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힘들어서 그냥 반말로 하겠슴다(.....)


과거 한국에 게임 잡지란 것'들'이 있었을 때, 한 게임 잡지 칼럼에서는 아주 짤막하지만 인상적인 칼럼을 실은 적이 있었다. 멕스페인 1편 스크린 샷을 집어넣고 '당신은 이 글을 3인칭으로 보고 있습니까?'라고 묻는 글이었다. 어떻게 보면 게임에 있어서 플래이어의 위치와 게임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서 심도있는 질문을 던진 글이었으나, 아쉽게도 그렇게까지 깊이 있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사실, 그 당시는 어떻게 보면 '게임은 어디로 가야하는가?'에 대한 목적의식이 뚜렷하게 존재하지 않는 시절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과도 같이 '영화와도 같은' 게임을 지향했던 것이 아니었으니까. 최초의 영화의 구조를 집어넣었다 평가받는 메탈기어 솔리드 1편은 사실 코지마 히데오의 '영화감독이 되고 싶엉!'이라는 욕망이 반영된 산물이고, 맥스페인 같은 경우에는 홍콩 느와르 영화 덕질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한떄 게임의 새 흐름으로 보여졌던 FMV(풀 모션 비디오) 형식에서부터 게임이 영화를 지향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물론, '경험적 측면'을 강조하는 게임으로서는 현실 세계의 카메라와 연출, 그리고 조작의 한계로 인해서 FMV 게임들은 영화는 커녕 웃기지도 않는 3류 개그물이 되었다. 하지만, 역으로 보자면 게임은 이 때부터 영화를 지향했었다고 할 수 있다.


왜 영화인가? 라고 하면 근대 100년의 역사속에서 영화는 유래없는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영화야 말로 현대 대중 매체와 산업시대가 만들어낸 아이콘이자 문화의 핵심이며, 싸구려 포르노에서부터 고급 예술 영화까지 인간의 거의 모든 것을 커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인간의 상상력을 '시각화'시킨 결정체고, 상상력의 시각화라는 측면에서는 게임과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게임은 시각화를 통해서 '경험'을 강조하고 있고, 영화는 시각화를 통해서 '이야기'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지난 100년간 영화가 쌓아온 시각화의 노하우를 이용해서 인간의 상상력과 경험, 이 두개를 조화시키고자 했고, 그 결과물이 현재의 게임이다.


사실, 이러한 영화의 시각화의 중심에는 '카메라'가 있다. 카메라는 관객의 시선이자, 감독의 의도이고, 그리고 동시에 이 둘 모두를 뛰어넘는 무언가이다. 카메라와 영화의 시점을 다루기에는 이 글은 허접한데다가 부족하지만, 일단 게임이라는 장르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는 '카메라'라는 존재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찰하는 게임은 없다고 할 수 있다(아니면 내가 모르고 있거나. 물론 '플래이어'라는 존재를 다루는 인디 게임은 몇몇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지난 10년 동안 게임 제작자들에게 있어 카메라 워크와 연출은 대부분 영화적인 상상력과 연출에 기초하여 게이머가 접하는 경험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었다. 갓 오브 워 3 같은 경우를 예를 들자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크로노스 라는 타이탄과 크레토스라는 존재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면서 신화적인 스케일로 시각적으로 놀라운 경험을 제공한다. 스플린터 셀:컨빅션의 경우, 본 시리즈로부터 영향을 받은듯한 케릭터의 움직임과 연출, 카메라 워크를 통해서 샘 피셔라는 인물의 프로페셔널한 모습과 조용한 분노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뭐, 경험이란 측면에서 보았을 때 모든 게임은 1인칭 시점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당신의 어깨 너머에서 이 글을 보고 있지는 않으니까. 즉, 사람이 가장 몰입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보는 시점과 동일한 시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니까. 하지만, 이는 틀리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이 제공하는 경험은 전적으로 허구다. 현실에서 우리는 좀비 머리통을 날리지 않으며, 훈련소에서 M-16을 견착했을 때 콜옵 처럼 멋지고 정확하게 되지도 않고, F-22가 뉴욕 빌딩 사이를 저공비행하며 폭격을 때리는 장면을 보기는 커녕 실물로 F-22를 볼 기회를 가지기도 힘들다. 한마디로, 게임이 우리와 같은 시점을 공유하기 시작하면 게임의 표현은 상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사실, FPS라는 장르 자체는 영화적 연출과는 어울리지 않는 장르이다. 시야는 제한되어 있으며, 게이머가 살짝이라도 고개를 돌리면 화려한 연출같은걸 집어넣었다가는 게임 오버 당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는 아주 단순한 해결책 '시선을 특정 이벤트에 강제적으로 고정시킨다'라는 해결책을 도입함으로서 영화적 연출을 FPS에 도입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후 흔히 레일로드 슈터로 알려지는 이 FPS 게임들은 이벤트 보고->총 쏘고->이벤트 보고->총 쏘고...무한 반복으로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았었다. 결과적으로 게이머가 할 수 있는 것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마우스 왼쪽 버튼을 누를 자유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레일로드 슈팅의 장치를 버리게 되면, 결과적으로 FPS 장르에서 연출은 상기한 이유들 때문에 상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레일로드 슈팅의 한계는 포탈 2에서 해결이 되는데, 포탈 2가 보여주는 해결책은 상당히 재밌다. 포탈 2는 카메라를 제한하지 않는 대신에 '나레이터'라는 존재를 집어넣어서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가 옮겨가는 동시에 인물의 시선도 같이 움직이게 만드는 독특한 시도와 연출을 도입했다.


사실 이제는 소위 트리플 A급 타이틀이라 불리는 대작들은 헐리웃 블록버스터 뺨치는(아니면 그 이상의) 연출은 보여주고 있으며, 이 대부분의 게임들은 FPS 또는 TPS, 3인칭 액션 게임들이다. 3인칭 액션 게임의 경우, 카메라가 케릭터가 아닌 케릭터 바깥에 나와있다는 점에서 영화와 가장 유사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FPS와 다르게 TPS는 카메라의 위치를 제작자들이 어디에 배치해야하는가라는 어려운 난제에 봉착하게 된다. 


언차티드 2와 3은 그 카메라 배치와 구성에 대한 모범적인 정답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영화적인 연출을 제외하면 슈팅 게임이라기 보다는 단순한 아케이드 게임에 가까운 작품이지만, 연출 부분과 카메라 워크 부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카메라를 억지로 돌리거나 무리한 연출이 아닌 자연스럽게 게이머의 눈에 모든 광경이 들어오게 만드는 연출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더 쓰려 했는데, 힘들어서 다음에 쓸게요. 한 한달가까이 깨작거린 글인데 정리되면 여기서 더 이어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