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http://wearedata.watchdogs.com/ 


왓치독스 홍보 사이트인 WeAreData는 게임 홍보 사이트치고는 게임 마케팅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형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존하는 도시인 런던, 파리, 베를린을 토대로 그 도시에서 공개된 정보들(신호등, 지하철, 공공 시설들, 도시 내의 지역 통계 등등)과 지역 기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의 정보들(포스퀘어, 트위터, 플리커 등등)을 기반으로 이를 지도 위에 그려낸 왓치독스의 홍보 사이트 WeAreData는 단순한 게임의 홍보를 뛰어넘었습니다. 왓치독스는 과거 게임들에서 마천루와 인간들만 복작거리는 도시의 풍경의 모방을 넘어서, 도시라는 공간 아래 깔려있는 수많은 데이터들의 집합과 유기적인 연결들로 구성된 유기적인 연결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해서, 가장 치명적이면서 가장 매력적인 '그 데이터를 통제한다'라는 명제를 실현시키고자 합니다. 이 점에서 왓치독스는 19세기 이후로부터 내려온 도시 스펙터클의 단순복제에 불과했던 오픈월드 게임들로부터 한단계 더 나아갑니다.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근대적 도시의 출현(특히 파리)과 도회적 문화의 출현은 농촌사회의 문화와는 다른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 곳에 수많은 사람들이 복작거린다라는 명제와 산업혁명이라는 물질적 기반을 토대로 한 기존과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도시공간의 출현은, 도시 문화에 있어서 '타자의 삶을 관음하는' 관음증적인 문화가 발달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바네사 R. 슈와르츠의 구경꾼의 탄생이라는 책에서는 이를 가리켜 감시의 객체가 되는 판옵티콘이 아닌, 만인이 관음의 주체가 되는 판옵티콘을 언급하였고, 근대 대중문화는 타인의 삶을 관음하는 문화들이 다양한 형태로 자리잡은 모습이 됩니다.


예를 들어보죠. 19세기 파리 부르주아들의 가장 보편적인 소일거리중 하나는 바로 '산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산책은 요즘의 복잡한 도시문명을 피해서 숲이나 자연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오히려 도시의 볼거리속으로 들어가서 타인의 삶을 관찰하는 쪽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는데, 수많은 군중들이 각자의 목적과 각자의 삶을 갖고 움직이는 '장관', 그 스펙타클 자체를 즐기기 위한 여가에 가까웠습니다. 또한 19세기 파리의 가장 기묘한 여가였던 시체공시소 관람 같은 경우, 그 도덕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시체공시소에서 신원불명의 시체를 관람하고 그 시체의 신원과 인생, 비극적 종말에 대한 공상을 펼치는 장이 되었습니다. 요즘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죠, 바로 살인의 추억으로 화성 연쇄 살인사건에 대한 재조명이 일어나자 '진실'을 찾기 위해서 개인 단위에서 화성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사람들이 등장한 케이스였습니다. 이와같이 도회적 문화의 등장과 '군중'의 등장은 그 자체로도 도시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자 타자의 삶을 관음한다는 욕망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요즘의 우리는 19세기말 파리지엥 처럼 야만스럽게(?) 시체를 보러다니지 않는대신에 기술문명의 혜택을 입어서 SNS를 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현대적 도시를 다룬 오픈월드 게임들은 이러한 도시적인 스펙타클, 특히 '군중'의 구현이야말로 가장 큰 문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오픈월드 게임이 아닌 히트맨:앱솔루션에서조차도 군중은 도시를 구현하는 중요한 스팩타클 중 하나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오픈월드 게임내에서 '군중'은 도회적 스펙타클을 구현하기 위한 걸어다니는 배경맨들에 불과했으며, 도시란 공간은 이야기는 없고 스크립트 위에 짜여진체 별내용 없이 어제했던 일을 오늘도 반복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물론 게임 내에서 우리는 이 무한히 반복되는 일상에 돌을 던져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변화하지 않는 풍경에 대한 소소한 반란에 불과합니다. 언제라도 세이브-로드한 세계는 어제나 오늘이나 똑같을 뿐이며, 이는 오픈월드에 있어 도시는 그저 현실의 물리적인 레플리카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왓치독스 WeAreData는 이러한 단순한 레플리카에 불과했던 오픈월드 게임의 도시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SNS와 각종 공공자료 등등의 '데이터'들을 모아서 도시라는 '현실' 공간에 배치한 왓치독스의 WeAreData는 도시라는 공간이 얼마나 방대한 데이터로 이루어져있는지를 보여주며, 그것이 현실의 '지도'와 연결되면서 놀라운 광경을 구축합니다. 그것은 '도시' 라는 공간에 다양한 데이터를 덧씌움을 통해서 우리가 매일 매일 보는 도시 광경이 수많은 데이터들과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소름끼칠 정도로 아름다운 이 광경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함으로서 왓치독스의 명제 '만약 그 모든 데이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계에서 그것들을 조작할 수 있는 도구가 등장한다면?'이라는 명제가 얼마나 치명적인 유혹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여태까지 단순히 움직이는 배경이었던 군중을 꿰뚫어 보는 전능한 시점을 제공함으로서, 왓치독스는 그야말로 이전의 오픈월드 게임들이 구현하지 못했던 도시 스펙타클에 대한 '궁극의 관음' 판옵티콘을 구축하는데 성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써놓고 본다면 왓치독스는 역사에 길이 남을 게임이 되겠습니다만(물론 어떤식으로든 간에 그렇게 될거라 어느정도 믿고 있고), 문제는 왓치독스는 도시 시뮬레이터가 아니라 '게임'이며 게임의 로직에 따라서 편의에 맞게 여러 요소들을 처낼 것은 분명합니다. 즉, 게임이 보여주는 비주얼이나 설정과는 다르게 게임 자체는 마법의 스마트폰으로 변압기나 터뜨리는 평범한 오픈월드 게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왓치독스가 보여준 비전과 명제는 오픈월드의 근간을 흔들정도로 강력한 것이며, 단순히 이번 한 작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면 왓치독스가 앞으로 제시하는 비전은 여타 오픈월드 게임들, 심지어는 GTA 같은 게임들도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라고 전 자신할 수 있습니다.


왓치독스는 이번 3분기 발매 예정이며, 차세대/현세대 전 플랫폼으로 발매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