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대단히 재밌게 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아캄도 같이 왔는데, 아캄보다 이쪽이 더 임펙트가 있네요. 아캄도 솔직히 전작에 비해서 엄청나게 발전한 작품이고, 완벽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는 작품인데 다크소울은 이미 그러한 아캄시티를 뛰어넘는 포스를 갖고 있는 작품입니다. 어느분이 '올해 이후로 어떤 게임이 나오든 간에 GOTY는 다크소울이 받아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여기에 동의합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게임의 객관적 완성도와 도발적인 주제는 이미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워낙이 악명 높은 난이도는 일단 제쳐두고(실제로도 지랄맞은 난이도기도 하고), 게임은 여태까지 한번도 시도하지 못한 테마인 '난이도'를 다루고 있습니다. 게이머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과연 게이머는 언제까지 게임을 포기하지 않고 잡을 수 있는가? 다크소울은 바로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클리어 시의 게임의 성취감은 더욱 올라간다, 이는 분명한 철칙입니다. 하지만, 지난 10년동안 게임이 성공적으로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정착해오면서 난이도는 하향평준화 되었죠. 게임은 더 간단해지고, 화려해지면서, 동시에 접근성도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옛날 게임들의 독특한 향취 역시 난이도 하향평준화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사실 옛날 게임들은 대중과 관계없이 자기들이 채워넣고 싶은 것들로만 채워넣고, 성공했을 때의 쾌감을 증폭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난이도? 대중성? 그런건 중요한게 아니었죠.

사실 다크 소울의 전작, 데몬즈 소울은 그런 부분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시작에서부터가 프롬 소프트와 그들과 친했던 소니 디렉터가 프롬이 과거에 만든 1인칭 액션 RPG였던 킹스필드의 정신적 계승작을 만들어보지 않겠냐는 지극히 '사적'인 동기로부터 시작합니다. 당연히 팔기 위해서 만든 작품은 아니었죠. 하지만 이리저리 입소문을 타면서 게임은 생각외의 히트를 치게 되었고, 그것은 바로 다크 소울의 제작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정신적 계승작인 다크 소울도 프롬 소프트가 '자기가 때려넣고 싶은 것들을 가득 때려넣은 무언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프롬은 거기서 더 나아가서 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계승-승화시켜 단순하게 고전적 테이스트를 되살린 것이 아닌, 고전 게임의 카타르시스를 현대적인 의미에서 승화 차원의 경지로 끌어올립니다.

-난이도는 이미 언어로 풀어내기 힘들 정도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클리어는 가능한 수준으로 어렵다는 겁니다. 만약 클리어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웠다면 그건 난이도의 문제가 아니라 게임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다크 소울의 난이도는 시스템적 오류 없이 '순수하게' 어렵습니다. 즉, 아무리 어려워도 해법은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기에 그 해법을 알아가는 방법으로서 '죽음'의 의미는 대단히 중요한데, 죽음이라는 시행착오를 반복함으로써 더 나은 방법과 공략으로 나아갑니다. 사실 보통의 게임에서는 죽음의 의미는 '실패'의 의미를 강조합니다만, 다크 소울에서 오히려 실패가 아니라 시행착오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 사실 몬헌 같이 게이머가 레벨업을 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몬헌류의 컨트롤을 중시하는 게임들과 다른 점은 장비빨/레벨빨이 게임에 거의 적용이 안된다는 것이죠. 오히려 레벨이나 아이템의 성장폭은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그보다 더 빨리 변화하는 것은 케릭터를 운용하는 게이머의 자세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인 죽음은 게이머를 지치게 하거나 게임을 포기할 수 있게 만드는 부정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이를 경감시키고자 다크 소울은 전작의 대단히 독특한 시스템을 채용합니다. 케릭터가 바닥에다 '매세지'를 남기고 이것이 게임을 플래이하는 전세계의 플래이어들에게 무작위로 전송이 되는데, 이는 게임 공략에 도움이 되는 정보가 되거나 혹은 읽는 상대를 함정에 빠뜨리는 거짓말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다크 소울에서도 온라인에 접속하면 이와같은 수많은 매세지를 볼 수 있는데, 어떤 것은 진행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정보를 주기도 하는가 하면, 쓸모없는 정보나 거짓말도 상당수 보입니다. 이와같이 짤막짤막한 팁(혹은 악의)을 플래이어 서로가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쓸모없는 죽음과 시행착오를 줄이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또한 다른 케릭터의 잔상(실제로는 같은 장소를 진행하는 플래이어의 현재 모습)과 혈흔(케릭터가 어떻게 죽였는가 마지막 순간을 보여주는 일종의 킬캠)의 요소도 이러한 쓸데없는 죽음을 미연에 방지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멀티 부분은 아직 해보지 않았지만,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혁명적 이라고 하고 싶네요. 이는 나중에 자세히...

-분위기가 대단히 암울하고 호러스러운 파트가 많지만, 웃기는 것은 난이도가 더 호러스럽기 때문에 정작 여기에 신경쓸 여유가 없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정말 대단한 게임. 

-병자의 마을 부분 진행중입니다만, 몇몇 부분에서 상당히 심각한 프레임 드랍을 느끼고 있습니다. 게임에 살짝 지장이 올정도로 말이죠.

-20시간 이상 했지만 정식 리뷰는 도대체 언제 쓸까...대단히 까마득한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