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오리지널 레인보우 식스를 기억하는 게이머는 이제 거의 없을 것이다:레드 스톰 엔터테인먼트가 98년 출시하였던 오리지널 레인보우 식스는 지금 게임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시스템들과 분위기가 있었다. 싱글플레이에서는 게이머가 팀을 구성하고 인질 구출에서 색적 경로까지 지정하는 등 '작전'을 수행한다는 느낌이 강했었다. 싱글플레이 미션 중에 죽었던 요원은 다시 살아돌아오지 않았기에 모퉁이를 돌때마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었던 게임은 그때까지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느낌의 멀티로도 유명했었다. 무장에 상관없이 상체 이상으로 단 몇방만 맞으면 사망이기에 여타 멀티플레이 게임들과 다른 대전 양상을 보여주었다:게이머는 맵을 확인할 수 있는 하트비트 센서를 착용하고 천천히 미로같은 저택을 탐색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적이 나올지 모르기에 매 코너 코너를 신중하게 확인해야 하고, 상대방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상대가 내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서 오고 가는 심리전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레인보우 식스 프랜차이즈가 베가스 이후로 좀 더 '케주얼'한 흐름으로 진행되었지만(물론 여기에 대한 반론은 존재할 수 있다:방계 작품이라 할 수 있는 톰클랜시 프랜차이즈의 스플린터 셀 시리즈나 고스트 리콘 같은 작품에서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글에서는 레인보우 식스 본편만을 다루도록 하겠다), 레인보우 식스만의 이런 긴장감 넘치는 멀티플레이의 흐름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2015년 12월, 레인보우 식스 시즈가 발매된다. 원래 개발되고 있었던 레인보우 식스:패트리어츠의 개발 취소와 함께 등장한 레인보우 식스 시즈의 존재는 레인보우 식스 오리지널을 기억하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관심과 걱정을 동시에 일으키는 작품이었다. 갈수록 스케일이 커지고 대형화되며 화려해지는 게임 트렌드와 반대로 발소리 하나 숨소리 하나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게임 플레이로의 회귀는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만 했지만, 싱글플레이 없는 멀티플레이 전용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산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근래 타이탄폴을 위시한 이볼브 같은 게임들이 싱글플레이 보다는 멀티플레이 중심의 게임들이 심각한 볼륨 부족으로 게이머를 괴롭게 만들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시즈를 둘러싸고 있는 이러한 우려들은 단순한 기우라 할 수 없었다.


결론을 놓고 이야기하자면, 레인보우 식스 시즈는 근래 나온 멀티플레이 전용 게임 중에서는 스플레툰 다음으로 가장 '완성형'에 가까운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게임이 가야할 길은 너무나 멀다:1년간의 무료 업데이트 계획과 DLC 플랜이 얼마나 충실하고 잘 지켜질지, 그 과정 중에 게임의 벨런스 등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는 두고봐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계획이 아닌 현재 나온 게임의 기본기를 놓고 본다면, 레인보우 식스 시즈는 독특하면서 훌륭하게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시즈가 여타 게임과 다른 점들은 많다:체력은 재생되지 않고, 데미지는 한 방 한 방이 치명적이다. 벽은 쉽게 부서지며, 브리치 차지를 토대로 새로운 통로를 뚫을 수도 있다. 이와같이 시즈의 게임 시스템은 다른 게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독특하지만, 레인보우 식스 시즈라는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알기 위해서는 크게 3가지 요소에 초점을 맞춰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첫번째는 '맵과 시간', 두번째는 '방향성', 그리고 마지막은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오퍼레이터라는 '케릭터'다. 먼저 맵과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레인보우 식스 시즈의 맵 시스템은 여타 게임들하고 많은 부분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이전부터 많은 홍보를 했었던 맵 및 오브젝트 파괴 시스템보다도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미니맵'의 부재다. 여타 멀티플레이 게임과 다르게, 레인보우 식스 시즈의 UI에는 별도의 '미니맵'이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 진행 중엔 전체맵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이 어디 있느냐'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니맵이 없는 대신에 게임은 게이머에게 미니맵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준다:공격측에게는 정찰을 할 수 있는 무인 드론을, 방어측에는 맵 곳곳에 놓여있는 감시카메라를 이용해서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한다. 그렇기에 게임은 과거의 오리지널 레인보우 식스와 같이 신중한 페이스로 진행된다. 하지만 그것이 과거 오리지널 시리즈와 같은 것이라 할 수는 없다:하트비트 센서를 이용해서 큰 방 하나 하나를 탐색해야 했었던 과거 오리지널 시리즈에 비해서 시즈의 맵 구성은 오밀조밀하고 촘촘하다. 그렇기에 게임은 크게 맵을 파악할 수 있는 구작의 하트비트 센서가 아닌, 발소리나 제한적인 지역을 인지할 수 있는 드론/감시카메라 같은 수단을 게이머에게 제공한다. 


