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개인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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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최근 흥행하고 있는 뱀파이어 서바이버라는 게임이 있다. 코나미의 고전 명작인 악마성 드라큘라의 도트나 디자인, 컨셉 등을 트레이싱한 걸로 논쟁을 일으킨 이 게임은 당연하게도 최근 몇년간 불고 있는 복고풍 인디게임의 트렌드를 따른다. 하지만 재밌는 점은 뱀파이어 서바이버의 복고는 '과거의 완벽한 재현'이 아니라는 것이다:분명 도트풍 그래픽이나 단순한 게임 플레이 등등은 언뜻 보기에는 과거의 게임 트랜드를 재현하는데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게임에서 보여주는 적들의 규모는 이전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다. 도트 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데미지 계산 등으로 인해서 때때로 고사양 컴퓨터에서조차 60프레임을 방어하지 못할 때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뱀파이어 서바이버의 게임 플레이는 분명 '복고인척 하지만 현재의 기기 스펙에 기반을 둔 현대적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도 복고적이지 않고 현대적인 부분들이 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에서 플레이어의 공격은 별도의 버튼 입력없이 자동으로 진행이 되는데, 이 게임이 베이스로 삼고 있던 시절(패미콤 ~ 슈퍼 패미콤 시절, 80년대 말 ~ 90년대 초)의 게임들이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을 지향했던 것을 생각하면 다소 이질적인 부분이다. 오히려 장르적으로는 공격 조작을 제외하고 거기에 공격마다 특징들(예를 들어 채찍은 좌우 공격만 가능하다든가)을 부여함으로 플레이어가 위치와 공격 타이밍을 고려하면서 움직이는 '선택과 집중' 구조를 취하고 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단순한 조작으로 플레이어가 강해지는 클리커 류를 생각나게 하고, 무작위로 얻는 아이템들의 테크 트리를 통해서 플레이어가 플레이 스타일을 임기응변식의 게임 플레이는 로그라이크 장르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보이는 것과 반대로 게임은 최근의 게임 장르 전통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뱀파이어 서바이버가 과거의 모습을 취하는 것은 단순하게 모티브를 취하는 것 이상이다. 과거 게임과 다른 방식으로 단순화된 게임 방식이나 도트에 대한 접근 등은 과거를 재현하되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닌 과거를 재해석해서 재현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러한 방법론을 취하는 이유는 게임을 제작하고 소비하는 계층이 추억하는 시기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좋았던 과거를 좋은 방식으로 재현하기 위해서 여지껏 산업이 걸어왔던 역사를 거기에 대입하는 것이다.

