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생존이란 테마는 이미 게임에서는 자주 발견할 수 있는 테마이다. 그리고 이는 이전에도 존재했었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 게임 내에서 생존의 테마는 독특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 좀비 생존 게임인 레프트 포 데드가 살아남기 위해서 스테이지를 신속하고 재빠르게 달렸어야 했었다면, 요즘 생존 게임들은 게이머에게서 무기를 빼앗고, 적들을 더 똑똑하고 잔인하게 만들며, 게이머에게 온갖 패널티를 부여하기도 한다. 즉, 서바이벌 장르는 그 '생존'이라는 컨셉을 구현하기 위해서 게임이 게이머에게 더 잔혹해지는 방향으로 발달하고 있다. 그리고 이 방향성과 잔혹함은 게이머의 경험의 내밀함(주로 공포)을 보장하기 위한 방향으로 정향진화한다. 그리고 암네시아의 히트와 암네시아의 컨셉을 이어받는 게임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지점이다. 가혹한 상황에서의 생존과 내밀한 경험을 추구하는 게이머가 늘어나고, 동시에 그러한 장르가 게임이 생산되고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은 주류에서 벗어난 흐름이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더 크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생존이라는 테마가 게임 뿐만 아니라 서브컬처, 심지어는 주류 문화에서조차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경향은 생존이라는 개념이 단순하게 '유행' 이상의 무언가로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왜 대중은 세계가 멸망한 이후의 세계 속에서 생존하는 이야기에 끌리는 것일까? 대중이 사회, 법률, 도덕 등이 멈추고 원시적인 폭력이 지배하는 세계에 끌리는 것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긴 하지만, 대중이 인지하는 세계 자체가 '그러한 것'이 아닐까라고도 볼 수 있다. 90년대의 세기말적인 분위기가 2000년 초반의 911에서부터 일련의 경제 위기까지 현대사회가 근래 경험하고 있는 '멸망'에 가까운 이미지와 과거와 다르게 가혹한 세계라는 감각이 서브컬처를 넘어서 대중문화 전반을 지배하며 그 감각을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생존, 특히 '생존 호러'같은 게임 장르의 유지-존속은 단순하게 내밀한 경험의 추구 이상을 넘어서 대중문화에 대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아이솔레이션의 성공의 판가름은, 단 한마리 밖에 존재하지 않는 '제노모프'의 존재이다. 단 '한 마리'가 게이머를 얼마나 위협을 할 것이며, 그리고 게이머의 방해공작과 패턴을 얼마나 학습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기술적인 이슈들이 대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라면, 아이솔레이션은 전혀 멋지지도 않은 복고풍의 세계에 갖혀서 패턴에 따라 움직이며 멍청하게 물건 사이에 낑겨서 아무것도 못하는 제노모프를 게이머가 비웃는 최악의 게임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제작사들이 제노모프를 충분히 교활하고 잔인하며 똑똑한 괴물로 만들고, 단 한마리만 우주선에 존재하지만 그 한마리가 최악의 악몽을 게이머에게 선사해줄 수 있다면 아이솔레이션은 게임에 있어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인디게임에서 시작된 서바이벌 호러 어드벤처의 흐름이 대규모 자본의 투자와 판매에 의해서도 유지될 수 있음을 증명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2014년 10월 4일에 발매될 예정이다.
'게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펜슈타인 더 뉴 오더 런치 트레일러와 적에 대한 짧은 이야기. (0) | 2014.05.17 |
---|---|
와치독스 101 트레일러(한글자막) (0) | 2014.05.14 |
콜 오브 듀티:어드벤스드 워페어, 그리고 콜옵의 변화. (0) | 2014.05.02 |
[칼럼]소울 새크리파이스의 서사에 대해서 (0) | 2014.03.18 |
[칼럼]트위치 포켓몬, 혹은 우리시대의 하나의 신화에 대하여. (0) | 2014.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