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GONZO의 2004년작 암굴왕을 끝까지 감상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GONZO라는 회사에 대해서 엄청난 분노를 느꼈습니다. 또한, 이 애니를 끌까지 보기 전에는 GONZO가 왜 망해야 했는지 이해를 못했지만, 암굴왕을 보고 나서 확실하게 '아, 이놈들은 어쩔 수없이 망할 운명이었구나'라는걸 느꼈습니다.

 사실, 암굴왕 작품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암굴왕이란 작품은 전체적으로 정말 뛰어난 작품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답지 않은 표현력과 원작에 대한 새로운 해석, 구스타브 클림트의 그림체에서 많은 부분 영향을 받은 듯한 색감 등 독특한 시도와 작품 자체의 높은 완성도까지 무엇하나 흠잡을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평가를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암굴왕은 명작이 될뻔 하다가 뒷심부족으로 좋은 작품으로 내려앉는 작품입니다.

 암굴왕은 17화 까지 명작입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완벽한 복수와 그의 의도를 모르는 순수한 알베르, 그리고 소리 없이 다가오는 파멸. 원작을 독특한 느낌으로 어레인지 한 부분에서는 높게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17화 이후로 작화력이나 내용 전개력에서 엄청난 퀄리티 저하를 보여줍니다. 아니, 작화력으로만 따진다면 이미 4화 이후로는 작화력이 점점 떨어집니다. 물론, 마지막에서는 괜찮은 수준으로 작품을 마무리 짓기는 하지만, 문제는 더 좋게 끝낼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제가 알기로 여태까지 GONZO 작품들의 거의 대부분이 이런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괜찮은 컨셉과 주제, 그리고 독특한 시도를 하다가 뒷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못해서 평작이나 망한 작품으로 내려서게 된 여러 작품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GONZO 작품을 잘 보지 않기 때문에 그런 작품들은 많이 못 봤지만, 이번작을 통해서 GONZO라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를 알게 되었다는 느낌입니다. 이렇게 뒷심 부족을 보인다면, 언젠가는 망할 수 밖에 없죠. 뒤심이 없다는 것, 줏대가 없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회사나 작품 자체가 부유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교토 애니메이션 처럼 지향점이 있다는 것이 회사 유지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를 보여주는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과적으로 GONZO는 자신의 뒷심부족으로 언젠가 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일반적인 GONZO의 이미지는 '조루'였으니 말 다한 셈이죠. 물론, 극복했을 시에는 매드하우스나 IG에 비견될 만한 실력을 가지기는 했었지만...결국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아쉽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