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명작의 조건은 마지막화에 조지는 거라고!"

-호에로 펜 中

 

우리는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것이 일상생활에서 좋은 습관이 아니라고 배운다:사람이 질문을 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무언가에 대한 해답을 듣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다시 질문으로 이어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소통 방식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창작물들, 특히 장기연재작에서 하나의 사건과 질문이 다른 질문으로 이어지며,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경우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어째서 그런것일까? 장기연재물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극에 집중하게끔 만들어야 극을 유지해나갈 수 있다. 하나의 질문이 하나의 대답으로 일대일 대응이 된다면, 모든 극과 갈등, 의문은 마무리되고 더이상 이야기는 진행될 여지가 생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연재, 방영되는 상영작들에서 질문은 계속해서 질문을 만들어야 하고, 그래야만 사람들은 그것을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극의 전체 구조를 심각하게 무너뜨릴 소지가 있다. 우리가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지 말라 라는 격언을 배우는 것을 생각해보자. 질문을 통해서 우리가 구하고자 하는 것은 답이다. 질문에 새로운 질문이 등장하는 것은 이야기의 크기를 키우고,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여 계속 극에 몰입하게 하는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동시에 답 없은 질문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극이 한순간에 무너질 가능성도 같이 커진다. 위 호에로 펜의 대사처럼, '마지막에 조져버리는 것'은 그러한 질문들이 쌓이고 쌓여서 무너질 때, 답변없이 작가가 극에서 도망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호에로 펜이 이야기한 '마지막에 극적으로 조져버리는' 케이스는 생각외로 적다. 샤먼킹 처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프린세스 하오 같은 말도 안되는 엔딩을 내고 도망친 뒤에, 다시 졸렬하게 돌아와서 재연재를 하는 그런 작품은 창작물 역사를 통털어 봐도 그렇게 많지 않다. 오히려 '마지막에 극적으로 조져버리고 튀는' 케이스보다도 '천천히 추하게 지저분해지며 망하는' 케이스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엑스파일의 예로 들어보자: 엑스파일은 외계인이 2012년 지구를 식민지화 하고 인류를 노예화 한다는 거대한 음모가 메인 플롯으로 정해놓고, 그에 맞춰서 큰 이야기를 전개했었다. 하지만 인기가 식지않고, 계속해서 드라마가 계속되면서 작가들은 점점 거대해지는 이야기에 끝을 내지 못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질문과 이야기를 붙여나가서 이야기의 몸집을 불려나갔다. 그 결과, 실제 외계인 음모가 실현되는 2012년이 도래하고, 스컬리와 멀더의 자식이 생기고, 주요 악역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끝을 맺지 못하고 어중간한 상태에서 제작이 중단되어 버렸다.

결국 극이 무수히 많은 질문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어 던지더라도, 그 질문들은 이미 답을 내놓은 상태에서 짜임새 있게 진행을 해야 이런 상황에 봉착하지 않는다. 극단적으로는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전개들에 대한 질문과 답 쌍을 편집증적으로 정해놓고 진행한 진격의 거인 같은 작품이 있지만, 여기서 간략하게 다룰 작품은 용과 같이 7:빛과 어둠의 행방이다. 처음 전혀 이야기와 관련없어 보이는 용과 같이 7은 장장 2시간 가까이에 걸친 오프닝 시퀸스 이후 본격적인 게임으로 이어진다. 파이널 판타지 13 같이 배경 설정을 길게 풀어놓는 타입의 서사라 할 수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긴 오프닝 시퀸스가 생각외로 사람의 관심을 끈다는데 있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같은 과거 요코하마의 이야기 - 과거 감옥에 들어가기 전 카스가 이치반의 이야기 - 감옥에 들어가고 나서 배신당한 카스가 이치반 - 카스가 이치반이 자신의 두목을 찾아가 대면하는 점 - 배신할거 같지 않은 두목이 자신을 배신하는 사건 - 갑자기 요코하마에 떨어짐 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이야기들이 폭풍같이 몰아치면서 플레이어들에게 '다음에 무슨일이 일어날까?' 라는 궁금증을 계속 들게 만든다.

하지만 용과 같이 7이 좋은 서사를 보여주는 게임인 이유는 그러한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에 적절한 답들을 다 제공한다는 것이다:어째서 첫 과거 요코하마 이야기가 맨 앞에 배치되었는가? 어째서 두목은 카스가 이치반을 배신했는가? 어째서 눈을 떴는데 카무로쵸에서 요코하마로 갔는가? 놀랍게도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 모든 질문들에 게임은 적절한 대답을 제시하고 있고, 그것이 질문과 대답이 쌍으로 맞물려 문제 해결/질문 제시가 되면서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주요한 동력이 된다.

결국 핵심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라도, 그 끝에는 모든 것에 대한 대답을 제시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질문과 대답은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던져져야 한다. 용과 같이 7이 소프 드라마 관점에서 좋은 구성을 보여주었던 것은 계속되는 질문과 대답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훌륭한 완급을 보여준다는 점이고, 무엇보다도 그 모든 질문과 대답의 쌍들이 구조화 되어서 끝에 이루어지는 결론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납득 가능하게 다가왔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