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2013년이 끝나가고, 게이머들의 관심사는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 GOTY)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물론 이는 매년 치뤄왔던 연례행사이기도 하지만, 올해는 유달리 더 각별한 관심이 모여지는 듯 하다. PS4와 엑스박스 원의 성공적인 런칭에 힘입어 사실상 한 게임기 세대가 끝나고 다음 세대가 시작되는 가운데 콘솔의 마지막을 어떤 게임들이 장식할까? 이번 세대 게임기로 나온 게임들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었을까? 그렇기에 이번 올해의 게임은 각 게임기들에 있어서 중요한 성적표이자 이정표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은 이렇게도 생각해본다:'올해의 게임'이라는 타이틀에 있어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게 아닐까하고. 괴테는 일찍이 "어떤 커다란 영향을 끼쳤던 모든 것은 원래 더는 평가될 수가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기에 훌륭하게 잘만든 게임은 어떤 객관적인 수치에 의해서 '우열' 자체를 가릴수가 없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동시에 그것은 수많은 게임들, 성공작에서부터 실패작까지에 적용된다고도 본다. 그리고 벤야민은 엥겔스를 인용하면서, 역사를 변증법적으로 관찰하는 것, "역사는 그에게 어떤 구성의 대상이 되는데, 그 구성의 장소를 이루는 것은 공허한 시간이 아니라 특정한 시대, 특정한 삶, 그리고 특정한 작품이다"라고 서술한다:즉, 그렇기에 본인은 올해의 게임을 선정하고 그것을 하나의 중요한 지표로 고정하는 것, 즉 올해의 게임을 선정함으로서 역사에 있어서 한 작품(혹은 그 작품으로 대변되는 콘솔진영)이 '승리'하거나 혹은 '패배'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게이머가 게임을 하면서 게임 내에 흐르는 맥락을 보고 그것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렇기에 올해의 게임을 선정하는 것은 즐기기위한 축제로만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렇다면 본인에게 있어 올해는 어땠는가? 올해는 게이머로서는 상당히 기묘한 해였다. 기본적으로 게임이 가장 몰리는 시즌이 9월에서부터 11월이었다면, 이상하게 올해는 9월에서 11월달의 게임들이 가장 아쉬웠던 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차세대 콘솔에 대해서 다들 몸사리는 분위기가 지속되는듯 하는데,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올해 하반기는 작년에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지루했던 한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대신 상대적으로 상반기(1월에서부터 6월까지)는 즐길만한 게임들이 많이 나온 편이었다. 


여전히 상반기에 있어서 기억에 남고, 그리고 재밌었다고 생각나는 물건은 크게 2작품이었다:바이오쇼크 인피닛과 라스트 오브 어스. 바이오쇼크 인피닛의 경우, 전작에 비해 너무 많은 부분이 바뀌긴 했지만 전작의 매력을, 특히 스토리가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물론 그것이 완벽하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오히려 이야기의 모티브가 과거 보았던 노에인과 유사하다는 점에서는 어찌보면 바이오쇼크 인피닛의 경우 거대한 뒷북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며 엔딩은 해법을 제시한다기 보다는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바이오쇼크 인피닛은 그런 아쉬움을 뒤로하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더 적극적으로 변한 전투 시스템과 콜롬비아라는 세계의 아름다운 비주얼, 만천하에 반전과 복선을 까발리고 그것을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차근차근 맞춰나가는 스토리, 그리고 결국은 어떤 선택을 해도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숙명론적인 엔딩까지. 


