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퀘이크 3와 언리얼 토너먼트가 오래된 코어 게이머 사이에서 계속 회자되는 것은, 소위 하이퍼 FPS(혹은 아레나 FPS)로 분류되는 게임 장르에 있어서 이 둘이 장르적으로든 게임을 즐기는 당시의 분위기로든 완성형이었기 때문이었다:멀티플레이 서버에는 사람들이 넘쳐났고, 요즘 FPS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물론, 최근에는 다시 돌아오는 추세기는 하다) 빠르고 경파한 움직임과 공방전, 그리고 무지막지한 화력으로 상대와 싸우는 쾌감까지. 하지만, 언리얼 토너먼트와 퀘이크 3를 정점으로 하이퍼 FPS 장르는 역사의 뒤안길로 차츰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트렌드가 시간에 따라서 지고 뜨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하이퍼 FPS가 빠른 속도로 퇴색하는 장르가 되었던 데는 높은 입문 장벽이 한몫한 것도 있다. 퀘이크 3를 예로 들어보자:이 악명 높은(?) 게임은 거의 경공술과 축지법을 방불케하는 속도로 이동하며, 커서는 시선보다 더 빠르게, 방아쇠는 상대보다 더 먼저 당겨버리는, 그야말로 서부극과 무협물에서 현란한 부분만을 떼어서 합쳐놓은 듯한 게임 플레이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런 게임들은 보는 사람은 즐겁지만 당하는 사람은 전혀 즐겁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하이퍼 FPS들은 다시 돌아오고 있다:2016년도 둠이 보여주는 통쾌한 움직임과 적을 박살내는 킬링 무브, 무식한 무기셋이 사람들에게서 호평을 듣는 것부터 해서 타이탄폴 이나 심지어는 콜옵 최신작의 독특한 게임 움직임들까지 과거 하이퍼 FPS라 불렸던 게임들의 흐름이 다시 살아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리뷰하고자 하는 코발트 역시도 어떻게 보면 그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코발트는 2D 플랫포머 게임이지만,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메카니즘(구르기, 슬로 모션, 공격 반사, 짧은 시간 및 슬로 모션 동안 오가는 치열한 공방 등)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사실 이 게임이 장르 계보로써 어떤 게임의 영역에 들어있는가를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으며, 오히려 이 게임이 이전 게임들로부터 취하고 있는 장르적 문법이 아닌 이 게임이 게이머에게 보여주고자 한 경험의 영역에 초점을 맞추어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코발트는 퀘이크 3나 언리얼 토너먼트가 보여주었던 하이퍼 FPS의 장르를 2D 플랫포머의 형태로 재해석 하였으며, 여기에 슬로모션과 히트박스, 투사체 튕겨내기 등의 시스템을 차용하면서 여타 게임에서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흐름을 만들어낸다.


코발트는 매우 빠른 페이스로 진행이 된다:적들은 아주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며, 게이머 역시도 빠른 움직임으로 적을 섬멸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트윈 스틱 슈터(콘솔 플랫포밍 게임처럼 왼쪽 스틱으로는 이동, 오른쪽 스틱으로는 조준을 하는)와 다르게 코발트는 움직이는 4키에 조준과 이동을 통합시켜 놨다:좌우 스틱은 이동을, 윗 스틱과 아래 스틱으로 자동 조준을 하되, 아랫 스틱은 적을 조준, 윗 스틱은 투사채를 조준하는 등으로 세분화시켜놓았다. 하지만 조작 자체를 단순화시킨 것은 게임 자체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시도라기 보다는, 일종의 '고육지책'이라고 느껴진다:후술할 구르기와 슬로 모션, 구르기 중에 파생되는 멀리던지기나 멀리 뛰기 등의 고난이도의 테크닉을 잔뜩 집어넣은 것을 고려한다면 이는 게임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한 시도라기 보다는 '이거까지 트윈 스틱으로 만들어놓으면 제대로 활용할 사람이 없다'라는 제작진의 판단이라 보여진다. 물론 게임에서 위와 같은 고난이도 테크닉을 모두 활용할 필요는 없고, 모르는 상태에서도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다. 핵심은 조준과 조작의 간소화 및 구르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응용 테크닉을 추가함으로써, 게이머가 상대와 싸울 때 다양한 선택지를 고르면서 전술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게 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코발트에서 전투는 빠르고 격렬하며, 게임 내의 케릭터들의 움직임이 예측 불가능하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엄청난 고수가 아닌 이상 게임 플레이 자체가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싱글플레이만 봐도 그런데, 게이머는 순식간에 문을 박차고 들어가서 순식간에 적 NPC의 총을 맞아 죽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어떤 적이 있었는지 어떤 공격이 이루어졌는지를 전혀 알 수 없다. 