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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놀라운 부분도 많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다" 정도?

-일단 FLAG란 작품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미덕은 현대 전쟁에 대해서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작품 내의 우디아나 내전은 말그대로 기술전과 이미지를 이용한 전쟁입니다. 평화의 상징 FLAG를 이용해서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전쟁을 끝내려고 하는 UN군, 그리고 FLAG 탈환 작전에 있어서 최첨단의 무기 HAVWC를 이용, 무기 테스트를 하는 모습이나, 전세계적인 도청 감청 기관인 에셜론과 정보 분석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장면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기도 합니다.

현대전은 기존의 화력과 전략 전술적인 전쟁 개념보다 정보전략전과 기술전의 중요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걸프전은 CNN 등의 미디어를 통해서 첨단 무기를 이용한 전쟁 과정을 그대로 생중계하였고, 최근 이라크 전은 생화학 무기 공장의 존재에 대한 첩보를 토대로 수행된 전쟁입니다. 이런식으로 현대전에서는 압도적인 화력보다 상대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최첨단 무기, 혹은 전세계적으로 전쟁의 정당성을 설파하기 위한 정보전 등으로 전쟁이 점점 더 영리해지는 것입니다. FLAG는 이러한 전쟁 양상의 변화를 잘 짚어내고 있습니다.

-FLAG는 특이하게 종군 기자의 카메라라는 제 3자의 시선을 애니의 시선으로 삼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시라스가 남긴 데이타에 대해서 다른 등장인물이 나레이션을 취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이로써 애니는 '과거에 일어난 사건의 기록'이라는 느낌을 주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종군 기자의 기록'은 애니의 내용을 의미심장하게 만듭니다.

 기본적으로 전쟁 사진이나 고발 사진 같은 사진들은 전쟁이나 고난, 착취의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들에게 '이런 사건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라는 것을 고발하기 위한 고발과 상기의 성격이 강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유대인 학살의 이미지는 겁먹은 듯이 손을 들고 있는 유태인 어린아이이고, 배트남 전이라고 하면 하노이 시내에서 즉결처형 당하는 순간에 울먹이는 베트콩이고...이런식으로 전쟁을 겪지 않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미지를 전달하고 사람들을 각성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종군 기자나 사진가 같은 사람들은 사진의 뷰파인더 뒤에서 시선으로만 존재할 뿐 그 사진에 있어서 실재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전쟁 사진은 바로 사진가라는 요소가 배제되었을 때만 전쟁 사진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그 사건의 현장에 실재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도 엄연히 사진의 프레임 뒤에, 뷰파인더 뒤에 존재하고 있죠. 이렇게 사진 속과 사진 바깥에서의 사진가라는 존재의 괴리는 FLAG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FLAG 탈환 작전을 기록하기 위한 시선으로서 시라스는 그 모든 사건을 기록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그 사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요(그녀가 애니 내에 모습을 드러내는 부분은 극히 일부입니다) 이러한 시선과 케릭터 사이의 괴리, 그리고 전쟁 사진에 대한 통찰이 있기 때문에 FLAG는 독특한 시선을 차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좋은 부분은 여기까지고, 여기서부터는 아쉬운 부분 이야기.

사실 FLAG는 뭐랄까...좀 전쟁에 대해서 무비판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FLAG라는 만들어진 평화의 상징, 그리고 이러한 만들어진 상징을 빼앗고 이 땅에 일시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고 일을 마무리 하려는 UN군 등등 이런 식으로 전쟁에 있어서 실제 우리가 미디어에서 접하는 것과 다른 추악한 현실이 애니 곳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FLAG는 이러한 현실 보다는 뷰파인더 뒤의 시라스가 FLAG 탈환팀과 교류하면서 카메라 바깥의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시당초부터 전쟁 사진이나 기록이라는 것은 그 기록자가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순간에서부터 객관성을 잃고, 의미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라스는 한 사람의 사진가로써라기 보다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써 행동하기를 선택합니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저널리스트의 기록 형식으로 인해 만들어진 작품의 의미심장함을 깎아먹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차라리 좀더 시니컬하게 현실에서 물러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면서 동시에 카메라의 시선까지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더 완성도가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우디아나라는 나라...완전히 티벳+이라크 더군요. 현재 티벳은 시위로, 이라크는 전쟁을 거치면서 뒤집어졌다는걸 생각하면 약간 오싹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덧.만약 6화까지 봤는데, 내용이 크게 변하면 정식 리뷰가 나가고,
아니면 그냥 거기서 감상완료 할거 같습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고자샷!)

쟁쟁한 4월 신작들이 저번주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애니 시즌 중에서 최고의 피크는 뭐니뭐니해도 4월에 시작하는 애니들이 최고인거 같습니다. 10월달도 4월달 다음으로 큰 애니 시즌이기는 한데,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나 완성도 있는 작품이 적지요. 이번 4월 신작들은 물적, 양적인 면에서 대단히 만족하고 있는 중입니다. 여기에 덤으로 FLAG 2화를 보았습니다. 근데 가장 급한건 창궁의 파프너(이제 3~4화 남았나...?)인데, 뒤로 미루어두고 있는 중입니다. 고단나는...다 구해놓았는데, 보기가 귀찮군요;

K-ON!

