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울티마 시리즈



들어가면서

전세계적으로 게임 장르인 RPG는 게임 역사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였습니다. 애플 시절의 울티마, 바드 테일 등으로부터 시작하여, 위자드리와 마이트 & 매직, 그리고 AD&D 룰을 따른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 아이스 윈드 데일 시리즈, 플래인스케이프 토먼트 등 2000년대 이전 서양식 '정통 CRPG'는 하나의 큰 조류로 자리잡게 됩니다. 사실 이 시기의 정통 RPG를 정의를 내리는 것은 복잡합니다. 이 당시의 게임들이 후대의 RPG 이외의 장르에게도 영향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시기의 RPG들의 공통점을 들자면, 게임의 자유도를 많은 부분 강조하였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임을 게이머들이 기피하기 시작하고, 그래픽 향상에 따른 액션 게임의 인기 급상승, 디아블로의 등장 이후 정통 RPG가 아닌 핵&슬래쉬 RPG의 득세, 게임 시장의 중심이 PC에서 콘솔로 넘어가면서 콘솔에 적합하지 않은 정통 RPG 자체의 소멸 등의 이유로 정통 RPG는 2000년대 이후 하향세를 타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블랙 아일과 트로이카 게임즈의 몰락은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준 사례였죠.

하지만, 아직도 정통 RPG는 그 맥락을 아직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베데즈다 소프트웨어의 엘더 스크롤:오블리비언과 폴아웃 3는 2006년과 2008년 Game Of The Year를, 올해 바이오웨어의 신작 드래곤 에이지:오리진은 연말 게임 시장에서 혁혁한 전과를 거두고, 내년 1월말 기대의 신작 매스 이펙트 2를 내는 등 과거의 정통 RPG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소위 '전통 RPG'들도 변화하였습니다. 과거에 비해서 플롯은 점점 간소하게 변화하고, 액션이나 전투에 많은 비중을 주기 시작했으며, 성적 코드나 폭력적인 코드를 삽입하여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를 도입하기 시작하였죠. 어떤 의미에서는 이제 이러한 '정통 RPG'의 흐름을 쫒는 RPG들을 '새로운 RPG'(New Classic? Post Classic? 뭐 하여간)로 분류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구심도 어느 정도 들지만, 현재까지는 이러한 자유도와 게이머의 선택을 중요시 여기는 RPG를 정통 RPG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칼럼에서는 크게 정통 RPG 게임을 3가지로 분류할 것입니다. 베데즈다 게임 스튜디오, 바이오웨어, 그리고 블렉 아일과 그 잔재 및 새로운 흐름으로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먼저 베데즈다 부터 보도록 하죠.

베데즈다(Bethesda Game Studio)-면의 세계와 탐험





베데즈다 게임 스튜디오는 첫 시작은 블랙 아일이나 바이오웨어와 다르게 평범한 게임 스튜디오로 출범하였습니다. 사실, 엘더 스크롤 시리즈 이전에는 스포츠 게임 등을 주로 개발한 회사였죠. 하지만, 엘더 스크롤:아레나(1994)의 등장으로 베데즈다 소프트웨어는 RPG 역사의 한획을 그은 시리즈인 엘더스크롤을 창조하며, 베데즈다 RPG 고유의 오픈 월드 개념을 확립하기 시작합니다. '엘더 스크롤:아레나'는 과거에는 흔했지만 지금은 대단히 독특하다 할 수 있는 일인칭 시점을 채택하였으며, 엄청나게 넓은 세계 등으로 많은 게이머로부터 찬사를 받았습니다. 물론, 오픈 월드류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인 악성 버그와 극악한 난이도로 악명이 높았지만요(일례로 모로윈드의 제작자는 아레나의 '시작' 던전에서 20번 이상 죽은 뒤에야 겨우 던전에서 나올 수 있었답니다)

1996년 베데즈다는 2편인 '데거폴'에서 이러한 '아레나'의 개념을 발전 계승시킵니다. 특히, 데거폴에서는 비선형적인 게임구조를 채택하여, 게이머가 메인 플롯을 따르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세계를 여행할 수 있게 만들었죠. 혹자는 이러한 자유도가 너무 강한 나머지 다른 퀘스트하러 다니다가 메인 플롯은 까먹게 된다는 이유로 이를 단점으로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장비 제작 시스템, 스펠 제작 시스템과 그 당시 높았던 성적, 폭력 묘사 등으로 유명한 게임이었죠. 그리고 이러한 정점은 3D로 구현된 모로윈드와 상업적 비평적인 성공을 둘다 거둔 오블리비언과 폴아웃 3에서 완성되게 됩니다.

이러한 베데즈다 류 RPG의 특징은 이전 폴아웃 3의 리뷰에서도 지적하였듯이 RPG 게임에 있어서 점과 선으로 구성된 게임 내 세계를 면이라는 구체적인 세계로 만들어내었다는 점입니다. 베데즈다의 RPG에 있어 중심은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거대한 세계를 여행하고 느끼는 것이라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렇기에 베데즈다 RPG는 메인 플롯이나 이야기보다 게이머가 보고 듣고 느끼는 부분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베데즈다의 오픈월드 RPG 또는 면으로 구성된 세계라는 개념은 대단히 참신해보이지만, 이미 과거 RPG에서도 존재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울티마 시리즈 같은 경우를 예로 들어보죠. 역사에 길이 남을 울티마 시리즈 같은 경우, 게이머는 아바타가 되어서 브리타니아 곳곳을 탐험하게 됩니다. 게임을 시작할 당시 큰 목표만 제시하고 세부적인 이야기에 대해서는 불친절할 정도로 설명이 없었던 울티마 시리즈는 한마디로 게이머를 브리타니아라는 망망대해에다 집어던져놓고 '자 알아서 하세요'라고 하는 극한의 자유도를 보여준 사례였죠. 이 당시 울티마 시리즈는 메인 플롯 자체를 이루기 위해서 넒은 브리타니아의 세계를 자유롭게 탐험하는 모습을 강조하였고, 게이머는 자연스럽게 브리타니아 세계에 녹아들게 됩니다. 그렇기에 베데즈다는 과거 이러한 RPG의 방대한 세계와 탐험이라는 개념을 현대적인 의미에서 구체화시킨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베데즈다 RPG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메인 플롯과 스토리가 상당히 선형적이면서 단순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폴아웃 3 같은 경우에는 전작인 1편 및 2편과 함께 비교되면서 그러한 단점을 크게 부각하였죠. 실제 출중한 스토리와 자유도를 지닌 1편과 2편과 같은 경우, 비선형적인 게임 플레이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든 게임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과 게이머가 걸어가는 그 진행 자체가 스토리가 된다는 장점을 보여주었죠. 하지만, 폴아웃 3는 게이머에게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를 주었지만, '무엇이 될 수 있는' 자유는 주지 않았습니다. 오픈월드를 탐험하는 것과 별개로, 메인 플롯은 심각하게 빈약하며, 게임의 정해진 스토리를 따르지 않으면 게임이 진행되지 않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엔딩을 강요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점에 있어서 폴아웃 3는 전작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할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데즈다 RPG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그것은 과거 정통 RPG에서 보여주었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모험과 탐험'으로서의 RPG의 개념을 훌륭하게 구현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모르는 세계,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공간, 거기에 과연 무엇이 있을까를 기대하면서 한발 한발 내딧는 짜릿함과 기대감은 다른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쾌감을 게이머에게 선사합니다. 한마디로 '내가 모르는 세계를 해맨다'라는 개념을 재미로 승화시킨 멋진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바이오웨어 편을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