시즈는 이런 점에서 구작과 다르게 단순한 동시에 직관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시즈에서 등장하는 펄스라는 케릭터의 '하트비트 센서'를 통해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펄스의 하트비트 센서는 구작의 하트비트 센서와 마찬가지로 벽 너머의 적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펄스의 하트비트 센서는 구작의 조감도 형식의 미니맵으로 적을 '개괄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닌, 문자 의미 그대로 벽 너머를 투시해서 보는데 의미가 있다. 그렇기에 펄스의 역할은 적의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아닌, 벽너머의 적을 급습하거나 적을 체크하는 용도의 근거리적인 용도로 축소되었다. 이와 같이 게임은 거시적으로 게임을 진행하기 보다는 벽을 맞대고 서로 총구를 겨누고 있는 긴장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식으로 게임은 미니맵의 삭제와 맵의 밀도높은 구성을 통해서 게이머가 주변 정보(청각, 시각 등의)에 민감하게 반응하게끔 만들고, 움직이기 전에 본능적으로 신중하게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촘촘한 맵 구성은 게임의 '시간'과 밀접하게 맞물려 들어간다. 게임의 한 라운드는 3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3분(+게임 시작전 방어측 준비시간/공격측 탐색시간 1분)이라는 시간 동안, 게임은 상대방을 전멸시키거나 목표를 달성하는 등을 할 수 있다. 스플레툰이 단지 3분이라는 시간 내에 완벽하게 게임을 압축시키고 게임을 라운드 회전을 완벽하게 만든데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시즈의 게임 흐름은 훌륭하다. 한 판 한 판은 긴장감 있게 진행되지만, 동시에 한 판을 상대에게 내줬다 해서 그것이 치명적이거나 게이머를 지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공격팀과 수비팀이 자주 전환되어서 게임 자체가 '공정하게' 느껴지게 만들려는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만하다. 게임을 3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압축시킬 수 있었던 것은 게임에 대한 개발진의 개발 방향과 컨셉이 훌륭하였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눈여겨봐야할 요소는 방어팀과 공격팀이 부딪히는 힘의 '방향성'이다. 시즈의 게임 기본 구성은 '지역'을 두고 외부에서 지역을 장악하려는 공격측과 외부 침입자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방어측의 대결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기존의 게임들 처럼 벽이나 문 등의 이동 루트가 고정되어 있었다면 과연 레인보우 시즈라는 게임 자체가 성립할 수 있었을까? 방어측은 들어올만한 길목을 틀어막고 농성하면 되고, 공격측은 총보다는 수류탄을 집어던지고 상대가 죽기를 기도하는 다소 소극적인 게임 흐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시즈는 '벽을 부순다'라는 개념을 도입함으로서, 복잡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제거한다:이제 적들은 어떤 '경로'로 들어올지 모른다. 방어측이 부서지는 벽을 철판을 덧대 보강할 수 있지만 모든 벽을 보강할 수 있을 정도로 보강 장비가 많은 것도 아니며, 무엇보다 위층이나 아래층에서 벽을 부수고 들어오거나 벽에 구멍을 내서 상대방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레인보우 식스 시즈에서 벽은 게임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양측 모두 목표를 향한 경로를 통제하는데 초점을 맞춘다:방어측은 들어오는 공격측의 경로를 최대한 통제하여, 공격측이 불리한 선택을 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반대로 공격측은 지역을 먼저 선점하고 준비한 방어측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 방어측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들어와야 한다:벽이 보강되어 있으면 특수 폭약을 써서 뚫는다던가(써마이트), 조용하게 벽을 부수고 재빠르게 잠입한다던가(슬레지), 원거리에서 재빠르게 벽을 박살내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보여준다던가(애쉬) 등의 케릭터의 능력을 사용한다던가, 아니면 창문이나 아래 위층에서의 진입하는 방법 등을 이용해 상대의 의표를 찔러야 한다. 