저는 사실 교토 애니메이션을 싫어합니다. 풀매탈패닉까지는 괜찮게 보았고 스즈미야 하루미도 봐줄만 했는데, 그 이후로는 도저히 못봐주겠더군요; 사람들이 그렇게 개거품을 물고 열광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도대체 사람들은 왜 소라빵 먹는 방법에 열광하는가? 라는 주제로 누군가 논문을 써야함.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K-ON!도 그냥 넘기려고 했는데, 애니 자체가 럭키스타 보다 미나미가나 딸기 마시마로에 가깝다고 해서 구해서 보았습니다. 결과는 대만족이군요. 사실 개그물이나 일상물을 열성적으로 좋아하거나 찾아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K-ON!은 제 예상보다 훨씬 뛰어나더군요. 작화나 소재, 케릭터 등 모든 요소가 어디선가 한번씩은 본 식상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재밌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맴버들의 서투른 연주를 듣고 '정말 못하시네요!' 부분은 정말이지 웃겨 죽는줄 알았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애니보고 웃는것도 오랜만이군요. 계속 보기로 확정했습니다.


강철의 연금술사

사실 보기 전까지만 해도 '이걸 또 애니화 해?'라는 부정적인 생각과 투덜거림으로 가득찼었지만, 한화 보고나서 계속보는 것을 확정지은 작품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예전에 재수때 보았던 첫 강철의 연금술사 TVA를 보았을 때와 같은 열기를 느꼈다고 할까요? 미묘하게 본거 또 보는 느낌이지만 대단히 만족스럽습니다. 

강철의 연금술사 TVA는 대학교 재수 당시에 에우레카 7과 더불어서 본 애니입니다. 사실, 그당시 컴퓨터가 대단히 구려서 중화질 애니를 보더라도 지랄맞게 끊기더군요. 그래서 내놓은 묘안이 바로 DVD 플레이어의 CD 동영상 재생기능을 활용하는 것. 사실 DVD를 쓰는게 가장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그당시 DVD 전질이 26만원이었고, 제 한달 생활비가 25만원이었으니(그것도 빠듯하게) 사는건 어림도 없는 일이었지요. 그래서 CD로 구워서 DVD 플레이어로 돌려본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런 말이 있지요. '신께서는 정의로우시다'. 이를 재해석하면 '이런 제기, X됐다!'입니다. 원래 DVD플레이어는 DVD를 위해서 만든 기기고 CD 동영상 재생은 부가적인 기능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CD 동영상 재생을 하는데 큰 무리가 있었습니다. 결국은 DVD 렌즈가 나가더군요. 그거 수리비가...


25만원



뭐랄까, 그때 살짝 저 위에 계시는 전지전능한 분의 인기척이 들린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낸거 아니야! 어머니가 냈....)

일단 과거회상은 여기까지 하고...이번에 새로하는 신작은 첫화부터 오리지널이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이제 만화이야기도 거의 다 끝났으니까 그걸 써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도 오리지널로 가면 좀 미묘할거 같습니다. 분명히 저번에도 다른거 다 제외하고 너무 오리지널로 갔다고 까인건데....

4월 신작중, 가장 만족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징가 Z 리메이크

한마디로

충격과 공포다 이 그지 깽깽이들아!

입니다.


이건 대단히 좋은 의미인데, 기동무투전 G건담의 포스가 느껴집니다. 정말로.
근데 동생은 카부토보그의 향취가 난다고 하더군요(......)

딴건 다몰라도, 1화 처음부터 암흑대장군과 마징가 사투, 2분만에 헬박사 사망, 10분이 지나기도 전에 광자력 연구소 및 마징가 Z 팀원들 박살 및 사망, 고곤 대공 등장 30초만에 사망(......), 마징가 시리즈 중 흑역사로 묻힌 Z마징가 등장(......), 마징가 Z의 새로운 필살기 빅뱅펀치(이건 진짜 봐야함. 정말, 건담이 분신술 쓴거보다 더 심한 충격과 공포를 선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결정타로 1화 제목이 대단원(.....)

다음화 부터는 마징가 Z 시동이라고 하는군요. 보기는 끝까지 보겠지만, 뭔가 G건담을 능가하는 B급센스 작렬의 작품이 될거 같은 조짐이;;;


전장의 발큐리아

음...뭔가 임펙트가 없습니다. 패스(.....)

근데 생각해보니까, 제국군이 일개 자경대한테 발리는게 주 스토리라고 주장하지는 않겠지_-;;;

FLAG는 나중에 정식 리뷰로~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기획 기사



작년인가 제작년에 한국 국적의 선박이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서 납치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사람들 반응은 '아직도 해적이 있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현제까지도 태평양 및 인도양 등지에서는 작은 소형 쾌속정을 이용해서 대형선박을 나포, 몸값을 요구하거나 물건을 갈취하는 해적질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형선박을 운행할 때는 해적에 대비하기 위해서 무기를 비치하거나, 혹은 대단히 주의를 기울인다고 합니다.

