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바이오웨어는 현재 베데즈다와 함께 정통 RPG 제작을 고수하고 있는 몇 안되는 게임 개발사입니다. 베데즈다가 각종 다양한 게임을 만들면서 게임 커리어를 쌓다가 엘더 스크롤 시리즈로 정통 RPG 제작 회사로 굳어진데 반해서, 바이오웨어는 1995년 창립 이후 거의 대부분의 게임을 RPG를 만든 RPG 전문 회사입니다.(물론 베데즈다도 이제 RPG 전문 회사인 것은 확실합니다만, 바이오웨어는 애시당초부터 RPG 전문 회사였다는거죠) 96년 처녀작인 Shattered Steel을 발표하고나서, 그들은 RPG의 한획을 그은 발더스 게이트를 내놓게 됩니다. 몇몇 분들은 발더스 게이트가 블랙 아일 제작으로 아시는 분들이 있는데, 블랙 아일은 바이오웨어가 만든 발더스 게이트를 지원하기 위해서 자사의 이름을 빌려주었을 뿐 실질적으로 바이오웨어 맴버가 만든 게임입니다.

 하여간, 발더스 게이트는 당시 사그라들고 있었던 AD&D(Advanced Dungeon & Dragon) 룰 기반의 CRPG를 부활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96년 디아블로와 함께 CRPG의 부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후, 바이오웨어는 발더스 게이트 2, 확장팩 Throne of Bhaal, 네버 윈터 나이츠, 스타워즈:구 공화국의 기사단 등을 개발하여 정통 RPG 명가의 저력을 과시하였습니다. 이후 바이오웨어는 EA에 흡수되었고, 매스 이펙트(대략 160만 장)와 드래곤 에이지:오리진의 흥행에 성공하면서 베데즈다와 함께 정통 RPG가 아직 죽지 않았음을 드러내었죠.

 바이오웨어 RPG의 특징은 어떻게 보면 베데즈다 RPG와 정반대입니다. 베데즈다가 RPG로써 광대한 세계를 해매는 면을 강조하였다면, 바이오웨어는 정해진 장소를 여행할 수 밖에 없죠. 즉, 바이오웨어는 기존의 폴아웃이나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처럼 장소와 장소라는 점 개념과, 이를 잇는 선이라는 전통적인 RPG의 공간 개념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바이오웨어는 베데즈다 보다 더 깊이있는 스토리를 보여줍니다. 베데즈다 RPG가 '스토리는 있으면 그만'이라는 컨셉이라면, 바이오웨어는 스토리가 주인 모습을 보여주죠.

 가장 눈에 띄는 바이오웨어 RPG의 특징은 '서사성'(Epic)입니다. 즉, 그래픽이나 배경이 아닌 스토리로 게임의 웅장함을 보여주는 성향이 강합니다. 아직까지도 유저 개발 모드가 나오는 발더스 게이트 2편을 보도록 하죠. 발더스 게이트 2편은 파괴신 바알의 아이인 주인공이 자신의 내부에 숨겨진 파괴와 살육의 본능, 그리고 반신으로서의 자신의 운명에 대해 갈등하는 주인공이 그것을 어떻게 극복 혹은 굴복하는가에 대한 스토리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해어지며, 독특한 개성을 지닌 동료들과 영웅적인 모험을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자연스럽고 완성도 있게 표현함으로서 게이머는 스토리와 게임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러한 일련의 바이오웨어 RPG의 본질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그것은 '경험과 동화, 그리고 반응'입니다. 게이머에게 스토리를 '경험'하고, 그 세계가 속한 '동화'되어 그에 대해 다양하게 '반응'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이오웨어 RPG의 본질인 것이죠. 그리고 바이오웨어 RPG는 이러한 컨셉을 구현하기 위해서 스토리 중심으로 하고 여기에 특색있는 케릭터, 세계관과 대화를 구성함으로서 깊이 있는 게임을 만듭니다. 이러한 완성도는 거대한 게임의 흐름에서부터 파티원이나 인물들간의 대화를 통해서도 잘 드러나는데, 심지어 게임 내에서 동료들이 서로 농담 따먹기를 하거나 사소한 부분에 대해서 논쟁을 벌이는 것조차도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바이오웨어 RPG가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완성도 있는 스토리와 구성 때문인지, 바이오웨어의 RPG들은 자유도가 많은 부분 제한됩니다. 사실상 바이오웨어 RPG에 있어서 게이머에게 주어진 자유는 문제를 해결할 해결책을 고르는 자유입니다. 물론 바이오웨어는 그러한 해결책의 선택에 있어서 게이머의 자유가 보장되고, 상당히 많은 수의 해결책과 다양한 조합, 그리고 각 해결책에 따른 다양한 반응 등을 통해서 게이머가 쉽게 지루하지 않게 합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게이머는 이미 '존재'하는 해결책 중에서 해결책을 선택할 뿐, 게이머에게 자유재량은 많은 부분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결과적으로 바이오웨어 RPG는 선형 구조를 지닌(물론 많은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RPG라는 것이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비선형 구조의 게임을 만드는것 자체가 매우 어렵고 실제 CRPG의 역사에 있어서도 비선형 CRPG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리고 비선형 구조의 RPG가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심각한 불친절함(이후 마지막 부에서 블랙 아일 RPG와 그의 유산 들을 비교하면서 다루겠지만)인 것을 고려할 때, 바이오웨어 RPG는 어느정도 면죄부를 받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바이오웨어는 RPG에 있어 매우 혁신적인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구작과 신작의 세이브 데이터 연동을 통해서 게임의 스토리가 이어지게 하는 시스템(!)입니다. 실제 올해 1월 26일 출시 예정인 매스 이펙트 2에서는 구작의 세이브 데이터 연동을 통해서 게임 내에서의 인물들의 반응, 위상 등과 심지어는 주인공인 쉐퍼드 소령이 죽게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3월 16일 발매 예정인 드래곤 에이지:오리진의 공식 확장팩인 Awakening에서도 Arch Demon의 죽음 이후 게이머가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게임이 달라질 것이며, 동료들 또한 연동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게임이 거대한 시리즈물화 되고 프랜차이즈화 되는 경향에 있어서, 이러한 바이오웨어의 실험은 상당히 독특하고 혁신적이라고 평할 수 있겠습니다. 

 바이오웨어라는 게임 회사는 정말 놀라운 회사입니다. 게임의 스토리, 세계관의 깊이, 케릭터의 대사 하나하나 까지 신경쓰고 완성하여 게임의 몰입감을 높이는 그들의 모습은 현대의 장인이라 칭할 정도로 훌륭합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신작들은 항상 기대가 되며, 흥행성과 완성도 이 둘을 동시에 갖고 있는 몇 안되는 회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은 기타 나머지 흐름을 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