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워해머 프랜차이즈의 본류는 미니어처 워 게임이지만, 이 프랜차이즈를 베이스로 한 다양한 방계 게임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코옵 레이드물이라 할 수 있는 워해머 퀘스트(블랙 포트리스나 커스드 시티 같은), PC게임으로도 나온 적이 있는 블러드 보울이나 스커미셔 게임인 워크라이, 킬팀 같은 게임들이 대표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아마 가장 성공적이고, 미니어처 워 게이머가 아닌 일반적인 보드게임 플레이어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것은 언더월드일 것이다.

언더월드는 전용 6면체 주사위(공격, 방어, 마법)를 이용하며 2명 이상의 플레이어(최대 4명)가 각자의 워밴드와 덱을 구성하여 전장에서 싸운다. 플레이어들은 워벤드를 움직이고 싸우며, 승점을 주는 목표 카드를 통해 승점을 얻고 게임에 이로운 효과를 주는 갬빗 카드를 뽑아서 게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어가야 한다. 총 3턴이 지난 뒤, 가장 높은 승점을 득점한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언더월드의 가장 큰 특징은 게임 자체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라 할 수 있다:게임에 등장하는 유닛의 수(3~5개 정도)도 적을 뿐더러, 한 턴에 한 유닛당 이동은 단 한번뿐이고, 차지(이동과 공격을 함께 했을 때)를 했을 시에는 이외의 공격이나 다른 액션이 불가능하게 된다. 언더월드의 기본적인 룰은 제한적이고,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이동 거리, 공격에 대한 기대값 등도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쉽게 배우고 쉽게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갬빗 카드와 오브젝트 카드가 끼게 되면서 수많은 변수들이 생겨난다. 총 20장의 갬빗 카드 덱(1회성 효과인 플로이와 유닛 버프 카드인 장비 카드로 구성된다)과 12장의 오브젝트 카드 덱을 이용해서 플레이어는 게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어나가야 한다. 우선 오브젝트 카드부터 살펴보자:오브젝트 카드는 플레이어가 특정 조건을 달성했을 시에 카드를 제시하고 달성을 선언하여 승점을 가져간다. 승점은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 필요하지만, 동시에 이후에 이야기할 갬빗 카드 중 장비 카드를 발동하기 위한 중요한 자원으로써도 쓰이기도 한다.

갬빗 카드(플로이와 장비 카드)는 어떻게 보면 게임 운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상대에게 데미지를 주거나, 반영구적인 버프를 주거나, 추가적인 이동을 하거나 하는 등의 다양한 요소들로 활용이 가능한데 갬빗 카드는 기존 게임의 '제한적인 게임 플레이를 넓혀 준다'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귀중한 자원이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장비 카드를 제외하면 플로이 카드의 발동 조건은 생각보다 널럴하다는 것이다: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거나, 한 턴에 이용할 수 있는 플로이 카드 수가 제한되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카드를 소비하고, 액티베이션 시에 카드를 수급하면서 추가적인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언더월드는 갬빗 카드나 오브젝트 카드가 소비되지 않으면 상당히 답답한 흐름을 보여준다.

역으로 상대의 파워 스텝(플로이나 장비 카드를 붙일 수 있는 순간)에 자신의 카드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게임 플레이와 전략의 역동성을 늘려주는 부분이다. 상대가 발동하는 카드를 보고, 그에 맞게 자신의 카드를 발동하는 것이 중요하고, 상대 턴에 멍하게 손놓고 있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게임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더월드는 반쯤은 '카드게임'이라 불리기도 한다. 농담으로 넘기기 어려운 것이, 게임에 역동적인 흐름을 더해주는 것이 갬빗 카드와 오브젝트 카드인데, 이것을 자신의 워벤드와 얼마나 잘 조합해서 들고 오느냐에 따라서 게임의 흐름이 완전히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품을 샀을 때 딸려오는 기본덱(대부분 워벤드 전용 카드로만 채워져 있는)의 경우에는 전용 카드들로만 채워져있는데, 이 전용 카드들 덱만으로는 어딘가 모르게 상당히 답답한 흐름을 보여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확장팩에 포함되어 있는 공용 카드들을 잘 섞어서 덱을 잘 짜고 게임을 유리하게 풀어가는것이 핵심이다. 

워벤드들의 운영의 경우, 기본적인 워벤드의 개성과 맞물려서 운영하는 덱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크게 오브젝트 점령과 그 점령에서 오는 이점으로 게임을 끌어나가는 점령덱, 상대를 화력으로 제압하고 거기서 승점을 얻는 킬덱으로 나뉘진다. 하지만 워벤드에 따라서 명확하게 킬 중심이냐, 점령 중심이냐가 구분되어있지 않은 점, 각 워벤드의 특성을 고려해 덱을 구성하면 그에 따라서 운영하고 상대 운영을 카운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은 게임의 전략적 선택지가 늘어난다.

결론을 내리자면 단순하고 제한적이지만 쉽게 배울 수 있는 기본 게임 룰 위에 갬빗과 오브젝트 카드라는 변칙성을 부여하여 다양성을 늘린 것이 워해머 언더월드라 할 수 있다. 많은 것들이 플레이어의 실제 계산하고 복잡한 판정을 따라야 하는 미니어처 게임이나 확장성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보드게임과 달리, 워해머 언더월드는 상당히 유연하고 파고들수록 더 많은 가능성을 볼 수 있고, 빠르고 배우기 쉬우며, 무엇보다 재밌다. 실제 튜토리얼 게임이나 처음해보는 사람들이 게임 플레이하면서 막힘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게임이 잘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보드게임을 좋아한다면 한번쯤은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