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미묘한 느낌의 애니메이션)
드디어 케모노즈메 13화까지 감상완료. 실제 완료한건 저번주 일요일이었지만, 이리저리 일이 늦어지다 보니까 오늘에서야 올리게 되는군요. 2006년 나왔을 당시에 1화만 보고, '이 작품 물건이다!'라고 생각한뒤에 그 뒤로는 시간이 나지 않아서 보지 못한 작품입니다. 저번에 근 100여개에 달하는 감상 예정작을 정리한 뒤에 비로소 하드에 다운, 다운 받은 뒤에 한참 썩히다가(.....) 이번 여름방학에 비로소 감상 완료를 했습니다.
결과만 이야기 하자면, 이 애니는 정말 물건입니다. 대단하다고 할 수 있지요. 거의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타겟층을 주로 어린이, 청년층에 맞추는데 반해 케모노즈메는 애니의 주 관람 대상을 성인에다 맞추었습니다. 그 때문에, 성적 묘사나 폭력묘사의 수위가 보통 애니메이션에 비해서 엄청나게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역으로 케모노즈메는 높은 수위의 묘사를 독특하게 표현해서 사람의 허를 찌릅니다. 그 예로 토시히코와 유카가 추격자에게 쫒기고 있을 때, 서로 수화로 대화하는 부분이나, 성적으로 흥분하면 식인귀로 변하는 유카와 섹스를 하기 위해서 온갖 고군분투를 하는 토시히코의 모습 등 이 있습니다. 물론 어떤 분들은 그러한 심각한 분위기를 줄이기 위해서, 또는 그러한 높은 수위의 소제를 가지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만든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하지만 케모노즈메는 그런 수준을 뛰어넘어서 진지함과 가벼움의 경계를 허물어 버립니다. 즉, 진지함과 가벼움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진지하면서 동시에 가볍다는 것, 아니 아예 진지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무언가를 지향한다는 것이죠. 최종 보스 오바가 유카와 케모노즈메를 쓴 리에를 싸움 붙일 때, 리에의 잘린 팔을 자신의 팬티에 끼어넣고 온갖 맛이간 대사를 퍼부을 때도,
이것이 유와사 마사야키 감독의 스타일입니다. 진지한 듯, 진지하지 않고, 그렇다고 가벼운 것도 아니고, 마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진지함과 가벼움, 그 경계가 무너지면서 케모노즈메는 다른 애니가 가지지 못하는 독특한 오오라를 가지게 됩니다. 마치 인생의 희비극을 다 뒤섞어 놓은 막장물, 또는 인생에 대한 우화(...라고 보기에는 좀 극단적이지만)로도 보이더군요.
다만 케모노즈메는 그러한 스타일과 표현에 스토리가 눌리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막 끝난 카이바에 대해서 muhootsaver님이 지적하신 글(링크는 여기)을 보면 제가 케모노즈메를 보면서 느꼈던 문제점을 잘 정리해 주셨는데, 스타일을 주로 살리다 보니까, 스토리 전개의 템포가 너무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나쁘지 않습니다만, 그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달까, 아니면 마지막에 너무 많은 걸 급하게 풀어낼려고 했달까, 그런 점에서는 문제가 있더군요. 특히 스토리적으로 필요없는 에피소드-식인귀를 사랑한 귀봉대 대장 에피소드 라던가-나 스토리적으로 필요가 없는 부분에 대한 묘사가 많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이는 애니를 볼때는 별로 그런 문제점이 있는지 모릅니다. 워낙이 스타일이나 표현이 새롭고 참신하며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볼때는 정신없이 보다가 13화 와서는 '어? 어?'하면서 결론이 나는 것이죠.
즉, 13화 내에서 어떻게 템포 조절을 해야 했는가가 관건이었는데, 그걸 소홀히 해서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작 카이바에서도 그러한 문제점이 나타났는데, 앞으로 이걸 어떻게 감독이 극복하는가가 숙제일거 같군요. 하지만, 그 점을 제외하면 케모노즈메는 뛰어난 작품입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성인용 우화는 앞으로도 찾아보기 힘들테니가 말이죠. 추천작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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