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닌텐도 Wii는 독이 든 성배를 들었다:위모트라는 모션 컨트롤은 사람의 움직임과 조작을 일치시킴으로써 여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직관성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게이머가 아니었던 수많은 사람들은 Wii를 구매하고 즐길 수 있었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의 저변을 넓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게임을 오래 즐기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당시 나왔던 Wii, 특히 모션 컨트롤 게임들에 치를 떨 것이다. 이 당시 나왔던 게임들이 천편일률적이었기 때문이었고, 닌텐도 퍼스트를 제외한 서드파티는 그야말로 절멸하였기 때문이었다.


원인은 모션 컨트롤이라는 조작 체계에서 비롯된다. 사람의 동작은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이 단순하고 간결하지 않다:사람의 동작에는 분명한 동작 이외에도 수많은 노이즈들(떨림, 호흡 등등)이 존재하고, 게임 시스템은 이를 뚜렷하게 구분해낼 수 없다. 그렇기에 중철기 같이 다양하고 복잡한 무언가를 시도하려 했던 게임들은 모션 컨트롤의 직관적인 조작을 지향하였음에도 게임에 끼었던 수많은 노이즈 때문에 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모션 컨트롤 게임들은 복잡한 방식으로 진행되기 보다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컨트롤과 게임 시스템을 선호하게 되었고, 필연적이게도 게임 플레이의 반복성과 단순함으로 이어졌다. Wii 플랫폼 당시, 닌텐도 게임을 제외하면 새로운 게임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고 Wii가 현역이던 당시 거기서 거기였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암즈가 처음으로 스위치 컨퍼런스에서 공개되었을 때는 사람들의 반응은 미적지근 했다. 모션 컨트롤을 쓰는 권투 게임은 이미 Wii 스포츠나 펀치아웃 같은 게임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고, 그들의 게임 플레이는 깊이가 있기 보다는 단순하며 반복적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스위치는 조이콘을 분리하여 모션 컨트롤로 플레이할 수 있지만 핵심은 '휴대가 가능한 거치 기기'였기에 과거 Wii의 컨셉과 많이 다른 부분이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사람들이 암즈에 대해서 곁눈질 하는 것은 그렇게까지 놀라운 반응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암즈는 모션 컨트롤을 쓰는 게임이라는 편견을 넘어서 깊이가 있고, 흥미로운 게임이다. 컨텐츠의 양적 확장과 지속적인 관리만 이루어진다면, 암즈는 충분히 제 2의 스플래툰 같이 롱런하는 게임이 될 수 있다.


암즈를 플레이하기 전까지 암즈는 설명하기 힘든 오묘한 게임이다. 일단, 게임은 조이콘을 분리하여 활용하는 모션 컨트롤을 전제로 만들어진 게임이다. 복싱 가드를 하는 것처럼 자세를 잡고 조이콘을 11자 모양으로 양손에 쥔다. 그리고 양 조이콘을 이동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기울임으로써 이동하고, 버튼을 눌러 이동과 대쉬를 한다. 공격은 복싱 가드 자세에서 주먹을 날리듯이 손을 앞으로 뻗어서 할 수 있으며, 왼손에 든 조이콘은 왼손, 오른손에 든 조이콘은 오른손에 대응된다. 눈척이나 위모트 같은 모션 컨트롤과 유사한 부분도 있지만, 암즈는 조작 체계는 매우 직관적이며 인식률도 매우 뛰어나다. 초반에 다소간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만으로도 모든 게임을 모션 컨트롤로 진행할 수 있다. 패드 조작도 모션 컨트롤 조작을 충실하게 패드로 옮겨놓았다는 인상이기에 양쪽 조작이 서로 이질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암즈의 게임 페이스는 여타 게임에 비교하면 상당히 느릿하며 단순하다:암즈를 처음 접한 플레이어는 여타 게임에 비하면 이동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것을 금방 파악할 수 있으며, 공격 역시도 필살기에 대응하는 러쉬 공격을 제외하면 양 주먹을 활용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단순하다는 인상을 쉽게 받을 것이다. 이는 게임 자체가 모션 컨트롤을 전제로 하고 만들어진 게임이기 때문이다. 플레이어의 동작을 직관적이고 단순한 형태의 입력으로 치환하여야 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격투 게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조작은 모션 컨트롤로 구현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암즈는 복싱 자세와 주먹을 뻗는다는 직관적인 동작에 모든 것을 대응시켜서 인식률을 높이는데 집중하였고, 패드 플레이도 여기에 맞춰서 할 수 있게끔 맞추었다. 이렇게만 본다면 암즈는 전형적인 모션 컨트롤 권투 게임처럼 보인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모션 컨트롤과 게임 템포에 대한 첫인상과 달리 실제 암즈 게임 플레이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데 있다.


