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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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하고 있냐!)

마크로스 OVA 시리즈

이제 이 긴 글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마크로스 시리즈는 OVA가 크게 2작품이 있습니다. 하나는 마크로스 2-LOVERS AGAIN의 대 참패를 만회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마크로스 플러스, 다른 하나는 마크로스 탄생 20주년을 기념해서 원작 마크로스 이전의 통합 전쟁을 다룬 마크로스 제로입니다. OVA(마크로스 7 다이나마이트 제외)로 나온 마크로스 시리즈는 OVA간의 서로 공통된 특징이 있다기 보다는 각각의 독특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기 때문에, 개별의 작품을 각각 따로 감상하고 이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덧. 2편은...묻지 마세요; 이건 거의 재앙입니다; 나중에 마크로스 사가 다루고 난 다음에 여러분의 열렬한 호응이 있으면(?) 같이 다루도록 하지요.


마크로스 플러스(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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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스 플러스는 마크로스 2의 처참한 참패로 자신의 작품과 세계관이 영원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 카와모리 쇼지와 그 제작진들이 마크로스 시리즈로 복귀한 작품입니다. 마크로스 플러스가 나오고 난 다음에 마크로스 7이 나오고, 마크로스 7 방영 중에 OVA 버전을 수정, 편집, 약간의 내용적인 추가를 한 마크로스 플러스 극장판이 나왔습니다. 마크로스 플러스(이하 플러스)는 현재까지(마크로스 F 제외) 나온 마크로스 시리즈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며, 원작 마크로스의 훌륭한 재해석과 변용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 받습니다. 저 또한 플러스가 마크로스 시리즈의 코드인 드라마적인 요소(삼각관계), 음악, 화려한 전투 장면과 메카닉을 독특하게 변용하여서, 원작의 코드를 성인취향의 느낌으로 재정립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적인 요소에서 가장 독특한 점은 바로 주인공들의 삼각관계가 현재형이 아니라 과거형으로 진행이 된다는 점입니다. 주인공들인 이사무, 뮨, 갈드의 삼각관계는 오래전 그들이 고등학교를 다녔을 때, 이미 그 결론이 난 상태였습니다. 즉, 플러스에서는 그 때 결론이 나지 않은 과거를 현재에서 풀어낸다는 느낌으로 진행을 하고, 그 과거를 묘한 노스텔지어와 쓸쓸함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과거의 순수했던 자신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주인공들의 모습, 청소년을 지나서 어느덧 장년이 되어버린 자신들에 대한 씁쓸한 심정을 덤덤하게 같이 그려내어 플러스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과거의 갈등을 토대로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갈드와 이사무의 모습은 작품 내의 미묘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데 큰 영향을 주더군요. 