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광기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정상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광인이라 부른다. 하지만 단순히 정상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광인이라 부르기에는 이 정의는 너무나 무딘 정의라 할 수 있다:고대에서 광인들은 때때로 미래를 예지하거나 놀라운 통찰력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되어 중요한 직책을 맞기도 했기 때문이다. 환각과 광기에 기반한 통찰력은 근대 이전의 사회에서는 현대 사회가 인정하는 광인과 광기의 정의와 범주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이는 광기의 특징에 기반한다:광기는 종종 일반적인 논리의 단계를 뛰어넘어, 서로 연결되지 않는 요소들을 유연하게 연결한다. 그것은 때때로 일반적인 논리로 통찰할 수 없는 새로운 가능성의 영역을 개척하는데, 그 광기의 유연함과 논리를 벗어난 자유로움이야말로 광기의 핵심이다.

 

사이코너츠 2는 구 엑박 시절 광기넘치는 플랫포밍 게임인 사이코너츠 1편의 정식 후속작이다:구엑박에서 엑박 360, 엑박 원을 넘어서 엑박 시리즈 엑스까지 콘솔 3대를 뛰어넘는 근 20년만의 신작인 셈이다. 1편은 컬트 게임의 명작이었지만, 상업적으로는 처참한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근 20년만에 정식 신작이 나온 것은 놀라운 일인 동시에 걱정되는 일이었다. 더블파인 스튜디오가 오랫동안 게임을 만들어오긴 했지만, 사이코너츠와 같은 플랫폼 게임은 만든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코너츠 2는 그러한 불안을 떨쳐내고 20년만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게임이었다.

 

사이코너츠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머릿속을 탐험하는 플랫포밍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주인공인 라즈를 조작해 사이코너츠에서 사람의 정신세계를 탐험하면서 머릿속의 문제를 해결하며, 더 나아가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정신 깊숙한 곳의 문제를 대면하고 해결해야만 한다. 사이코너츠가 거의 20년 전의 게임 치고 놀라웠던 부분은 현대적인 3D 플랫포밍 게임과 비견해도 낡지 않은 게임 플레이와 스테이지, 그리고 유연한 스테이지 구성에 있다:사람의 머릿속 처럼 광기 넘치게 구성되어 있지만, 동시에 나아갈 길이 뚜렷하게 제시되고 나아가게끔 유도하는 점 등은 최근 게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미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광기라는 측면에서 사이코너츠는 정말로 훌륭하다:스테이지의 다양한 요소들은 등장인물의 정신 세계들이 뒤죽박죽으로 섞여있는 모습들인데, 마치 말도 안되는 요소들이 등장인물들 머릿속의 내적 논리에 의해서 하나의 스테이지를 구성하는 광경은 장관이다. 정갈하게 정리된 샤샤의 머릿속에 점점 카오스가 펼쳐지는 장면이나, 생선의 머릿속에 고질라와 같은 스테이지가 만들어진다 하는 등의 장면들은 '말이 전혀 안되는데 묘하게 말이 되는' 모습들이다. 전반적으로 사이코너츠가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은 이러한 정신나간 것들이 실제 말이 되게끔 구성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사이코너츠 2는 사이코너츠 1의 미덕을 제대로 이어받고 있다. 사람의 머릿속을 게임 스테이지로 풀어내는 듯한 게임 스테이지 구조는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첫번째 게임 스테이지인 닥터 로보토의 스테이지를 보자:인셉션을 패러디한 구조인 이 스테이지는 전작의 악역이었던 닥터 로보토로부터 흑막의 정보를 빼내기 위한 심문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닥터 로보토가 저항하면서 원래 설계되었던 스테이지는 점점 로보토의 치과처럼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두가지 컨셉의 스테이지(의도적으로 로보토를 속이기 위한 스테이지 + 로보토의 내면이 형상화된 치과 스테이지)가 점점 섞이면서 스테이지의 구성이 바뀌는 것이 일품인 스테이지인데, 사이코너츠 2의 모든 스테이지들은 이런식으로 게임의 플롯과 컨셉, 게임 내의 플랫폼 컨셉들이 함께 어우러져있어 게임을 흥미롭게 만든다.