사실, 이러한 '해적'이라는 존재나 노예제, 스너프, 마약 등등은 아직도 이 지구 위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 세계에 있어서 어두운 면은 없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지구 위에 존재하였지만, 막상 우리가 그것을 마주칠 때는 대단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도저히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우리가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영역을 우리가 사는 정상 세계와 떨어뜨려서 생각하게 됩니다.

블랙 라군은 이러한 '정상과 비정상, 두 세계'라는 관점에서 출발합니다. 만화에서는 현대판 해적과 깡패, 온갖 인간 쓰래기들이 나오고, 그러한 인간 쓰레기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소돔과 고모라를 능가하는 로아나프라로 모이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온갖 막장적인 사건들이 일어나게 되고, 주인공 록은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목격자로써 목격하게 됩니다.

블랙 라군의 공간은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크게 두가지로 나뉘어 지는데, 하나는 정상적인 삶과 논리가 통하는 빛의 세계, 또 하나는 인간의 광기, 변태성, 탐욕 등에 의해서 돌아가는 어둠의 세계 로아나프라로 나뉘어집니다. 하지만 만화 내에서 이러한 두가지 공간은 완전히 별개의 공간이 아닌, 하나의 공간입니다. 현실의 정상세계에서 실패 하거나 버려진 존재들, 혹은 정상 세계가 숨기고 싶어하는 사건이나 존재나 정상 세계에 있어서 안되는 존재들이 로아나프라에 모이는 것입니다.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낙태 금지 정책으로 생겨나고 스너프 필름에 등장한 전력이 있었던 킬러 고아들, 전직 경찰, 버려진 전공투 세대, 버려진 퇴역 아프간 참전 군인, 네오 나치, 남미 카르텔, 게릴라 등등 소위 정상세계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정상세계에는 존재해서 안되는 존재들이 로아나프라로 쫒겨오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정상세계는 자신들의 어두운 욕망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로아나프라를 이용하고, 그 곳에 존재의 의의를 부가합니다. 미국 CIA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로아나프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제 모니터링하고, 일본의 대기업은 자신이 벌인 경영상의 미스를 매꾸기 위해서 비밀리에 로아나프라에서 해적을 고용합니다. 또한 포르노, 마약 등등 정상세계에서는 도저히 용납되지 못하는 물건들을 공급하는 역할을 로아나프라가 떠맡기도 하죠.

재밌는 점은 로아나프라나 정상세계나 결과적으로 운영되는 원리는 같습니다. 그것은 '돈'이라는 것이죠.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하고,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되고, 상대방 앞에서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것은 로아나프라나 정상세계나 똑같습니다. 다만 다른점이 있다면 로아나프라는 그러한 '돈이면 뭐든지 된다'라는 논리가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주인공 록은 이러한 어둠과 빛의 세계에서 진실을 보고 그 목격자로 존재하는 사람입니다. 그가 한 때 속했던 정상세계는 만화의 처음 레비와 더치에게 얻어맞으면서 끝나버렸고, 후에 자신은 그저 회사를 위해서 죽어야 하는 장기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정상세계의 정체성(오카지마 로쿠로)을 버리고 로아나프라(록)를 선택합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자신이 속한 정상 세계와 이 쪽ㅡ로아나프라ㅡ이 같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죠. 하지만, 그가 로아나프라에 들어왔다고 해도, 그는 정상인의 사고와 도덕관을 버릴 수 없습니다. 여기서 록은 로아나프라에서 중재자 혹은 협상가로 일하게 됩니다.

이러한 중재자나 협상가로서의 록의 역할은 만화 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것은 록이라는 인물이 로아나프라라는 어둠의 세계에 속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정상적인 빛의 세계에도 존재하지 않는, 어둠과 빛의 어스름 사이에서 사건을 관망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는 거의 모든 사건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지만, 동시에 작품 내에서 인물들에 대해서 쓴소리를 내뱉고 그에 대한 단평을 하는 인물이죠.

이러한 록의 케릭터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블랙라군의 최고의 에피소드라 할 수 있는 일본 에피소드의 유키오가 큰 역할을 합니다. 일본 야쿠자 집안의 여식으로 태어나서, 주변 인물들이 철저하게 그녀를 어둠의 세계에 닿지 않도록 보호하지만, 아버지의 조직이 위험해지자 유키오는 스스로 조직의 대표가 되어서 자신을 지켜주었던 야쿠자들을 보호하려 합니다. 그리고 록에게 사르트르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인간은 주사위와 같이 자신을 끊임없이 내던져야 합니다. 당신과 같이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죠?"

하지만, 록은 빛과 어둠, 어느쪽도 선택하지 않고 경계에 서서 사건을 바라보는 것을 선택합니다. 그것은 어느쪽의 세계이든 간에 결과적으로 같고, 자신은 그러한 세계의 진실과 양면성을 바라보고자 한 것입니다.

