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이크 워즈:에너미 테러토리(줄여서 ETQW)는 잘 만든 게임입니다. '퀘이크 워즈'라는 이름이 붙어있어서 이 게임이 퀘이크 시리즈으로 여겨지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정작 ETQW는 퀘이크의 후속작이 아니라 무료 멀티 FPS였던 울펜슈타인:에너미 테러토리의 정식 후속작입니다. 정확히는 '에너미 테러토리'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죠.
울펜슈타인 ET의 가장 큰 특징은 게임 내에서 경험치가 쌓여서 게임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었습니다. 가령 여러분이 돌격병 클래스를 선택해서 미션 오브젝트를 달성하거나 적들을 죽여서 경험치를 얻어서 진급하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탄창의 수가 증가한다던가 등의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죠. 물론 베틀필드 시리즈에서도 이러한 경험치를 통한 언락 개념이 있었지만, 이는 게임이 끝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쌓이는 것이지 에너미 테러토리 같이 한 게임 끝나면 얻은 언락이 초기화 되는 시스템과는 달랐습니다.
ETQW는 전작의 경험치 시스템을 그대로 들고 왔습니다. 오브젝트 달성 시나 적들을 죽일때 경험치를 주고, 이를 통해서 언락을 해제합니다. ETQW에서 특기할 점은 게이머가 게임에서 미션 목표를 자유롭게 선택을 해서, 목표 달성을 통한 경험치 획득을 가능하게 만든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게임 목표가 '1.다리를 수리한다+10XP', '2.적의 레이더를 무력화 시킨다+5XP', '3.적의 MPC를 무력화 시킨다+20XP' 등이 있으면 게이머가 목표를 선택해서 경험치를 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목표를 설정하면 친절하게 어떻게 해야하는지, 목표는 어디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우리 팀이 어떤 목표를 맡고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서 게임에서 목표 분담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만듭니다. 강제적으로 분대를 설정해서 지휘관의 일괄적인 명령을 들어야 하는 베틀필드 2142와는 매우 다른 시스템인 것이죠.
ETQW의 진영은 크게 지구 방위군 GDF와 외계생명체 스트로그로 나뉩니다. 이 둘은 베틀필드 시리즈처럼 스킨만 바꾸어놓은 것이 아니라, 아예 플레이 스타일에서부터 큰 차이가 납니다. 가령, 스트로그 같은 경우에는 GDF 병사의 시체에 노드를 지정해서 그 자리에서 스폰되게 합니다. 그리고 GDF가 탄창식의 무기를 쓴다면, 스트로그는 무기 과열이라는 개념을 집어넣구요. 이런 식으로 아예 다른 시스템과 아이템을 차용해서 각 진영사이의 플레이, 전략을 달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ETQW는 객관적으로 잘 만들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게임이 하필 벤치마킹의 대상을 대규모 전장에서 탈 것을 이용해서 싸우는 베틀필드 시리즈로 정하지만 않았다면, 흥행에 문제는 크게 없었을 것입니다. 전작 ET는 게임의 진행방식이 소규모 국지전이 기반인 리턴 투 케슬 울펜슈타인에 경험치 시스템을 도입했었고, 이러한 급격한 변화로 인해서 당시 많은 RTCW 팬들이 ET를 포기합니다. 그리고 이제 ET에서 ETQW로 넘어올 때, 많은 ET팬들은 'ET가 베틀필드냐!'라면서 반감을 드러내죠. 덕분에 기존의 ET팬들을 고스란히 ETQW로 끌고 오지 못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ET팬들이 아닌 일반적인 게이머들은 ETQW를 좋게 평가했을까요? 꼭 그런 것도 아닌 거 같습니다. ETQW는 게임 최대 수용 인원을 32인이었고, 당시 ETQW의 가장 큰 라이벌인 베틀필드 시리즈는 최대 수용 인원이 64인입니다. 사실 ETQW를 해보면 아시겠지만, 맵 구성 자체가 32인 기반에 맞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저는 인원수에 대한 문제는 크게 없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게이머들은 ETQW보다 베틀필드 시리즈가 전투 등의 측면에서 더 스케일이 크고 아름다울 것이라는 착각을 가지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결국, 모든 ET팬들을 끌고 오지 못한 점과 일반 게이머들에게 강하게 어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ETQW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후에 나온 PS3, Xbox 360 버전은 버그 투성이로 완전하게 망작 취급 받았습니다. 덕분에 ETQW는 괜찮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묻혔습니다. 물론 아직도 하는 사람들 있기는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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