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무기는 본능이 없다.
무기는 충성하지 않는다.
무기는 판단하지 않는다.

하지만 병사는 다르다.

그러나 병사가 무기가 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기술이 우리를 밀어내기 전까지, 우리는 얼마나 기술로 진보할 수 있는가?



작년에는 콜옵이라는 프랜차이즈에 많은 이변이 일어났었다. 게임을 인피니티 워드, 트레이아크, 슬렛지해머의 3 스튜디오 체제로 변화, 본격적인 미래전이라는 새로운 트렌드의 시도, 슬렛지해머의 데뷔, 본격적인 차세대 콘솔 데뷔 등등 다양한 일들이 일어났었다. 하지만 고스트의 실패 이후 슬렛지해머를 향한 불안한 시선들을 슬렛지해머는 어드밴스드 워페어라는 다소 변칙적인 방법론으로 해쳐나가는데 성공했었다. 사람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미래전은 콜옵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중요한 테마가 되었다.


트라이아크의 블랙옵스 프랜차이즈들은 '검은색'이라는 이미지에 많은 방점을 찍었다. 블랙옵스는 어둠속에서 일어났던 기록되지 않은 역사로서의 전쟁, 특수전을 서류 위에 덧칠되는 검은 선의 형태로 훌륭하게 표현하였다. 블랙옵스 2는 데뷔 트레일러에서 보여준것과 같이 어둠으로의 귀환Back in Black을 통해서 과거와 미래를 오가고, 미국의 안녕을 위해서 과거의 어둠 속에서 일어났던 일들로 생겨난 미국을 향한 증오와 분노가 어떻게 미국을 위협하는가를 간략하게나마 다루었다. 그렇다면 블랙옵스 3는 무엇을 다룰까? 흥미롭게도 블랙옵스 3는 더 미래로 나아간다. 블랙옵스 3는 블랙옵스 2의 단순하게 미래형 가젯을 다루는 것을 뛰어넘고 어드벤스드 워페어의 액소 수츠를 뛰어넘어서 기계를 내부로 삽입하는 사이보그를 출현시켰다.


블랙옵스 3의 사이보그 기술은 어드벤스드 워페어의 엑소 수츠와는 비슷한 것 같지만 분명하게 다른 컨셉이다. 엑소 수츠의 핵심은 입는다는 것이다. 로버트 하인리히의 스타쉽 트루퍼스부터 그 맥락을 이어온 엑소 수츠의 개념은 입는 형태의 갑옷을 통해서 인간의 지구력이나 능력을 향상시킨다는데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엑소수츠는 인간의 몸에 기계를 삽입하는 사이보그와 유사하게 보이지만, 엑소수츠는 '벗을 수 있다'라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를 보인다. 엑소수츠와 나는 분리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서 생기는 괴리와 안전장치들이 있다:아이언맨 3 같은 작품에서도 드러나듯이, 과연 아이언맨을 만드는 내가 아이언맨인 것인지 아니면 나는 그저 아이언맨이라는 엑소 수츠의 부속품 같은 존재인지에 대한 고민처럼, 엑소수츠를 벗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것이 과연 내 힘인 것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더 나아가서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어드벤스드 워페어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확인 할 수 있다(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 엑소 수츠를 벗어던지는 연출을 넣는다던가)


하지만 사이보그는 다르다. 사이보그의 존재는 전적으로 기계와 인간의 결합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사이보그는 엑소 수츠처럼 편리하게 분리될 수 없으며, 이로 인해서 다양한 갈등과 문제들이 발생한다:과연 사이보그는 인간인가, 기계인가, 그도 아니면 둘 다 아닌걸까? 사이보그의 문제는 전적으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데서' 온다. 하지만 엑소수츠와 다르게 기계와 내가 분명하게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은 풀릴 수 없는 하나의 우울의 형태로 드러나게 된다. 데이어스 엑스:휴먼 레볼루션의 '나는 이러한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아담 젠슨이나, 공각기동대와 이노센스에서 보여준 등장인물들의 우울하고 냉소적인 모습들에서 보이듯이 내가 아닌 것과 나인 것이 육체를 통해서 하나됨을 보여주는 것을 통해서 기계와 인간의 관계론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콜 오브 듀티 시리즈가 그런 철학적인 주제에 대해서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블랙옵스 3가 복잡한 서사를 보여주는 것이라 기대되는 것이 아니라, 블랙옵스 3가 대중에게 무엇을 보여주지 않고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취사선택의 여부가 더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트레일러에서도 보여주었듯이, 군인과 병기의 차이, 본능과 의지, 충성심이라는 전통적인 가치와 기계적인 육체 사이의 괴리를 다루고 이를 통해서 앞으로 도래할 칠흑과도 같은 미래를 다루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군대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보여줄 것이다. 


이 부분은 대단히 흥미로운 부분이며, 언젠가 글로도 다뤄볼 수 있을 것이다. 블랙옵스 3는 2015년 11월 발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