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콜 오브 듀티하면 사실 이 세대를 대표하는 No.1 게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게임계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악명 높은 게임이기도 합니다. 모던 워페어 이후로, 게임은 밀리터리 FPS라는 장르로 획일화 되는 경도되는 경향이 있었고, 모던 워페어라는 히트코드를 탑재한 게임들이 진짜 지겹도록 주구장창 나온 경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덕분에 게임 판매량 1000만장을 노리는 시대가 도래하기는 했지만, 동시에 게이머들이 콜옵식이라고 하면 진저리를 칠정도로 콜옵과 그 아류작들은 게임 시장에 범람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올해초까지 이런 범람하는 콜옵식 FPS에 나름대로 경종(?)을 울린 게임들이 잔뜩 등장했었죠. 디스아너드나 파크라이 3, 바이오쇼크:인피니트 까지, 하나같이 일방적인 콜옵식 싱글과는 차별되는 게임 구조를 보여주었습니다. 심지어는 콜옵 스스로도 변화를 꾀하는 시도를 보여주었는데, 블랙옵스 2는 그야말로 '콜옵의 범주 내에서 할 수 있는 변화'를 최대한 시도하고 성공한 케이스로 극찬할 수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기존의 뇌세포, 이야기 하나 없는 헐리웃 블록버스터에서 다크나이트 풍의 이야기(물론 여전히 헐리웃의 범주안에 들어있지만)와 매력적인 케릭터까지 등장하는 블랙옵스 2의 이야기, 그리고 스토리 분기와 퍽 시스템/무장 시스템의 도입 등등은 천편일률적이었던 싱글에 대해서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또한 블랙옵스 2는 기존의 콜옵의 비정합적인 부분(내가 왜 여기서 UAV를 조작해야 하는가)을 공격적이고 유쾌한 플레이로 뒤덮으려는(특히 SF적인 요소들을 이용해서) 시도를 했고, 전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콜 오브 듀티:고스트는 인피니티 워드가 모던워페어 이후로 새 엔진, 새로운 이야기로 처음부터 시작하는 그런 중요한 갈림길에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고스트의 리빌 트레일러는 기존의 콜옵 시리즈가 보여주었던 생각없는 스팩타클함(또는 네러티브가 결여된 스펙타클함)이 아닌, 뭔가 스토리를 갖고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건 트레일러 전반에 깔려있는, 콜옵 특유의 스펙타클이 아닌 비장미를 깔아두는 것이었죠.







사실 이러한 시도는 트라이아크가 블랙옵스 1편과 2편을 통해서 했던 독자적인 아이덴티티 구축에 인피니티 워드가 영향을 받았다라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트라이아크의 콜옵은 필연적으로 모던 워페어의 아류작이라는 평가를 들을 수 밖에 없는 작품들이지만, 트라이아크는 자기 특유의 연출법(끈쩍하고 사이코패스적인 기분나쁨에 근거한)과 독특한 컨셉(배트남전과 음모이론-블랙옵스, SF적인 유쾌함과 다크나이트적인 스토리-블랙옵스 2)을 만들었죠. 물론 시장의 인식은 모던<<블옵이었지만, 인피니티 워드 역시 모던 워페어 3의 악평 때문에 모던워페어 시리즈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닌 발전을 선택한 쪽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건, 어떤 의미에서는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좋아, 이걸로 콜옵은 10년을 더 버틸수 있다! 이런 느낌도 있지만, 시장 지배자라 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가 스스로 변화를 추구 해야하는 현재의 한계 상황은 위험임과 동시에 역설적으로 다른 프랜차이즈들이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치고 올라올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입니다. PS4 공개 당시, 요시다 CEO가 '우리는 우리 콘솔에서 FPS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게임이 돌아가기를 희망한다'라고 이야기한 것이 어찌보면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죠.


고스트는 엑박원과 PS4로 동시 발매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덧.엑박원 관련 평가는 좀더 정보가 모이고 이야기를 한 뒤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