이와 같이 블랙 라군은 만화와 애니 장르를 포함해서 보기 드물게 잘 만들어진 느와르 작품입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분석이 없어도 강렬하고 농후한 그림체, 흡인력 있는 스토리, 인물들의 걸쭉한 입담(속어도 시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은건 처음입니다) 등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대단히 재밌다고 느끼게 합니다. 따라서 대단히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덧1.애니판도 대단히 훌륭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원작 120% 초월 애니화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마지막 작붕이;;)
덧2.다음은 슈발리에 입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한마디


사실 원작 게임이 그렇게 대단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는 것도 아니고, 세계관이 대단한 것도 아닌데
그렇다면 작화나 액션으로 승부해야 하는 이 판국에서 저런 작화를 보여주는 건...좀....

하여간 1화정도는 한번 볼 예정입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망념의 잠드 리뷰는 무한 연기 되었습니다(.....) 다른거 쓰면서 감각을 되살린 다음에 도전을 해야할 듯. 그렇기 때문에 다음 罪惡業은 블랙 라군, 슈발리에, 바이오쇼크 순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망념의 잠드 리뷰가 그 전에 써지면 문제가 없겠지만, 재수없으면 중간고사 준비기간 전까지 끝낼 수나 있을지 모르겠군요.

허니와 클로버 1기

개인적으로 보면서 '이거다!' 라는 느낌이 든 작품이자, 가장 보기 힘들었던 작품을 꼽자면 허니와 클로버를 그 예로 들겠습니다. 사실 장르로 따지면 순정물이고, 순정물 자체는 잘 안보는(...아니 아예 안 보는) 타입이다 보니까 동생이 광분을 하면서 추천을 해도 시큰둥하게 받아들이고 애니 감상을 시작한 케이스입니다. 그러나 보는 동안은 대단히 뭐랄까...감동을 받은 작품입니다. 순정이라는 장르이지만, 감정묘사 드라마 개그 등등 온갖 요소가 고루 섞여있고, 그러면서 동시에 작품내에서 통일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분위기도 저하고 맞더군요. 그래서 대단히 좋은 작품이라고 저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근데 '보기 힘들다'라는 표현을 쓴 것은 애니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워낙이 담백하게 진행되다 보니까, 지속적으로 볼 수 없었다는 겁니다. 그때 당시는 다른 애니(그 애니가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마크로스 7이었나;;)에 엄청나게 열을 올리고 있었던 상태였었고, 그외에도 산더미 같이 애니를 쌓아두고 보고 있었기 때문에 중간에 보다가 스킵한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결국 다시 돌아왔습니다.

빨리 1기->2기 다 봐야겠군요.

창궁의 파프너

22화까지 감상완료. 점점 '이작품을 왜 넘겼었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작화 빼고는 모든 것이 괜찮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것은 에반게리온 같이 말이나 인간관계나 설정 등등을 꼬아서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직설적으로 이야기 한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후반 분위기가 초딩스럽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초반의 분위기가 너무나 쌈박한 나머지(살기 위해서는 죽일 수 밖에 없다...였으니) 후반 분위기가 초반 분위기와 함께 벨런스를 맞추는 듯 합니다.

罪惡業까지는 아니고, 리뷰 쓰는 건 확정인 작품입니다.

FLAG

아, 이거 대단히 놀랐습니다. 처음에는 '종군 기자가 나오는 메카닉 물'로 알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대단히 독특하더군요. 일단 표현에 있어서 사진이나 카메라 등의 인간의 시선이 아닌 '제 2의 시선'으로 작품을 관망합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의 카메라, 찍었던 사진 등 2차적으로 만들어진 기록만으로 애니를 구성한 것입니다. 작품 자체는 전쟁과 미디어, 그리고 사진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이런 분위기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다 볼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애니를 보면서 전율을 느낀 작품입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공식 홈페이지는 http://www.eureka-prj.net/)

4월달 개봉 예정인 교양시편 에우레카 세븐 극장판 포켓속의 무지개 트레일러입니다. 조금 아쉬운 점은 이번작이 TVA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 정도군요. 개인적으로 TVA의 뒷 이야기가 대단히, 몹시, 진짜로, 진지하게, 눈물날정도로 궁금했었는데 아쉽게도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안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괴물같은 작화력으로 언제나 그랬듯이 LFO는 통상적인 메카닉 애니메이션의 움직임을 능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BONES니까 작화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기로 하고, 이번작은 전작의 밝은 분위기가 아니라 진지한 분위기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BONES가 잘 알아서 해주리라 믿고(......) 근데, 이번에는 홀란드가 대단히 나쁜놈 처럼 나오는거 같습니다만....BONES니까 믿고 가겠습니다(어이 잠깐;)

하여간 '에반게리온:파'와 함께 기대하고 있는 작품. 한국에 정식 상영되려면 SICAF 상륙말고는 답이 없겠군요. 다만 이번달에 스트레인져 개봉 및 DVD 출시라는 희소식이 들려왔으니, 한번 기대해볼만도 합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사실 애니 감상이라는 취미 자체는 3~4년밖에 안된 짧은 역사를 지닌(그에 비해 영화나 게임은 거의 10년 이상 되었으니) 취미에 있어서, BONES라는 제작사를 빼놓을 수가 없더군요. 처음으로 본 애니메이션은 누구나 다 그렇듯이 신세기 에반게리온이었지만, 라제폰이나 교향시편 에우레카 세븐, 오란고교 호스트부, 흑의 계약자:Darker Than Black, 스컬맨, 강철의 연금술사, 크라우 팬텀 매모리, 천보이문:아야카시 아야시, 스트레인져, 망념의 잠드 등등 제 애니메이션 감상에 있어서 기준을 정립하게 만든 회사라 할 수 있습니다.

