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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습니다.


살인 청부업자 제프(Jef Costello: 알랑 드롱 분)는 돈을 받고 나이트클럽 주인을 살해한다. 그러나 경찰의 신속한 수배망에 걸려 수 많은 용의자 가운데 하나가 된다. 살인을 하기 전 애인 잔(Jane Lagrange: 나탈리 드롱 분)과 치밀한 알리바이를 짜놓았기 때문에 문제는 없으나, 유일한 목격자인 클럽 피아니스트 발레리(Valerie: 캐시 로지어 분)가 그에겐 가장 위험한 증인이다. 그러나 증인으로 불려나온 발레리는 뜻밖에도 제프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증언해 준다. 증거가 없어 제프를 놓아주면서도 서장은 너무 완벽한 알리바이에 의심을 품고 그를 미행하게 한다.(네이버 영화 시놉시스)


"사무라이보다 더 고독한 자는 없다. 정글의 호랑이만 예외일 것이다...-부시도(사무라이 서전)"라는 문구를 인용하면서 시작하는 한밤의 암살자는(사실 원제는 '사무라이'이기는 하지만, 번역한 제목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적인 작품이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조차 감이 안오는 이 제프 코스텔로라는 인물을 통해서 영화는 고독하고 완벽한 남자의 판타지를 쌓아올리는데 성공한다. 멜빌의 한밤의 암살자는 어찌보면 니콜라스 윈딩레픈 감독의 드라이브의 원형을 연상케 만드는 부분이 있지만(세상과 소통하지 않는 고독한 프로페셔널의 이미지 등등), 멜빌의 느와르적 감수성과 드라이브의 감수성은 서로 차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핵심은 주인공인 제프 코스텔로라는 살인 청부업자이다. 기원을 알 수 없는 이 사내는 자신이 하는 일에 있어서 철두철미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초반부에서부터 중반부까지 제프는 암살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데, 훔친 자동차와 번호판을 이용해서 추적당할 가능성을 줄이며 애인을 만나서 알리바이를 세우고 애인의 남자 앞에서 자신을 노출시켜서 목격자를 확보하며 그 후에는 카드 게임을 하는 등등 경찰에 잡히지 않게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러한 치밀한 계획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바로 제프 코스텔로라는 인물의 기계적이고 차가운 이미지 그 자체이다. 불심검문에 잡혀서 경찰서에 끌려가고, 제 1 용의자로 지목되는 상황이 오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내내 보여주는 제프의 모습은 자신의 알리바이에 자만하지도 않으며, 알리바이가 깨지는 것에 대해서 걱정하지도 않는다. 다른 범죄물이나 느와르물과 다르게, 이 제프 코스텔로라는 케릭터는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인간'을 초탈한 것처럼 보이는 프로의 모습을 보이는게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을 초탈했다는 점에서 어딘가 붕뜰 수도 있는 제프라는 케릭터는 감독인 멜빌은 '고독함'이라는 이미지를 이용해서 이해불가능한 케릭터에서 인상적인 케릭터로 만드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한밤의 암살자에 있어서 '고독'을 완성시키는 가장 중요한 기제는 바로 '복장'이다. 물론 영화 전반에 깔려있는 미니멀리즘적인 배경들(특히 나이트클럽이나 경찰서라던가)도 이러한 고독을 배가시키는 삭막함을 만드는데 일조하지만, 제프 코스텔로라는 케릭터가 양복과 모자, 코트를 입는 그 '이미지'는 제프라는 케릭터가 타인과 거리를 두게 만드는 분위기를 만드는 주된 기제라고 할 수 있다. 앞을 잠그고 타이트하게 입은 트랜치 코트라던가, 모자를 다듬는 제프의 모습, 그리고 양복이 몸에 딱 맞는듯한 이미지들은 완벽주의자면서 동시에 타인의 접근을 불허하는 철옹성 같은 이미지를 구축한다. 그렇기에 제프 코스텔로는 매력적이면서 멋있다. 이는 제프가 멋을 내려고 코트와 양복을 자신의 몸에 맞게 입어서가 아니라,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단절시키는 철벽 같은 이미지와 고독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그러한 멋이다. 그리고 알랑 드롱의 명연기와 패션 센스가 이를 뒷받침 해주었기에 가능한 멋이기도 하다.


제프의 고독은 극의 갈등 구조에 의해서 더욱 극대화된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제프를 잡으려 하는 경감과 제프가 경찰의 조사를 받자 그가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그를 제거하려는 의뢰인 사이에서 제프는 자신의 원칙에 맞게 홀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에게 있어서 조력자는 그의 여자(연인) 잔과 나이트클럽의 여 피아니스트 발레리 뿐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잔은 그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으며, 발레리는 제프와 묘한 공범관계를 풍긴다. 그리고 영화는 처음 나이트클럽의 사장을 죽이라고 의뢰한 오레이가 발레리와 자신과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서 제프에게 발레리의 암살을 의뢰하면서 결말을 향해서 달려간다.


하지만 고용된 총잡이라는 클리셰와 다르게, 제프의 문제의 해결방식은 상당히 특이하다. 먼저, 그는 오레이를 쏴죽인다:왜냐면 돈의 여부와 상관없이 오레이는 계약을 먼저 어겼으니까. 그리고 빈 총을 들고 발레리를 쏘려고 하다 최후를 맞이한다. 이러한 과정은 철저하게 자기 완결적인 제프의 원칙에 기초한다. 계약은 완수한다. 하지만 계약을 어기면 위협으로 간주하고 제거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과정에서 제프는 경찰의 추적을 받게 되는데, 제프가 일련의 꼬여버린 상황을 깔끔하게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자살을 하는 것'이다. 영화는 이 자살 자체를 미학적으로 완성하기 위해서 제프의 압박감(초반의 자동차 강탈씬과 다르게 후반의 자동차 강탈씬에서 제프의 흐트러진 모습에 주목하라. 또한 그의 무기와 자동차 번호판 교환책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못박기도 한다)과 마지막을 정리하는 제프의 모습(잔을 만나러 가서 더이상 이러한 일이 없으리라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발레리 암살을 의뢰 받았으면서도 동시에 발레리를 암살하려고 시도하다가 죽는 장면에서, 그의 자기 완결성(계약을 시행하려는)을 보여준다.


영화 한밤의 암살자는 아름다운 느와르 영화다. 황량한 아파트에 새장 하나 놓고 새를 키우는 고독하고 완벽한 암살자와 스스로를 마무리 짓는 자기완결의 미학까지 보이는 멜빌의 한밤의 암살자는 남자의 고독을 옷과 패션으로부터 승화시키는, 대단히 감성적인 영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멜로드라마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극단적으로 응축하고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한밤의 암살자는 다른 영화들과 다른 독특한 경지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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