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최근 오큘러스 퀘스트 2를 구매하면서 VR을 경험할 기회가 생겼다. 가격이 여타 VR 기기에 비해 적절하다는 점(40만원 대), 기존 기기들이 다르게 스탠드 얼론으로 작동한다는 점 등은 오큘러스 퀘스트2를 최고의 입문 기기로 만들어주었다. 좋은 디스플레이와 조작계가 함께 결합하였던 HTC Vive의 구버전과 사실상 성능이 엇비슷한 수준인데, Vive가 대략 100만원 정도의 가격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코스트 다운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 덕분에 본인은 VR을 처음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VR이 여타 스크린이나 모니터 기반의 영상매체와 다른 점은 카메라의 시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점일 것이다. 영화를 예로 들어보자. 영화는 카메라로 피사체를 찍어서 세계를 구축한다. 컷과 시퀸스, 모든 것들은 카메라의 내부에 존재하며 카메라의 바깥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세계와 그 세계를 의도를 갖고 구성하는 '시선'의 존재는 전통적인 영상 매체를 규정하는 핵심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VR은 다르다. 물론 VR 역시도 세계를 찍는 카메라가 존재하며, 이를 통해서 다양한 영상을 찍어서 올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하는 점은 VR에서 시선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촬영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VR 체험을 하는 사람에게 존재한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VR은 화면을 카메라의 프레임에 국한시키는 것이 아닌, 화면 안에 공간이 존재한다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시야각을 제공한다. 그리고 양쪽 눈에 서로 다른 위치의 영상을 송출하면서, 마치 '깊이가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두 요소와 함께 플레이어의 머리와 시선의 맞춤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시선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것이야말로 VR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시선의  움직임에 따라서 그 시야각 내의 물체나 요소들을 바라보는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마치 자신이 체험하는 것 같은 몰입감을 제공해준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플레이어가 시선을 결정한다'라는 요소는 현 단계의 VR에 있어서 상당히 흥미로운 요소인 동시에, 제한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분명 시선을 움직이는 점은 이전과 다른 몰입감을 제공해주는 부분이지만, 기존 영상과 다르게 시선을 강제할 수 없어서 영상의 집중도를 높일 수 없다는게 큰 문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VR 영상 중에 테슬라의 자동 운전을 체험하는 VR 영상이 있다. 이 영상의 핵심은 테슬라 자동 운전을 체험하게끔 하는 것이지만, 본인이 신경쓰였던 부분은 차의 시트 부분에 지저분하게 떨어져있는 부스러기들이었다. 이와 같이 기존의 경험과 경험이 아닌 다른 사소한 정보들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기존의 영상 매체보다 더 산만하고 집중이 안된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영상 문법의 변화'를 통해서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라 보여진다. 기존의 영상 매체에서도 미장센 등을 통해 프레임 내에 다양한 정보를 배치하는 방법론이 있었다. VR은 그것이 그저 카메라의 시선 바깥의 넓은 공간으로 변화했을 뿐이다. 다만 이러한 공간의 배치 부분에서 VR의 방법론은 공간을 의도된 '부분'이 아닌 완결된 하나의 '전체'로 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게임에 있어서 VR 진입 장벽을 높이는 주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영화적 컷씬이나 3인칭, 1인칭 카메라 움직임이 기존 영상 매체에 근거하고 있었던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게임도 갑자기 VR로 옮겨가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조작 관점에서도 많은 이슈가 있다:키보드나 패드를 그대로 이용하기 힘들고, 특유의 모션 트래킹을 게임에 접합시켜 VR 고유의 경험을 만들려는 시도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예를 들어 테이블 탑 시뮬레이터의 경우, 보드 게임 말을 집거나 내리는 것은 마우스와 비슷하게 할 수 있지만, 시점을 옮기는 부분에서 많은 어려움(특히 양쪽 손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에서)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카메라와 조작, 이 두 부분 때문에 기존의 게임을 그대로 VR로 옮길 수 없다는 점은 VR 게임이 흥할 수 없는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하프라이프 알릭스의 성공은 상당히 눈여겨 볼만하다:벨브는 이전부터 컷씬을 이용하기 보다는 체험형으로 플레이어가 직접 이벤트를 바라보게 만든다던가,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 그것을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바라보게 만드는 시선처리가 능한 회사였다. 생각해보면 이러한 VR의 장점이자 난점이 벨브에게는 VR 게임의 강점으로 다가온 편이라 할 수 있는데, 아직 제대로 플레이해보진 못했지만 충분히 기대감이 느껴지게 만드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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