암즈에서 눈여겨 봐야하는 점은 바로 3차원 풋워킹에서 오는 공방이다:복싱이 그렇듯이, 암즈 게임 플레이의 기본이자 핵심은 이동이다. 하지만 이동은 모션 컨트롤이나 스틱을 기울여서 하는 이동이 아닌 버튼을 입력해서 행하는 '점프'와 '대쉬'다. 암즈에서 점프와 대쉬는 아주 멀리 이동하지 않지만, 주먹 한발 정도는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동시에 대쉬와 점프 중에는 추가적인 조작이 극히 제한된다. 그렇기에 점프와 대쉬라는 이동은 여타 격투 게임에 비해서 매우 분절적으로 느껴진다. 이런 점에서 플레이어는 점프와 대쉬를 마치 장기를 두는 것과 같이 생각해야 한다. 한번 이동을 하거나 공격을 하면 그것을 물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정확하게 이동하고 공격 타이밍과 궤도까지 예측한다면, 상대의 주먹을 회피하며 완벽하게 카운터를 먹일 수 있다. 즉, 암즈의 이동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반응하느냐는 반응 속도가 아니라 상대의 움직임을 끝까지 관찰하고 다음을 예측하는 플레이어의 생각과 전략이다. 


또한 암즈에서 이동은 포지셔닝을 하기 위한 전략인 동시에, 공세를 펼치기 공격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암즈에도 여타 게임과 비슷한 모아서 더 강력한 공격을 가하는 개념이 존재하는데, 특이하게도 그것이 공격 모으기에 붙어있는 것이 아닌 대쉬와 점프 후 착지에 붙어있다는 점이다. 대쉬와 점프, 이동을 꾸준히 해주면서 상대의 이동과 공격의 딜레이를 캐치하는 것이 게임 플레이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스테이지 디자인은 이러한 3차원 풋워킹을 이용한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끔 만들었다:암즈의 링은 정사각의 공정한 링이 아니다. 스프링맨의 스테이지인 사각 링 조차 링의 가장자리가 점프 발판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동에 변칙적인 흐름을 부여하기도 한다. 심지어 키드 코브라의 스테이지 경우, 코마 보드라는 기믹이 있어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먹을 커트하는 도구로도 쓰이기도 한다. 고저차가 존재하거나, 장애물이 존재하는 등, 암즈의 스테이지는 플레이어가 이러한 요인들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숙지하여 플레이에 반영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물론 암즈에는 가드가 존재하며, 가드 후에 차지 공격이 되는 점이나 한번의 원 투 콤비네이션 공격 정도는 쉽게 끊어낼 수 있다는 점, 고급 테크닉으로 가드 - 앞 대쉬로 주먹을 끊어내며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하지만 가드는 게임 플레이를 전반적으로 둔하게 만들며, 암즈 특유의 원거리 잡기에 매우 취약하다. 기존 격투 게임에서 '니가와' 전략이 가드로 자신의 데미지를 최소화 하면서 장풍 등을 통해 원거리 견제를 하는 것이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었다면, 암즈에서 니가와 전략은 3차원 풋워킹으로 거리를 벌리거나 좁혀서 주먹의 궤도를 예측하지 못하게 만들고 후술할 케릭터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상대에 비해서 자신의 선택지를 극단적으로 줄여버리는 문제가 있다. 즉, 가드는 급할 때 적재적소에 쓰지 않으면 암즈에서는 매우 불리한 선택지라 할 수 있다.


암즈에서 각 케릭터들의 특징이 이동과 관련되었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게임의 주인공 역이라 할 수 있는 스프링맨은 차지가 된 상태에서 대시나 점프를 하면 충격파가 방출되며 상대 주먹을 튕겨낸다. 이와 같이 암즈의 대부분의 케릭터들은 점프 또는 대시에 대한 특성을 갖는 케릭터들이 대부분이며, 케릭터를 선택하는 것은 움직임과 관련된 전반적인 운영을 결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암즈에서 점프와 대시에 기반한 3차원 풋워킹에 케릭터를 통해서 자신만의 리듬을 더해주는 것이다.


