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FPS 처럼 칼싸움을 하는 게임이 있다고 하면 믿겠는가? 시벌리 2는 9년전의 시벌리 1편, 좀 더 가깝게 본다면 모드하우와 비슷한 게임으로 독특하게 1인칭으로 칼부림과 전장을 경험하게 만드는 게임이다. 시벌리 2의 게임 플레이의 핵심은 특이하게도 'FPS'와 비슷하다:FPS에서 총기가 방아쇠를 당겨서 직선의 판정(발사 위치에서 착탄지점까지)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한다면, 시벌리 2에서는 냉병기를 느리게 휘두르면서 무기가 닿는 부분을 호형태로 판정을 그리는데 이 판정을 '맞추는 것'이 게임의 기본적인 흐름이다.

 

흥미로운 점은 공격 판정을 맞추는 것이 직관적인 동시에 상당히 도전적이라는 것이다: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한 곳에서 끝나는 곳까지 판정이 생긴다, 야구나 배팅을 해본 사람이라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여기서 게임은 색다른 변주를 부여한다. 플레이어가 무기를 휘두르면서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하는 지점을 당겨서 빠르게 적을 맞출 수 있게 하거나(엑셀), 혹은 끝나는 점을 질질 끌어서 시간차 공격을 가할 수 있다(드래깅). 무기를 휘두를 때 팔 뿐만이 아니라 '허리 힘'을 이용해서 무기를 휘두르는 것과 동일한 개념이라 할 수 있는데, 직관적인 동시에 타이밍과 거리를 자신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기본이자 핵심적인 테크닉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직관적인 동시에 '내 무기의 사거리가 얼마나 되나'를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최적의 거리를 맞추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시도를 해야 한다.

 

시벌리 2는 상당히 직관적인 공방 구조를 가지고 있다. 플레이어는 스테미너를 소비하면서 가드를 유지할 수 있는데, 가드하는 순간에 가드와 공격을 동시에 하는 대응 공격을 가할 수 있고, 정확한 타이밍에 튕겨내면 카운터를 칠 수 있는 시스템도 있다. 단순히 시벌리 2는 가드와 공격으로만 이루어진 공방이 아니라, 스탭을 통해서 거리를 유지하거나 깊게 찔러 들어오는 공격을 흘려내버릴 수 있다. 

 

이렇게 '호를 그려서 판정을 만든다'와 '이 판정을 상대에게 맞춘다'라는 개념, 그리고 공방 시스템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시벌리 2는 직관적이고 단순하지만 흡입력있고 매력적인 게임 플레이를 만들어낸다. 1대1로 싸우면서도 상대방을 맞추면서 나는 안맞게끔 하기 위해서 서로 스텝을 밟으면서 간을 보고, 공격-가드-공격-....의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상대가 공격 하는 타이밍에 스텝을 밟아 공격을 헛치게 만들고, 그 헛치는 타이밍에 공격을 찔러넣는다. 게임은 단순하지만 서로 동일한 것을 들고 싸운다는 전제 아래서 치열하게 머리싸움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시벌리 2의 진짜 진면목은 1대1에서 대규모 난전, 불리한 1대 다 전투, 목표를 방어하는 방어전이나 공격전까지 모두 단순한 게임 규칙으로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벌리는 기본적으로 32대32, 20대20, 그리고 프리 포 올의 난전을 지원하고 있다. 32대32, 20대20의 경우에는 배틀필드 러쉬 모드 처럼 목표를 점점 밀어 달성하는 게임 플레이가 기본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 플레이는 이상적인 1대1의 플레이가 아니라 다수의 팀원과 다수의 적들과 싸우는 게임 플레이로 이행하게 된다:하나의 적들을 여러 플레이어가 1점사하면서 스테미너를 고갈내어 버릴 수 있고, 한 명이 상대의 방어를 굳히게 만들고 다른 팀원이 등 뒤로 돌아가서 가드 자체를 무너뜨리는 등의 다양한 양상이 시벌리 2에는 존재한다. 게임의 시스템은 단순하긴 하지만, 상당히 다양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작동하기에 플레이어는 시벌리 2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상황을 학습하고 경험하며 전투를 이끌어나간다.

 

그리고 여기에 시벌리 2는 배틀필드 식의 다양한 무기와 클래스를 부여한다:궁수는 장거리 저격, 뱅가드와 보병은 공격을, 기사는 전열 유지를 담당한다. 각각의 클래스는 체력이 더 높다던가, 장거리 공격을 할 수 있다던가, 좀 더 긴 사거리의 무기를 들 수 있다던가, 방패로 원거리 무기를 카운터 칠 수 있다던가 등의 특징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시벌리 2의 가장 핵심적인 협력 요소는 바로 '전열의 유지'다. 체력 회복 수단이 한정되어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붕대는 인당 한번 뿐이다) 각 팀원들은 체력을 회복하거나(붕대, 뿔피리, 깃발) 서로를 방호할 수 있는 수단(거치형 방패나 바리케이드, 덫 등) 등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게임을 하다보면 단순히 때거리로 몰려다니면서 상대와 패싸움을 하는 것이 아닌, 전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고, 그렇게 시벌리 2는 게임을 구성하였다.

 

결론적으로 시벌리 2는 멀티플레이 중심으로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한번쯤은 경험해볼만한 훌륭한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지금 현재 PC 플랫폼은 에픽 게임즈로만 나온 상태라 접근하기 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 콘솔 플랫폼과 크로스 플레이가 되기 때문에 어느 플랫폼으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꼭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