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모바일 게임의 한계이자 가능성은 바로 조작 체계에 근거하고 있다고 본다: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게임의 생태계는 직관적이며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는 터치 조작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터치 조작들은 스마트폰의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의 조작 체계를 어플의 목적에 맞게 일종의 에뮬레이션(emulatioan, 하드웨어적으로 수행되는 작업을 소프트웨어로 흉내내어 처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은 ‘하나의 기능’에 충실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기능들을 어플의 목적과 스마트폰에 맞게 변형하여 적용하기 때문에, 전문화된 기기가 아닌 일종의 ‘유니버설’한 기기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스마트폰으로 걸음을 측정하는 만보계 어플들이나 캐시워크 같이 걸을 때마다 일정 재화를 충족하고 리워드를 받고 소비하는 어플들이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만보계나 어플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들이 과연 ‘이들의 목적’ 하나만을 위한 것일까? 엄밀하게 이야기해서 스마트폰의 만보계는 3축 가속도 센서와 자이로 센서를 복합적으로 측정해서 해당 정보를 측정한다. 과거의 만보계들에 비해서 기술적으로 더 세련되고 복잡한 기술이 적용되었긴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스마트폰의 이러한 기술들은 기본적으로 ‘그 목적을 위해서 탑재되었다’라 할 수 없는 것이다.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전문적인 기술 보다는 보편적인 기술이 적용되어서 목적에 부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스마트폰이라는 기기가 갖고 있는 특징이다. 물론 역으로 이러한 보편적이고 강화된 기능들, 위에서 예를 든 자이로 센서나 3축 가속도 센서 같은 것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될 것을 염두에 두고, 더 섬세하게 발전한 것들도 있다.
스마트폰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부분의 어플리케이션들이 스마트폰을 전제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에뮬레이션과 같은 일종의 ‘기술적 속임수’라고 보기 힘들 수 있다. 다만, 유달리 스마트폰에서도 에뮬레이션이라는 기술적인 속임수에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람이 직접 조작해서 플레이하는 모바일 게임’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DS 에뮬레이터 같은 어플 같은 것들이 ‘에뮬레이션’의 영역에 직접적으로 발을 걸치고 있긴 하지만,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부분들은 바로 게임 패드나 조작 콘트롤러를 터치 스크린의 형태로 옮겨 놓은 것들이 대표적 사례다. 즉, 게임패드와 같은 조작 체계를 스크린의 형태에 터치되는 버튼 형태로 구현해두고, 그 조작을 게임 내에서 에뮬레이션 함으로써 실제 콘솔/PC 게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경험을 스마트폰 환경에서 비슷하게 재현하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조작하는 게임들의 상당수는 기술적으로 부합하진 않지만, 경험의 제공 측면에서 에뮬레이션 게임이라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이러한 게임들의 한 축에는 콘솔이나 피씨에 원판 게임이 있고 크로스 플레이 형태로 구현되는 게임이 상당수이다: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포트나이트나 포켓몬 유나이트 같은 게임들일 것이다. 그리고 조금 다른 접근이긴 하지만 ‘스마트폰과 기존 플랫폼과는 동일한 경험을 제공할 수 없지만, 최대한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라는 전제로 접근하는 게임들도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 같은 게임이 그러한 게임이라 할 수 있는데, 기존 게임을 모바일에 맞게 튜닝을 하고, 그 튜닝의 핵심에 ‘조작 체계’가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하지만 이러한 ‘직접 조작하는 게임’들의 부류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아무리 모바일 게임이 콘트롤러 그 자체를 에뮬레이션을 하려고 해도 완벽하게 그 조작 경험을 에뮬레이션 할 수 없다. 버튼을 눌러 발동한다라는 디지털적인 0과 1의 조작 체계조차도 물리적인 버튼이 있냐 없냐에 따라서 그대로 경험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 가상 컨트롤러의 경험이다. 그리고 아날로그 스틱이나 트리거의 조작 같은 것은 구현하기 더 까다롭다:스틱을 살짝 당겨서 살금살금 걷는다던가, 혹은 트리거를 반 트리거만 당겨서 레이싱 게임에서 반 가속을 하게 만든다든가 등의 조작은 불가능하다. 더 나아가서 패드에서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네 손가락 조작(왼손 엄지, 검지 / 오른손 엄지, 검지)과 달리, 스마트폰의 조작에서는 두 손가락 조작(양 엄지)만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차이점이자 제약사항이기도 하다. 손가락 4개에서 버튼의 조합(가령, 왼쪽 트리거 조준과 오른쪽 트리거 사격, 여기에 이동 조작과 카메라 조작을 함께 하는 것)으로 기존 체제에서 조작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두 손가락 조합으로는 만들어낼 수 있는 조합 조작의 가지수는 매우 한정적이다.
결국 모바일 게임에서는 기존 패드 조작 시스템과 달리 버튼의 수를 늘리거나 조작을 단순화시키는 접근 방법 말고는 위와 같은 한계를 극복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내놓은 해결방법(버튼의 수를 늘린다든가, 조작을 단순화시키든가)들 모두가 결국은 기존 게임의 에뮬레이션이라는 개념에서부터 점점 멀어진다는 것이다. 조작을 단순화시킨다면(예를 들어, 페오엑과 그림던, 디아 3를 섞어놓은 모바일/PC 동시 출시 게임인 언디셈버 같은 게임이 그럴 것이다), 게임 자체가 기존 장르 같이 깔끔하고 정교하게 돌아간다기 보다는 상당히 무디고 둔탁하게 돌아간다는 인상을 심어주게 된다. 그렇다고 버튼의 수를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화면에 버튼이 늘어날수록 폰의 화면을 가린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은 버튼이 늘어나게 되면서 화면이 난잡해지고 실제 게임을 하는 화면이 줄어들게 되면서 게임 플레이를 할 때의 판단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 점에서 갤럭시 폴드 3는 직접 조작하는 게임의 문제를 정말로 간단하게 해결한다:폴드 3는 기존 화면에서 약 2배 가까이 넓은 스크린을 제공하면서 버튼을 많이 배치하여도 실제 게임 화면을 손가락이 가리거나 하는 등의 문제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폴드 3에서 플레이하는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츠의 예를 보자:실제로 패드와 키보드 조작에서 사용되는 많은 버튼들이 개별로 배치되어 있지만, 화면이 커진 덕분에 실제 게임을 하는 영역을 많이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버튼 크기를 확보해서 조작성과 가시성 양쪽을 잡아내는 부분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기존 배틀그라운드의 조작감을 그대로 이어받는다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동조작 없이 이정도면 큰 불편함 없이 기존 게임에 비슷한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수준’까지는 올라온 셈이다.
폴드 3가 보여준 것은 ‘큰 화면 스마트폰’이 보여준 모바일 게임의 가능성이다:예전에 비해서 스마트폰의 액정은 점점 커지고 있고, 큰 화면에 대한 수요는 항상 존재해왔었다. 노트북과 폰 사이에 태블릿이라는 새로운 기기 영역이 개척된 것도 그러하다. 무게라는 요소를 무시해서는 안되겠지만, 조작할 수 있는 화면이 커짐으로 모바일 게임이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의 영역은 더 커진 셈이다. 물론 새로운 기술과 조작 방법론에 대한 탐구가 있어야 하겠지만, 더 큰 화면의 스마트폰이 여는 가능성이란 ‘자동조작이나 둔탁한 조작이 아닌 콘솔이나 피씨에 가까워지는 가상 패드 조작과 게이밍의 영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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