라스트 오브 어스는 평단과 대중의 심한 띄워주기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작품이긴 하지만, 라스트 오브 어스의 매력 자체는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무언가라고 생각을 해본다. 그것은 그래픽이나 전투 매커니즘의 문제가 아닌, 거대한 이야기(세계와 지구, 우주를 구하는)가 아니라 작은 서사로 카메라를 세밀하게 접근시키고, 거기에 걸맞는 디테일과 인물들의 묘사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물론 모분께서는 그것을 세카이계(세계-사회-나의 구조에서 사회를 거세함으로서 거대한 세계와 보잘것 없는 나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거대한 세계에 잡아먹힐거 같은 느낌과 황홀경을 드러내는 그러한 일본 서브컬처의 흐름을 일컬음)적이며 동시에 그 엔딩마저도 세카이계적인 결론이라고 말씀하시긴 하셨지만(그리고 본인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본인이 라스트 오브 어스에 대해서 느끼는 거부감이란, 전적으로 대중의 파시즘적이라까지 할 수 있는 '열광' 때문이다:라오어는 전적으로 '새로운' 작품이 아니다. 어디 우주에서 외계인들이 내려와서 인간의 탈을 쓰고 게임회사 차려서 게임을 만든것도 아니고, 소니 사장이 시나이 산에 올라서 거룩하신 하나님으로부터 계시를 받아서 탄생한 무언가도 아니다. 라오어는 많은 부분을 그들의 선배로부터 차용하고 있다. 극단적인 HUD의 부재는 데드 스페이스로부터, 전반적인 스토리라인은 칠드런 오브 맨으로부터, 라오어의 전투 시스템들은 과거의 잠입게임으로부터 어느정도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라오어가 높이 솟아오르는 지점은 이걸 모두 섞어서 내밀하고 조밀한 무언가로 엮어냈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라오어가 과대평가 받는다고 보는 것은, 라오어 자체의 가치보다 게임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게 아니라 라오어 자체가 마치 '고급문화'처럼 포장되는 그러한 지점들 때문일 것이다.(시민 케인이나 고급 스테이크 같은)


이 어이없는 과대포장은, 마치 게임이 게임을 넘어선듯한 무언가라는 뉘앙스를 만들어낸다. 이제는 영화광에서부터 영화를 잘 모르는 사람까지 시민 케인을 안다. 그렇기에 엠파이어지의 표현, 라오어는 게임의 시민 케인이 될 것이다, 라는 선언은 정말로 우스꽝스럽게 들린다:과연 모든 사람들이 라오어를 알게 되고 기억할 것인가? 라오어에는 게이머들은 인지하지 못하지만 아주 본질적인 한계가 존재한다:라오어는 좀비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좀비물이란, 결과적으로는 서브 컬처적으로 한정된 지점에 불과하며 그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라오어가 그런 좀비물이라는 장르적 '한계'를 뛰어넘고 있는가? 그건 절대적으로 아니다. 라오어가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처럼 세계를 충격에 빠뜨릴 정도의 장르적인 위력을 갖고 있는가? 라오어가 '28일 후' 나 '새벽의 저주'같이 장르의 표현 방식 자체를 새롭게 재정의할 정도로 혁명적인 지점을 보여주었는가? 본인이 판단하기로는 라오어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차용한 이야기 모티브인 칠드런 오브 맨보다도 못하다:칠드런 오브 맨이 갖던 인류에 대한 영성의 실현이 과연 라오어에서도 일어났는가? 꼭 모티브 자체를 차용했다고 해서 같은 길을 걸을 필요는 없지만, 훌륭한 모티브를 차용하고도 점진적은 드라마의 쌓아올리기가 아닌 너무 극단적인 급전개(세계를 파괴하고 개인을 구한다)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지점도 있는 것이다.


라오어가 갖는 장르적 영향력이란, 결과적으로 카메라를 사적이고 내밀한 지점들로 돌린 것에 불과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리고 그조차도 마지막엔 너무나 급격하고 뜬금없으며, 심지어 그러한 결말조차도 모 분이 비웃듯이 '세카이계'적이다. 물론 그 전에 '대규모 자본을 들인' 이런 작품이 거의 전무했다는 점은, 블록버스터 게임에 있어서 새로운 공식의 가능성을 세웠다고 볼 수 있으나 문제는 라오어가 보여주는 표정 연기, 모션의 세밀함을 제외하고 게이머가 느끼는 감정적인 충격이 과거의 작품들인 스펙옵스나 워킹데드를 능가할 정도인가, 라고 물어보면 본인은 고개를 가로저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상반기는 이렇게 두 작품. 라스트 오브 어스와 바이오쇼크 인피닛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시리즈의 부활을 알린 툼레이더나 잘만들었는데도 은근히 묻힌 데빌 메이 크라이 같은것도 좋았었다.(데빌 메이 크라이는 가끔식 다시 꺼내서 해보곤 한다.) 물론 데드 스페이스 3 같은...리뷰에서 잔뜩 욕을 써놨으니 이정도로만 마무리 짓겠다. 





덧.다음에 다룰 하반기는 아마도 GTA5와 포켓몬XY 이야기가 주가될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