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오랜 침묵을 깨고 보더랜드 3가 2019년 9월에 발매가 된다. 사실, 1편이 발매되었던 시기로 돌아간다면 이 게임이 이렇게까지 성공할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보더랜드 1편은 전반적으로 현대적 개념의 트리플 A 게임들이 시장에 정착하는 시절에 나왔던 일종의 실험작이었다:게임에서 스토리 텔링은 많은 부분 의미가 없었고, 당시 나왔던 게임치고는 맵 디자인 부분도 많이 단조로운 편이었다. 독특한 아트스타일을 자랑하긴 했지만, 1편의 성공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무작위로 생성된 수많은 무기들을 사용하는 게임플레이는 소비자에게 먹힐만한 요소라는 것이 입증되었고, 12년 2편이 발매되기 전까지 1편은 450만장을 팔면서(위키피디아 링크)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보더랜드 2라는 작품은 모범적인 후속작이었다. 전작에서 부족했었던 스토리나 배경에 다양한 색체를 더하고, 거기에 총기 브랜드별 특색을 가미하는 등 전작의 콘텐츠를 충실하게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문제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초회차 플레이 이후, 케릭터들 간의 성능 편차가 심각해지는 점, 부조리한 콘텐츠의 난이도 등등 게임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들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엄청나게 팔렸고(1300만장 정도), 프리시퀼과 테일즈 오브 보더랜드와 같은 스핀오프들이 발매되면서 보더랜드는 게임 시장의 새로운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하였다.(위키피디아 링크)

 

하지만 돌이켜 봤을 때, 보더랜드1편과 보더랜드 2는 최근 게임 시장 트렌드에 있어서 중요한 명제를 제기한 게임이었다. 디아블로와 같은 아이템 루팅이 게임 플레이의 동력이 되는 장르가 어떻게 메이저한 FPS/TPS에 결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장르 문법을 처음으로 확립한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그 핵심은 바로 "생성되는 총기들마다 총을 쏘는 감각과 운용법이 달라지게 하는 것"이다. 기존 루팅 게임에서 생성되는 아이템은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스킬과 능력치에 영향을 주어 게임 플레이를 다르게 하는 방식이었다면, 보더랜드 시리즈는 루팅 게임에서 '평타'라 할 수 있는 총기에 개성을 부여함으로써 게임에서 총을 모아야 하는 원동력을 제공하였다.

 

물론 거슬러 올라가면 헬게이트 런던과 같은 작품들의 계보도 다루어야 겠지만, 적어도 트리플 A 게임들이 교과서로 삼는 게임은 보더랜드 시리즈라는 것이 확실하다:다양한 총기를 주워서 강해지고, 스킬은 자주 사용되지는 않되 총기로 풀어나갈 수 없는 부분을 공략하는 보조 역할로, 더 나아가서 근접공격이 다양한 아이템과 스킬의 영향을 받아서 속성 자체가 달라지게끔 만드는 방식은 보더랜드 시리즈에서 기용된 것이었다. 그리고 데스티니 시리즈와 디비전 등과 같은 게임들은 보더랜드의 게임 방식을 몇몇 부분을 명백하고 차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감히 말하건데, 2012년에 발매된 보더랜드 2는 2014년에 발매된 데스티니나 2016년에 발매된 디비전보다도 훨씬 나은 게임이었다. 이유는 단순하다:사격을 했을 때, 생성된 총기들의 차이를 잘 살려낸 것은 보더랜드 2만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데스티니와 디비전의 경우, 보더랜드 2보다도 훨씬 더 다양한 콘텐츠와 멀티플레이 방식을 갖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총을 던져서 재장전하고 수류탄처럼 써먹는 브랜드라던가, 서부시대 영화 마냥 패닝을 하는 브랜드라던가, 쏠 수록 집탄율이 올라가는 브랜드라던가, 각각의 총기 브랜드들이 명확한 특성을 갖고 있었고 또 그 브랜드 내에서 다양한 총기가 생성되기 때문에 결코 "같은 총을 두번 쓰지 않는" 그런 게임이었다.

 

물론 디비전이나 데스티니의 경우도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편이다:MMO슈터를 지향하는 만큼, 게임플레이 경험 자체가 보더랜드(더 많은 총기를 모으는 것)와 동일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아이템 루팅이 플레이어 성장 곡선과 밀접한 상관 관계를 갖는 게임이라면, "아이템을 구하는 것에 따라서 게임 플레이 역시 플레이어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드라마틱하게 바뀌어야 한다"라는 명제를 보더랜드가 증명해낸 셈이다. 금번에 나올 보더랜드 3 역시도 이러한 명제를 더욱 확대 심화한 것으로 보여진다:전작에서 볼 수 없었던 총기 모딩이나 2차 발사 모드 등 전작에서 좋게 평가받았던 부분들을 양적으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총을 쏘면서 총을 모으는 게임' 중에서는 여전히 보더랜드 시리즈가 최고의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