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언고 라고 읽어야 할지, 안고라고 읽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운고라고 읽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한(.....) 제목의 작품인 Un-Go입니다. 그냥 이하 안고라고 통칭하죠. 어차피 애니메이션의 기본 모티브가 사카구치 안고의 탐정 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온거니까, 거기에 맞춰서 읽어주는게 맞는거겠죠.

-기본적으로는 탐정물입니다. 솔직히 추리물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트릭이나 이야기를 풀어내는 구조가 좀 허술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과의 사기스러운 능력-인과가 하는 한가지 질문에 무조건 대답할 수 밖에 한다-덕분에 추리파트는 약할수 밖에 없더군요. 그렇기에 작품도 이를 인정했는지 트릭보다는 진실을 추구하는 '패전'탐정과 항상 진실을 거짓으로 가려버리는 자들의 묘한 관계를 중심으로 진실과 거짓의 역학관계를 다룹니다. 사실 구조나 소재는 상당히 참신합니다. 전후에 대한 이야기나 보도통제, 진실을 왜곡하는 거짓,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란 장르에서 그다지 비중있는 부분은 아니었으니까요. 또한 여태까지 일본 문화나 사회 전반에 흐르는 묘한 극우주의적인 성격을 고려한다면, 이는 상당히 인상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풀어내는 장치로 미즈시마 감독의 전매특허인 말로 때우기(.....)를 쓰더군요. 상당히 형이상학적이면서 도식적인 구조를 자주 사용하는데, 감독의 주제의식이나 이야기 구조는 상당히 마음에 들지만 굳이 그걸 꼭 죄다 말로 풀었어야 했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더군요.  

-지금 반정도 보았는데, 지금까지의 결론은 반정도의 성공이라 칭하고 싶습니다. 이야기 구조 등에서 드러나는 하드 보일드한 분위기, 진실이나 전쟁이라는 소재를 놓고 끊임없이 파고드는 모습 등등은 상당히 높게 쳐주고 싶습니다. 작품은 분명하게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도 갖고 있고, 이를 감상자에게 계속 어필하는 점도 높게 평가할만 합니다. 하지만, 작품이 1쿨 밖에 되지 않다 보니 설정이나 케릭터에 있어서 상당히 거친 부분이 많습니다. 작중에서 이야기하는 전쟁이 무엇이고, 인과는 누구이며, 도대체 카이쇼 린로쿠와 유우키 신쥬로 사이의 관계는 무엇인지 등등 무언가 이야깃거리가 있는데 작중에서 분명하게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인과와 유우키가 만나는 이야기를 다루는 프리퀼 극장판이 나온다고는 하는데, 그럴바에는 그냥 2쿨로 만들어서 깔끔하게 끝내지-_-라는 생각밖에 안 드네요.

-사카구치 안고의 소설들이 상당히 전후 일본 사회에 있어 도발적인 작품인 것은 압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안고가 어떤 의미에서는 더 도발적인게 소설은 개인의 창작물이지만, 애니메이션은 자본이 들어가는 집단 창작물이라는 점이죠.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높으신 분이나 스폰서 신경을 박박 긁을 수 밖에 없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그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이런 작품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본즈가 얼마나 골때리는 집단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코우가 윤의 뾰쪽하면서 긴 그림체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진짜 주인공인 유우키는 무슨 이쑤시개를 보는거 같아요(......) 하지만 인과(남자와 여자버전 둘 다)나 코마모리는 둘다 케릭터가 마음에 드네요. 

-끝까지 보고 리뷰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