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계열별 글쓰기의 주제가 바로 내 인생을 회고하는 일종의 회고적인 글쓰기 였다. 안그래도 우울한 판에 옛날 기억들까지 들춰보니 더 우울해지고 말아버렸다. (쓰다 보니 A4 레포트 용지 2장은 가볍게 넘어가더라...)
그런데 글로 정리를 해본 내 인생은 요약해보면, '패배와 굴욕의 인생'이었다...초등학교때와 중학교 때는 왕따 였었고, 고등학교 때는 집안의 경제적인 사정이 안 좋아지길래, 부모님께 걱정 안 끼쳐드릴려고, 인간들과 담을 쌓고 공부만 하다가, 모의고사만 잘보고 수능은 개쪽을 찼는데, 내 주위의 공부 대충 하는 놈들은 놀면서도 서울대, 연대, 고대 다 가더라. 그러고 믿었던 선생님이란 사람은 '학교의 실적을 위해'라며 쌀쌀맞게 대하더라. 그래서 열받아서 재수 하면서, 모의고사를 학원 전체 내에서 20~30위권 정도에 들게 만들었더니, 수능은 쉽게 나오고, 평소 하지도 않던 실수나 하고, 수능 당일날 고사장에서 만나기 싫었던 인간들은 다 봐버리고 말았다.(중학교 동창이란 놈서부터, 고3때 꼴도 보기싫었던 인간들과 한 반을 쓰다가, 급기야 연대 상경대 버젓이 잘 가고, 수능 다시 치겠다고 온 인간까지, 한마디로 최악이었다.)
그래도 대학교에 어찌어찌 해서 들어가고, 만화 동아리에서 나름대로 즐겁게 지내고는 있지만, 가슴 어느 한구석이 계속 아려왔다. 무언가 잔뜩 엇나가 버린 기분이었다. 특히 집에 있을 때마다, 내 자신이 전혀 컨트롤을 할 수 없었다. 마치 잔뜩 쌓여서 폭발 할 듯한...그런 기분이었다.항상 집에 있을 때마다, 도저히 내 자신도 이해 할 수 없을정도로, 잦은 신경질을 내곤 하였다.
11월달이 되자,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심지어 내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조울증 증세가 온건가?'라고 싶을 정도로 컨트롤 자체가 불가능해져버리고 말았다. 거기에다가,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학교 내에서도, 내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없었다. 마치 제어장치가 나가버린 기계처럼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뭐, 지금은 좀 났지만, 마치 여태까지 내 자신에게 걸어왔던 낙관적인 전망과 희망이란 꿈에서 확 깨버린, 개같은 상황이었다.
우리 아버지가 말씀하기를 "학생 때가 가장 마음이 편하다"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 말씀은 틀렸다. 인간이, 인간에게 있어서, 그 때 그 때마다의 한계상황이란 존재하는 법이다. 나 같은 경우, 내 한계상황은 나에게서 부터 나오는 게 아니라, 내 외부의 환경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어찌할 수 없기 때문에 미칠 것 같은 것이다. 하다 못해, 이를 어디다 속 시원하게 털어 버리고도 싶지만, 누군가에게 이런 내 부담을, 내 몫을 짐 지운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썩 내키지가 않는다.
솔직히, 지금의 상태에서는 이제 악밖에 남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광기'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더 이상의 낙관적인 전망은 불가능 하다. 어차피, 지금까지 나는 내 인생에서 주인공이 아니었다. 언제나 항상-지금도 그렇듯이- 내 인생이 아닌 것 같은 삶을 살고 있는것 같다. 일을 해서 행복감을 성취해본 것도 마치 수억년 전의 옛날일 같다. 마치 어딘가의 중요한 나사가 완벽하게 나가버린것 같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갈 수 밖에 없는 그러한 삶을 나는 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포기해버리기에는, 내 주위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게 된다. 그렇다고 낙관적인 전망으로 세상을 보기에는 시기가 좋지 않다. 그냥, 이 미칠 듯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미칠듯한 이 머릿속을 비우기 위해서 두서 없이 끄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