 BONES라는 회사가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그들의 괴물같은 작화력이 아니라, 그들의 그려내는 작품 하나 하나가 그들만의 철학으로 뭉쳐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일본 애니매이션을 여태까지 감상하면서 느낀 것은 감독이나 각본 등의 몇몇 사람들에 의해서 작품의 색체나 내용이 결정된다는 것이었는데(물론 영화나 게임도 그러하지만), 특이하게 BONES라는 회사는 그 회사가 작품을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성향이 묻어나온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특이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로서는 매드하우스나 프로덕션 IG도 있지만, 그들은 작가주의적인 감독이나 각본가들에 의해서 작품이 결정되기 때문에 작품 성향의 통일성이 적습니다. 그에 비해서 BONES는 뭘 만들어도 '아 이 사람들이 만들었구나'라는 느낌을 받죠.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오시이 마모루나 안노 히데야키 등의 1세대 문화의 정신적인 계승자는 BONES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교토나 샤프트 등이 오타쿠 문화의 대변자라고 하지만, 상업적인 코드로서의 오타쿠 코드가 아니라 오타쿠 문화, 그리고 그 근저에 깔려있는 정신의 계승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이런다고 제가 교토나 샤프트를 까는건 아닙니다. 물론 싫어하기는 하지만...) 하지만 BONES는 이와 다르게 작품 하나 하나에 오타쿠적인 코드를 집어넣고, 이에 대해서 재해석을 가합니다.

 예를 들어서 교향시편 에우레카 세븐은 히피 문화와 과거 1980년대 유행했던 애시드 문화 코드가 기저에 잔뜩 깔려있습니다. 소재에서부터 각종 명칭, 그리고 케릭터와 스토리의 흐름까지 그러한 문화의 영향이 역력하게 드러나죠. 이러한 코드를 그대로 차용하는 것을 넘어서 BONES는 소통과 사랑이라는 이야기로 이를 묶어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에우레카 세븐이 1980년대 애시드 문화와 히피 문화를 좋아하는 매니아와 오타쿠들을 위한 잔치로 끝나는게 아니라, 이를 모르는 사람까지도 포섭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와 같이 과거의 매니아적 혹은 오타쿠적인 코드를 이용하지만, 그러한 코드의 인용에서 끝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일반적인 사람들도 같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BONES의 저력입니다.

 그리고 BONES가 더 대단한 점은 그러한 코드의 재발견과 재해석을 지속적으로 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1990~2000년대 서양 팝문화와 음악 코드를 차용한 소울이터(물론 원작이 그러한 색체를 지니기는 했지만), 역사물이라는 코드를 차용한 아야카시 아야시와 무황인담:스트레인져, 복고 코드를 차용한 스컬맨과 20면상의 딸 등 흥행을 하거나 말거나 혹은 이게 요즘 애니의 코드에 맞거나 안 맞거나를 넘어서 항상 그들은 새로운 코드를 발견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러한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BONES는 이번 TAF(Tokyo Ani Festival)에서 신작인 동경 마그니니튜드 8.0(http://tokyo-m8.com/)의 제작을 발표했습니다. 이번에는 TVA로 지진 재난물을 만들어낸다고 하는데, 제가 알기로는 전대미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나오는 교향시편 에우레카 세븐:포켓속의 무지개와 더불어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 바랍니다^^


....근데 망념의 잠드 리뷰느으으으은!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위 짤방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일단 장난은 그만두고...영화 푸시는 참 뭐랄까, 모호한 작품입니다. 작품의 목표는 초능력자 배틀물인데, 정작 내용은 스릴러(?)를 지향합니다. 그리고 그 스릴러도 제대로 된 스릴러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이로인해서 영화는 하나의 구심점을 잃고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덕분에 스릴러와 배틀물 사이의 어정쩡한 위치를 차지해서, 어중간한 내용이 되어버리죠.

푸시는 크게 9종류의 초능력자가 있습니다. 미래를 보는 워쳐, 물건을 움직이는 무버, 기억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푸셔 등등...이렇게 다양한 초능력자들이 등장하고 각자의 능력을 이용해서 숨 막히는 추격전과 두뇌 싸움을 벌인다.....가 영화가 지향하는 컨셉입니다. 근데 이것이 영화 푸시의 첫 번째 실수입니다. 일단 푸시에서 나오는 9종류의 초능력자들은 죄다 어디선가 나온 능력자들이거든요. 대단히 식상한 소재일뿐더러, 이미 다른 영화에서는 소재에 대한 장르적인 깊은 고찰이 된 상태(ex.엑스멘 등)입니다. 단지 종합 선물 세트처럼 어디서 나온 놈들을 죄다 모아놓고 특수효과 좀 넣었다고 해서 재밌는 액션 영화가 만들어지는게 아니죠.

