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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불량공주 모모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 감독인 나카시마 테츠야의 2010년작 고백은 독기로 가득찬 작품이다. 동명의 소설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영화 고백은 일본 내에서는 사회적 이슈라 할 수 있는 청소년 흉악 범죄와 청소년 흉악범을 사실상 보호하고 있는 청소년법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일본 내에서 청소년법을 다룬 추리소설이나 서브컬처들이 많은 것을 생각을 하면 고백은 흐름을 타는 그저그런 작품으로 취급받을 법만도 하지만, 감독은 이 이야기에 꽉짜여진 이야기 구조와 현란한 영상 편집,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과격한 독기를 통해 영화를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지로 이끌어 낸다.


청소년 흉악범죄의 최대이자 최악의 난점은 다른 흉악범죄와 다르게 청소년들은 사회화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기에 계도하고 선도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보통의 작품들은 청소년의 계도와 죄인에 대한 복수 사이의 적당한 지점에서의 타협을 시도하게 되고, 그 결과 상당히 미적지근한 이야기를 반복/재생산하거나, 혹은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붕뜬 잔혹한 괴물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고백은 그런 미적지근한 이야기나 비현실적인 괴물 따위는 발로 걷어 차버린다. 고백의 이야기는 막장이기는 하지만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의 확장이자 연장이며, 동시에 가해자들에 대한 일말의 동정이이나 자비를 보여주지 않는다. 


고백의 복수극이 다른 여타 영화들과 차별적인 부분은 가해자들(나오키와 슈야)의 숙명론적인 파멸과 유코의 치밀한 복수, 그리고 그에 대한 자비없는 묘사이다. 초반 30분에 걸친 오프닝 시퀸스(!)와 유코의 고백, 그리고 유코가 뿌린 독에 서서히 목이 조여가는 과정을 감독은 자신의 전공(나카시마 테츠야는 CF 감독 출신이다)인 경쾌하고 유쾌한 영상에 맞춰서 1g의 자비도 없는 독기 가득한 모습으로 그려낸다. 재밌는 점은 나오키와 슈야는 영화 내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음에도 분명하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코가 쳐놓은 덫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 아니 빠져나가지 않는다. 특히, 슈야의 경우에 유코가 이야기 했던 '폭탄은 만든 것도 당신이고, 버튼을 누른 것도 당신이야'는 이러한 구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자가파멸적이고 단단하게 맞물려 들어가는 이야기 구조를 통해 영화는 계도할 여지가 있는 청소년에 대한 과도한 폭력 논란과 미적지근한 복수 논란을 동시에 잠재워버린다.


하지만, 고백이 보여주는 독기는 단순하게 청소년법으로 빠져나가는 청소년 흉악범죄자들에 대한 분노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영화는 구체적으로 이야기에 드러내지만 않을 뿐, 좀더 근본적인 기성세대와 청소년 사이의 넘을 수 없는 괴리, 그리고 썩어들어가는 일본 사회를 묘사한다. 30분에 걸친 오프닝 시퀸스 동안, 유코는 혼자 이야기하고 그 안에서 학생들은 유코가 이야기를 하든 말든 각자 따로 노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후는 더 심각하다. 이후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아이와 어른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손에 꼽을 만큼 적으며 아이와 어른이 서로 소통하는 장면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다.


고백이 보여주는 이 두 세계의 괴리는 나오키와 슈야의 공간으로 분명하게 드러난다. 나오키의 방은 마치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의 방을 연상케 할정도로 유치한 모습을 보여주며, 슈야의 경우 아예 자신의 방이 집에서 떨어져서 다른 곳에 위치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부모의 과보호(나오키의 경우)와 부모의 부재(슈야의 경우)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치라 할 수 있는데, 재밌는 점은 둘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애정'을 끝없이 갈구한다는 점이다. 나오키가 유코의 딸을 풀장에 집어던진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괴롭히는 세상에 대한 반발 심리와 인정받고자 했던 욕구(칼에 찔리기 전에 보았던 나오키의 환상) 때문이었으며, 슈야의 경우 아예 미즈키가 대놓고 마더콘이라고 조롱할 정도로 심각한 애정결핍 환자였다. 그리고, 그들의 살인 동기는 바로 부모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아이들을 부모세대의 무관심 또는 잘못된 애정에 대한 피해자로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슈야와 미즈키를 적극적으로 이지매 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영화는 스타일리쉬한 컷들로 묘사한다. 영화 고백의 학교는 소악마들이 지배하는 지옥이며, 어른은 무관심하고 아이들은 잔혹하다. 그렇기에 슈야와 나오키가 걷는 파멸의 길은 개인적인 숙명이 아닌, 일본이라는 사회가 만들어내는 근원적인 파국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고백'은 러닝타임 내내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현란하고 비현실적인 카메라 워크와 컷구성, 미장센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붕뜨지 않고 놀라운 흡입력을 갖는 작품이며, 감독이 생각하는 일본 이라는 사회에 대한 독기 어린 조소로 가득찬 작품이다. 단순한 복수극으로서도 엄청난 작품이지만, 감독이 만들어내는 일본이라는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가치가 있는 훌륭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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