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어새신 크리드 3 네타, 기어즈 오브 워 3 네타, 데드 스페이스 3 네타 등등이 있습니다.



빨간 똥, 파란 똥, 초록 똥....넌 셋 중에 뭘 골라 먹을래?



2012년 최대의 화두는 아마도 '3의 저주'가 아니었을까 싶다. 사실, 거대 프렌차이즈들 중에 모든 3이 붙은 작품이 똥망한 것은 아니지만, 매스 이펙트 '3'가 수백만의 게이머들에게 빅엿을 선사해버리면서부터 '3편' 이라는 타이틀, 좀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거대 게임 프랜차이즈의 클라이막스이자 끝이라 할 수 있는 타이틀들이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아타리 쇼크에 버금가는 충격적인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다.


도대체 '3편'이 뭘 잘못했길래?


어새신 크리드 3는 게임의 재미와 별개로 애매한 엔딩을 보여주었다. 매스 이펙트 3는 게이머들이 쌓아왔던 업적을 모두 날려버리고는 게이머에게 충공깽을 안겨주었다. 기어즈 오브 워 3나 데드 스페이스 3도 결국은 던져진 떡밥은 다 회수도 못한 상태에서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엔딩으로 끝이 났으며, 디아블로 3는 에러 코드 47로 결론 났다. 닌자 가이덴 3는 중2병 허세력 쩌는 개발자에 의해서 프랜차이즈 자체에 완벽한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물론, 이 중에서도 파 크라이 3는 2편의 애매한 부분을 다듬어서 훌륭한 게임으로 성장했으며, 헤일로 4는 새로운 삼부작을 향한 첫걸음을 무난하게 때었다.


사실, 이는 '3편'의 저주, 라기 보다는 현재 북미권 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거대 프랜차이즈 IP의 태생적인 한계라고 보는 것이 옳다. 언제부터 등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나의 스토리로 통합된 IP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후로 각각의 IP들이 이러한 '몰락'의 과정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뻔한 것이었다.


물론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나 드레곤 퀘스트 시리즈, 마이트 앤 매직 시리즈, 위자드리 시리즈 등등 넘버링 타이틀만 해도 9가 넘어가는 타이틀은 과거에도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헤일로 시리즈를 신호탄으로 등장한 프랜차이즈들은 하나의 주요한 '메인 스토리'와 거대한 세계관을 프랜차이즈 내의 작품들이 모두 공유하면서, 흔히들 3부작으로 불려지는 스토리 구성 내에서 메인 스토리의 종지부를 찍는다는 야심찬 발상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헤일로 시리즈의 경우, 메인 넘버링 3부작 이외에도 수많은 스핀오프 작들과 소설, 만화들로 헤일로 세계관이라는 세계를 구축하였다.


이러한 프랜차이즈 게임들의 문제는 결말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필연성에서 비롯된다. 하나의 프랜차이즈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며,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 예산과 맞먹는다고 할 수 있으며, 게임 역시 블록버스터의 과시적인 규모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제작사들은 스핀오프 작들과 타 매체를 통해 이야기의 거리를 늘리는데 안간힘을 쓰며, '봐라, 우리는 거대하다. 우리는 대단하다. 우리는 멋지다.'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이야기가 끝나야 하는 시점이 오면 하나의 작품으로 마무리가 불가능할 정도의 이야기 거리와 떡밥들이 쌓여서 이도저도 아닌 기묘한 마무리를 지을 수 밖에 없는 지점에 도달해버리고 만다. 그 실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어새신 크리드 3는 결국 그 전체 스토리 라인에 반밖에 안왔는데 쩌리 주인공을 퇴장 시키고 말았으며, 데드 스페이스 3의 아이작은 영원히 고통받는 존재로 화해버렸고, 기어워 3의 마커스는 몇년동안 개고생해서 뜬금없이 아버지와 만나고는 뜬금없이 전쟁을 끝내버렸다. 


또한 게임 정체성 역시 큰 문제이다. 프랜차이즈의 시작을 알린 작품들이 보통은 다른 프랜차이즈나 작품들이 가질 수 없는 혁신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면, 그 뒤에 나온 후속작은 기존의 작품에 바리에이션을 두면서 차별성을 둔다. 하지만 시리즈가 계속되면 계속될수록, 그 차별성은 점점 동어반복적이 되며 자잘한 시스템 상의 변화나 벨런스 조정 수준에서 머물게 된다. 변화는 점점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시리즈 내내 변화랄것 없이 연출만 살짝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가장 최종적인 문제에 봉착하는데 그건 바로 '기업의 이윤'. 사실 프랜차이즈 IP라는 개념 자체가 새로운 모험은 적게 하면서 팬층을 유지하면서 최대의 이윤을 끌어모은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물건이다. 문제는 스토리에는 끝이 있지만, 이윤을 내야한다는 기업의 목표에는 끝이 없다. 결국은 게임 시리즈를 끝낸다는 과격한 발상을 하기 보다는, 대충 흐지부지 끝내서 다음 작품들을 만들어낼 건덕지를 만드는데 주력하며, 실제로 3의 저주 라던가 시리즈의 정말에 대해서 들리는 악평들은 이러한 악재들이 겹쳐서 생기는 문제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모든 게임 프랜차이즈가 그런 것은 아닌데, 헤일로 시리즈의 경우에는 성공적으로 게임 시리즈를 이어나가는데 성공했으며, 메기솔 시리즈는 4편의 기묘함을 제외하면 스토리나 프랜차이즈 전체적인 입장에서 성공한 케이스라 볼 수 있다. 메기솔 시리즈의 경우, 코지마 히데오라는 디렉터가 시리즈에 대한 방향성을 확실히 제시한 경향이 있으며, 헤일로 시리즈의 경우 게임 전반의 스토리 라인을 보강하기 위해서 엄청난 공을 들였을 뿐만 아니라 제작사 까지 바뀌는 등 다른 프랜차이즈 들에 비해서 들어가는 노력의 규모가 다르다(물론 헤일로라는 타이틀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결론적으로, 위와 같은 3의 저주니 뭐니는 게임 프랜차이즈 IP들이 갖고 있던 태생적인 한계가 불거져 나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문제가 크지는 않아 보이지만, 어느순간 저게 뻥하고 터져버릴 가능성도 있다는 것. 그 순간을 콜 오브 듀티의 몰락과 함께 올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역시 모르는 일이다. 미래의 일은 쉽게 예측 할 수 있는 것이 못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