최근의 레트로/복고 서브컬처 콘탠츠들이 이러한 방법론의 결과물들이다. 분명 과거의 모습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것들을 하나씩 때어내놓고 보면 여지껏 걸어왔던 산업의 역사가 응축되어 본질적으로 과거의 것과 동일선상에 놓일 수 없는 물건들이 대다수다. 이러한 레트로/복고/리바이벌이라 불리는 작품들의 핵심은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보다 나이든 세대의 소비력이 높은 점, 제작자들이 자신의 추억을 재해석하여 창작을 하고 있는 점이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들어진 과거는 단순하게 퇴행으로 단정짓기에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순수하게 과거로 돌아가서 본다면 미래의 게임들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항상 존재했다는 점이다. 예를 세가 새턴의 게임 중에는 유명 성우를 기용하여 다양한 일러스트레이터를 고용해서 일종의 성우 케릭터 게임을 만든 적이 있었다. 지금 보자면 케릭터 가챠 게임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구조이긴 하지만, 그 당시의 트렌드는 사쿠라 대전 처럼 한 명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가 모든 케릭터 디자인을 전담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은 당시의 대중으로부터 외면을 받았었다. 이런 식으로 항상 과거는 미래의 맹아를 품고 있었지만, 이런 미래들은 항상 사람들이 기억하는 좋았던 과거의 형태와는 동떨어져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일종의 회귀인 동시에 현재 도래한 미래에 대한 부정을 내포한다. 과거의 게임들이나 작품들이 과거에서 미래로 향하는 실험과 가능성들을 품고 만들었던 것들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몸부림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서 잠시 언급한 뱀파이어 서바이버 역시 어떻게 보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능성들(별도의 공격 조작 없이, 자동공격의 구조만으로 게임을 구성할 수 있는)을 내포하고 있지만, 뱀파이어 서바이버가 기반하는 바라보는 지향점은 저 너머의 미래(자동공격의 구조로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가?)라기 보다는 악마성 드라큘라와 좋았던 옛날이라는 과거이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밀어붙이는 저력이나 통찰력이 날카롭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게임들이 재미가 있는 것과 별개로, 어딘가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은 바라보는 지향성의 문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범죄도시 2편은 흔히들 마동석 영화와 장르 영화의 전형이라 부를 수 있는 작품이다. 기존의 장르 영화들과 비교하였을 때 특출나게 뛰어난 부분이나 새로운 부분들은 없지만, 그렇다고 흠잡을 부분들도 없는 모범적인 장르 영화의 표본이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는 '전지전능한 마동석이 나와서 모든 것을 정리한다'라는 단순한 플롯을 따라갈 것 같은 범죄도시 2는 의외로 플롯이 탄탄하여 긴장감을 부여하는데, '나쁜놈들이 얼마나 나쁜가?'와 '나쁜놈들이 어떻게 개연성 있게 데우스 엑스 마키나인 마동석을 피해가는가?' 라는 부분을 깔끔하게 잘 정리하여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더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사악한 악이 나름 유능하게 정의를 피해가다가 피할 수 없는 정의를 만났을 때의 카타르시스를 범죄도시 2는 잘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재밌는 영화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비단 범죄도시 2뿐만이 아니라, 최근 한국식 장르영화라 할 수 있는 다른 영화들에서도 보여지는 특징들이다. 각자 영화가 추구하는 장르 개념들을 충실하게 재현하고, 거기에 자신의 색체라고 할 수 있는 조미료들을 섞어서 장르의 소재를 더 두드러지게 만드는 것이다. 한국식 케이퍼물이라 할 수 있는 도둑들이나 꾼 같은 작품을 보면 도둑질이나 사기의 계획, 그 밑에 깔려있는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마지막 결론으로 이어지는지들에 대한 분명한 공식들이 정해져 있다. 여기에 꾼은 믿을 수 없는 주인공과 사악한 검사 조력자, 그리고 유명했던 사기 사건에 모티브를 두고 이야기를 전개했고, 도둑들은 중화 문화권과 한국을 오가면서 '국제적인 스케일'로 이야기를 넓혔다. 각각 개성들이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장르 영화에서 기대할만한 재밌는 요소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 영화들은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장르적인 특성들과 개성에도 불구하고, 이들 영화에는 다른 세계 장르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끈적함'이 존재한다. 한국식 좀비 장르 영화의 한 획을 그은 부산행의 예를 보자:열차 칸을 통과하기 위해서 주인공 일행이 트로트 음악을 배경으로 좀비와 몸싸움을 벌이며 싸우는 장면은 여타 좀비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좀비 영화에서 고어의 질척거리는 끈적함이나 축축함과 다른 부산행의 질감은 마치 습기찬 곳에서 살과 물체가 쩍쩍 들러붙는듯한 불쾌함에 가깝다. 마치 살과 물체가 하나가 되는 듯한 묘한 끈적함과 페이소스가 한국식 장르 영화의 질감에 묻어나오는데, 이러한 장르적 특수성 때문에 한국 장르 영화들은 세계 영화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였다. 

한국 영화의 장르적 특수성들은 2000년대 초반의 장르 영화를 만들던 거장들의 영향력이 크다:박찬욱, 봉준호, 나홍진 등과 같은 지금은 세계 영화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감독들이 2000년대 초반 감독 특성과 대중성이 같이 섞인 영화를 만들었다. 그 중에 가장 큰 획을 그은 것은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이다:과거로의 회귀, 사회를 꿰뚫어 보는 통찰, 장르적 긴장감, 한국 사회의 독특한 분위기들이 그 영화에 묻어있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100만 관객 시대를 열었던 쉬리와 같은 영화들이 몇년전에 나왔던 것을 생각한다면, 그 궤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이는 CJ나 대기업들이 기존 충무로 자본과 다른 길을 걷기 위해서 새로운 감독들과 소재에 기회를 준 것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한국 영화의 장르적 완숙도는 2000년대 초반의 거장 감독들의 실험과 성공, 그 실험을 베이스로 하여서 어떻게 하면 장르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는가에 대한 탐구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소재의 자가복제(물론 이런 영화들도 있지만)에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변주를 진행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다.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집 옮긴다고 상당히 바쁘게 살고 있네요

 

글 몇개 준비중인데, 천천히 써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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