시즈가 대단한 부분은 이러한 게임의 흐름이 복잡하거나 변칙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직관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볼브의 실패에 비교한다면 시즈의 성공은 매우 명확하다:이볼브가 20분 동안 상대방으로부터 도망치거나/쫒거나 하는 흐름을 베이스에 두고 이 와중에서 오가는 다양하고도 복잡한 시스템들(야생동물의 사냥, 발자국 추적, 진화 등등)로 인해서 게이머가 시스템에 쉽게 적응할 수 없었다면(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것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만도 하지만...), 시즈의 경우에는 어떤 루트로 어떻게 진입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만 하면 된다는 점에서 직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3분 내에 이루어지는 직관적인 게임 흐름이라는 점에서, 게임은 빠르게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케릭터'이다:시즈 SAS 소개 영상에서 특수부대가 되기 위해선 '특징'이 필요하다라고 이야기하는 대사가 있듯이, 시즈에서 각각의 오퍼레이터들은 서로가 대체할 수 없는 독특한 능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시즈의 오퍼레이터들 구성은 다분히 최근 게임 트렌드인 AOS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고 보여진다. 각각의 케릭터들은 복잡한 스킬트리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두개의 특징적인 기술과 장점들을 갖고 있고, 그리고 이러한 특장점에 몇몇 아이템이나 구성을 달리하는 것으로 게임의 흐름이 완벽하게 달라진다. 그리고 서로 다른 케릭터들을 조합하는 것으로 게임의 양상 자체가 완벽하게 달라진다. 가령 대처와 써마이트의 조합은 강화철판에 베터리를 연결한 벤디트나 뮤트를 완벽하게 무력화 시키고 거의 모든 벽을 뚫을 수 있는 위용을 자랑한다. 이런식으로 서로 다른 케릭터들이 합쳐져서 낼 수 있는 시너지는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특징들을 통해서 시즈는 지금껏 등장하였던 멀티 전용 게임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개성을 갖게 된다. 게임의 입문 난이도도 여지껏 나왔던 독특한 멀티 게임들에 비해서 낮은 편이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레인보우 식스 시즈는 보이스 채팅이 거의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단순하게 벽을 부수고 진입하는 것을 넘어서, 팀원과 호흡을 맞추고 상대방을 교란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하지만 게임중에 키보드 체팅을 하는 것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고, 또한 PC만 지원되는 부분이기에 필연적으로 시즈의 소통수단은 '보이스체팅'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보이스 체팅이라는 게임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 같다:보이스 체팅을 위한 하드웨어적인 기반은 충분히 깔렸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내에서 목소리로 상대방과 소통한다는 개념 자체가 일반적이라고 할만한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기에 시즈는 그런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 아쉽다고 평할 수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레인보우 식스 시즈는 진정으로 다른 멀티 게임들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게임이며, 동시에 오랫동안 즐길만한 깊이가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시즈라는 게임의 평을 완성시키지 않는다:문제는 레인보우 식스 시즈라는 게임이 스플레툰 같이 롱런을 할 수 있는가다.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E 스포츠화를 통한 관심을 계속 끌어들일 수 있는가의 문제, 그리고 지속적인 벨런스를 맞추고 피드백을 받는가라는 사후관리의 문제가 레인보우 식스 시즈의 당면과제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충분히 즐길만한 게임이긴 하지만, 레인보우 식스 시즈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약속한 1년간의 업데이트와 사후관리가 완벽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