그 다음으로 영화가 포커스를 맞추는 것은 ‘과연 주인공이 워쳐에 의해 예지된대로 죽지 않고, 히로인을 구할 수 있을까?’ 입니다. 그래서 주인공들은 머리를 막 굴리죠. 어떡하면 워쳐에 의해서 결정된 예지를 고칠 수 있을까? 영화 내내 악역들은 ‘난 니네의 죽음을 알고 있지 메롱’하면서 약을 올리고, 주인공들의 행동범위도 적들의 워쳐들이나 주인공들이 예지하는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영화는 여기서 두 번째 실수를 하는데, 주인공들은 적들이 그냥 '메롱'하는걸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어떻게 하면 피할까'를 열심히 궁리를 합니다. 뭐, 궁리하는 거 까지는 좋은데, 여태까지 주사위 도박이나 하면서 양아치처럼 살아온 주인공이 어떠한 초능력자도 하지 못한 '워쳐의 예지를 깨뜨린다'라는 난제를 너무나 쉽게 해결합니다. 그냥 '워쳐의 예지는 불확정성에 의해 깨지니까, 계획을 세우고 기억을 지운다.'라는 것만으로요. 감독은 이러한 명제에 대해서 대단히 심취한 나머지 이 부분을 대단히 강조합니다. 주인공들이 적들을 속이는 부분을요. 근데 솔직히 그 부분을 보는 제 입장에서는 '알겠으니까, 극장에서 보는 보람이 있게 좀 두드려 부수고 싸우라고!'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러한 두가지 실수 덕분에 영화 푸시는 이도 저도 아닌 묘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초능력자물다운 능력자들의 힘겨루기나 대결도 제대로 나오지도 않습니다. 그러면 이 영화를 뭐하러 보러 가야하나요? 사실 이 영화의 가치는 다코타 패닝이 아역이 아니라 청소년의 역할을 맡은 감격스러운(?) 첫 번째 영화라는 점입니다. 뭐, 연기도 무난하게 그럭저럭 하는 편이고, 나름 귀엽다고도 할 수 있으니 다코타 패닝을 위해서 콜라와 돈을 소비할 수 있다는 열성 팬들은 보셔도 상관 없을거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푸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덕분에 망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난뒤에 감독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군요. '제발 부탁인데, 영화를 만들면서 자기가 플롯 짜놓고 자아도취하는 짓거리 좀 하지말고 하나만 확실히 해!' 라고요.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창궁의 파프너와 더불어서 보고 있는 작품인 신혼합체 고단나. 솔직히 작품성으로 따지기는 뭣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재미는 그럭저럭 있는 작품입니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창성의 아쿠에리온보다 깨는 컨셉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아쿠에리온은 병맛나는 작품이고 고단나는 컨셉 자체도 그럭저럭 이해할만하고, 아예 컨셉자체에 충실해서 병맛이 좀 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컨셉 자체는 슈퍼로봇물+신혼물. 애시당초부터 로봇의 이름인 고단나도 바깥주인 사람(남편)을 부르는 단나의 높임말이며, 신혼합체(神魂合體)는 신혼합체(新婚合體)의 중의적인 표현입니다. 내용은 안나와 고, 이 둘 사이의 열혈 신혼물입니다. 일반적으로 그 부분만 제외하면 그냥 신혼 염장물이 되겠지만, 이 둘의 나이 차이가 10살 이상난다는 점에서부터 점점 골때려지기 시작합니다. 이는 뭐랄까, 과거에 흥행했던 한국 영화 어린 신부와 설정이 비슷합니다. 저는 어린 신부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컨셉 자체는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예전에 고의 연인이 등장하고, 시스콘 등등의 다양한 케릭터가 등장하면서 고단나는 한국의 아침 드라마 필이 나는 전개로 치닫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그냥 아예 대놓고 이런 케릭터들과 과도한 성묘사들(성묘사가 너무 심한 나머지 성인 동인지가 안나올 정도로)은 그냥 은근슬쩍 그런 코드를 삽입하면서 안 그런척 하는 작품들보다는 좋거든요. 게다가 고단나는 생각보다 안나와 고, 이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통속적이지만 정석인 이야기전개를 보여줍니다. 즉, 말하자면 기본은 되어있는 작품이라는 것이죠.(문제는 기본 빼면 남는게 없다는 것이지만;;)

물론 기본적인 작품의 컨셉과 틀이 열혈물+성인 취향의 신혼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괜찮지만, 만약 그 이상을 기대한다면 대단히 실망할지도 모를 작품입니다.

