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적어도 앞으로 10년간의 게임업계가 데몬즈 소울, 다크소울 시리즈 및 블러드본 시리즈에 진 빚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소울 시리즈와 그 직계와 방계의 작품들은 과거의 게임들의 미덕인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만들고 친절하지 않은, 도전욕과 성취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점점 게임의 대중화를 부르짖으면서 떠먹여주거나 단순히 몬스터의 피통만 늘리고 피해 데미지만 늘려서 난이도를 올렸다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트리플 A 게임이 많은 트렌드 속에서 소울 시리즈는 수많은 게이머들과 제작자들에게 영감을 심어준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많은 게임 제작자들이 소울 시리즈에 경의를 표하며 밴치마킹하였고, 제작사인 프롬소프트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소울 시리즈의 유전자와 사상은 이제 하나의 고유한 게보를 이루었다. 위처 3의 전투 시스템이나 노골적인 파생작을 주창한 로드 오브 폴른 등의 작품들은 이러한 계보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크 소울 시리즈의 문제는 그 게임 자체가 하나의 '완성형'에 가깝다는 데 있다:사실 다크 소울 프랜차이즈나 데몬즈 소울의 경우에는 게임 자체의 절묘한 벨런스를 제외하면 게임의 발상 자체는 간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밀도가 높은 맵에 적들과 함정을 배치하고, 게이머가 시행착오를 통해서 이를 클리어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시행착오를 통해서 최적의 공략루트를 발견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성취감을 주는 것, 화려하게 치고받기 보다는 한 수 한 수를 읽고 그에 따라서 현명하게 대처하고 자원을 관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소울 시리즈의 본질이다. 하지만 역으로 이 단순한 철학은 게임의 완성도를 보장하지만 시리즈가 만들어질 수록 게임의 세밀한 밸런스 조정 이외에는 큰 변화를 만들어내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그렇기에 프롬 소프트는 블러드본이라는 돌연변이를 만들어내었다:죽이지 못하면 죽는다, 뺏지 못하면 빼앗긴다라는 극단적으로 공격적이며 아슬아슬하며 유혈낭자한 게임 플레이 속에서 프롬은 다크소울이라는 게임의 형식이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과 스토리텔링의 완숙함(러브크래프트식의 스토리텔링과 분위기, 고딕 호러의 절묘한 조합)을 갖추는데 성공하였다. 더이상 소울 시리즈라는 하나의 포멧과 철학이 아닌, 다른 변종을 만들어냄으로써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역량을 블러드본을 통해 프롬은 갖춘 것이다.

그렇기에 다크소울 3편은 의미심장하다:소울 시리즈의 변종인 블러드본을 통해서 거둔 프롬의 성과가 역으로 다크소울에게 적용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블러드본의 무기 형태 변화와 유사하게 자세를 통해서 새로운 형태의 조작 체계를 구성한 점이나, 마법을 데몬즈 소울 시절의 마나 체계로 돌린 점 등은 게임은 자신의 선조와 변종을 통해서 새로운 형태의 게임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즉, 다크소울 3편은 일종의 변증법적인 정반합의 테제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기본적인 소울 시리즈의 철학에 자신의 극단적인 변종인 블러드본이나 선조인 데몬즈 소울을 첨가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게임을 만들어낸다. 여전히 시리즈이면서도 시리즈가 아닌, 새롭지만서도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시도가 성공적이라고는 장담할 수는 없다. 블러드본의 극단적인 전투 시스템이 소울 시리즈 특유의 한 수 한 수 읽어내는 전투 시스템과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총을 통해서 상대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막아내고 내장뽑기로 일격에 상대를 처리한다, 그리고 내가 빼앗긴 체력은 상대로부터 다시 빼앗는다 라는 공격성은 방패를 올리고 빙글빙글 돌며 상대방을 공략하는 일이 많았던 소울 시리즈의 흐름에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소울 시리즈도 이도류나 다양한 옵션을 통해서 극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플래이 스타일을 장려하기는 했었지만, 자세로부터 파생되는 필살기 형태로 게임 전투 흐름을 크게 바꾼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소울 시리즈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미야자키 히데타카 디렉터가 지휘봉을 잡고 있기에 그 걱정은 덜한 편이지만, 다크 소울 3편에 대한 기대와 걱정은 반반이라 할 수 있다.

다크소울 3는 2016년 4월에 한국 발매 예정이다.