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보통 게이머에게 있어서 가을과 겨울은 거대한 축제의 장이라고 볼 수 있다:상당히 조용했던 여름이 지나가면, 9월부터 11월까지는 대작들이 포진해있는 시즌이기 때문이며 전통적으로 콜 오브 듀티 시리즈가 11월달에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2013년 가을 시즌은 소프트웨어 자체로서는 작년에 비교하여서 상당히 조용했던(사실 작년도 그렇게까지 흥겨운 한해는 아니었다...) 시즌을 보냈었다. 이는 차세대 콘솔의 발표와 함께, 현세대냐 차세대냐를 두고 모두가 몸을 사리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플4 핸즈온은 올해가 지나기 전에 다루도록 하겠지만, 먼저 여기서는 올해 나왔던 현세대 게임만을 중점적으로 다루도록 하겠다.


2013년 가을은 GTA5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GTA5는 락스타가 엄청난 자본을 들여 만든 게임인 동시에, 그 투자를 1개월, 2개월 단위도 아닌 단 '며칠'만에 회수하여 수익을 낸 기록적인 게임이었으며 그 자체로도 재밌는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시리즈 최초로 공식한글화 되면서 GTA5는 저명한 코미디 프로에서까지 패러디를 만들 정도로 '사회적'인 인기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그것이 상당히 적은 범위의 무언가라는 것은 인정해야겠지만, 방송에서 'GTA'라는 코드를 들고와서 그것을 소재로 코미디 코너를 만들었다는 점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GTA5가 올해의 게임들 중에서 가장 뛰어났던 부분이자, 게임 역사에 있어서 유의미한 지점은 바로 하나의 세계를 압축하고 뒤틀어서 소우주로 만들고, 그것을 무대로 뛰노는 게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GTA5의 로스 산토스는 거대한 '편견'의 장이었다:미국인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미국, 이토 케이카쿠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미국 2에 대한 각종 악의 섞인 조롱과 편견을 하나의 패러디로 승화시켜서 그것을 우리가 실제 생활에서 보는 형식으로 압축해서 표현했다는 것이다:게이머는 게임 속에서 TV 애니메이션을 보고, 라디오를 듣고, 극장을 가거나 심지어는 스마트폰으로 세계내의 인터넷을 검색하는 등으로 GTA5의 세계에 있는 문화를 만날 수 있다. 이 문화들은 전적으로 기본 원형의 편견으로부터 모티브를 둔 패러디들이며, 게임은 이 패러디들을 치밀하게 구성하고 또 게임과 밀접하게 연관을 지음으로서(라디오 방송과 게임 스토리 진행의 밀접한 관련) 다른 게임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독특한 경험으로 승화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GTA5의 한계는, 그것이 너무나 뚜렷하고 빛나는 나머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GTA5는 다른 제작자들은 절대 꿈도 못꿀 예산과 시간, 그리고 노하우가 직접된 게임이다. 크레딧만 한시간 반짜리이며 제작비만 '억 달러 단위를 넘어가는 이 게임은, 확실히 역사적이며 기록적이긴 하지만 산업 자체로서 하나의 '표준'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는것처럼 보인다. 물론 GTA5가 제시한 게임적인 재미와 그래픽 기술적인 지점들, 또는 게임 구조적인 지점, 세계를 구성하는 지점에서 많은 게임들이 영감을 얻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GTA5를 밴치마킹해서 거기서 아류가 나오고, 아류가 발전을 쌓아서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 자체는 어려워보인다. 왜냐하면 GTA5는 그 자체로 너무나 거대해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게임은 홀로 불타오르는 '태양'과도 같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그 자체로는 찬란하지만, 그것은 가까이에 오는 모든 것을 불태워버린다.


물론 GTA5 이외에도 다양한 재밌는 게임들이 많이 나왔지만, GTA5나 게임 웹진들이 간과하고 있는 게임이 하나있다. 그것은 바로 포켓몬스터 XY이다. 본인은 올해 했던 게임 중에서 가장 놀라운 게임은 포켓몬스터 XY라 생각한다. 이는 그래픽적인 발전이나, 게임 시스템이 유저친화적으로 변해서가 아니다:포켓몬스터 XY의 위대함은, 전적으로 현재의 트랜드라 할 수 있는 '소셜'의 요소를 3DS라는 다소 제한된 환경을 극복하면서, 동시에 소셜 미디어적인 요소가 게임에 '유의미'하게, 그리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만나게 하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의 양산형 소셜 게임들이 소셜에 대한 게이머들의 인식을 낮추고는 있지만, 플포/엑원이라는 콘솔에서조차 소셜미디어적인 요소들(특히 방송 같은)을 강조하는 지점에서 이미 소셜은 거대한 흐름이자 대세이며, 무시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되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든지 스마트폰으로 무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바탕으로, 만남이라는 요소를 중요한 게임 요소로 내세우고 있는 소셜 게임들이, 사실상 뽑기 시스템이나 F2P 시스템을 이용해서 사람들 등쳐먹는데 혈안이 되어있는 점은 대단히 아쉬워보인다. 어쩌면 엄청난 가능성을 쥐고 있는것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게임들은 이것을 두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는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포켓몬스터 XY는 이를 시리즈 전통(내가 포켓몬을 키우고, 다른 사람과 교환하고, 대전한다)으로 재해석하면서 전 세계인들과 함께 플래이하는 소셜 미디어적인 환경을 구축하는데 성공한다. 오히려 포켓몬스터 XY는 스마트폰의 소셜 게임들보다 더 소셜 미디어적인 본질을 파악하고 있는것처럼 보인다:PSS 시스템은 전세계에서 포켓몬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나가는 얼굴의 형태로 묘사하며, 타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프로모션 비디오를 만들 수 있고, 페북 같이 좋아요! 라고 찍어주기까지하며, 이제 더이상 서로 조건을 제시하며 교환을 하는 포켓몬 교환이 아닌 만남을 위한, 단순히 즐기기 위한 교환의 개념(미라클 교환)까지 추가되었다. 또한 시스템에 있어서 게임 입문 난이도를 낮추는 여러 조정과 이런 소셜 미디어적인 속성이 결합하면서 게임은 기존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포켓몬 XY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포켓몬이며, 소셜 미디어와 게임의 유의미한 결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자세하게 다루지 않은 게임들도 많다. 재미로만 따진다면 GTA5, 또는 그 이상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어크 4나,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조화를 꾀했지만 정작 스토리와 케릭터 해석에 있어서 큰 실수를 불러일으킨 스플린터 셀:블랙리스트, 다들 엄청난 것을 기대했지만 정작 이상한 게임이 되버린 비욘드 투 소울즈, 시리즈 최대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면서 캡콤의 건재함을 과시한 몬스터 헌터 4 등등까지, 각자 실패와 성공을 통해서 게임 산업/문화에 있어서 중요한 족적들을 남기고 있다. 앞으로, 2014년은 어떠한 게임들이, 어떠한 것들이 게임 산업과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인가. 그런 점에서 나는 내년이 기대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