양손에 무장하는 암Arm이라는 공격 방식도 상당히 흥미롭다.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공격 수단은 오른손과 왼순에 장착한 암 뿐이다. 하지만 암의 무게, 공격하는 궤도, 속성 등이 맞물리면서 세부적인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결정한다. 오른손을 먼저 뻗을지, 왼손을 먼저 뻗을지, 횡으로 이동하는 상대의 이동 딜레이를 캐치할 것인지, 더 무거운 암을 사용해서 상대의 가벼운 암을 튕겨내며 크로스 카운터를 먹일 것인지, 차지하고 묵직한 한 방을 날릴 건지 아니면 빠르게 잽을 하듯이 견재를 할 것인지 등등 단지 주먹 두발 뿐인데도 암즈에는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다. 플레이어는 규칙적으로 점프 및 대시를 하면서 이 선택지들을 전술적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한 케릭터마다 3개의 암을 장비하고 플레이어가 매 라운드마다 상대의 암 조합을 보아가면서 자신의 양손 암을 장비할 수 있어서 게임에 전략적인 깊이를 더하기도 한다. 즉, 암의 선택과 공격은 이동과 같은 대쉬와 점프라는 게임 전반의 리듬에 세부적인 플레이라는 음과 음조를 더하여 게임 플레이라는 하나의 음악으로 완성시키는 것이다.







종합하자면 암즈는 게임 페이스 자체가 모션 컨트롤에 맞춰져있지만, 그 모션 컨트롤과 패드 컨트롤이 극에 달할 수록 양쪽의 움직임은 차이가 거의 없어진다. 위의 프로듀서인 야부키와 암즈 인비테이셔널 우승자의 대전을 보라:저런 화려한 플레이가 모션 컨트롤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암즈는 충분히 입증해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즈는 보통의 격투 게임과 달리 프레임 단위의 사투가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암즈는 잘짜여진 음악을 연주하는 것과 같다:3차원 풋워크로 리듬을 타고, 거기에 차지된 주먹으로 스타카토를, 불규칙적인 주먹으로 불협화음을 새겨넣는다. 규칙적이든 불규칙적이든 음악은 결코 멈춰서는 안되며, 플레이어는 그 와중에서 어떻게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조율하고 움직이고 싸울 것인지를 생각해야한다. 그리고 그 생각한 만큼 암즈는 부드럽게 반응한다. 기존의 격투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전통이 여기서 탄생한 것이며, 모션 컨트롤이라는 한계를 암즈는 훌륭하게 뛰어넘은 것이다.


암즈의 모든 매력은 멀티플레이에서 오며 파티 매치는 암즈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는 훌륭한 멀티플레이다. 진지한 전투와 가벼운 미니 게임을 섞어두며 누구와 대전을 할 것인지를 로비를 통해 미리 볼 수 있는 등 게임을 기다리는 것 자체가 지루하지 않게끔 구성을 해두었다. 또한 윈스트릭을 쌓으면 파이팅 머니 보너스와 함께 체력 패널티를 제공하고, 패배가 쌓이면 보너스 필살 게이지를 얻기도 하며, 아이템의 활용도 중요한 점 등 전반적으로 '공정한 시합'보다는 '즐기기 위한 게임'이라는 감각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한다. 하지만 진검 승부를 원한다면 랭크 매치는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파이트 머니 보상도 클 뿐더러, 아이템도 나오지 않으며, 2선승제의 진검 승부는 진중하게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을 매료시킬만 하다.


암즈의 아쉬운 점은 게임 콘텐츠 자체가 철저하게 멀티 위주로 잡혀 있다는 점이다. 스위치는 기본적으로 휴대용 모드도 지원하고 있지만, 암즈는 온라인에 접속이 안된 상태에서 즐길만한 컨텐츠가 부족한 편이다. 그랑프리 모드는 너무 빈약하며, 매력적인 케릭터들을 살릴 스토리는 전무하다. 파이트 머니를 버는 것 외에는 게임 플레이의 목적 의식이 전무한데, 이 파이트 머니 조차도 암즈 해방 이외에는 쓸데가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모든 케릭터 암즈 해방 이후에 플레이어가 파이트 머니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스플래툰의 사례를 보자면 암즈의 이러한 컨텐츠 부족은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가 뛰어나고 스플래툰의 선례를 생각해보면 암즈 역시도 장기적으로 기대해볼만하다.


결론을 내리자면 암즈는 비단 스위치 뿐만이 아니라 격투 게임 장르 전반에 있어서도 손꼽히는 걸작이라 할 수 있다. 기본 게임 플레이는 매우 탄탄하며, 멀티플레이 기준에서는 매우 훌륭하다. 싱글플레이 콘텐츠가 부족하고 장기적인 콘텐츠 추가의 문제가 있지만, 스플레툰의 사레를 생각하면 이 또한 추가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보완이 가능한 부분이다. 지금도 충분히 재밌는 게임이지만, 앞으로도 더 재밌는 게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암즈는 품고 있고, 그런 점에서 암즈는 구매할 가치가 매우 높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