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고질라 2014 감상은 여기서 확인해주시길(http://leviathan.tistory.com/1865)


2009년, 태양계에서 외계생명체의 존재가능성을 발견한 우주 탐사선이 외계 샘플을 채취해 지구로 귀화하던 중 멕시코에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후 나타나기 시작한 괴생명체로 인해 나라의 절반이 감염구역으로 지정되어 격리되고. 그로부터 6년 후. 삼류 사진가 ‘앤드류’(스쿳 맥네이리)는 멕시코 인근으로 여행을 떠난 출판사 사장의 딸 ‘샘’(휘트니 에이블)을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오라는 임무를 맡는다. 샘과 함께 크루즈를 타고 미국으로 오는 간단한 임무로 시작된 그들의 여정은 여권을 도둑 맞으며 크루즈에 오르지 못하고, 어떻게든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감염구역의 중심을 지나가야 하는 최악의 위기를 맞는다. 무방비 상태로 감염구역을 지나가던 그들은 ‘괴생명체’와 맞닥뜨리게 되는데…(네이버 영화)


영화 몬스터즈는 솔직하게 아주 잘 만들었다고 평하기는 힘든 영화이다:드라마는 어딘가 붕뜬것 같이 추상적이며, 극에 있어 긴장감은 없고(물론 의도한 것이라지만), 장르 영화로 보기에도 어딘가 비정형적인 면모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몬스터즈는 편하게 앉아서 시간 때우기용으로 보기에는 부적합한 영화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훌륭한 영화가 아니더라도 매력적이고 흥미로우며 동시에 의미심장한 지점이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영화 고질라 2014의 감독으로 더 잘 알려진 가렛 에드워즈의 데뷔작인 몬스터즈는 고질라 2014에서 드러난 괴수영화에 대한 그의 독특한 미학과 접근법이 그저 맨땅에서 솟아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소간의 아쉬움이 묻어나오는 이 작품은 독특한 미학 덕분에 괴수영화라는 장르영화 자체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영화라고도 볼 수 있다.


영화의 도입부 시퀸스를 보자:영화는 야간 투시 카메라로 미군들은 발키리의 비행을 콧노래로 흥얼거리다 갑작스럽게 거대한 괴수와 조우하고 교전을 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괴물과의 교전에서 밀리는 미군들이 공습 지원을 요청한 후에 철수하고 와중에 부상을 입은 민간인과 울부짖는 괴수, 그리고 미사일이 폭발하면서 '괴물들Monsters'이라는 제목이 등장한다. 이렇게 본다면 영화는 인간과 괴물들 사이의 폭력적인 갈등을 다루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90분 남짓한 러닝타임 동안 이런 격렬한 장면은 다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의 전체적인 톤은 덤덤하고 일상적이면서 동시에 기묘한 무언가에 가깝다.


그렇다면 영화가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첫번째 시퀸스의 이질성은 괴물에 대한 '상식'에 가깝다. 우리가 전쟁영화나 괴물영화에서 자주 보듯이, 전쟁이나 괴물이라는 스펙타클에 대한 전형성을 구현한 지점이 바로 첫 시퀸스라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전형적인 스펙타클이 아니다. 첫번째 시퀸스 이후, 카메라는 주인공인 사진가 앤드류에게로 초점을 돌린다. 그는 사진가다:사장의 딸인 샘에게 이야기 하듯이 그는 사진을 찍어서 생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그가 찍는 것은 괴수가 부수고 난 뒤의 '여파Aftermath'들이다. 무너진 건물과 잔해, 폐허, 그리고 아이들이나 사람들의 모습들 등등. 