이는 카우보이 비밥, 사무라이 참프루를 감독한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카와모리 쇼지와 함께 공동 감독을 맡았기 때문이라고 저는 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일면 카우보이 비밥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음악적인 측면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는 플러스도 기존의 마크로스 시리즈와 비슷합니다. 다만, 그것이 더 어둡고 성인취향으로 묘사되었다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일단, 플러스에서의 여주인공인 뮨은 당연히(?) 가수입니다. 형식적으로는 우주 최초의 인공지능 아이돌 샤론 애플의 매니저 겸 프로듀서로 나옵니다. 그러나 실상은 아직 인공지능이 완성되지 않은 샤론의 대역으로 뮨이 노래를 부르고 동작을 하여서 샤론이 움직이고 노래부를 수 있었다는 것이죠. 또한 OVA에서는 모호하게 표현이 되었지만, 샤론의 노래는 사람을 홀리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일종의 집단 최면과 같은 것인데, 이사무가 처음 갔던 샤론의 콘서트에서 보여준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느낄수 있습니다. 결국 마지막에는 샤론이 SDF-1 (원작에 나왔던 마크로스)을 점거하고 마크로스 시티의 시민들을 모두 집단 최면에 빠뜨리게 됩니다. 이와 같이 기존의 마크로스 시리즈에서 아이돌이나 가수에 대해 많은 부분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한데 비해서, 플러스는 강하게 아이돌의 어두운 측면과 그에 속아 넘어가는 대중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합니다. 결국, 마지막에 이사무가 샤론을 파괴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뮨이 고등학교 때 불렀던 노래였던 것은 세상과 사람을 구하는 것은 어른의 상술이 아니라 어릴 때의 순수라고 주장하는 카와모리 쇼지와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플러스의 또다른 특이점은 바로 주인공과 스토리의 주요한 갈등이 VF-11 선더볼트의 후속 기종 경쟁을 두고 일어난다는 점입니다.(그리고 최초로 프로토 컬쳐 뒤치닥 거리를 하지 않은 마크로스 시리즈입니다.) 이사무는 YF-19, 갈드는 YF-21의 전속 테스트 파일럿으로 배속되면서, 서로가 자기 편이 이기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동시에 뮨에 대한 미묘하게 찌질한 신경전을 펼치는 점, 그리고 파일럿의 하늘을 동경하는 순수한 갈망(이사무 쪽이 이 경향을 강하게 보여줍니다.)등, 후속 기종 선발을 위한 경합이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동시에 여러 가지 갈등이나 이야기를 풀어내는 모습을 괜찮았습니다. 또한 마지막에 인공지능을 이용한 고스트가 갑자기 선더볼트의 후속기종으로 발탁되는 것도 위에서 이야기한 플러스라는 작품의 분위기-인간의 순수에 대한 갈망, 혹은 갈등과 감정이 기업의 장삿속 앞에서 너무나도 쉽게 무너지는 허무함-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플러스는 원작 마크로스에 대한 훌륭한 변용입니다. 마크로스의 코드를 좀 더 성인 취향으로 바꾼 점, 지금까지의 마크로스와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와 설정으로 원작 마크로스를 뛰어 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다만 문제는 이게 너무 짧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풀어낼 건덕지가 많은 이야기를 단 4화에 소화해내기 위해서 몇몇 세부적인 설정을 잘라내서 이야기가 뚝뚝 끊긴다는 느낌을 받았고, 동시에 삼각관계를 일방적인 한명의 잘못으로 몰고 가는 식으로 대충 마무리 지어버려서 많은 아쉬움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플러스는 지금까지 나온 마크로스 시리즈 중에서 가장 훌륭한 변용이며, 동시에 가장 독특한 마크로스입니다.

