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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tag님이 제게 보내주신 편견타파 릴레이입니다. 제가 처음 시작한 분에서부터 13번째더군요. 많은 분들이 참여했고, 좋은 글들을 남겨주셨으니 저도 바톤을 이어받아 열심히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모 대학의 법학과에 재학중입니다. 3년동안 대학교 들어와서 다양한 학문과 수업을 듣고 많은 사람을 접했습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와서 세상을 보는 안목과 시야를 넓히고, 여러가지 고정 관념이나 편견없이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대학이란 공간은 제게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벗어나서 세상을 보도록 도움을 준 공간이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또한 제 전공이나 생활, 동아리 등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여러가지 오해나 편견을 가지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대학생활을 하면서 만난 가장 대표적인 편견은 '법학은 외우는 학문이다.'와 '오타쿠는 안된다.'입니다.
1)법학은 외우는 학문이다.
이건 대학교 외부의 제 가족이나 친척, 옛 고등학교 친구들에서부터 심지어 학교내에서 만나는 사람들까지 법학을 듣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입니다. 법학을 법전을 외우는 학문으로 인식하더군요. 몇몇 분들은 제게 '(소법전을 보여주면서)이거 다 외우고 들어가면 법학 공부는 끝나는거야?'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편견이 생길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사법고시라는 시험의 탓이 큽니다. 사법고시라는 시험 자체가 공부량이 많아서 공부를 몇년씩 해야한다는 점에서 생긴 오해입니다.
그러나 법학은 법조문만 외우는 학문이 아닙니다. 물론 법조문이 법학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되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법조문만으로는 법학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법조문의 해석 및 이해는 법학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법학의 분류는 크게 법의 근원에 깔려있는 사상을 연구하고 법 내부의 사상이 어디로 흘러가고 어디로 가야하는가를 탐구하는 법철학, 법조문의 해석과 이해를 목표로 하고 이를 현실에 적용하는 해석학, 현재 법조문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어떤 식으로 변하는가를 탐구하는 입법정책학, 법과 사회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법사회학, 법의 변천사를 연구하고 역사적 의의를 탐구하는 법사학 등 법학 내부에서도 법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해석과 분석, 학문적 접근이 존재합니다.
실제 법대의 과정에서도 다양한 법학을 볼 수 있고, 헌법이나 형법, 민법 등의 주요 수업에서도 기존의 법조문 및 판례 분석 뿐만 아니라 왜 그런 해석이 나와야 하며, 이러한 해석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앞으로 조문이 어떤식으로 바뀌어야 하는지를 다룹니다. 법학의 그 어떤 분야도 단순한 법조문 해석 및 그 해석을 암기하는 것만으로 구성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사법고시는 외워서 치는 시험이다'라고 한다면, 그건 맞는 말입니다. 사법고시 시험은 법조문의 의미와 그에 대한 판례의 해석, 그리고 문제 상황에 대한 적용을 중점적으로 묻는 시험입니다. 게다가 사법고시는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례 입장'이라는 모법답안이 있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판례입장을 외우고 숙지하면서 '기타 학설'을 부가적으로 첨가하는 것이 주된 공부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는 학문의 범주라기 보다는 일종의 시험 준비식의 공부이며, 법학 자체와는 큰 관계가 없습니다. 오히려 최근 몇년 간의 사법고시 수석 및 합격생들은 대학에서 순수하게 법학을 전공한 법대생 보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몇년동안 공부한 학생들이 더 많다는 점은 이를 반증합니다.
법학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사회적인 요구와 정의가 균형을 이루면서 법의 3요소ㅡ법적안정성, 정의, 합목적성ㅡ를 모두 만족시키는 겁니다. 따라서 사회적 요구가 성문화된 법조문만으로는 법학이 성립될 수 없는 것이죠. 게다가 법학은 법조문이나 판례해석을 외우는 것이 아닌, 법조문의 의미와 요건을 이해하고 현상에 적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법학은 외우는 학문이 절대 아니라는거죠.
2)'오타쿠'는 안된다.
제가 관심있는 분야가 영화, 소설, 애니, 게임, 음식, 음악, 여기에 유희왕 OCG까지 추가한다면 뭐...저 또한 오타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살면서 직접적으로 오타쿠를 차별하거나 무시하는 장면을 직접 만난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몇몇 사람들은 오타쿠라는 존재를 대단히 싫어하더군요.
사람들이 오타쿠를 싫어하는 이유는 대단히 추상적입니다.
음...오타쿠는 말야, 현실감각이 없어. 구체적으로 짚어서 이야기할 수 없지만, 그냥 '안되는' 인간들이야. 근거는 없다고. 근데 개네들 좀 재수없고 역겹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나서서 까고 없애야 할 거 같아. 어? 너 그 분야에서 좀 뭐 아는거 같은데, 이런 더러운 오타쿠 새끼.
간단하게 두가지 측면에서 반박하겠습니다. 첫째, 오타쿠라는 집단의 스펙트럼은 엄청나게 넓습니다. 우리가 간단하게 오타쿠라고 부르지만, 오타쿠라는 단어 자체가 '무엇 하나에 심도있는 이해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므로 다양한 종류의 오타쿠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오타쿠라는 말을 일본 문화에 심취한 사람으로 사용하고 있지만(정확한 용어사용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본 문화에 심취한 사람 중에서도 다양한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말그대로 세상과 단절된 소위 중증 오타쿠이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또 그렇지 않고 사회생활도 충실히 하며, 열심히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람들을 모두 다 오타쿠란 범주에 싸잡아 넣고나서 다 '안되는' 인간으로 분류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두번째, 소위 오타쿠 담론에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유치한 사고가 들어있습니다. 사실, 어느 누구라도 취미생활이나 관심있는 분야 하나 쯤은 있는 것이고 그에 대해서 어느정도의 지식이나 열정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저도 살면서, '우와, 저런걸 어떻게 알지?'나 '정말 대단한데?'라는 느낌을 받은적이 한 둘이 아닙니다. 그것은 비단 일본 문화만이 아닌 스포츠, 한국 드라마, 연애계, 소설, 영화, 음악 등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자신들을 가리켜 '고상한 매니아'라고 칭하고, 다른 사람들은 '더러운 오타쿠'라고 칭하는 경향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자신이 그 분야에 대해서 아는 것이나 다른 사람이 다른 분야에서 잘 아는 것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제 3자의 입장에서 상황을 본다면...바보같아 보입니다.
저는 다양한 사람들을 봐왔고, 각자 나름대로의 오덕질을 존중합니다(물론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무례하게 굴지않는다는 선에서) 타인의 취향은 존중받아야 하며, 취향만으로 사람을 매도하고 비난하는 것은 부당한 편견이라고 봅니다.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바톤을 넘길 3분을 지정하겠습니다.
saddle님 하고, Laika_09님, 그리고 giantroot님에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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