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1.시험준비기간에 게임하기는 좀 뭐해서, 그냥 미루어두었던 창궁의 파프너를 감상 완료했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그림체 때문에 은근히 숨겨진 명작이랄까, 내가 왜 이 작품을 여태까지 스킵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좀 아쉬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구조적으로 13화 기준으로 초반부-중반부-중후반부-후반부 이렇게 4단계로 구성 되어있는데, 끝까지 보고 나면 '아 구조적으로 훌륭하게 짜여져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초반부에 갑작스런 페스튬과의 인카운터와 죽어가는 등장인물들과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주인공 카즈키, 그리고 중반부에는 카즈키가 섬이라는 유토피아를 나가서 진실을 보고 자신이 있을 장소를 깨닫습니다. 중후반부에서는 카즈키를 비롯한 파프너의 파일럿들과 섬의 어른들 사이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마지막 후반부에는 그러한 깨달음과 공감대를 통해 인류와 페스튬, 그리고 세계와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와 이유를 확립하게 됩니다.

초반 13화와 후반 13화가 대칭구조를 이루고 있고, 초반부의 암울함과 후반부의 희망의 사이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냥 막장같이 암울하지도, 유치하게 밝지도 않고 그 중간에서 중도를 유지하는 것이 이 애니의 진정한 묘미라고 저는 봅니다. 

3.포스트 에바(Post Eva, 에반게리온 이후의 작품들)의 작품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어려운 철학용어나 설정을 함부로 남용한다는 것입니다. 창궁의 파프너도 복잡함이 아슬아슬 하게 위험수위를 오가고 있지만, 작품 내내 스토리만 잘 따라갔다면 크게 문제가 없을 정도의 이야기를 유지합니다. 사실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철학은 일종의 세계와 나의 존재론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이야기를 어렵게 꼬아서 이야기 안하고 직설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이 작품의 백미라면 백미입니다. 물론 너무 직설적이어서 유치하다는 느낌을 줄지 모르지만, 묘하게 초반 13화의 암울함이 거기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어서 직설적이지만 유치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방대한 양의 상징과 심리학적 분석,신화적 구조의 왜곡 변형, 프로이트 적인데다가 자기 부정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에반게리온(요즘 신화 관련 레포트 때문에 분석 중입니다)에 비해서는 창궁의 파프너는 정말이지 양반입니다(.....)

개인적으로 카논이 했던 대사 "예전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여기 존재한다."가 가장 마음에 와닿더군요.
(어떤 의미에서는 카즈키 만큼의 성격 변화가 일어난 케릭터 이니....)

4.거대 로봇물이니 메카나 전투 장면도 애니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일단, 작화가 나빴다 좋았다를 떠나서 묘하게 전투가 묘하게 박력이 없다는 게 좀 흠이군요. 메카닉 디자인도 솔직히 인상적이라기 보다는, 보고 있으면 그냥 나중에 정들게 되는 그런 타입입니다(.....)

5.이 애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인물 작화. 까놓고 이야기해서 창궁의 파프나 최고의 안티는 히라이 히사시. 그냥 제 상상이지만, 히라이 히사시가 케릭터 디자인만 안 맡았어도 이거 감상한 사람이 1.5 배로 늘었을 듯...

6.개인적으로는 추천작품입니다. 스토리나 내용, 케릭터도 괜찮고, 전투나 메카 디자인도 어느 정도 유지 되고, 다만 케릭터 디자인만 눈감고 참을 수 있다면(.....) 한번쯤 도전해도 괜찮을 작품입니다.


덧.그래도 초반 3화는 에반게리온하고 너무 겹쳤어....
덧2.나중에 정식 리뷰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