영화는 앤드류의 사진처럼 영화 전반에 괴수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괴수를 감추고 일상을 보여주고자 노력을 한다. 텍시기사의 표현대로 '괴물이 오더라도 달리 갈곳이 있습니까? 여기서 살아야죠'라고 하듯이, 사람들은 괴물의 위협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면서 산다. 어찌보면 그들의 삶은 괴물 이전이나 이후나 다름없이 느껴질 정도이다: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해맑게 웃으면서 산다. 하지만 그들의 삶에서 괴물의 존재는 완전히 지워질 수 없다:격리구역을 건너기 전의 마을에서 보듯이, 거대한 철벽과 죽은 사람들의 기록들, 폐허가 된 과거의 흔적들은 그들의 이질적인 동시에 삶의 일부로 존재하고 있다. 그렇기에 몬스터즈에서 괴수는 정말로 기묘한 존재이다:직접적으로 그들이 카메라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다. 괴수의 모습으로서가 아니라 공기 중에, 삶 중에,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몬스터즈의 괴수는 전적으로 '타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괴물들은 도시문명을 파괴하고, 인류를 구원/파멸하기 위해서 원시의 어둠속에서 문명의 빛으로 진격하는 여타 작품들의 괴물과는 전혀 다르다. 엄밀하게 본다면 몬스터즈의 괴물들은 전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아젠다'가 없다:그들은 놀라운 크기와 경이로운 번식속도를 가진 채로 거기에 존재할 뿐이다. 그들의 존재로 인해서 인간의 삶은 완벽하게 바뀌게 된다. 가장 큰 변화는 통제불가능하고 이해불가능한 외계에서 온 타자에 대한 공포다. 인간은 그들을 막기 위해서 인류역사상 가장 거대한 방벽을, 그리고 격리구역의 건설을,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방독면'을 들고다니면서 외부의 오염에 대비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가 진정으로 인류에게 위협이 되는 것일까? 영화는 명확한 해답을 내리지 않는다.(그렇기에 영화 속의 괴수는 아젠다가 없다:타자와 함께 살아야 한다/죽여야 한다의 부재) 대신에 영화는 그것이 우리가 무조건적인 공포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우리가 이들에 대해서 너무나 모른다는 것을 암시한다:앤드류는 오랫동안 괴물들의 시체와 사람들의 일상을 찍어왔다. 하지만 그와 샘이 직접적으로 괴물을 보게 된 것은 그들의 위험천만한 귀국의 여로를 통해서 였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괴물들이 탄생하는 과정을(나무에 심어놓은 포자가 강물로 흘러들어가, 다시 그들이 태어난 장소로 돌아오는 것처럼), 그들이 갖고 있는 야생의 흉포함을(조우한 사람들을 죽여버리는 괴물, 파괴된 마을), 그리고 괴롭히지 않으면 인간에 대해서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밀수꾼들의 증언)을 배우게 된다. 그 이전까지 이들에게 있어서 괴물은 TV와 사진이라는 작은 프레임 속에서만 존재하는, 그리고 공기 중에만 떠돌아다니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존재였던 것이다. 하지만 밀입국의 여정을 통해서 그들은 괴물이 어떤 존재임을 바라보고, 그것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직시하게 된다.


그리고 이 여정 중에 앤드류와 샘의 관계 역시 변화한다. 이들은 처음 서로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서먹한 타인의 관계에서 마지막엔 진심을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집에 돌아가기 싫어요, 사실 샘의 이러한 감정은 영화 전반에 깔려있다. 그것이 직접적으로 발현되지 않을 뿐)로 발전한다. 그리고 이러한 화학적 변화의 촉매에는 '괴물'이 자리잡고 있다:그들의 여정 자체가 TV 스크린과 사진이라는 프레임 내부에 갇혀있던 괴물들을 실제로 만나고 목도하는 과정이었으며, 괴물과 같은 공간을 점유하는 경험을 통해서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바깥의 타자를 확인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을 한 그들이 어떻게 마지막에서 용기를 내어 서로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게 되었을까? 그것은 괴물이 더이상 타자를 넘어서 이제 '경이와 신비'를 내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괴물의 빛나는 촉수가 서로를 더듬고는 어둠속으로 조용히 사라지는 신비한 장면을 통해서, 타자가 갖는 경이와 신비에 매료되고 타자(괴물들을, 그리고 샘과 앤드류는 각자를)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괴물은 공포와 함께 신비와 경이가 공존하는 존재로 화한다.


타자로서의 위험과 신비를 동시에 갖고 있는 몬스터즈의 괴물들은 고질라 2014의 미학과도 맞닿아있다:괴물들에게는 아젠다가 없으며, 그저 거기에 존재할 뿐이다. 고질라와 무토가 인간의 이해범위를 아득하게 넘어선 채로 그저 그들의 본성대로 싸울 뿐이라면, 6년전에 불현듯 지구에 나타난 이 외계생명체들 역시 그저 거기에 존재하고 생명체로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감독은 그러한 타자적 존재로서의 괴물들을 직접적인 스펙타클이 아닌 분위기와 공기중의 존재감으로서 인간에게 신비와 경이, 공포를 자아내게 만든다. 


물론 영화는 몇몇 부분에서 뚜렷한 한계를 갖는다. 드라마 측면에서 영화는 어딘가 애매모호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왜 마지막에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는지에 대한 섬세한 대사의 선택과 연기가 뒷받침 되었다면 결말 부분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여지껏 다른 장르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함을 갖고 있다. 그러한 독특함이 고질라 2014를 만들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그리고 이는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게 될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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