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루이지 맨션 시리즈는 게임큐브, 3DS, 그리고 최근작이 스위치로 나오면서 근 20년 가까이 3번 플랫폼이 바뀌면서 나온 작품이다. 오랫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시리즈이긴 하지만, 장르 관점에서 본다면 이 게임을 정의내리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일단은 닌텐도 플랫포밍 게임과 궤를 달리하는 부분도 있지만, 여타 트리플 A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루이지 맨션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유령의 집을 지향하는 게임이다:플레이어는 유령의 집을 탐험하고 비밀을 파해치며, 유령과 맞서 싸워나가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게임의 구성이 유원지나 테마파크에서 찾아볼 수 있은 놀이기구로서 유령의 집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향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은 카메라 부분이다. 루이지 맨션 시리즈는 3D 게임임에도 대다수의 게임과 달리 플레이어의 등 뒤에 카메라가 배치된 게임이 아니다. 보통의 게임들, 특히 공포를 소재로 하는 호러 장르 게임들이 케릭터와 플레이어의 경험을 일치시키기 위해서 최대한 가까운 시점을 설정하지만, 루이지 맨션은 게임 내의 캐릭터와 시선을 맞추기 보다는 방 전체를 조망하는 원거리의 카메라를 설정해두었다. 즉, 루이지 맨션 시리즈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루이지가 느끼는 공포감이 아닌 '방이라는 공간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루이지 맨션에서 유령의 집이란 공포스런 공간이 아닌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공간'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겁에 떠는 루이지나 희화화되고 우스꽝스러운 유령들, 으스스하고 비밀스러운 분위기의 스테이지와 별개로 전반적으로 빍은 색감을 지향하는 그래픽 등 공포라는 테마가 게임 내에서 상대적으로 덜 강조되는 부분이 그 근거다. 이는 위에서 다룬 '카메라'의 시점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은 방을 정면에서 바라보는 카메라 시점을 활용하여 다양한 곳에 숨어있는 '비밀'이라는 요소를 강조한다. 

 

비밀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루이지 맨션 시리즈는 고전적인 어드벤처 게임 장르와 맥이 닿아있다. 게임은 곳곳에 퍼즐과 비밀, 보물들을 배치하고 플레이어가 이것을 직접 조작하면서 답을 찾도록 유도한다. 이 점은 고전적인 어드벤처 게임과 루이지 맨션의 카메라 시점이 유사한 이유를 설명한다:스테이지에 숨겨져 있는 비밀이 게임의 핵심이기 때문에, 케릭터가 중심에 서있는 것이 아닌 '스테이지' 그 자체가 중심에 서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호작용 측면에서 고전적인 어드벤처 게임과 루이지 맨션 시리즈는 큰 차이가 있다. 고전적인 어드벤처 게임들(특히 PC 게임)은 마우스와 키보드라는 수단을 사용하면서 명령어를 조합하거나 스테이지에 숨겨진 요소들을 세밀하게 찾아내는데 집중하였다면, 루이지 맨션 시리즈는 과거 어드벤처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게임 내의 비밀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루이지 맨션 시리즈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청소기 '유령싹싹'의 기능인 빨아들이기/내뱉기를 이용하여 게임 내의 다양한 요소들과 상호작용한다. 고전 어드벤처들이 플레이어의 행동을 명령어의 조합이나 픽셀헌팅이라 불리는 상호작용 지점 찾기 등 다소 비직관적인 상호작용 체계를 채용했다면, 루이지 맨션 시리즈는 유령싹싹이라는 정체성을 중심으로 상호작용 방식을 일원화 시키고 직관적으로 구성하는데 성공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루이지 맨션 시리즈에서 유령싹싹이 스테이지와 상호작용하는 것을 뛰어넘어 유령과의 전투에서도 동일한 논리와 기제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유령싹싹이라는 도구 자체가 고전 대중 영화인 고스트 버스터즈에서 모티브를 따온 물건인 만큼, 루이지 맨션은 유령을 빨아들여서 제압한다는 단순하지만 독특한 전투 시스템을 보여준다. 즉, 루이지 맨션 시리즈는 유령 싹싹이라는 하나의 도구 아래에서 모든 게임 시스템이 통일시킨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고전 어드벤처 게임들이 그들만의 독특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상호작용 방식과 비직관성 때문에 간략화 되어 주류 게임 장르로 편입되고 마이너한 장르로 전락한 것을 고려한다면, 루이지 맨션 시리즈는 고전 어드벤처 게임의 재미를 이어받으면서 발전 계승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루이지 맨션 3는 스테이지 디자인 관점에서 루이지 맨션 시리즈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루이지 맨션 3는 호텔이라는 복층의 공간을 이용해서 다양한 '테마'를 가진 스테이지를 층층이 쌓아올리고 있는데, 각각 층마다 스테이지와 상호작용하는 독특한 기믹들을 추가하였다. 예를 들어 이집트 테마의 층에서 플레이어는 쌓여있는 모래를 빨아들여서 모래 밑에 숨겨진 요소를 찾아내거나 바람을 내뱉어서 모래를 이용한 발판을 만들 수 있다. 각각의 층은 예로 들은 이집트 테마의 층처럼 독특한 방식의 상호작용 방식을 갖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게임은 단순히 빨아들이고 내뱉고하는 상호작용의 반복이 아닌 변칙성을 지니게 된다.

 

루이지 맨션 3는 게임의 정형성(뱉고/빨아들이고 하는 상호작용 방식)과 의외성(스테이지 별로 달라지는 상호작용 기믹)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게임이고, 이 덕분에 시리즈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게임이라 평가할 수 있다. 다소 아쉬운 점은 스위치로 넘어오면서 3DS나 게임 큐브와 다르게 두 개의 스틱을 사용하는 조작 방식을 채택하였는데, 전작들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직관적이지 않아 처음 익숙해지기 어려운 부분이 조금 있다. 물론 루이지 맨션 3가 취하고 있는 카메라 시점과 조작 방법이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구조라는 것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말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루이지 맨션 3는 고전 어드벤처 장르를 재해석하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계승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3편으로 넘어오면서 스테이지의 디테일과 기믹이 늘어나서 상호작용이 늘어난 것은 높게 평가할만하다. 스위치를 가지고 있다면 구매하여 즐길만한 훌륭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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