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한국영화 감독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은 이준익 감독입니다. 영화적 완성도나 재미는 둘째치더라도 서로 성향이 맞는다고 할까요? 데뷔작인 황산벌을 비롯, 왕의 남자, 음악 3부작(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 님은 먼곳에)까지 모두 제가 사랑하는 영화이니까요. 사실 영화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기존의 신파 코드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감독이기 때문에, 같은 세대의 감독인 봉준호나 박찬욱, 김기덕 등에 비교하면 스토리나 플룻, 이야기의 상징성이나 장치 자체가 허술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준익 감독은 그러한 차이를 영화 내의 진득한 페이소스로 극복합니다. 다른 감독에 비해서 정말 다양한 인생경험(?)을 한 사람이라 그런 것이 영화에 묻어나는지도 모르죠.

이번 신작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은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사탤, 이거 역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만화 중 하나입니다. 서얼 출신의 견자(개 견에 아들 자, 풀어서 개새끼)가 스승을 만나 칼을 배우고 임진왜란이라는 격변의 소용돌이를 살아가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전통 한국화풍의 그림체와 매력적인 케릭터, 스토리를 보여주는 작품이죠. 이야기의 가장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임진왜란 중의 반란 이야기에서 드러나는 제목의 의의, 그리고 인상적인 엔딩까지 정말 인상적인 작품이죠.

일단 영화가 나오지 않은 관계로 프리뷰 영상만 느낀점과 아쉬운 점을 먼저 말씀드리죠. 일단 영화 자체는 가장 중요한 파트라 할 수 있는 임진왜란 중심의 이야기가 되는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견자와 스승의 만남 등의 임진년 이전의 이야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최대 두시간 전후의 분량에서 이야기를 다루어야 할 영화라는 매체의 한계상 어쩔수 없이 가장 클라이맥스 부분을 선택한건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견자 역에 미형 배우가 나오는 건 좀 이해하기 힘드네요. 원작을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절대 저런 이미지는 아닙니다. 그 반대의 이미지면 몰라도 말이죠. 그리고 주인공 자체가 스승으로 옮겨간 느낌입니다.

음...일단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기대반 걱정반입니다. 개인적으로 두 작품 모두 사랑하는 입장에서, 영화가 원작을 살려내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걱정도 어느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원작의 이미지와 영화의 이미지가 어느정도 다른 점도 약간 불안불안한 부분이구요.

뭐, 나와보면 알겠지만 일단은 올해 영화중에서는 기대하고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