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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박원의 발표가 있은지 일주일이 좀 넘어가는 시점입니다만, 참으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습니다. 중고정책에서부터 시작해서 하위호환 지원 안함, 더욱 강력해진 키넥트, 셋톱박스로의 기능 강화, 헤일로 드라마 발표 등등...다양한 일들이 있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만 놓고 본다면, 엑스박스 원은 컨셉만 발표하고 본체는 발표하지 않는 PS4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엑박원의 발표된 정보들은 어디까지나 구체적이지 못한 비전의 제시일 뿐입니다(그것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간에) 물론 그 큰 그림을 봐서 어디로 나아가는지를 알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이번 엑박원 발표로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강화된 키넥트 기능을 이용해서 사용자 인증을 할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정확하게는 "영화나 다른 TV 컨텐츠를 볼 경우에 대하여, 키넥트가 스크린 앞에 몇명이 있는지를 인식하고, 일정이상의 인원이 동시에 영화를 시청하는 경우에 대해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라는 이 특허는 당연히 그 문헌상으로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마소 역시 특허만 출원한 상태에서 실제 이 특허를 적용시키지 않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위에 링크로 걸어놓은 기사에서는 스스로 감시기기가 아니라고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구요.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존의 키넥트보다 훨씬 강화된 새로운 버전의 키넥트이기에 가능한 부분이며, 기술의 진보가 이루어낸 쾌거(?)라고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키넥트로 인한 사용자 인식,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를 통해 사용자에게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은 제레미 벤담이 만들어냈고 푸코로 유명해진 개념 '판옵티콘'(원 의미는 원형 감옥에 가운데 감시탑이 있는 형태로서, 푸코는 한명의 감시 권력자가 대다수를 감시할 수 있는 개념으로 인용하였습니다)의 도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본이나 국가나 사회가 개인에 대해서 감시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많은 회사들에게 있어서 소비자의 흐름과 성향을 추적하는 일은 기본 중의 기본이며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으며, 개개인의 개인정보와 성향은 개인을 표지하는 지표를 뛰어넘는 재화적 가치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까지나 '제재 없는 감시'였다면 엑박원의 특허는 감시를 뛰어넘어 제재를 가하는 의미심장한 경지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는 당신들을 보고 있으며, 언제라도 통제할 수 있다'라는 명제의 실현이자, 판옵티콘이 실제 현실로 발현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전까지의 판옵티콘 개념은 하나의 경고이자 경계해야할 개념이었다면, 엑박원이 만들어낸 것은 현실에 도래한 개념쪽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마소는 엑박원은 감시기기가 아니다, 라고 주장을 하지만 글쌔요. 기본적으로 우리는 XXX를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다 라고 이야기하면 보통은 하지 않는다에 초점을 맞추는게 아니라 할 수 있다 라는 능력에 초점을 맞춥니다. 물론, 마소가 일루미나티 같은 세계 정복의 도구로 키넥트를 사용한다는 음모론적인 발상을 주장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만, 첨단 기기가 동시에 개개인의 생활을 직간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마소의 엑박원 컨셉인 '거실의 모든 엔터테인먼트를 지배한다' 라는 발상과 판옵티콘 키넥트가 맞물려 들어가면서 우리가 일찍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사회와 문제들을 보게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어느정도 드는것도 사실입니다.


뭐, 제게는 엑스박스 원=판옵티콘 원 으로 이미지가 굳어졌네요. 게임 보다 게임 외적인 부분이 신경쓰인 콘솔은 이번이 처음이기도 합니다. 자세한건 E3 가보면 알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