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치 버전 기반으로 쓰여진 리뷰입니다.
메트로배니아라는 장르를 아는가. 닌텐도에서 개발한 메트로이드 시리즈와 악마성 드라큘라:월하의 야상곡이 대표적인 메트로배니아 장르로, 어원 자체도 '메트로이드'와 '캐슬배니아'라는 두 프랜차이즈 명을 접합한 것이었다. 메트로배니아의 개념은 단순하다:기존 횡스크롤 아케이드의 스테이지 구성이 점과 점을 잇는 직선의 개념이었다면, 메트로베니아에서 스테이지는 방향성 없는 면의 개념이다. 처음 게임 플레이에서 플레이어가 갈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능력이 해금될수록 플레이어가 탐험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커진다. 메트로배니아의 핵심은 횡스크롤 아케이드 게임에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탐색'의 개념을 부여하였다는 것이다.
데드셀은 로그라이크 장르와 메트로배니아라는 장르를 섞은 '로그배니아' 장르를 표방하면서 등장한 횡스크롤 아케이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죽어도 계속해서 부활하는 죄수가 되어서 감옥을 탈출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데드셀이 표방한 로그배니아라는 장르 자체가 그 원류가 되는 캐슬배니아라는 장르와는 상당히 어긋나보인다는 점이다:먼저 캐슬배니아 장르는 탐색이 핵심이기 때문에 게임 스테이지 디자인에 있어서 단계적으로 구성해야 한다:가령 기존 메트로배니아 장르에서는 능력을 해방하는 위치와 목적지, 그 사이의 이동 경로 등을 개발자가 세심하게 조정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로그라이크 장르는 플레이할 때마다 스테이지나 아이템 구성이 달라지는 형태를 띄고 있으며, 이러한 무작위성은 얼핏 보기에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사람이 개입된 스테이지 디자인과는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데드셀은 이 둘을 잘 섞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데드셀에서 플레이어는 무작위로 생성되는 스테이지를 최대한 빠르게 탐색해서 출구를 찾아내고,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가야 한다. 데드셀은 기본적으로 달리고 점프하는 등 상당히 속도감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며, 동작 자체는 직관적이기 때문에 익숙해지면 게임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데드셀 게임 플레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완주다:플레이어는 세포와 돈, 레벨업, 장비 등을 들고 스테이지의 시작에서부터 출구까지 가야하나 중간에 적이나 트랩에 당해서 죽게되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는 여타 로그라이크 게임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데드셀의 경우 스테이지와 스테이지 사이에 세포를 이용해 영구적인 업그레이드를 하고 체력 회복 물약을 보급할 수 있는 막간 스테이지가 존재한다. 즉, 스테이지를 완주할 수만 있다면, 플레이어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렇게 중간 기점이 있다는 것은 게임 플레이 템포를 독특하게 가다듬는다:달리기처럼, 처음 시작하는 플레이어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완주'가 된다. 처음 플레이할 때는 게임에 익숙하지 않고, 아이템 트리 등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따라서 플레이어가 초반 플레이에서 해야하는 것은 세포와 아이템을 들고 다음 스테이지까지 완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이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당연하게도 플레이어가 게임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테이지를 완주하기 시작하면 데드셀은 플레이어의 학습 곡선과 세포를 이용한 영구 업그레이드가 함께 게임의 난이도를 조절하기 시작한다.
데드셀에서 세포를 이용한 영구적인 업그레이드 개념은 상당히 독특하다. 세포는 적을 죽일 때마다 확률적으로 생기며, 막간 스테이지의 수집가에게 제공하여 영구적인 업그레이드를 할 때 사용한다. 특히 데드셀에서 업그레이드는 여타 로그라이크에서 아이템풀을 추가하는 것 외에 회복약의 사용 회수를 늘려주거나 초기 아이템을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하는 등 게임 플레이 자체를 바꾸는 강력한 기능들을 해금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해금들 중 회복약 업그레이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플레이어를 '직접적'으로 강하게 만들어주는 기능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점의 아이템을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 바꾸는 재입고 기능이나, 초기 아이템 선택지를 늘려주는 기능 등 이러한 영구적인 기능 업그레이드들은 대부분 플레이어의 선택지를 늘려주는 방향이다. 이런식으로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게임은 육성폭이 늘리고 게임 플레이를 수월하게 만든다. 이는 플레이어의 게임 학습 곡선과 맞물리면서 게임에 적응할 수 있게 만든다.
스테이지를 완주하고, 업그레이드가 늘어날수록 플레이어의 선택지도 함께 늘어난다. 여기서부터는 게임 플레이의 방향성도 조금씩 바뀌게 된다. 처음에는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세포를 모으고 스테이지를 완주하는 쪽이었다면, 후에는 스테이지를 구석구석 뒤지면서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찾고, 레벨업을 위한 스크롤들을 찾아다니게 된다. 해금된 기능이 늘어나고 기능을 해금하면서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학습하기 때문에, 처음에 비해서 게임 플레이 체감 난이도는 낮아진다. 데드셀의 레벨업 구조는 단순하다:플레이어는 스테이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잔혹성/전략가/생존술 3개의 스크롤을 확보하고, 원하는 스텟을 찍어서 올린다. 스텟을 찍으면 그 스텟에 해당하는 장비의 성능과 체력이 올라가는 형태이기 때문에, 하나의 주 스텟을 설정하는 것으로 육성 방향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편리하다.
데드셀이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재해석이라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기능 해금과 게임 학습에 따라서 탐색하는 범위가 늘어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존의 매트로배니아에서 '저기까지 어떻게 도달하는가?' 라는 탐색이 핵심이었다면, 데드셀에서는 출구를 찾되 어떻게 내가 최대한 이 스테이지에서 많이 챙기고 다음으로 넘어가는가라는 탐색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매트로배니아의 탐색이라는 요소는 동일하지만, 데드셀은 로그라이크 특유의 무작위성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데드셀에서 흥미로운 점은 로그라이크 장르가 갖고 있는 디테일의 부족함을 '속도감'으로 뭉겠다는 점이다:달리고 구르고 난간을 붙잡고 오르는 등 게임은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에서 적의 배치나 통로의 구성과 같이 무작위로 구성된 디테일들은 묻힐 수 밖에 없다.
대신 데드셀의 스테이지는 각각 스테이지의 큰 특징들을 설정해둔다:독성 하수도의 경우, 독성 액체가 찬 바닥을 설정한다던가, 잊혀진 영묘에서는 등불이 없는 구간에서는 플레이어가 데미지를 입게끔 설정한 것처럼 각각 스테이지는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특징들을 갖고 있다. 로그라이크 게임이 갖고 있는 디테일의 부족함을 데드셀은 스테이지 측면에서 특징으로 커버한 것이다. 이러한 스테이지들의 특징들은 전반적으로 잘 작동하는 편이지만, 게임 내에 배치되어 있는 트랩들의 디테일은 다소 아쉬운 편이다:게임에 익숙해지면 트렙에 맞아 죽기는 커녕, 트렙 자체를 맞아가면서 스테이지를 돌파하는게 가능할 정도로 존재감이 희박하다.
결론적으로 데드셀이라는 게임은 원류라 할 수 있는 매트로베니아 장르를 로그라이크에 맞게 잘 해석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가격에 대비하여 상당한 플레이 타임과 재미를 제공해주는 게임으로, 기회가 된다면 구매해서 즐겨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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