덧.갈드 지못미 ㅠㅠ

마크로스 제로(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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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마크로스 방영 20주년으로 만들어진 OVA입니다. 마크로스 시리즈의 원작자이자 감독인 카와모리 쇼지가 스스로 이번 작의 컨셉은 '전설'로 정하고, 원작 마크로스 전의 통합전쟁 당시 평화로운 섬에 있는 고대 유물을 둘러싼 통합군과 반통합군의 치열한 싸움과 원주민 무녀와 파일럿 간의 연애를 그려내는 작품입니다. 일단 OVA 자체의 완성도는 그럭저럭 괜찮았으나, 원작 설정 파괴 등으로 마크로스 팬들 사이에서는 미묘한 평가를 받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도 마크로스 시리즈 중에서 가장 이질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크로스 제로는 마크로스 시리즈의 공통 특징인 연애, 음악, 화려한 비행기 전투라는 3요소가 다 나오지만, 이상하게 변형이 되거나 축소되어서 나오는 것이 이번 작 마크로스 제로입니다.

제로에서 연애나 삼각관계는 거의 비중이 없다시피 합니다. 4화에 미묘한 감정 표현까지 담아낸 플러스에 비해서, 제로는 삼각관계가 형성되려다가 마는 듯한 미묘한 광경을 보여줍니다. 처음 제가 보았을 때, 저는 신을 두고 자매인 사라와 마오가 삼각 관계를 펼칠 것이다라는 추측을 했었는데, 초반 1~2화에서는 마오가 관계를 주도하고, 사라는 전혀 관심 없는거 처럼 굴더니, 3화에서 마오를 그냥 병원으로 관광 보내서 갑자기 사라와 신을 맺어지게 만드는 건 미묘하더군요. 이야기를 더 전개할 수도 있었지만, 귀찮아서랄까, 아니면 이야기를 5화에 다 구겨넣기 위해서 였을까, 어느쪽이든 간에 플러스나 옛 마크로스와 비교해보았을때 아쉬운 전개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제로에서는 다른 마크로스와 다르게 음악이라는 요소가 매우 적게 나옵니다. 물론 카와모리 쇼지는 과거 원시의 무녀나 무당들은 노래와 춤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거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아이돌과 같은 역할을 하였을 것이라고 보고, 마을의 무녀인 사라의 노래를 중요한 소재로 쓰려합니다. 그러나 제로에서는 노래 자체가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요소가 아닌, 사라의 힘, 노래가 가지고 있는 힘에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진행을 하기 때문에, 기존의 '노래를 부르고자 하는 진실된 마음이 결국은 외계인에게 닿게 된다'라는 컨셉에서 '그냥 히로인이 부르는 노래가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걍 만사형통인거다.'라는 컨셉으로 바뀌니까 노래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마크로스 7도 '주인공 바사라의 사기적인 능력이 노래에 적용이 되기 때문에 노래가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요소이다'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러한 컨셉을 넘어서 바사라의 노래에 대한 진실성(중간에 바사라가 자신의 노래가 가지는 힘 때문에 갈등하는 장면)과 그러한 노래의 힘 보다 주인공 묘사에 힘을 쓴 덕분에 노래와 주인공의 묘사가 조화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로에서는 사라의 비중이 갑자기 3화 이후 마오의 갑작스런 퇴장으로 올라가더니, 정식 히로인으로 등극해버리고, 히로인으로서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새인간 각성과 함께 그냥 우주로 날아가버립니다. 그렇게 됨으로서, 사라와 노래라는 소재보다는 사라의 능력이 강조된 듯한 느낌입니다.

제로는 결과적으로 카와모리 쇼지의 개인적 취향이 묻어나오는 작품입니다. 어찌보면 원 마크로스 시리즈보다 지구소녀 아르주나의 계보를 이어가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작품인데, 마얀 섬으로 대표되는 반문명 사회와 물질문명의 문제, 그리고 그 속에 있는 분쟁과 갈등의 씨앗이 결국 인류를 멸망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이야기는 기존 마크로스 시리즈 보다는 아르주나 쪽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특히 초반 마오-신과 사라 사이의 물질 문명의 이기 vs 전통의 삶이나 마얀 섬이 전쟁터가 되는 부분, 이 모든 갈등의 단초가 사라의 과거였다라는 점 등에서는 이런 감독의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더군요. 저는 이러한 이야기의 비중이 적어도 애니 내에서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래서 마크로스 팬으로서 참 미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로는 카와모리 쇼지 감독의 개인적 취향으로 마크로스 시리즈에서 벗어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뭐, 이런 작품이 있어서 마크로스의 명성에 큰 흠이 되었다 까지는 아니지만, 원작 팬으로서는 조금 실망 할 수도 있는 작품입니다. 또한 원작 이전의 과거로 회귀하여, 설정을 제멋대로 바꾸어서 원작의 설정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도 하나의 문제로 작용합니다.(이를 설명하는 적당한 이론이 있지만, 다음회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번작 F에서는 제로를 정식 사가로 끌어오는데다가 중요한 모티브로 쓰려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어서 미묘해지고 있습니다. 결론은, 작화나 이야기의 완성도에 있어서는 평작 이상의 애니이긴 하지만, 마크로스 시리즈라는 전체적 맥락에서는 이단에 가깝다 정도군요.

덧.5화 마지막에 쾨니히니 몬스터가 반응탄을 쏜 장면에서 마시던 맥주를 뿜을뻔 했습니다;
덧2.참고로 플러스, 제로 한국에 나온 DVD는 다 불법 복제판입니다. 사는 것이 다운 받아보는거랑 비슷하다는...



이로써 여태까지 나온 마크로스 OVA까지 다루었고, 다음 회에서는 설정 및 마크로스 F에 대한 리뷰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2편 리뷰는 여러분의 호응을 보아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