 

사이코너츠가 훌륭한 점은 뭔가 대단히 난잡한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 진행하는 과정은 직관적이라는 것이다:사람의 머릿속처럼 혼란스럽고 복잡하더라도, 나아갈 길이 어딘지를 직관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그 길을 따라간다는 것이다. 이는 게임의 스테이지 디자인 뿐만 아니라 게임의 스토리라인이 이러한 가이드를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코너츠 2가 1편보다 더 나아진 부분은 이러한 스테이지들이 단순히 일직선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형태와 목적을 가진 스테이지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콜튼 부울의 스테이지를 예로 들어보자:콤튼은 주변인으로부터 정신적으로 많은 부담감을 느끼는 인물인데, 플레이어인 라즈는 그의 부담감을 줄여주기 위해서 그의 정신세계를 탐험해야 한다. 이 때 콤튼의 정신세계는 음식 만들기 버라이어티 쇼로 재구성되는데, 주변인(포드 크롤러, 포사이스, 제나토)의 손인형들이 쇼 게스트로 나와 음식을 요구하며 콤튼을 압박하고, 라즈는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음식을 만들면서 그의 중압감을 해소하고자 한다. 인상적인 장면은 인형탈과 보스전을 치루고 난 뒤에 그 인형탈들을 조작하던 손이 사실은 콤튼의 손이라는 점을 통해 '그러한 부담감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었다'라는 것을 인상적으로 묘사한다. 그 외에도 밥 자나토의 정신세계나, 감각을 찾아 떠나는 헬무트 풀베어의 여정 같은 장면에서 단순히 출발지 ~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플랫포밍 스테이지와 달리 다양한 컨셉과 흥미로운 설정들, 스테이지 기믹들을 붙여서 구성을 한다.

 

사이코너츠 2에는 다양한 초능력들이 등장하고, 이 초능력들을 이용해서 전투와 플랫포밍 양쪽을 다 이끌어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서 파이로키네시스 능력은 막혀있는 벽을 불로 뚫을 수도 있고, 적들에게 불을 붙여서 도트 데미지를 입히는 능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8개의 초능력이 등장하고, 여기에 뱃지를 추가해서 전투나 플랫포밍에 유리한 능력을 해금하는 것이 초능력의 능력이긴 한데, 플랫포밍 쪽에 비해서 전투쪽의 초능력은 쓰이는 것만 쓰이는 느낌이라 좀 애매한 느낌이 있다.

 

전투는 전작과 유사하게 근거리/원거리를 자유롭게 섞어가면서 싸우는 전투 방식을 취한다. 평타 콤보와 원거리을 전담하는 초능력들을 이용해서 적들과 싸우게 되는데, 단순히 적들을 두드려 패는 것 외에도 몇몇 몹들은 상당히 독특한 기믹을 선보인다. 예를 들어 배드 무드의 경우, 몹을 무적으로 만들어내는 근원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죽일 수 없는데 정신적으로 기분 나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야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신선한 기믹이라 할 수 있었다. 게임은 이와 같이 정신적으로 부정적인 감정과 상황을 적으로 형상화하였는데, 이것들이 상당히 게임의 컨셉과 명확하게 맞닿아있기 때문에 재밌게 느껴진다. 다만, 몇몇 보스들은 기믹보다 좀 억지로 들어갔다는 느낌(밥 자나토 보스전 같은)이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사이코너츠 2는 요즘 트리플 A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센스와 완성도 높은 스테이지를 자랑하는 플랫포밍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게임패스에 기본으로 들어있기 때문에, 시간과 기회가 된다면 꼭 플레이하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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