-작화는 뛰어난 편. 전투나 일상생활 작화도 모두 준수합니다. 다만 너무 여체를 강조하는 듯한 작화더군요. 그리고 왜 거의 어린애 빼고 모든 여성의 가슴이 C컵이상이며 모든 여성들을 유두를 강조하는 겁니까? 그리고 은근히 누드씬도 많더군요. 이런거 싫어하시는 분들은 피하셔야 할 듯.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영화 더 레슬러는 퇴물 레슬러 랜디와 그의 변두리 인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980년대 한 때 프로레슬링이 유행할 때 그는 잘 나가는 레슬러였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프로레슬링이 쇠퇴하면서 같이 퇴물이 되어버립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랜디는 심장에 문제가 오게 되고, 이를 계기로 레슬링을 관두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여태까지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을 반추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쌓으려 합니다. 하지만 랜디는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시 링으로 돌아가고, 그의 생애 마지막 경기를 벌이게 됩니다.


이와 같이 레슬러는 구태의연한 신파물의 스토리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한 때 잘나갔지만 이제는 완전히 퇴물이 된 주인공. 그리고 그 주인공이 걸린 고칠 수 없는 병. 어릴 때 버리고 떠났던 자식. 프로레슬링의 세계 바깥에서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여인 등등...이와 같이 전형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신파적인 코드를 기저에 깔고 있다고 해서 더 레슬러가 평범한 3류 신파물이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식상한 스토리와 소재를 이용함에도 불구하고, 더 레슬러는 관객들에게 식상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쥐고 흔듭니다.


더 레슬러와 비슷한 컨셉을 가지고 있는 영화들이 있다면, 그것들은 이준익 감독의 음악 3부작(저는 패배자 3부작 이라고 부르지만)ㅡ라디오스타, 즐거운 인생, 님은 먼 곳에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신파 코드를 끌어오면서도 동시에 신파 코드 그 자체를 뛰어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신파와 인생에 대한 철학, 혹은 이들에 대한 따뜻한 감성이 근저에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태의연한 소재를 끌어오면서도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죠.


더 레슬러와 이준익 감독의 음악 3부작 사이의 차이점이 있다면, 그것은 랜디가 이 세상에서 완벽하게 철저히 소외당했다는 것입니다. 이준익 감독의 음악 3부작에서는 적어도 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일말의 희망, 일탈 같은 부분을 남겨두었지만, 더 레슬러에서 데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은 주인공인 랜디를 세상에서 소외시킵니다. 몇 년만에 찾은 딸과는 좋지 않게 해어지게 되고, 클럽에서 서로 좋아하던 스트리퍼 댄서와는 이어지지 못했으며, 은퇴한 뒤에 동네 샐러드 바에서 일하는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 때문에 상처 받습니다. 결국 이로 인해서 랜디는 자신이 있을 곳이 링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링 위로 올라섭니다.


이러한 과정을 감독인 데런 아르노프스키는 대단히 저자극적으로 보여줍니다. 몇몇 극적인 사건들도 일말의 호들갑 없이 담담한 시점으로 보여주고 있고, 일상생활 등을 거친 핸드핼드의 카메라를 통해서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그의 예전 작품이었던 레퀴엠(2000, 관련 리뷰는 여기)과 극단적으로 대조됩니다. 레퀴엠에서는 온갖 MTV 스타일의 자극적인 카메라 기법을 동원해서 현대 사회의 중독에 대한 고찰을 드러내었지만, 더 레슬러에서는 그러한 촬영 기법을 핸드헬드 이외에 거의 쓰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데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은 현실적인 영화 분위기에 랜디와 세상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는 영화적인 장치를 적절하게 삽입합니다. 이는 그가 그리워하는 그의 전성기인 1980년대와 현대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면서 완성됩니다. 일례로 랜디가 자신의 이름을 딴 NES(혹은 우리나라 일본 등지에서는 FC로 알려진) 게임을 동네 꼬마를 불러서 할 때, 동네 꼬마는 콜 오브 듀티 4 이야기를 하죠. 어찌보면 80년대를 풍미했던 NES가 현재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완전히 퇴물이 된 것이고, 랜디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잘 드러냅니다. 그리고 랜디의 트레일러의 붙어있던 영 엥거스의 AC/DC 포스터와 딸의 집에 붙어있던 Vampire Weekend(2008년에 유행한 밴드 중 하나) 포스터 등등 랜디와 현재 세상의 간극을 잘 보여주는 영화적 소품이 많습니다. 그리고 미장센 또한 이러한 랜디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데 일조하죠.


