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최근 포트나이트 시즌 3에서는 건설 요소를 제외한 '빌드 제로' 모드가 출시되었다. 흥미롭고 포인트가 있지만 뭔가 이상한 모드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포트나이트는 지난 5년 동안 배틀로얄에 건설이라는 요소를 집어넣어서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고, 빠르게 요새를 짓거나 자원을 수집하거나 하는 등의 다양한 테크닉들이 그에 따라서 개발되었다. 다양한 요소들이 늘어났음에도 '건설이 완전히 제외된 포트나이트'라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건설은 포트나이트에 있어서 게임의 근간을 이루는 정체성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정체성이 사람들에게 역으로 장벽으로 적용되기도 했다. 원래부터 배틀로얄을 위해서 만들어진 조작 체제도 아니었고, 포트나이트 자체가 원래부터 코옵 게임을 전제로 해서 만들어진 게임이기 때문에 이 '건설'이라는 요소가 개성을 형성하는 동시에 전체 게임과 겉돌게 되는 이슈는 항상 있었다. 포트나이트의 역사는 이 건설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결합하고 테크닉으로 승화시키는 것이었다. 지난 5년간 포트나이트의 개발자와 플레이어 양쪽 모두 이 건설라는 요소에서 많은 노력과 헌신을 기울였다.

하지만 2년만에 복귀해서 플레이해본 포트나이트 빌드 제로는 생각보다 할 것이 많고 재밌는 게임이었다. 건설이라는 요소가 빠졌지만, 포트나이트에는 무수히 많은 요소들이 생겼고, 더 나아가서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다양하게 구성하고 있다. 그래플러 글러브를 이용해서 빠르게 이동한다던가, 다스베이다를 잡아서 좋은 무기를 파밍한다던가, 다양한 차량 타고 이동한다든가의 다양한 선택지가 생겼다. 또한 현실의 꽃이나 금괴를 이용해 게임과 게임을 넘어서 쓸 수 있는 자원 요소를 추가했다. 빌드 제로는 어떻게 보면 일종의 '자신감'이라 할 수 있는데, 이제 더이상 포트나이트는 건설에 기반한 배틀로얄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시즌 3로 넘어오면서 포트나이트는 일종의 '거대한 테마파크'이 되었다. 포트나이트 시즌 3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 탈 것이나 그래플링 훅, 순간 이동이나 비행, 사냥 가능한 NPC, 이용할 수 있는 식생의 존재 등등은 이미 다른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고, 그렇게까지 놀랍거나 새로운 것들이 없다. 하지만 핵심은 포트나이트에 이 모든 것들이 다 들어있다는 것이다. 놀라울 정도로 포트나이트에 삽입된 다양한 요소들은 큰 문제없이 잘 작동한다고 할 수 있는데(물론 높은 수준의 게임 플레이로 올라가면 달라질 수 있는 인상이다), 포트나이트의 개발자들이 포트나이트라는 게임을 다양한 게임 요소들을 올릴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화 시킨 셈이다.

포트나이트가 전방위적이고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서 게임의 플랫폼화를 성공적으로 이루긴 했지만, 이들이 첫번째라고 할 수는 없다. 트리플 A에서 가장 오래된 시도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다:콜옵은 근 10년간 경쟁, 코옵, 싱글 게임을 오랫동안 서비스해왔고, 여기에 배틀로얄을 섞었다. 심지어 콜옵은 매년 게임이 발매되는 사이클로 인해서 이전에 진행했던 게임 요소들이 금방 사라지는 단점조차도 워존의 등장 이후 통합 계정화를 통해서 유지시켜주는 부분까지 보여줬다. 어떤 의미에서 콜옵은 느리지만 지난 15년 동안 수많은 게임 트렌드를 꾸준하게 자기 시스템 내로 통합시키고, 단순히 개별 작품 시리즈를 넘어서서 콜옵이란 거대한 프랜차이즈에 계정을 저장하는 방식까지 취했다. 

좀 다른 방법론이긴 하지만 유저가 게임을 일종의 플랫폼으로 승화시킨 케이스들도 있다.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 같이 태생부터 그런 것들도 존재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했던 플랫폼화된 게임들은 바로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 같은 게임들이었다. 이 게임들에서 성공한 장르인 AOS 장르(롤이나 도타 같은)가 분화되어 나왔고, 굳이 AOS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콘탠츠들이 분화되어 나왔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게임의 요소들을 재활용하되 코드 단위에서 새로운 게임 구성하는 모딩도 있었다. 위대한 성공작인 카운터 스트라이크도 하프라이프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게임이었다.

그리고 포트나이트와 같은 경우에는 모든 것이 포트나이트가 된다, 라는 명제에 부합하지만, 흥미롭게도 모딩의 경우에는 어떤 것은 AOS가 된다 라는 개념에 가깝다. 모딩의 경우, 성공적일 경우 기존 플랫폼이 된 게임으로부터 분화되는 것이 흔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수익 구조에 대한 수요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수익구조 보다도 중요한 것은 플랫폼으로부터 분리될 때 좀 더 독특한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나서는 부분들일 것이다. LOL은 워크3 모드 시절의 AOS와 분명히 다른 게임이 되었고, 워크 시절의 DOTA의 정식 계승자를 이야기하는 DOTA2 역시도 과거의 워크 3 시절과 다른 게임이 되었다. 플랫폼의 보편적인 시스템은 역으로 '어디에 특화되지 못하다'라는 이슈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사례를 본다면 회사든 플레이어든, 플랫폼화된 게임에 많은 관심이 있다. 이는 기존 게임의 골격이 훌륭한 경우, '이러한 경험을 연장시킨다면 얼마나 좋을까?'(수익적 측면, 재미적 측면에서)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것은 플랫폼이 되는 게임이 가장 기초적인 재미를 제공해주는 베이스를 구성해야 하고, 그것이 서로 납득 되는 방법으로 확장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플랫폼화 된 게임은 회사와 플레이어 양측에 독특한 화두를 던지는 요소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