모든 전투는 후술할 슬로모션과 구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너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게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두 시스템을 결합함으로써 이 문제를 극복한다:게임 내에서 각각의 공격은 케릭터의 일정 영역에 들어오는 순간 그 공격이 판정을 갖는 히트박스를 보여주며 슬로모션을 유발시킨다. 이 순간 게이머는 거리를 벌리거나 구르기를 이용해서 공격을 상대에게 고스란히 튕겨서 돌려줄 수 있다. 즉, 코발트는 빠른 페이스의 전투를 보여주지만, 가장 정교한 컨트롤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순간에 게이머가 정확하게 보고 판단하며 움직일 수 있는 여유를 준 것이다. 흥미롭게도 슬로모션과 구르기 반격이 핵심적인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슬로모션이 만사형통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수류탄 류의 공격은 구르기로 튕겨낼 수 없으며 접촉하는 순간 곧바로 폭발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수류탄 같은 투척 공격의 경우에는 게이머는 원거리 공격으로 공격을 튕겨내야 한다. 이처럼 게임은 공격의 형태를 근접, 원거리, 투척의 형태로 3분화 시켜놓고 상황에 따라서 적절한 공격을 선택하게 만든다. 먼저 수류탄을 던져서 견제를 한 후에, 상대의 선택을 강요하게 만드는 등 코발트 내에서의 공격과 방어의 흐름은 격투 게임을 방불케할 정도로 정교하고 스릴넘친다. 


그 결과 게임은 다양한 옵션과 가능성을 열어둔다:기본적으로 빠른 페이스의 전투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싱글플레이의 경우 게이머는 마치 특수부대원이 테러리스트를 제압하는 것 마냥 신속하게 움직여서 적을 제압할 수 있으며, 스테이지 도전 중에서는 잠입 컨셉으로 진행할 수 있는 스테이지도 존재한다. 물론, 정교한 잠입 시스템이나 테크닉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상대가 알람을 울리기 전에 모두 제거하라!), 빠른 페이스로 이루어지는 전투는 충분히 이러한 '잠입' 컨셉의 스테이지도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만든다. 싱글플레이 외에도 데스매치, 서바이벌, 코옵 모드 등의 다양한 할 거리를 넣어둠으로써 코발트는 즐길 수만 있다면 값어치 이상은 충분히 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코발트의 문제는 게임이 갖고 있는 잠재력보다 게임의 잠재력을 십분발휘하게 만들기 위한 학습의 과정에 있다. 게임은 복잡하고 정교하며, 때로는 엄청나게 야심찬 프로젝트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게임 내의 메카니즘을 게이머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는 시도 자체가 게임에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일례로 구르기로 상대의 공격을 튕겨낼 때, 튕겨낼 당시의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게임은 튜토리얼이 아닌 옵션의 게임 설명란에 기재한다. 또한 싱글플레이의 경우에는 열쇠따기나 금고따기 같은 미니 게임에 대한 설명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원거리 탄환과 다르게 수류탄은 굴러서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게이머에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이러한 개개의 상황에 대해서 게이머는 직접 부딪히고 익혀야 한다. 물론 코발트를 돈주고 구매할 정도의 게이머라면 충분히 그런 불편함 정도는 감내할 것이며, 이러한 것들을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이 재밌다고도 평할 수 있다. 하지만 코발트라는 게임 자체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게임인 만큼 이런 부분에 있어서 충분히 대비가 되어 있어야 했었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은 코발트가 갖고 있는 매력에 비하자면 대단히 사소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코발트는 한 때 하이퍼 FPS로 불렸던 게임 장르의 미덕을 2D 플랫포머로 이식하는데 성공하였다. 그것이 단순하게 게임 문법을 그대로 이식한 것이 아니라, 하이퍼 FPS가 갖고 있었던 매력을 2D의 형태로 재해석하면서 추후 게이머들이 더 파고들 수 있는 가능성을 깔아두었다. 코발트는 스팀에서 할인할 때 사는 것도 추천하고, 지금 정가에 사는 것도 추천한다. 적어도 2만원 이상의 값어치 그 이상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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