그러나 감독의 적절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미키 루크의 연기입니다. 원래 주인공 역에 실베스타 스텔론이나 니콜라스 케이지를 후보로 두었지만, 결과적으로 미키 루크가 주인공으로 정해졌죠. 만약 실베스타 스텔론이나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인공을 맡았으면, 이 영화는 절대로 지금 같은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할 겁니다. 한 때, 1980년대의 나인 하프 위크 등에 출연, 색스 심볼로서 느끼함과 근육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키 루크. 하지만 1990년대 이후로는 마약과 문란한 사생활 문제로 완벽하게 망가지게 되었고, 더 이상 배우로써 재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물론 2000년대 이후로 신시티에 등장해서 배우로서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주었지만, 만화적 이미지가 주된 영화인 신시티에서는 연기의 완성도를 논할 부분이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레슬러에서 미키 루크는 말 그대로 퇴물입니다. 80년대의 탄탄한 근육과 매끈한 피부, 잘생긴 얼굴, 말총머리 등 한 때 섹스 심볼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은 모두 망가져서 나옵니다. 축축 늘어진 근육과 주름 잡힌 얼굴, 푸석푸석한 머리까지, 물론 어느정도 분장은 한 것이겠지만, 보는 사람들은 '과거의 미키 루크가 망가졌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망가진 모습이야 말로 랜디 역에 어울리는(미키 루크 본인에게는 좀 미안한 이야기지만)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내에서 미키 루크는 완벽한 망가진 중년 퇴물 레슬러의 모습입니다. 그러면서 이 영화에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죠. 덤덤하게 저자극적인, 그러면서 자신의 감정이나 성격을 스크린에 서있는 것만으로 드러낼 수 있는 놀라운 경지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이는 더 레슬러의 랜디와 미키 루크 본인이 걸어온 삶이 결과적으로 같다고 할 수 있기에, 미키 루크가 자신의 인생경험을 이입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키 루크=랜디'의 공식은 영화의 마지막 랜디가 링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할 때, 가장 극적으로 드러납니다. 자신이 한때 젊어서는 뭣도 모르고 설쳤고 좀 더 순탄하게 살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은 이제 완전히 퇴물이 되었고 더 이상 갈 데도 없게 되었지만 결국 링 위에서 관객들의 받은 환호를 잊지 못해 돌아온 랜디. 이는 랜디의 자기 고백이자 동시에 미키 루크의 자기 고백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이야 말로, 이 영화의 백미이자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링 위에서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 뛰어내리는 랜디의 모습을 끝으로 스텝롤이 오르고, 브루스 스프링턴의 'The Wrestler'가 흘러나옵니다. 이 노래를 끝으로 리뷰를 마치고자 합니다.

 

Bruce Springsteen "The Wrestler" - Official Video



Have you ever seen a one trick pony in the field so happy and free?
-당신은 벌판 위에서 묘기 부리는 행복하고 자유로운 조랑말을 본 적이 있나요?
If you've ever seen a one trick pony then you've seen me
-당신이 그 묘기 부리는 조랑말을 보았다면, 당신은 나를 본 것입니다.
Have you ever seen a one-legged dog making its way down the street?
-당신이 외발인 개가 거리를 내려가는 것을 본 적 이 있습니까?
If you've ever seen a one-legged dog then you've seen me
-당신이 그 외발 개를 보았다면, 당신은 나를 본 것입니다.

Then you've seen me, I come and stand at every door
-당신은 나를 보았고, 나는 와서 모든 문 앞에 섰죠.
Then you've seen me, I always leave with less than I had before
-당신은 나를 보았고, 나는 항상 잃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Then you've seen me, bet I can make you smile when the blood, it hits the floor
-당신은 나를 보았고, 나는 내가 피투성이가 되었을 때 당신을 미소짓게 할 수 있죠.
Tell me, fan, can you ask for anything more?
-이야기해보세요, 더 이상 당신이 뭘 더 물어볼 수 있죠?
Tell me can you ask for anything more?
-이야기해보세요, 당신이 뭘 더 물어볼 수 있죠?

Have you ever seen a scarecrow filled with nothing but dust and wheat?
-당신은 먼지와 밀짚단 밖에 없는 허수아비를 본 적이 있습니까?
If you've ever seen that scarecrow then you've seen me
-당신이 그 허수아비를 보았다면, 당신은 나를 본 겁니다.
Have you ever seen a one-armed man punching at nothing but the breeze?
-당신은 항상 헛손질하는 외팔이 복서를 본적이 있습니까?
If you've ever seen a one-armed man then you've seen me
-당신이 그 외팔이를 보았다면, 당신은 나를 본 겁니다.

Then you've seen me, I come and stand at every door
-당신은 나를 보았고, 나는 와서 모든 문 앞에 섰죠.
Then you've seen me, I always leave with less than I had before
-당신은 나를 보았고, 나는 항상 잃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Then you've seen me, bet I can make you smile when the blood, it hits the floor
-당신은 나를 보았고, 나는 내가 피투성이가 되었을 때 당신을 미소짓게 할 수 있죠.
Tell me, friend, can you ask for anything more?
-이야기해보세요, 더 이상 당신이 뭘 더 물어볼 수 있죠?
Tell me can you ask for anything more?
-이야기해보세요, 당신이 뭘 더 물어볼 수 있죠?

These things that have comforted me, I drive away
-나를 안락한 것들을 모두 갖다 버렸네.
This place that is my home I cannot pay
-내 집이라 할 수 있는 이곳은 내게 더 이상 감당이 안되네.
My only faith's in the broken bones and bruises I display
-내 유일한 신념은 내가 보여주는 부러진 뼈와 멍에 있다네.

Have you ever seen a one-legged man trying to dance his way free?
-당신은 한 다리로 자유롭게 춤추려는 외다리 사나이를 본 적이 있습니까?
If you've ever seen a one-legged man then you've seen me
-당신이 그 외다리를 보았다면, 당신은 나를 본 겁니다.


덧1.아.. 가사 번역 뭔가 어색해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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