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닌텐도 컨퍼런스가 실망스러웠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마리오 30주년을 기념한다면서 영양가 없는 마리오 메이커나 각종 이벤트성 영상들, 털실 요시, 스타폭스, 그리고 아미보 홍보까지. 작년의 닌텐도 컨퍼런스가 올 상반기의 위유 라인업을 그나마 충실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만 했다는걸 생각한다면, 올해는 드라마틱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후퇴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는 어떻게 보면 예정된 수순이기도 하였다:닌텐도는 내년 발표를 목표로 Wii U와 3DS를 대체할 차세대 콘솔 플랫폼인 NX를 제작중에 있으며,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서 현재 대부분의 인원이 Wii U에서 NX로 넘어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야모토 시게루가 참여한 스타폭스 조차도 플래티넘 게임즈에 외주 형태로 개발을 맡기는 등을 통해서, 현재는 NX를 위해서 인력을 아끼되 스플래툰이나 대난투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여서 Wii U의 가동률을 높인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E3 2015에서 보여준 닌텐도의 방어적 버티기 전략과 별개로 유심히 살펴봐야하는 닌텐도의 주력 상품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미보다:아미보는 소위 스마트 토이로 분류되는 상품으로, 게임과 작은 실제 피규어를 연동시키는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스마트 토이의 범주에 들어가는 프랜차이즈로써는 아미보와 함께 엑티비전의 스카이랜더스나 디즈니의 인피니티 같은 상품들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장난감 전통의 강호 레고가 가세하는 등, 스마트 토이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성을 단순하게 '어린애의 코묻은 돈을 뜯어먹는 상술'로 치부하기에는 스마트 토이 시장이 갖고 있는 성장 동력의 힘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크로스 플랫폼'이다:콘솔이나 스마트폰, 타블렛 등 하나의 플랫폼에 국한되어 있는 게이밍 경험을 플랫폼을 넘어서 하나로 통합시키는 개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스마트 토이는 그러한 크로스 플랫폼(게임과 장난감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의 가능성이 상품화된 미래의 시장이다.
흥미로운 점은 아미보가 다른 스마트 토이와 비교하였을 때 갖는 차별성이다:기존의 스마트 토이 프랜차이즈들은 하나의 소프트-스마트 토이 라인업이라는 1:1 대응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즉, 하나의 프랜차이즈 내에서만 스마트 토이가 사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미보는 아미보 하나가 여러 개의 소프트에 대응된다;예를 들어서 마리오 아미보의 경우, 슈퍼 마리오 시리즈, 마리오카트 8, 대난투 및 기타 게임 프랜차이즈에 적용된다. 닌텐도 하드로 발매되는 소프트웨어(퍼스트든 서드 파티든)는 그 어느 누구라도 아미보를 지원하는 게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소프트웨어를 넘나들어 적용된다는 점에서 아미보는 크로스 DLC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하게 다양한 프랜차이즈 및 소프트와 연동된다는 것이 아미보의 특징이 아니다:아미보의 또다른 특징은 게임 콘텐츠의 종적 확장 및 횡적 확장을 모두 꾀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아미보는 피규어 자체의 NFC 기능을 이용하여서 읽고 쓰는 것이 가능한 스마트 토이인데, 이것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는 현재 '대난투' 밖에 없다. 그외의 게임 소프트웨어에서 지원하는 아미보 기능은 아미보의 정보를 '읽는' 기능 밖에 없다. 즉, 대난투를 제외하면 아미보는 일종의 ULC(Un-lockable Contents)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재밌는 점은 대난투가 위유 콘솔에서 갖는 위상과 아미보가 작동하는 방식이다:대난투는 수많은 게임 프랜차이즈의 케릭터들이 등장하는 격투 게임이며, 현재 스플래툰, 마리오카트 8과 함께 위유를 지탱하고 있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기서 아미보는 다른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게이머가 아미보를 소환하여서 게임을 진행하면, 아미보가 게이머의 플래이를 학습하고 점점 더 강해지게 된다. 또한 게임을 통해서 아미보의 장비나 필살기 구성 등을 설정할 수 있는 등 세부적인 커스터마이징까지도 가능하며, 3DS나 위유 대난투를 오가면서 양쪽 모두에 사용할 수 있다는 강점도 갖고 있다. 또한 초창기 대난투 아마추어 대회에서는 플래이어가 아니라 아미보가 결승전까지 오르는 등 아미보 자체의 실력도 뛰어나다. 이는 게임 소프트의 지원 덕분이기도 하지만, 대난투야말로 아미보가 갖고 있는 가능성을 드러나게 만든 게임 소프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미보와 대난투의 관계는 게임을 깊이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종적인 확장'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타 다른 ULC 형태로 아미보를 지원하는 것은 넓고 얕게, 즉 횡적 확장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대난투는 이러한 횡적 확장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다:다양한 프랜차이즈의 케릭터들이 참전하여서 격투를 한다는 대난투의 컨셉을 기반으로, 이를 아미보의 형태로 물질화 시키고, 아미보를 통해서 다양한 게임 프랜차이즈의 형태로 확장한다. 즉, 아미보는 단순하게 피규어를 팔아먹는 것을 넘어서 중심축인 대난투와 함께 다른 게임들을 연결하는 일종의 노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느슨하게 연결된 게임이라는 관념과 함께 지속적으로 다른 닌텐도 플랫폼의 게임을 구매하고 플래이하게 만드는 유인이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NX의 이상향과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NX가 지향하는 플랫폼 및 로드맵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휴대용 플랫폼과 거치형 플랫폼의 밀접한 연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휴대폰 게임 플랫폼 회사와 밀접한 연계를 맺는다던가, 통합형 아키텍처를 쓴다던가 등의 소문은 무성하지만, 아미보가 게임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하드웨어적인 브릿지 역할을 하는 것을 보았을 때, 아미보의 역할은 통합형 플랫폼이 될 것이라 예상되는 NX에 있어서 더욱 중요해질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이 참신한 소프트웨어 보다 아미보에 방점을 찍었던 2015 E3에 대한 변명은 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연결망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크로스 플랫폼은 게임이 없이는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미보의 존재는 단순한 상술이 아니라 닌텐도의 상품 전략에 있어서 중요한 반석이 될 것이라 본인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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