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 Like Hell!)
공포 호러, 혹은 오컬트, 괴물을 다루는 대중문화에서 꼭 빠지지 않는 소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좀비입니다. 과거 조지 로메로의 경이로운 호러 영화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이후로 대중 문화에 자주 등장하는 코드였던 좀비는 '감염과 증식', '카니발리즘', '죽은 시체들의 그로테스크함', '끝도 없는 숫자' 등의 여러 요소로 그 동안 수많은 공포 호러 대중 문화에 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특유의 느릿함으로 인해서 근래 사람들은 좀비 자체에 내성이 생겨서(?), 좀비라는 코드 자체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빠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새벽의 저주'와 '28일 후'(개인적으로 좀비영화라고 보기는 좀 뭣하지만;)에서 나오는 달리는(!) 좀비의 이미지는 다시 한번 좀비라는 코드의 전성시대를 열게 되었습니다.
Left 4 Dead는 그러한 좀비 코드의 변화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달리는 개때 좀비'라는 소재를 게임안으로 끌어들인 것이지요. 그러나 Left 4 Dead는 거기에다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러한 좀비들로부터 '살아남는다'라는 서바이벌의 개념을 추가합니다. 하지만, 좀비는 이제 달리는 놀라운 능력을 지니게 되었고, 여러분은 그런 예전보다 더 흉포해지고 빨라진 '달리는 개때 좀비들'을 대상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다른 게임들에서보다 더 어려운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좀비가 발전하였듯이 좀비에 대항하는 플레이어들도 뭔가 메리트를 주어야 합니다. 한때, FPS에서 개때의 바람을 불러 일으킨 시리어스 샘이나 페인킬러는 무식한 화력을 게이머들에게 선사했고, 1대 수백이라는 묘사를 훌륭히 재현하였습니다. 그렇다면 Left 4 Dead도 게이머들에게 개때 좀비들을 상대할 무식한 화력을 부여할까요? 그건 아닙니다. 오프닝 트레일러에서도 보실수 있듯이 플레이어들이 쓸 수 있는 무기는 단순한 샷건이나 기관총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많은 좀비들을 상대할까요? 대답은 간단합니다. 그것은 바로 '협동'입니다. 사실, 과거의 게임들도 협동이라는 코드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였습니다. 일례로 TF나 베틀필드류의 FPS는 각각의 클래스를 선택하고 클래스 간의 협동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개된 트레일러나 게임 플레이 자체로만 본다면 Left 4 Dead에서의 협동은 그러한 클레스와 같은 역할분담의 협동이 아닌, 아주 원초적인 협동으로 보여집니다. 우리편이 좀비들에게 둘려쌓여서 몰린 상태(Pinned)가 되면 우리편을 적에게서 구해야 하고, 스모커(혀가 긴 좀비)가 우리편을 낚으면 스모커를 죽여서 우리편을 구하고, 그리고 탱커(덩치큰 헐크 같은 좀비)가 뛰어오면 4명이서 다굴쳐서 죽이는 그러한 아주 단순한 형태의 협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단순한 형태의 협동은 제가 보았을 때, Left 4 Dead의 가장 큰 미덕입니다. 요즘 게임들이 게임을 하는데 있어서 너무나 복잡한 게임 체계와 게임 방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게이머들에게 게임 자체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뭐, 게임과 룰에 익숙해지면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지만, 여전히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는 존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Left 4 Dead는 오로지 Shoot & Run 으로 게임을 구성, 4명이서 단순하지만 멋진 진 좀비 무쌍을 연출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 포인트입니다. 물론 단순히 Shoot & Run 만으로는 게이머를 오랫동안 붙잡을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Valve라는 제작사, 그리고 그들이 만든 TF2라는 걸출한 작품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좋은 작품이 뽑힐 것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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