버쿡드 2의 협동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전제가 있어야만 한다:그것은 바로 '소통'이다.  플레이어는 효율적으로 업무를 분담하고 빈틈을 메꾸기 위해서 서로가 필요한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상대에게 어필하고 지시를 내려야 한다. 이는 단순히 커모로즈와 같은 양식화된 채팅수단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다. 실제 오버쿡드 2는 오프라인 협동에서는 서로 음성으로 소통하며 상대와 호흡을 맞추기 쉬운 구조이지만, 음성으로 소통하지 못하는 익명 온라인 협동 같은 경우에는 게임 난이도가 거의 클리어 불가능한 수준으로 올라간다. 물론 스위치의 경우에는 여타 플랫폼에 비교하여 보았을 때, 플레이 환경 구성이 쉬운 편이다:한 대의 콘솔이 기본적으로 두 명의 플레이어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두 대의 스위치로 2명 - 2명 팀을 짜서 플레이한다든가 등의 인원 구성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게임 퍼포먼스 측면에서도 크게 차이점이 없기 때문에, 기본 오프라인 협동 등을 고려하였을 때 스위치 버전이 가장 추천할만하다.


결론적으로 오버쿡드 2는 분업과 협업, 그리고 효율 추구라는 단순한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지만, 이 부분에 극도로 집중한 덕분에 여타 협동 게임들과 다른 차별점과 매력을 가졌다. 물론, 게임 자체가 긴밀한 소통을 필요로 하므로 보이스 채팅 없는 무작위 온라인 협동은 상당히 어렵고, 더 나아가서 혼자서 플레이하는 것이 거의 의미가 없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같이할 수 있는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구한다면, 오버쿡드 2는 분명 추천할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